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다운 게임'의 판단 기준에 대하여

게임뉴스 | 양영석 기자 |



  • 주제: '게임다운 게임'의 판단기준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 강연자 : 이름 - 이장주 / 연구소장,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 발표분야 : 게임기획, 인문학
  • 강연시간 : 2022.11.17(목) 17:00 ~ 18:00
  • 강연 요약: 스마트폰 게임이 대세가 되면서 게임다운 게임이 부족하다는 평들이 여기저기서 들려나온다. 그런데 게임다운 게임을 판단하는 기준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를 들어본 적이 없다. 그도 그럴것이 '답다는 것'은 명문화된 것이 아닌 사회문화적으로 구성되고 합의된 임시적인 산물이기 때문이다. 사회문화의 변화는 합의의 변화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이를 알아보기 위해 예술을 비롯한 문화적 현상들의 주요 판단기준의 변곡점들을 살펴봤다. 그리고 이러한 시사점을 현재 게임산업과 문화에 대입시켜 어떻게 게임다운 게임을 만들고 인식할 것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 이장주 박사는 강연의 서두에서 이번 2022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예로 들면서, '게임답지 않은 게임'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이에 대해서 유저들은 여러 가지 의견을 내놓지만, 대표적으로는 많이 예시를 드는 경우가 뽑기, 가챠이며 더 나아가서는 '자동 전투'와 관련지어 게임답지 않다는 예시를 들곤 한다.

    여기서 발견되는 특별한 속성이 있다. 여러 학자도 이야기했지만 게임의 규칙은 대체로 출발점이 있고, 목표가 있으며 그 사이에 장애물이 있다. 이러한 장애물은 상대방, 몬스터, 시간, 노력, 운일 수도 있으며 이를 규칙으로 뚫고 나가는 게 게임의 공통적인 룰이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나온다. 장애물을, 중립적인 표현으로 좀 더 '쉽게'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한다. 돈, 혹은 스킵을 통한 부분이다.

    이렇게 장애물을 쉽게 넘어가는 방법은 누군가에게는 게임을 하게 만드는 '동기'이자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좀 더 편하게, 시간을 단축해서 클리어할 수 있다는 것이 좋게 작용한 것이다. 그렇지만 반대로, 누군가 시간과 노력을 많이 투입해서 클리어했는데 누구는 노력과 상관없는 수단으로 넘어갈 때 사람들은 '모멸감'을 느끼는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열심히 했는데, 누구는 내가 들인 정성과 노력을 무시하는 것으로 느낀다는 것. 이장주 박사는 "이게 게이머들이 느끼는 분노"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때 '게임답지 않다'라는 평가를 하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나 단순히 게임성이 떨어진다는 부정적 평가가 아닌 거친 평가가 나오는 식으로 말이다. 그렇지만 그런 요소들은 모두 제거하더라도 '게임다운 게임'이 나오는 건 다른 이야기다.

    그렇다면 '게임다운 게임'이라는 문제 제기는 과연 옳은 것인가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게임다운 게임'[이라는 기준에 관한 이야기다. 사실상 '사람다운 사람'이라는 대단히 모욕적이며, 특히 이장주 박사는 이 부분에서 상당히 빡빡하게 잡혀있는 '게임다운 게임'이라는 기준의 표현에는 사실상 많은 유저들이 모멸감, 심리적인 상처들이 있었는가를 단적으로 이야기해준다고 평가했다.

    '게임'은 고도로 발전하여, 수많은 장르가 있고 핵심으로 삼는 게임 플레이 방법도 다르기에 이를 하나로 종합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게 아니다. 모든 장르의 게임을 공통으로 관통하여 '게임다운 게임'이라는 속성을 만드는 일이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점을 관통하는 속성을 만들 수는 있겠지만, 이는 생각보다 밋밋해질 가능성이 높다. 매력적인 요소들을 모두 합쳐둔다고 해서 반드시 매력적이라고 할 수 없고, 반대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 이제 게임은 단순히 현실밖의 이야기가 아니게 됐다.

    그렇기에 이장주 박사는, 게임이라는 건 가장 진화적인 미디어라고 하지만 그만큼 '가능성'과 '장애물'이 공존하는 것 같다는 견해를 전했다. 같은 요소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가능성'이 될 수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마찰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셈이다. 새로움과 변화도 누군가는 매력적으로 느끼지만, 그렇지 않고 멈칫하게 하는 요소들이 되기도 한다.

    물론 초창기 게임들은 이러한 극복 허들이 낮고, 장애물도 낮은 편에 속했다. 그렇지만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연구와 발전이 이뤄지며 이런 부분들이 고도화됐고, 실질적으로 지금은 거의 최고 레벨에 이르러서 조금만 레벨을 올리는 데에도 엄청난 노력과 수고가 들어가는 시기라는 것. 그리고 많은 개발자와 기업들이 여기서 고군분투하는 상황이 현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그동안 게임은 일종의 매직서클, 현실과는 동떨어진 부분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기술이 크게 발전하다 보니 그렇지 않은 상황에 이르렀다. 게임 아이템 등이 현실과 엮이는 상황도 많고, 게임이 게임 서비스라는 엔터테인먼트 장르로 서비스되는 게 아니라 현실로 퍼져 나가고 있는 셈. 이제 게임적인 사고가 게이머와 게임사들의 독점적인 요소가 아니라 세상에 퍼지고 있다는 뜻이다.

    이장주 박사는 이 과정에서 게임이 장애물과 규칙을 점차 복잡하게 만들었고, 게임사들은 나름대로 돌파구를 제시하고 발전하는 과정에서 우리가 싫어하는 BM, 그리고 운영 체계가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고 전했다. 그는 '게임답다'라는 말은 게임이 '이상적인 게임'의 상태에 가까운 거라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그건 현실이 아니라 '목표'를 지칭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추상적인 개념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이상적인 게임'은 게임을 제작하거나 게임을 할 때, 선택할 때의 목표점이 된다. 그러나 이상적이라는 것은 위험이 있는 것이며, 비현실적일 수도 있다. 비현실적인 걸 추구한다는 것은 좌절을 높일 가능성이 있고, 오히려 아름답지 않은 양상으로도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 AI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도 존재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보편성과 올바름은, 딱 나 혼자만의 기준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 재미, 쉬움, 인정, 자부심 등 게임의 동력으로 작용하는 요소와, 모름, 어려움, 창피, 압박 등 마찰력(진입장벽)으로 대비되는 두 개념의 요소들은 누군가에게는 반대로도 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이장주 박사는 게임을 제작할 때 동력을 강화하는 것도 좋지만, 마찰력을 어떻게 줄일지도 고민하거나, 마찰력을 0으로 만들 수 없다면 동력을 방해하지 않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려한다면 '세련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한 인간이 게임을 하는 욕구를, 오래된 욕구를 잊지 말 것을 권했으며 세대별로 각인된 게임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대체로 사람들은 '익숙함'을 선호하므로, 각인된 게임과 유사성(명칭, 인터페이스, 디자인 등)을 높여 심리적 장벽을 낮추고 타겟층에 맞춘 커스터마이징을 하면 보다 실패할 확률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행동유도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스마트폰과 PC, 콘솔 모두 플레이할 때의 경험이 다르다는 점이다. 이는 행동심리학에서 많이 언급되는 요소이며, 예를들어 스마트폰은 프라이빗, 개인적인 소유인 듯한 속성을 많이 가진다. 스마트폰으로는 쉽게 이메일이나 계좌를 검색하지만, 커다란 화면에서는 혼자 있어도 이메일을 열어보는 상황 자체가 부담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맥락과 비슷하다. 그렇기에 각 기기를 사용할 때 유저들이 어떤 태도로, 어떻게 용이하게 접근하느냐를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장주 박사는 다소 애매한 결론이 되었다고 아쉬워하면서, 게임은 '끝나는 곳에서 새로운 게임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현시대의 게임은 서버, 게임 내에서 다른 게이머들과 즐기는 수준을 벗어났다. 유저들은 이제 게임사에 마차, 트럭을 보내기도 하고 커피도 보내는 등 또 하나의 '게임'이 생겼다. 게임이 갑갑한 곳을 탈출해서 사회문제로 확장되고 있다는 견해다. 점차 게임과 현실이 융합된다는 의미다.

    그렇기에 이제는 '게임'의 범위를 넓게 잡고, 단지 우리 게임을 어떻게 해주세 요가 아니라 게이머들과 어떻게 경쟁하면서 협력하고 오랫동안 같이 놀 것인지를 고민하자는 의견을 전하며 강연을 끝마쳤다.



    ▲ 세대별로 각인된 게임이 다르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 특히나, 플랫폼에 따라서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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