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뷰]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3를 픽셀 아트로 만든다면?

게임소개 | 강승진 기자 | 댓글: 17개 |
최근에는 '마이트앤매직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아쉬움을 남기지만, '히어로즈 오브 마이트앤매직(HOMM)'은 전략 택틱스 RPG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명작 시리즈다. 어쩔 때는 본가라 할 수 있는 1인칭 파티 RPG 마이트앤매직 시리즈 이상으로 팬들의 후속작 요구가 크다고 느껴질 정도다.

최근에는 HOMM의 시초격이자 HOMM의 존 반 캐내검이 디자인한 '킹스바운티'가 정식 후속작을 내놓기도 했다. 다만, 이쪽은 3D로 변화하며 과거 시리즈의 향수보다는 진화를 선택한 모양새다. 그만큼 HOMM의 과거 명성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갈증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만약 똑같은 갈증에 HOMM 2나 3를 다시 플레이하고 있다면 여기 '송즈 오브 컨퀘스트(Songs of Conquest)'를 기대할 만하다.



픽셀 아트로 만나는 HOMM

HOMM는 착실하게 쌓아 올려진 마이트앤매직 세계관을 바탕으로 구현된 다양한 세력과 그에 걸맞은 유닛 구성, 그리고 마을 구성 등 수많은 시리즈 고유의 특징이 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큰 특징은 거점이 되는 마을의 성장과 마을을 기준으로 거대한 맵을 돌아다니는 영웅. 그리고 그 영웅이 보유한 군대를 지휘하는 턴제 전략 등이다.

지난 6월 E3 2021 PC 게이밍 쇼에서 공개된 '송즈 오브 컨퀘스트'가 팬들의 본격적인 관심을 끈 것도 바로 이런 전투와 영웅 구현 등 HOMM 시리즈만의 특징을 짧은 트레일러만으로 효과적으로 소개했기 때문이다. 그럼 '송즈 오브 컨퀘스트'는 단순히 HOMM을 제대로 베끼기만 해 주목을 받는 걸까?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E3 2019로 시간을 돌리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게임이 처음 공개된 E3 2019에서 '송즈 오브 컨퀘스트'의 개발진은 HOMM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는 특유의 전투 장면을 보여주지 않았다. 클래식 전략, 그리고 마을을 기준으로 여러 적들이 군데군데 떨어져 있는 모습으로 HOMM과 비슷한 장르임을 유추하게 했을 뿐이다.

당시에는 오히려 '송즈 오브 컨퀘스트'만이 가진, 독특한 외형에 더 많은 관심이 쏠렸다.

'송즈 오브 컨퀘스트'는 기본적으로 픽셀 아트로 그려졌다. 하지만 단순히 올드함에 그치지 않고 고전적인 분위기와 현대적인 기술을 조합했다. 2.5D로 구현된 지역은 분명한 방식으로 지형의 높낮이를 구분하고 셰이더를 통해 미려한 광원 효과를 구현했다. 실제로 사용된 색상 또한 많고 먼 곳에는 자연스러운 블러 처리가 더해져 배경 같은 경우는 픽셀 아트임에도 단번에 아름답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최대 4K 해상도를 지원하는 덕에 픽셀 아트 특유의 도트가 튄다는 느낌은 적다. 고해상도에 더해 기본적인 애니메이션도 충분하게 구현될 예정이라 실제 출시 버전에서는 더욱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접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성 하나로 대신하지 않는, 살아있는 마을

HOMM의 거점인 마을은 그 하나로 완벽한 성 역할을 했다. 플레이어는 테크트리에 따라 마을에 여러 건물을 올리는데 일부는 군대를 양성하는 병영으로, 또 일부는 자원을 교환하거나 마을을 지키는 수비 용도로 쓰인다.

이 모든 건 마을 안에서만 이루어진다. 마을은 성벽을 두르고 문 하나로만 드나들 수 있는 성처럼 만들어졌다. 영웅 하나가 막고 있으면 철통 경비가 이루어지는 셈이다. '송즈 오브 컨퀘스트'는 이런 HOMM식 마을 성장 방식보다는 문명 등 턴제 4X에 가까운 마을 성장을 그렸다.




건물은 성 바깥으로 짓게 되는데 이에 따라 주변 부지에 따라 건물을 지을 수 있는 여유 공간도 달라지게 된다. 성이 강과 숲으로 둘러싸여 있다면 추가 건물을 짓는 데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다만, 이런 지형이 꼭 불리하게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길이 좁다는 건 적이 침입할 공간이 좁다는 의미기도 하다. 내 건물을 파괴하러 마을 근처로 들어온 적 영웅이 지형적 불리함에 쉽게 도망가지 못할 수 있다. 또 근처 영웅과 그 군대를 타격하는 방워 타워를 적절히 배치한다면 험준한 지형이 천연 요새를 만든 삼국지의 촉처럼 안정적인 성장을 도모할 수도 있다.




이처럼 마을 바깥으로 다양한 건물이 산개하게 되다 보니 성 한 곳에서 모든 일을 해결할 때보다는 집약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진은 한 창에서 군대를 뽑고 별도의 화면에 들어가지 않아도 유닛을 정렬할 수 있는 등 UI와 UX 등 인터페이스 개선을 통해 해결하고자 했다. 그 덕에 여러 건물이 띄엄띄엄 있는 마을을 거대한 성처럼 플레이할 수 있도록 했다.





판타지 세계에 대한 열정, 그리고 구현

'송즈 오브 컨퀘스트'의 핵심은 90년대 클래식 디자인과 RPG, 그리고 고대의 마법이다. 이 세계의 모습은 흔히 판타지 세계관이라고 하는 중세 판타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섬뜩한 괴물과 판금 갑옷. 최신 기술이라고 해봐야 열기구나 화약 대포 정도가 전부다. 여기에 마이트앤매직이라는 튼튼한 배경마저 없으니 자신들만의 독특한 이야기를 구현하기가 여간 쉽지 않을 일이다.

판타지 세계에 대한 구현은 개발사 라바포션 설립자들의 열정에서 확인할 수 있다. 라바포션이 설립된 2017년부터 게임이 처음 공개된 2019년 E3까지 4명의 개발자는 마치 판타지 세계의 파티처럼 자신들의 세계에 깊이를 더하고 빠져들고자 했다. 70개 이상의 게임을 만든 프로그래머부터 영화, 연극, TV 산업에 발 담아온 디자이너까지 게임 하나로 뭉쳤다. 오죽하면 자신들을 성기사 프로그래머, 전사 디자이너, 로그 디자이너, 위자드 프로그래머라고 부를까.



▲ 라바포션의 핵심 개발진 4인

일찌감치 염소 시뮬레이터의 개발사이자 이제는 퍼블리셔로도 잘 알려진 커피 스테인 스튜디오와의 유통 계약을 마치고 세계관 설정에 애썼다. 수많은 판타지 소설을 읽고 분석하며 흔히 클리셰라고 알려진 요소들을 적절하게 버무리는 동시에 자신들만의 이야기 만들기에 힘썼다. 단순히 그럴듯한 설정에 그치는 게 아니라 몬스터나 다양한 종족 별 유닛의 개념에도 이를 녹여냈다.

어느 게임이 세계관 설정을 허투루 하겠느냐마는 팬들의 기대치는 이미 HOMM에 있다. 대충 만들어진 이야기로는 팬들을 만족시킬 수 없다는 걸 라바포션 역시 잘 알고 있다.

기존 판타지에 익숙하면서도 자신들만의 색으로 몰입감을 높이는 것. '송즈 오브 컨퀘스트'는 판타지 세계관 게임으로서의 다음 단계를 내다보고 있다.






'송즈 오브 컨퀘스트'만의 특징에 대해 이야기해왔지만, 그 다른 특징만큼이나 HOMM 팬들에게 익숙할 요소들이 게임에는 잔뜩 담겼다. 맵 곳곳에 널린 자원들과 보물, 그리고 근처에 가면 아군을 공격하는 몬스터부터 사막, 초원 등 게임의 배경도 4가지 세력을 상징하는 듯 확연하게 구분됐다.

여기에 마을 성장 요소나 부대의 강화, 캠페인 등이 있고 멀티 플레이 요소도 담겼다. 원한다면 자신만의 맵을 만들었던 HOMM처럼 게임 내 레벨 에디터로 독특한 전장을 그려낼 수도 있다. 그리고 게임 내내 수없이 접할 전투는 HOMM이 그랬던 헥사 그리드의 턴제 방식에 영웅이 지원이 더해져 더없이 친숙한 모습이다.

게임에 대한 애정을 그대로 드러내듯 개발 상황 하나하나 공개하는 개발사 라바포션. 과연 그 열정은 HOMM 팬들의 오랜 기다림을 채워줄 수 있을까? '송즈 오브 컨퀘스트'는 2022년 1분기 스팀을 통해 출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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