[기획] 도구리 너는 어디서 왔니?

기획기사 | 박희수 기자 | 댓글: 3개 |



'환골탈태'

낡은 옛 모습을 벗어던지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는 뜻입니다. 여기 옛날의 모습은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완벽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캐릭터가 있습니다. 바로 '도구리'입니다. 644 컴퍼니에 막내 신입 사원으로 재직 중인 도사원은 팀 내 SNS 담당을 맡은 너구리입니다.

뭐든지 할 수 있을 법한 초롱초롱한 신입 사원의 눈매 뒤에 그의 속마음은 정반대랍니다. 마치 신입 사원의 마음을 대변하듯 모든 일은 시켜 달라고 하지만 속마음은 (야근 빼고)를 시전하는 도구리 이 친구, 이전에는 이런 모습이 아니었답니다. 둥글둥글한 지금의 모습과 달리 이전에는 뻣뻣한 털에 날카로운 눈매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가, 모습을 바꾸고 입사하더니 최근에는 첫 팝업 스토어와 빼빼로 데이를 기념하여 편의점 곳곳에 침투해 사람들의 마음을 저격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는 어디서 왔는지, 어떤 매력을 지니고 있는지 본격적으로 파헤치도록 하겠습니다.



I am, 도둑 너구리



▲ 도구리의 과거 모습
(출처: 리니지2M 인벤)

도구리의 본명은 '도둑 너구리'입니다. 그는 바로 '리니지2M'에 등장하는 평범한 몬스터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입니다. 단순한 저렙 몬스터였던 도둑 너구리는 2020년 무더운 여름 사내 게시판에 너구리 몬스터를 캐릭터로 만들어 달라는 한 직원의 요청 글에 의해 신분이 상승하게 됐습니다.

도둑 너구리의 인 게임 모습은 실제로 우리가 아는 너구리의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꼬리가 풍성하고 검은색 안대를 쓴 것처럼 눈 주위가 시커먼 평범한 너구리였죠. 하지만 도구리 캐릭터를 만든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644'는 외형보다 도구리의 특징에 좀 더 집중했습니다.




▲ 도구리 초반 러프 스케치 모음
(출처: NC 소프트 공식 포스트)


▲ 도구리 최종 컬러 팔레트
(출처: NC 소프트 공식 포스트)



▲ 도구리가 들고다니는 주머니, 재료 스케치
(출처: NC 소프트 공식 포스트)

도둑 너구리는 레벨이 낮은 구간에서 등장하는 몬스터인 만큼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에 착안하여 '뉴비' 콘셉트를 위주로 기획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양한 스케치와 수많은 구상을 통해 우리가 아는 도구리의 모습이 점차 잡혀갔습니다. 또한, 실제로 게임에서 아주 낮은 확률로 좋은 아이템이 등장하는 '너구리의 소중한 보물 주머니'를 참고해서 도구리도 주머니를 소중히 들고 다니도록 설정했습니다.

이 주머니는 꿈과 희망을 잡기 위해 들고 다니는 소중한 주머니라고 하며, 안에는 '석재', '목재', '원단' 세 가지 아이템이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도구리의 친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이며, 아이템들도 역시 다양한 시안을 거쳐 도구리와 함께 하나의 캐릭터 브랜드로 새롭게 탄생했습니다.



평범한 너구리에서 신입 막내 도사원이 되기까지




현재 도구리의 공식 인스타그램은 무려 3.9만 명의 팔로워가 있을 정도로 유명 인사입니다. 도구리의 첫 게시물은 일상을 귀엽게 기록한 '도구리 관찰일지'입니다. 해당 인스타툰은 인스타그램과 트위터에서 2021년 1월부터 6월까지 첫 연재했습니다. '관찰일지'라는 말 그대로 도구리와 재료들의 평범한 일상을 엿볼 수 있습니다.

다음 에피소드는 9화까지 연재된 '도구리가 알려주는 돈 쓰는(모으는) 방법 텅장툰'입니다. 이 에피소드에서는 주식을 처음 시작한 도구리가 손에서 핸드폰을 놓질 않거나, 자신이 살 때는 떨어지고 팔면 올라가는 머피의 법칙 같은 일들이 발생합니다. 주식에선 생판 뉴비인 도구리의 상황을 만화로 보여주며 많은 독자의 공감을 얻어냈습니다. 비록 짧은 연재였지만 도구리가 직접 말하는 모습과 원조 도둑 너구리 시절의 모습이 등장해서 재밌었습니다.




▲ 많은 사람들이 익숙한 도구리가 등장하는 회사툰
(출처: 도구리 공식 인스타그램)

이후 신입 사원으로 입사한 도구리의 모습을 그린 '나, 도사원!'과 회사 생활에 적응하는 '또, 도사원'을 차례대로 연재했습니다. 신입 시절 말 못 할 억울함과 화나는 마음을 그저 "넵"이라는 대답으로 모두 승화시키는 도구리의 모습을 그려낸 에피소드로 신입 사원뿐만 아니라 경력직도 겨냥하는 일상툰입니다. 매월 새로운 배경 화면과 활발한 인스타그램 활동으로 많은 팬과 소통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는 도구리는 최근 공식 유튜브도 오픈했습니다.

역시 회사원답게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쇼츠와 야근 채찍질 노동요, 출근길 탈선 방지 곡 등 신박한 플레이 리스트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짧은 인스타툰에서 유튜브까지 점점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는 도구리,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는 것은 역시 막내라서 할 수 있는 패기인 것 같습니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도구리!



▲ 무려 7차 재입고까지 진행된 도구리 넵 티셔츠



▲ 사냥을 하는 듯한 눈빛이 인상적인 야근 티셔츠입니다. 무려 6차 재입고까지 이뤄졌습니다.
(출처: 644 스마트 스토어)

평범한 저렙 몬스터에서 인스타 유명 인사로 신분 상승한 도구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더 많은 사람의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이모티콘, 티셔츠, 사무용품 등 다양한 사업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중, '넵봇, 도구리의 하루'는 사회 초년생에게 최적화된, 도구리의 모습으로 구성된 아기자기한 이모티콘입니다. 그래서일까요? 20대와 30대 사이에서 각각 인기 있는 이모티콘 5위, 3위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신입 사원 때는 모르는 것이 있어도 '넵, 뭐든 시켜만 주세요!'라고 하지만, 사실 야근은 피하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하고 싶은 말은 굴뚝같지만 속으로 앓는 경우가 대다수죠. 그런 직장인들의 마음을 반영해 만들어진 도구리 티셔츠가 등장했습니다.

다양한 디자인으로 출시된 티셔츠는 무려 7차 재입고까지 진행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재입고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있습니다. 특히, 야근 버전 티셔츠는 뒷면이 화가 난 도구리가 노려보고 있는 만큼, 어두컴컴한 회사에서 자발적으로 야근하고 싶게 만드는 티셔츠입니다.




▲ 힘들 땐 뒷면을 보며 위안을 삼는 도구리 펜
(출처: 644 스마트 스토어)



▲ 실제로 이 슬리퍼를 벗고 퇴근하니 더 행복했습니다.
(출처: 644 스마트 스토어)

최근 저는 취업에 성공한 친구들한테 회사원의 필수 아이템인 '펜'을 선물했습니다. 겉보기엔 평범해 보였지만 반전이 있었습니다. 바로 뒷면에는 속마음이 표출된 '도구리 반전 펜'이었던 것입니다. 회의 또는 필기하는 일이 있을 때마다 해당 펜을 들고 가서 회의록을 작성해 보도록 하세요. 그리곤 힘이 들 땐 펜의 뒷면을 보며 힘을 얻어보자고요.

출시하는 즉시 엄청난 인기와 함께 품절되는 도구리 굿즈. 다른 캐릭터 굿즈에서도 볼 수 있는 평범한 굿즈이지만 할 말 다 하고 사는 속 시원한 도구리의 모습이 첨가되어서 다른 캐릭터 굿즈와는 차별화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실용적인 면에서도 1표 주고 싶네요. 이런 속마음이 적힌 굿즈들도 실제로 쓰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거든요.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도사원



▲ 막피아들을 위해 보스 도구리가 준비한 막내 웰컴 키트 물품
(출처: 와디즈)



▲ 지난 7월, 8월 추가된 인생네컷 도구리 프레임
(출처: 도구리 공식 인스타그램)

자신도 막내이지만 여기저기 분포된 막내 사원들을 누구보다도 아끼며 막내 클럽의 보스 역할을 하는 도구리. 올해 초에는 회사 생활에 지친 막내들을 위한 '막내 웰컴 키트' 펀딩을 오픈했습니다. 막내 클럽은 막내들의 행복한 세상을 위해 창단되었으며 누구보다 막내들을 응원하는 '막피아(막내+마피아)'들이 모인 비밀스러운 조직입니다.

막내 키트에는 '왜 우리 막내 기를 죽이고 그래욧!'가 적힌 사원증 프레임부터 전화 통화에 자주 쓰이는 멘트가 담긴 컨닝 패드까지. 장난끼 가득해 보이는 굿즈인 줄 알았지만, 실제 회사 생활에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물품들도 있었습니다. 막내 웰컴 키트는 259명의 막피아들이 모여 펀딩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며 덕분에 회사 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막피아들의 후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도구리는 이제 수습 기간을 거쳐 다른 회사와도 다양한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성장했습니다. 지난 여름 도구리는 휴가를 가고 싶은 도토리들을 위해 '인생 네컷'의 7, 8월 프레임에도 등장했습니다. 시원한 수박을 먹으며 매일 먹고 놀고 싶다는 행복한 상상을 하는 도구리부터 무려 '최최최최종_파일'을 저장하는 도구리까지 여러 콘셉트의 도구리 프레임이 추가됐습니다.




▲ CU를 습격한 도구리 콜라보 제품들
(출처: 도구리 공식 트위터)

내 월급 빼고 다 올라간다는 말을 점심값을 보면서 온몸으로 사무치게 느끼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렇다 보니 한 푼이라도 더 아끼기 위해서 직접 집에서 싸 온 도시락을 들고 오거나 편의점에서 해결하는 것이 어느덧 일상이 되어버렸습니다. 하루의 낙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인의 점심시간이 이제는 점심값으로 인해 고민하고 또 고민하는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이런 도토리들의 지갑 사정을 위로해주기 위해 도구리가 CU와 협업을 통해 콜라보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직장인의 생명수 커피, 에너지 드링크, 점심으로도 대체할 수 있는 다양한 빵, 즉석식품 등 총 15종류의 제품들이 도구리의 손길을 거쳐 탄생했습니다.

분명 편의점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바닐라 라떼와 카라멜 라떼이지만 무려 퇴근, 월급의 맛이 포함되어 있어서 그런 걸까요? 좀 더 달콤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한 모금 한 모금 마실 때마다 퇴근에 한 발짝, 월급이 통장에 꽂히면 더 좋았겠네요. 이후 도구리 콜라보 시리즈는 출시 일주일 만에 30만 개, 둘째 주는 43만 개가 팔리더니, 한 달 만에 누적 판매량 200만 개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도구리가 다니는 '644 컴퍼니'가 신촌에 등장해서 많은 사람이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도구리를 좋아하는 한 명의 '도토리'로써 팝업스토어에 가서 알차게 구경한 다음 신입 사원 면접까지 보고 왔습니다. 거기 있던 또 다른 도토리에게 도구리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서 여쭤봤는데요. 도구리의 귀여운 얼굴 뒤에 알고 보면 어마 무시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반전미가 매우 좋아서 도구리를 좋아한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지금까지 많은 캐릭터가 만들어졌지만,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캐릭터인 도구리에게 더 애착이 가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도구리 관련 굿즈를 구매하면 이유 있는 소비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막내 사원이 행복해지는 걸 누구보다 바라는 도구리, 저 역시 같은 막피아로서 보스의 성공을 누구보다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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