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기] SF는 약간, 중세+CRPG+소울류 '더 라스트 오리크루'

게임소개 |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체코의 개발사 골드나이츠가 개발 중인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흔히 말하는 CRPG, 즉 RPG가 테이블에서 컴퓨터와 콘솔로 옮겨가던 시절의 작품에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유저는 외부와 고립된 두 행성에서 반목된 두 종족 사이에 놓인 인물로, 유저의 선택에 따라 분쟁의 진행 양상이나 결과가 바뀌는 것을 넘어 세계의 운명이 결정되기도 한다.

이러한 고전적인 구성을 채택한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SF나 중세 어느 한 쪽에 치우친 세계관이 아닌, 묘하게 SF와 중세가 섞인 독특한 세계관을 선보이면서 차별화를 꾀한 작품이라는 것이 게임스컴 전까지의 게임사의 소개였다.

※ 개발사의 요청으로 현장 촬영은 제한됐습니다


게임스컴 시연장에 도착하자마자 개발자들이 한 말은 '소울라이크'였다. 그 말의 의미는 단박에 이해가 됐다. 선딜과 후딜이 뚜렷한 공격과 한 대 치고 적극 회피하다가 적의 빈틈을 비비고 달려들어야 하는 소위 소울류 전투가 바로 초반부터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여러 무기 빌드를 만들어서 공략해나가는 맛이나, 처음에 익숙하기 전에는 무기를 바꿔가면서 고민고민하면서 풀어가는 요소는 그런 느낌을 줄 수밖에 없었다. 여기에 레벨업으로 강해지는 요소가 더해지긴 했지만, 본가에서도 그런 요소를 더한 명작을 만들어냈지 않던가.

스토리 중심의 게임이면서도 다른 플레이어와 같이 플레이할 수 있는 협동 플레이도 마련됐는데, 거기에서도 소울의 그림자는 가시지 않았다. 다른 플레이어는 스토리는 개입할 수 없고, 어디까지나 지원을 해주는 개념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어느 한 캐릭터가 죽어도 다른 한쪽이 살아있으면 그 자리에서 부활시키는 게 가능하다는 점이나, 보스전까지도 같이 플레이할 수있는 등 지원 플레이어의 역할이 조금 더 부가되긴 했다.



▲ 시연도 협동 플레이 위주로 진행됐다

전투의 코어는 소울류를 참고했다지만,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초창기의 CRPG 즉 유저가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면서 그 세계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완성해나가는지 그 과정을 그려내는 것에 주력한 작품이기도 했다. 래트킨과 나보루라는 두 세력이 치열하게 전쟁을 하는 가운데, 유저는 그 전란에서 투입되는 전사로서 누구 편에 드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매번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이야기에서 선택뿐만 아니라, 길을 가다가 전투를 목격했을 때 어떻게 행동하느냐 혹은 길거리에서 만난 NPC를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서도 각 세력과의 관계나 이야기의 흐름이 갈렸다.

캐릭터의 행동이 엔딩에 영향을 미치는 구도 자체는 CRPG뿐만 아니라 여러 장르에서도 이미 선보이는 요소긴 하다. 그 정체성을 더해주는 것은 SF적인 느낌의 세계에 '중세'를 섞은 개발진의 선택이 있었다. SF적인 무기에 성벽이나 성이라는 시대착오적인 구성을 더한 게 전부가 아니라, 실제로 이야기를 하면서 보이는 인물 관계나 묘사가 중세의 느낌이 곳곳에서 배어나왔기 때문이다.

전장도 SF의 무기들이 보이기는 하지만, 구도 자체는 중세의 공성전을 기반으로 한 양상이 펼쳐졌다. 시연 버전에서는 래트킨이 나보루의 성을 공격하는 구도였는데, 유저는 처음 스토리의 전개에 따라 나보루의 편에서 수성하느냐 래트킨의 편에서 공성하느냐 나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처음에 진영을 선택한 것뿐만 아니라, 그간 행동에 따라서 참여하는 편이 갈렸다.



▲ 한 순간의 선택이 이야기의 흐름을 크게 바꾸고



▲ 전장에서 어떤 역을 맡게 될지도 결정된다

초반 단계인 만큼 공성전의 양상이나 전면전을 음미할 정도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공성 무기와 화염 무기에 맞아 불타는 다리를 이리저리 점프해서 건너간 뒤, 유격전으로 적을 처리하는 구도까지만 연출됐기 때문이다. 그 전투 자체는 아차하면 물에 떨어져서 사망하고 기습 공격을 받아 큰 피해를 입을 수도 있는 소울라이크의 전형이지만, 미션이 끝나고 정산한 뒤부터는 고전 RPG의 느낌이 더 강해지기 시작했다.

레벨이 올라가면서 자신이 선택한 빌드에 맞춰서 스탯을 올리고, 그에 맞는 고급 장비를 구해서 강해지는 맛도 느끼는 것이 고전 RPG의 묘미 아니던가. 그 템을 맞추기 위해 전장에 나아가 재료를 구하거나 돈을 벌고, 적이 떨어뜨린 장비를 갖춘 뒤부터 좀 더 수월하게 전투가 진행되는 것이 느껴졌다. 물론 핵앤슬래시처럼 적을 도륙내는 정도는 아니고, 세 대 때려서 죽일 걸 두 대로 끝내는 느낌에 가깝다고 할까. 장비한 무기와 자신의 스탯에 적합성에 따 달라지긴 해도, 어느 정도 상한선을 두어서 회피하면서 신중히 전투에 임하는 기조는 유지시키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초반 단계에서는 에너지 실드나 거처의 실드, 그리고 지원 플레이어를 '홀로그램'으로 표시한 것이나 여러 원소 발생기 정도를 제외하면 SF의 풍미가 그리 나지 않았다는 맹점이 있었다. 무기도 양손검이나 한손검, 창, 마법봉 등 중세 판타지에서 볼 법한 무기 위주로 등장했기에 더더욱 그랬다. 마법에 과학이 개입됐다는 설정이 있다고 개발자가 설명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하기엔 적의 생명력을 마나로 흡수하는 마나흡수기가 있어서 뭔가 핀트가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다. SF 느낌이 살짝 든 중세라고 이해했다면 그러려니 넘어갈 수 있지만, SF와 중세가 섞였다고 하면 SF도 있고 중세도 있는 구도를 연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 가끔씩 SF의 편린이 보이는 요소가 있지만, 대체로 중세의 느낌이 강하다

고전 RPG가 원체 스토리도 방대하고, 그걸 다 파헤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플레이를 해야 하는 장르이다보니 '더 라스트 오리크루'는 초반 몇 번의 플레이의 단면만으로는 섣불리 평가하긴 어려웠다. SF와 중세, 그리고 CRPG에 소울라이크라는 원체 특성이 뚜렷한 요소들을 섞어냈다보니 각각의 면은 잘 보였지만, 그것이 궁극적으로 개발사가 말한 스토리 중심 RPG에 맞춰 녹아들어갔나 확인하기엔 너무도 짧은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각기 다른 캐릭터의 빌드나 자신의 선택에 따른 이야기의 변화, 소울식 전투를 잽싸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디자인 등 각각 내세운 면에서 기본적인 소양은 확인할 수 있었다. 그것이 과연 앞으로 나아가면서 잘 융합되는지, 혹은 따로 노는지 오는 10월 14일 출시 후 한 번 더 길게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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