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통한 감정 이입의 세 가지 형태에 대하여

게임뉴스 | 김홍제 기자 | 댓글: 11개 |



  • 주제 : 몰입-나와 나의 거리
  • 강연자 : 복규동 - 젠틀매니악 대표
  • 분야 : 개발, 제작
  • 시간 : 2022.11.17(목) 12:00 ~ 12:45
  • 요약 : 게임의 몰입을 결정하는 세계관의 제작과 주의점. 게임에 따른 대표적 세 가지 유형의 감정 이입의 특징, 감정 이입을 저해하는 요인과 주의점, 세계관을 만들기 위한 노력과 필요성에 대한 복규동 대표의 이야기



  • ■ 게임을 통한 즐거움 - 감정 이입 - 이 남자는 왜 화를 내는가?




    게임 몰입감을 조성하고, 그러기 위한 형태와 조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아마 가장 중요한 것은 유저들의 재접속률 지표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면 재접속에 영향을 주는 지표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무엇인가. 아마 유저가 얼마나 게임에 몰입해 있는가?일 것이다.

    조금 더 정확히는 유저가 게임을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몰입해 있는가? 정도가 되겠다. 기본적인 몰입에 대한 메커니즘은 몰입을 일으키는 의미 부여, 감정 이입, 공감에 있다.

    과거, 미드 열풍에 앞장섰던 '로스트'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 드라마를 정주행 하지 않아도 일명 '꽈찌쭈'로 유명한 한국계 미국인 캐릭터 권진수의 영상을 한 번쯤은 다 봤을 것이다. 권진수는 알 수 없는 섬에서 함께 조난당한 '마이크'를 포함한 일행들과 골프를 치게 되는데, 공이 들어가지 않자 행복을 운운하며, 동료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다. 반면, 게임에서 승리한 마이크는 골프는 단지 게임일 뿐, 권진수의 해동을 이해하지 못한다.

    게임을 통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권진수와 게임은 게임일 뿐인 마이크. 둘이 다른 점은 게임에 대한 감정 이입의 차이다.

    우리는 게임에서 얻는 즐거움이 있다. 기본적으로 현실에서 얻기 힘든 다양한 경험을 통한 목표의 성취, 적들에 맞서 대결하고, 물리치고, 승리라는 성취감을 얻는 승리의 쾌감, 그리고 게임마다 다르지만, 제작자가 만든 거대한 세계를 탐험할 때 느끼는 다양한 감정과 경험, 그리고 이런 것들을 타인과 공감하고 유대감이 생길 때다.

    결국, 좋은 게임, 성공한 게임은 게임을 단순한 게임이 아닌 얼마나 유저들로 하여금 감정을 이입시킬 수 있는가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 감정 이입이 게임 경험에 미치는 영향- 주인공과 나





    손바닥에 숫자 0을 새겼다. 그리고 0을 1로 바꿨다. 단순히 숫자 0을 1로 바꾸는 건 큰 의미가 있지 않다. 하지만, 의미를 부여한다면 말은 달라진다. 가령, 모쏠 김씨가 여자친구를 사귈 때 숫자 0을 1로 바꾸기로 했다고 치자. 이런 상황에서 숫자 0이 1로 바뀌는 건 큰 의미를 가진다.

    모든 감정 이입에는 의미 부여가 필요하다. 게임적인 요소로 접근해보면 숫자 99가 100으로 바뀌는 건 아무것도 아니지만, 100이 만렙인 RPG 게임에서 99레벨이 100레벨이 되는 것은 엄청난 성취감을 가져온다. 유저의 캐릭터와 유저의 감정 이입. 실제로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나의 캐릭터를 통한 성취, 승리, 탐구, 유대가 나의 캐릭터를 통해 감정 이입이 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감정 이입에는 캐릭터를 둘러싼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적, 동료, 라이벌, 왕국, 도시, 사회 등 많은 것들이 공존하는데, 주인공이 너무 완벽하다면 우리가 감정을 이입하기 어려워진다. 유저와 유저 캐릭터가 있다고 자동으로 감정 이입이 되는 것이 아니며, 다양한 것들을 고려해야만 한다.

    캐릭터를 둘러싼 세계, 나의 현실 세계, 각각 다른 세계에서 살고 있고, 둘은 심리적 거리가 있다. 그리고 그 거리가 멀어도 감정 이입이 어렵다. 게임은 일반적으로 주인공 시점에서만 진행되며, RPG, 전략, 어드벤쳐 장르의 게임들에게 중요한 건 성취감과 승리다. 유저와 캐릭터의 감정적 결속이 필요하고, 일치해야 한다.






    ■ 감정 이입의 대표적 세 가지 형태- VR, 메타버스, JRPG 형 게임들




    일체화의 성공으로 높은 감정 이입을 이끌어낸 대표적인 세 개임에 대해 알아보자. 먼저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소중한 나의 아바타), 일체화를 일궈낸 리니지, 현장의 대리인 느낌의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를 예로 들 수 있다.

    이 게임들은 각각 다른 감정 이입 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방법을 통해 강한 감정 이입을 만들어낸 대표 게임들이다.

    먼저 살펴볼 'VR 형' 게임은 가장 전통적인 유형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롤플레잉(엘더스크롤, 콜 오브 듀티). 무대/세계는 격리된 세계이며, 무대 위의 배우, 즉 유저 캐릭터는 나의 아바타로 활동한다.

    최대한 내적으로 완성되고 현실적인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목표로 한다. 숫자 99가 100이 된 것, 레벨 99가 100레벨이 된 것, 마왕을 잡고 역사에 남을 전사가 된 것. 세 가지 중 당연히 세 번째가 가장 큰 의미를 가질 것이다. 가짜 세계에서 하는 일은 가상의 의미밖에 없으며, 의미를 만들기 위해서는 최대한 진짜 같은 느낌이 드는 세계가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연결 고리는 유저와 유저 캐릭터 사이의 결속이며, 유저와 유저 캐릭터의 심리적 거리가 멀면, 유저의 게임에 대한 인식은 '저스트 게임'으로 변하고 만다. 세계 유수의 IP들이 이러한 방식으로 제작된다. 이러한 게임의 특징은 완벽하게 세계를 분리하는 것에 있고, 이 세계가 우리 세계에 포함된 가상 세계란 것이 표현될 경우, 감정 이입은 약해지고 몰입도는 떨어진다. 그래서 현실과 가상 세계가 연결되는 것을 극단적으로 경계해야 한다(EX-WOW 튜토리얼)

    그리고 과거에 비해 요즘 유저들은 소통을 중요시하고,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허점을 방어하기 위해 수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다음 '메타버스 형'의 경우 온라인 게임에서 일어나는 가장 일반적인 형태다. 온라인 세계의 일이 실제 세계에도 영향을 미칠 때 일어나는 현상으로 가장 강력한 감정 이입을 불러일으킨다. 대표적으로는 리니지가 있다.

    유저 캐릭터와 유저가 처음부터 유착되어 있다. 이는 일종의 '가면 무도회'이며, 내부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현실 세계에서도 의미를 가지고 있고, 대부분의 감정 이입 역시 현실과의 연장 선상에서 일어난다. 이 형태는 게임 세계가 그 자체로 의미를 지니게 하기보다는 '저스트 게임'임을 인정한 상태에서 게임 세계는 이 세계의 일부로 실존하기에 진정한 의미가 생기는 형태이다.(최근 화두인 메타버스 역시 이에 속함)

    게임에서의 성취와 승리는 현실에도 영향을 미치고, 특히 게임 내 커뮤니티는 현실 커뮤니티와 통합되기도 한다. 여기서는 완벽한 세계의 구현이 중요하지 않다.

    플레이어는 이 세계가 가짜 세계인 것을 뚜렷하게 인식하고 세계의 허점을 지적하지도 않는다. 단 이를 위해서 반드시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형태의 온라인 게임이어야 하며, 충분한 존재 의의를 가지도록 이용자 수가 있어야 하고, 게임 자체가 현실에서 의미가 축소될 때, 게임 내부적인 힘으로는 이끌어갈 수 없다.




    마지막은 'JRPG 형' 게임들이다. 소유물로서의 캐릭터고, 유저는 다수의 캐릭터를 소유하고 있다. 캐릭터는 내 대리인, 소유물로 작동하며 감정 이입 측면에서는 가장 적은 형태를 보여준다. 파이널 판타지 1~3, 일부 모바일 수집형 게임들이 이런 형태다.

    가장 큰 특징으로는 세계 안에 감정 이입을 할 대상, 주인공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다양하게 감정 이입을 할 인물들을 배치하고, 그 중 하나에게 감정 이입을 유도하거나 전체에 감정 이입을 유도하는 방법을 사용하는 유형이다.

    주로 동양에서 제작한 게임, 드라마, 영화에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수집형 게임 중에서도 이런 형태를 따르는 경우가 있고, 과거에 많이 사용하던 패턴인데, 최근에는 자주 쓰이지 않고 있는 추세다.

    요즘은 'VR 형'이 가장 많은 형태이며, 대부분 서양 게임들이 'VR 형'을 선택하고 있다. '메타버스 형'은 가장 강력한 감정 이입의 유형이지만, 앞서 말했다시피 대규모 커뮤니티 유지가 필수 조건이라 이를 충족시키기가 매우 어려운 면이 있다. 'JRPG 형'의 경우는 두 가지 유형에 비해 제작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의 피로도 측면에서 유저들이 '메타버스 형'에서 'VR 형'을 취하게 한다. 개발사 별 역량을 정확히 판단하고, 유형을 선택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플레이어 캐릭터와 나의 동일화

    감정 이입이 가장 쉬운 형태는 나와 내가 같은 존재가 되는 것이다. 정체성, 외모, 상황, 이름, 히스토리 등, 이 형태를 따를 수 없는 다른 형태의 게임이나 드라마 등은 다른 방식으로 아이덴티티를 맞춘다. 이는 매우 어려운 방법으로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는 다르다. 대부분 미래의 나는 지금은 보이지 않고 있는 잠재력을 생각한다. 평범하지만, 거대한 잠재력을 가진 주인공들에 감정을 이입하는 이유도 위와 같다. 큰 성공을 거둔 만화 '나루토'만 봐도 초반에는 지극히 평범함으로 공감대를 이끌어내지만, 후반에는 엄청난 잠재력이 폭발되어 '미래의 나'를 제시한다.

    완벽하고 빈틈없는 세계는 유저들의 인식에 맞춘 세계다. 완벽하고 빈틈없는 세계, 나쁜 세계를 만들지 않기 위한 노력이 꼭 완벽한 세계를 만들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면 가장 좋겠지만 그건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사극에 고증이 있다면 불타오르기 쉽지만, 사람들의 기본적인 인식에 맞추지 못한 허무맹랑한 것들은 몰입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몰입감은 성공의 유일한 방법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보험이 된다. 우리나라는 게임 그래픽, 시나리오 등에 대한 공유는 유튜브만 찾아봐도 좋고 많은 정보를 찾아볼 수 있는데, 의외로 국내 게임 개발자들 사이에서 '세계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건 잘 공유되지 않는다. 나아가 게임의 메커니즘 연구에 이런 몰입감에 대한 요소들을 추가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보며 '나와 나의 거리'의 강연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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