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자녀 보호 기능이란 무엇인가?

기획기사 | 윤홍만 기자 | 댓글: 1개 |



코로나가 장기화되고 아이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부모들의 걱정도 함께 커지고 있다. 가장 큰 걱정은 자녀의 스마트폰 및 게임 이용 시간의 증가다. 비단 나이 든 부모 세대의 걱정이 아니다. 이제 막 40대에 접어든, 한때 게이머였던 젊은 부모 세대라고 해도 자식의 이러한 모습에는 걱정이 들 수밖에 없다.

무작정 못하게 하는 게 능사는 아니다. 대부분의 부모 역시 잘 알고 있다. 그들 역시 한때 게이머였고 놀기 좋아했던 만큼, 오히려 반발심만 커진다는 걸 안다. 하지만 24시간 밀착 감시할 수도 없고 부모의 눈을 피해 몰래 하는 것마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보니 부모로서도 답답할 노릇이다.

적당히 즐기면 좋으련만, 마땅한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단순히 부모·자식 사이에 약속을 하고 시간을 정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게임이란 게 그렇다. 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빠질 때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가운데 25일, 강제적 셧다운제가 10년 만에 마침내 폐지됐다. 실효성을 차치하더라도 부모로서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들의 시선은 새로운 대안으로 등장한 게 있었으니, 바로 '자녀 보호 기능'이다.



자녀 보호 기능이란 무엇인가?




자녀 보호 기능이란 그 명칭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각종 콘텐츠로부터 자녀를 보호하는 걸 목표로 한 기능 및 프로그램을 통칭하는 용어다. 초창기 자녀 보호 기능은 한정적이었다. 특정 사이트를 막는다거나 동영상 플레이어를 막는 정도에 불과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자녀 보호 기능 역시 더욱 발전하게 됐다. 오늘날에는 유해 사이트를 차단하는 건 물론이고 여기에 더해 메신저 및 게임 이용 시간을 제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화면을 캡처해 원격으로 부모에게 전송해 자녀가 뭘 하고 있는지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는 '맘아이'와 '모바일펜스'가 가장 유명하다. 각각 PC와 모바일에서 철저할 정도로 각종 유해 콘텐츠들을 통제할 뿐 아니라 게임 이용 시간 등을 제한함으로써 과몰입을 방지한다. 물론, 단순히 제한하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오늘날 PC와 모바일은 게임을 하는데 쓰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강을 듣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맘아이와 모바일펜스 역시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맘아이는 인강 집중 모드라고 해서 특정 시간에는 인강 사이트 외에는 모든 사이트의 접속과 프로그램의 이용을 차단해 오롯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으며, 모바일펜스는 사이트 및 앱, 이용 시간 제한 설정을 통해 스마트폰을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도와준다.






핵심은 통제가 아닌 이해와 소통에 있다

지금까지의 설명만 놓고 보면 얼핏 '셧다운제'를 떠올릴지 모른다. ​둘 다 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하고 있기에 얼핏 비슷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셧다운제와 자녀 보호 기능은 근본적인 부분에서 결이 다르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용 목적이다. 셧다운제의 목적은 결국 통제에 있다. 어떤 게임을 하는지, 왜 하는지 알 필요가 없기에 그저 일방적으로 규제한다. 하지만 자녀 보호 기능은 다르다. 명칭부터 '보호' 기능이지 않던가. 그런 점에서 볼 때 자녀 보호 기능이 추구하는 목표는 명확하다. 통제가 아닌, 이해와 소통이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닌텐도 스위치의 지킴이 설정(Parental controls)을 들 수 있다. 지킴이 설정은 얼핏 철저한 통제를 위해 만들어진 걸로 보이기도 한다. 심의 등급에 맞지 않는 게임을 차단하는 것부터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자녀가 어떤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도 통계로 알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사용 시간에 제한을 둘 수 있을 뿐 아니라 제한 시간을 넘기면 앱을 통해 게임을 강제 종료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이렇게만 보면 지킴이 설정은 자녀를 24시간 감시하기 위한, 통제를 위한 기능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하지만 지킴이 설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통제를 기반으로 한 셧다운제와는. 종래의 자녀 보호 기능과는 여러모로 다르단 걸 알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은 강제 종료 여부다.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떠나서, 셧다운제는 기본적으로 강제성을 띄고 있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강제로 게임을 종료한다. 주말이니까, 오늘은 아이가 할 걸 다 했으니까 좀 더 게임을 하게 해도 되건만, 셧다운제는 그러한 구분 없이 무조건 게임을 강제 종료한다.




그러나 지킴이 설정은 다르다. 제한 시간을 넘긴다고 해서 당장 게임을 강제 종료하는 걸 추천하지 않는다. 강제 종료는 최후의 수단이라고 설명하며, 자녀가 어떤 게임을, 얼마나 하는지 직접 확인하고 자녀와 함께 조절하도록 권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제한 시간을 통제의 수단이 아닌 이해와 소통의 수단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자녀 보호 기능의 미래는?

강제적 셧다운제가 폐지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부모들의 시선은 이제 선택적 셧다운제와 자녀 보호 기능으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부모들의 인식이다. 여전히 많은 부모들이 게임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게임을 하는 자녀들을 무조건 막으려고만 한다.

자식이 어떤 게임을 하는지, 왜 하는지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저 게임은 나쁜 거니까 무작정 막기 급급하다. 통제의 주체가 정부에서 부모로 바뀌었을 뿐, 가장 중요한 이해와 소통은 여전히 미흡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아이들의 별점 하나는 이 앱의 진가를 반증합니다" 어느 스마트폰 자녀 보호 앱의 광고 문구가 이를 방증한다. 광고 문구 어디에도 소통과 이해의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 그저 통제만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 이해 없는 통제는 되려 반발심만 불러올 뿐이다

결국, 선택적 셧다운제나 자녀 보호 기능을 활용하는 데 있어서 선결되어야 하는 건 부모들의 인식 변화다. 이들을 통제의 수단으로 쓰는 게 아닌 이해의 수단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그저 통제에만 초점을 맞춘 국내의 자녀 보호 기능은 아직 한참 부족하다. 부모들의 인식 개선은 물론이고 이를 개발하는 쪽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이제 그 자리는 선택적 셧다운제와 자녀 보호 기능이 대신할 전망이다. 우선 다른 걸 떠나서 자녀들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하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지금까지 통제의 수단으로만 쓰인 자녀 보호 기능이다. 이제는 부모들도 달라질 때가 됐다. 그렇게 부모와 자녀가 함께 진솔하게 얘기를 나눈다면 자녀 보호 기능은 통제의 수단이 아닌 이해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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