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만든 재밌는 게임, '데이브 더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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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이 서브 브랜드 민트로켓을 통해 '데이브 더 다이버'를 지난달 27일 선보였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넥슨 내에서 한번 접혔다 빛을 본 게임이다. 2018년 넥슨은 내셔널 지오그래픽와 협업해 해양 탐사 게임 '데이브'를 공개했다. 당시 모바일 게임이었던 '데이브'는 한동안 소식이 없었고, 상당히 달라진 모습으로 올해 5월 모습을 다시 보였다. 우선 넥슨은 게임의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기 위해 내셔널 지오그래픽과의 협업을 끝냈다. 그리고 모바일 게임이었던 '데이브'는 PC 및 콘솔을 지원하는 '데이브 더 다이버'가 됐다.



▲ 넥슨 민트로켓 '데이브 더 다이버' 황재호 디렉터

현재 '데이브 더 다이버'는 스팀에서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넥슨 개발자가 만들고 싶은 것을 만들면, 어떤 작품이 나오는지를 보여주는 듯하다.

게임 내 대사를 통해 개발자가 정말 만들고 싶어 하는 것을 만들었다고 느꼈다. 대표적 사례가 '씨블루'의 등장이다. 보통의 넥슨 게임이었다면 정치적인 대사는 피했을 것이다. 그런데 '데이브 더 다이버'에는 대기업에는 아무 말 못 하는 환경 보호 단체 씨블루를 비꼰다. 넥슨이 게임에 블랙코미디, 풍자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반갑다.



▲ 넥슨이 개성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내심 놀랐던 대사였다


심해를 배경으로 하는 로그라이크 '데이브 더 다이버'
쉬운 접근성과 개성 있는 심해 연출이 인상적

과거 인터뷰 때 황재호 디렉터는 '데이브 더 다이버'를 하이브리드 해양 어드벤처 게임이라고 소개했다. 이보다는 '심해를 배경으로 하는 로그라이크'가 '데이브 더 다이버'에 더 어울린다.

이 게임에서 로그라이크는 탐사와 사냥으로 나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무대를 바다로 선택해, 로그라이크 시장에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플레이 초반에 유저는 수심 50m 내외까지만 탐험할 수 있다. 물고기를 잡는 것 역시 제한적이다. 플레이가 진행될수록 캐릭터 데이브의 장비는 점차 좋아지고, 더 깊은 곳을 탐험할 수 있게 된다. 또 처음에는 잡기 어려웠던 물고기도 패턴에 익숙해지면 값비싼 횟감이 된다. 기본적인 로그라이크 문법이다.



▲ 처음엔 어려웠던 물고기도



▲ 공격 패턴에 익숙해지면 값비싼 횟감이 된다

심해는 많은 이에게 상상력을 자극하는 미지의 영역이다. 고전 '해저 2만리'가 대표적이다. 게임은 스토리에 어인족을 핵심 요소로 등장시켜 미지의 영역을 채운다. 어인족은 게임의 메인 스토리에 자리를 잡아, 횟감만 구할 게임에 내러티브를 추가한다.



▲ 심해로 하강하는 로그라이크 디자인



▲ 미지의 영역으로서 심해 매력도 표현됐다



▲ 어인족 이야기는 심해 탐사의 동기를 부여한다

패러디와 위트를 통한 직접적인 재미도 인상적이다. 자체 패러디 캐럭티 더프, 포켓몬스터 패러디 사토상, 인스타그램을 본 딴 쿡스타 등에 디테일한 위트가 담겨 있다.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평범한 배 나온 아저씨 같지만, 수상할 정도로 수중 폭파나 용접을 잘하고 심해 잠수에 능숙한 데이브, 무사도 정신이 깃든 초밥 장인 반쵸, 미소녀와 밀리터리 덕후인 더프, 해양 생물 카드 수집가 사토상 등 B급 감성과 잘 어우러진다.



▲ 내적 친밀감이 드는 더프



▲ 아재 감성의 반쵸



▲ 어쩐지 전설의 포켓몬 트레이너를 닮은 사토상

2D 도트와 3D가 결합한 아트 스타일은 심해의 아름다움을 잘 나타냈다. 도트 장인 게임사의 실력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특히 2D 구조에서 수직으로 내려가는 공간은 바위 등이 배치되어 미로처럼 나타난다. 미로 구조는 풀어가는 데 난도가 높지 않았으나, 잠수라는 특성상 산소량이 제한되어 퍼즐 요소로 작용한다. 유저가 무작정 잠수하고 탐험하도록 내버려 두지는 않았다.



▲ 산소 제약은 탐험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 수심에 따라 더 어두워지는 심해, 발광하는 심해어는 아름다움을 연출한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의외로 액션 재미도 갖췄다. 유저는 작살, 일본도, 샷건, 야구방망이 등을 활용해 물고기, 거대 오징어 등을 사냥한다. 때때로 네이비 실 출신의 환경운동가도 상대하게 된다. 액션은 '라이트한 로그라이트' 정도여서 큰 스트레스를 주지 않았다. 예컨대 거대 오징어를 상대할 때는 어디가 약점인지 금방 눈치챌 수 있다거나, 사나운 상어의 움직임도 금방 익숙해질 수 있다.

로그라이크 측면에서 게임은 얕은 잠수에서 횟감을 구하고 → 초밥을 팔아 번 돈으로 장비를 업그레이드해서 → 좋아진 장비로 더 깊은 잠수를 통해 비싼 횟감을 구하고 → 다시 장비를 업그레이드하는 식이다. 장비가 좋아질수록 잠수의 난이도는 급격히 쉬워지는 편이었다.



▲ 타이쿤 특징인 최고 매출에 따른 뿌듯함이 잘 살아있다

타이쿤 요소인 초밥 경영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탐험과 타이쿤은 아예 장르가 갈리지만, 게임 내에서는 강제된다. 이 점은 개발진도 인식하는지 다양한 유머 요소를 타이쿤에 반영해 재밌도록 노력한 점은 인상적이다.

장점이면서도 단점인 것은 게임이 다소 가볍다는 점이다. 이는 더 많은 플레이어가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다만, 일정 플레이 구간을 넘어서면 탐험의 난도가 줄어든다. 예로 공기통 lv3은 공기량이 145bar인데, 업그레이드하면 180bar로 24% 증가한다. 로그라이크 게임에서 업그레이드 한 번에 24% 증가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 게임 전체 볼륨이 크지 않아 업그레이드 단위도 낮췄을 수 있겠으나, 게임이 너무 빨리 쉬워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 업그레이드 효율이 높아 탐험, 사냥 난이도가 급격히 편해지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시장을 지향한다곤하나, 한국어 버전에 불필요한 영어 표기는 개선점으로 꼽힌다. 예로 심해에서 구조요청을 할 수 있는 'escape pod'은 '구조 요청' 정도로 의역해도 무방하다. 'sold out'은 '판매 완료'라던가, 'normal depth'는 수심으로도 충분하다.



▲ 한국어 버전은 한국어로 보여줬으면 좋았을 텐데


시작이 좋은 민트로켓
재미의 본질을 찾겠다는 목표를 이루길




민트로켓은 넥슨이 지난 5월 선보인 서브 브랜드다. 공개 당시 넥슨은 기존 개발 관습을 과감히 버리고, 게임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재미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발표만 들었을 때는 의문스러웠으나, '데이브 더 다이버'를 보니 발표에 신뢰가 간다.

시작이 좋다. '데이브 더 다이버'는 927개 평가 중 95% 이상의 긍정을 받아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까지 넥슨이 스팀에서 선보인 게임 중 가장 평가가 좋다. 넥슨이 밝혔듯 정말 재미에 집중한 것이 좋은 평가 결과의 요인으로 생각된다.

다음 넥슨이 민트로켓으로 선보일 게임은 탑뷰 배틀러 '프로젝트 TB'다. '데이브 더 다이버'가 재미의 신뢰를 지킨 만큼, 자연스레 '프로젝트 TB'에 대한 기대감이 생긴다. 게임사의 다음 작품이 어떤 재미를 줄지 기대하게 되는 것은 꽤 긍정적인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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