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자연 속에서 유유자적 뱃놀이, '리얼 VR 피싱'

게임소개 | 박광석 기자 | 댓글: 13개 |



평소 기회가 되면 꼭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던 활동이 있습니다. 바로 '낚시'입니다. 때 묻지 않은 자연경관을 만끽하며 자연과 1:1로 승부를 겨루는, 그야말로 남자들의 스포츠가 아닐까 하는 선망의 마음이 있었거든요.

이러한 마음을 품고 있으면서도 언제나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만 그쳤던 이유는, 살아있는 물고기를 만지고, 잡는 행위 자체에 막연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이외에도 허탕을 치지 않고 싶은 마음에 미리 전문적인 장비와 의상을 갖춘다든지, 각종 벌레가 들끓는 물가에 서서 물고기가 잡히는 것을 세월아 네월아 기다리고 있을 자신도 없었죠.

그러던 중, 국내 최초로 오큘러스 플랫폼에 입점한 VR 게임 전문 개발사 ‘Devs United Games(이하 DUG)'의 낚시 게임인 ‘리얼 VR 피싱'에 새로운 DLC가 추가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DLC를 통해 새롭게 추가된 무대는 '일본'으로, 10종의 신규 낚시터와 50종 이상의 신규 물고기가 업데이트됐다는 소식이었습니다.

VR 낚시라면 낚아 올린 살아있는 물고기를 손으로 잡을 필요도 없고, 고가의 낚시 장비와 미끼로 골머리를 썩일 필요도 없습니다. RPG 속 미니 게임 낚시 외 낚시 경험이 전무한 '낚시 초보'도 실제 낚시의 맛을 간접 체험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곧바로 퀘스트2 헤드셋을 켜게 됐죠. VR로 즐기는 낚시는 어떤 느낌인지, 또 'Japan DLC Part1’ 출시로 게임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실제 플레이 감상과 함께 정리해보았습니다.



■ 방에서 즐기는 더 사실적인 낚시 체험, '리얼 VR 피싱'




'리얼 VR 피싱'를 플레이하고 느낀 첫 소감은 정말로 사실적이라는 점이었습니다. 튜토리얼에서는 한강 둔치에 앉아 기본적인 낚시 방법을 배우게 되는데, 이때 3D 그래픽으로 만들어진 게임 속에 있다는 느낌이 아닌, 실제로 한강에 나와 있는 것 같은 생생함이 느껴졌습니다.

정해진 포인트에 앉아 계속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낚시를 하게 되지만, '멈춰 있는 사진'을 보는 것 같은 어색한 위화감 대신, 한적하고 고즈넉한 분위기에 운치를 즐길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리얼 VR 피싱의 매력입니다. 자연스럽게 배경에 채워지는 벌레들의 울음소리는 기분 좋은 현장감까지 더해주고 있었고요.

개발사 DUG는 단순히 현장에서 촬영한 사진을 배경에 입히는 대신, 사진 데이터를 메시 형태로 다듬어 수면의 움직임까지 자연스럽게 느껴질 수 있도록 공들여 표현했다고 소개한 바 있습니다. 게임 내에는 한강 외에도 금강, 여주, 부산, 울릉도 등 국내 20여개 낚시터를 재현해두었기 때문에 똑같은 배경에 질릴일 없이 다양한 경치를 즐기며 낚시를 만끽할 수 있었습니다.



▲ 울릉도에서 즐기는 낚시. 태풍 걱정도 없고, 날씨도 딱 좋습니다.

현실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실적으로 만들어진 배경이 '리얼 VR 피싱'의 비주얼적 특징이라면, 메인 콘텐츠인 '낚시'는 게임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각종 편의성들로 가득 채워진 것이 특징입니다. 물고기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 선글라스를 끼고, 어종에 따라 알맞은 미끼를 골라 레버 조작 한 번으로 손쉽게 바꿔 끼워준 뒤, 적당한 길이로 낚싯줄을 늘려 캐스팅을 하면 끝입니다. 낚시의 손맛을 즐기기 위해 감수해야 하는 여러 불편한 포인트가 모두 배제되고, 누구나 간편하게 낚시의 핵심 재미만 맛볼 수 있게 구성한 셈이죠.

물고기가 많이 모여있는 포인트를 노려 찌를 던져 놓고 기다리면, 입질이 오기 시작합니다. 물고기가 미끼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까지 선글라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으니, 언제 신호가 오나 기다리며 멍하니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필요도 없습니다.



▲ 물속 물고기들이 훤히 들여다보입니다. 어종에 맞는 미끼를 선택하면 '초록색'으로 보이게 되는 방식

만약 물고기가 미끼를 물기를 기다려야 하는 찌낚시가 정적이고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다양한 낚시 테크닉이 요구되는 '루어 낚시'를 즐길 수도 있습니다. 릴을 적당한 속도로 감았다가 풀고, 루어를 흔들어 고기를 유인하는 등 여러 테크닉이 필요하므로 찌낚시와는 다른 느낌의 손맛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물고기가 미끼를 문 뒤에는 낚시의 진짜 재미인 '물고기와의 1:1 진검승부'가 시작됩니다. 미끼를 문 물고기의 상태가 직관적인 UI로 표시되기 때문에, 플레이어는 물고기의 진행 방향에 맞춰 컨트롤러를 움직이며 빠르게 컨트롤해야 합니다. 저항이 거세지는 타이밍에 릴을 감으면 실이 끊어질 수 있으므로 가끔은 쉬어주기도 하면서 꾸준히 힘겨루기를 하다 보면 게임적 허용이라는 MSG가 팍팍 함유된, 현실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대물들을 낚아 올릴 수 있습니다.

낚은 물고기는 놓아주거나, 가질 수 있는데요. 고기를 놓아주면 일정량의 경험치를 획득하고, 가져가면 게임 내에서 활용되는 재화를 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모은 경험치와 재화로 다른 낚시터를 해금하거나 더 좋은 장비를 갖추는 것이 '리얼 VR 피싱'의 기본적인 플레이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씨알 좋은 붕어를 낚더라도 놓아주거나 보관만 할 수 있고, 여전히 '매운탕 끓이기'를 선택할 수 없는 점은 다소 아쉬운 부분이었네요.



▲ '정말 내가 낚은 것이 맞나?' 싶은 대물들을 손쉽게 낚아볼 수 있습니다



▲ 혼자 낚은 조과를 멋진 풍경과 함께 기록으로 남기는 것도 재미 포인트입니다



■ 내 방에서 떠나는 일본 여행, 'Japan DLC Part1'



▲ 저 멀리 후지산이 보이는 시즈오카 타누키 호수. 캠핑족에게도 익숙한 일본 명소입니다

지난 18일 메타퀘스트 스토어를 통해 정식 출시된 ‘Japan DLC Part1’은 플레이어에게 기존의 리얼 VR 피싱 속 낚시터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새롭고 평화로운 낚시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만년설 쌓인 후지산이 인상적인 타누키 호수부터 비와코호, 아시노코호, 도쿄만 등 총 10개의 신규 낚시터가 새롭게 추가됐죠.

신규 낚시터로 추가된 지역들은 실제 일본으로 여행을 떠난다고 하더라도 쉽게 방문하지 못하는 곳들이 대부분입니다. 낚시를 위해 일부러 찾아가야만 비로소 볼 수 있는 멋진 자연경관을 방에 앉아서 편하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은 큰 메리트라고 할 수 있죠.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오랫동안 비행길이 막혀있었던 터라, VR 게임을 통해 생생한 해외의 풍경을 바라보는 경험이 더욱 각별하게 느껴졌습니다.

한적한 시골 풍경 속 유라가와 교량 위를 지나는 한 칸짜리 열차의 덜커덩거리는 소리, 도쿄의 밤을 장식하는 화려한 야경과 도쿄만의 갈매기 소리, 만개한 벚나무와 눈앞에 흩날리는 벚꽃잎 등 현장감을 높여주는 다양한 게임 내 연출은 진짜 일본의 명소에 온 것 같은 기분을 더해줍니다. 따로 물고기를 낚지 않고 풍경만 바라보고 있어도 지루할 새 없이 푹 빠져들 수 있을 정도였죠.



▲ 한적한 유라가와 교량의 모습. 정말로 기차가 지나가는 모습이 보여 신기했습니다



▲ 도쿄의 야경과 레인보우 브릿지. 저 너머에는 라이트업된 도쿄 타워도 보입니다



▲ 일본 여행 카탈로그에서나 볼 수 있었던 여러 풍경들. 모두 인게임 스크린샷입니다

물론 물고기를 낚는 재미를 빼놓을 순 없습니다. 이번 DLC를 통해 대왕장어와 장어, 칠성장어 등 26종에 달하는 민물고기와 넓은 주둥이 상어, 톱상어, 산갈치 등 32종의 바닷물고기까지 총 58종의 새로운 물고기 종류가 추가됐거든요. 새롭게 게임을 접하는 이들에게는 더 다양한 어종이 주는 신선함이, 기존부터 즐겨왔던 이들에게는 '도감 올 컴플리트'를 위한 새로운 목표가 제시된 셈입니다.

저도 리얼 VR 피싱으로 떠난 일본 원정 낚시에서 아침 찬거리로 딱 어울리는 꽁치와 색이 참 예쁜 붉퉁돔, 그리고 2m를 훌쩍 넘겨 인증샷을 찍기도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큰꼬치고기 한 마리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일본 DLC의 성격에 맞춘 '즉석 회뜨기' 기능이 추가되지 않은 점은 조금 아쉽더라고요. 회초장에 찍어 먹는 싱싱한 활어회와 매운탕 기능 추가가 어렵다면, 대신 인게임 도감 등 별도 페이지를 통해 각종 생선을 활용한 향토 요리 정보들이 함께 소개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리얼 VR 피싱의 신규 콘텐츠인 'Japan DLC Part1'은 낚시를 좋아하는 이들은 물론, 색다른 일본 여행을 꿈꾸는 이들에게도 즐거움을 선사해줄 수 있는 DLC였습니다. 낚시를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생초보 낚시꾼의 입장에서 시작했지만, 단 한 번도 헤매거나 불편함을 느낄새 없이 일본의 이색적인 풍경과 낚시라는 핵심 콘텐츠에 푹 빠져들 수 있었죠. 곧 추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Japan DLC Part2'에서는 또 어떤 일본의 숨은 명소를 만나볼 수 있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DUG의 최민경 대표는 "새로운 장소와 품종 추가는 플레이어들이 바라는 가장 큰 바람이며, 유저의 니즈를 최대한 반영하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고 전한 바 있는데요. 앞으로 '리얼 VR 피싱'이 미국 서부와 일본을 넘어 전 세계의 모든 낚시터를 아우르는, VR 낚시 게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국산 명작으로 거듭날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뉘엿뉘엿 지는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드리운 낚싯대와 물고기를 기다리는 여유



▲ 한 손으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큰 대물을 낚은 뒤의 환희와 감동,



▲ 이것이 바로 낚시의 즐거움이 아닐까?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