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스아너드 개발팀의 신작, '데스루프'는 어떤 게임일까?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5개 |

변수와 변주, 가지치기로 지루함을 덜어낸 루프 게임



두 사람이 끝없이 사투를 벌인다, 이만큼 가슴에 불을 당기기 좋은 소재가 있을까. 예로부터 싸움, 결투는 빠질 수 없는 오락이었으니 말이다. 물론 그 사투에 임하는 사람에겐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특히 그게 계속 반복된다고 하면 더욱더 그렇다. 끝내기 위해서 여러 수단을 강구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싸움은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런 과정을 사건의 두 당사자를 직접 조종하는 입장에서 경험하게 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데스루프는 제목부터 그 일련의 과정이 담겨있는 게임이다. 한 사람은 매번 반복되는 루프를 깨기 위해, 다른 한 사람은 루프를 지키기 위해 서로 죽고 죽이는 싸움을 반복하는 상황. 유저는 루프를 깨는 입장이 되거나, 혹은 어느 시점이 지나서는 루프를 지키기 위한 입장이 되어 중간에 다른 유저의 게임에 난입해 그 싸움을 계속 이어갈 수 있게 한 것이다.

아무리 싸움이 재미있다고 하지만, 계속 반복된다고 하면 서서히 질리기 마련이다. 그 틀을 깨기 위해서 이것저것 새로운 걸 시도하는 맛이 있다지만, 같은 상황이 반복된다고 하면 그마저도 지루해진다. 그 반복되는 지옥에 있는 건 캐릭터인데, 마치 유저 자신이 그 지옥에 들어가있는 것처럼 느껴진다고 할까. 그런데 데스루프는 그 지옥이 좀 다른 느낌이다. 특유의 추리와 번뇌 그리고 고뇌 이런 거 없이 호탕하고 유쾌한 데다가, 거침없이 나아간다. 그러면서도 코어는 탄탄하게 갖춘, 매력적인 작품이라고 할까.



게임명 : 데스루프(Deathloop)
장르명 : FPS 액션
출시일 : 2021.09.14.
개발사 : 아케인 스튜디오
서비스 : 베데스다
플랫폼 : PC, PS5

관련 링크: '데스루프' 오픈크리틱 페이지



잊지 말자, 두 '암살자'들의 대결이다


아마 트레일러만 보고 화끈한 싸움을 기대했다면, 초반엔 조금 실망스러웠을 거다. 특히 트레일러에선 '두 암살자들의 대결' 이런 캐치프레이즈에다가 시원시원하게 적을 쏴죽이고 이런저런 능력을 써서 박살내버리는 그런 장면들이 돋보였는데, 초반엔 그렇지 않아 온도차가 꽤 컸으니 말이다. 물론 코어 게이머라고 자부하는 유저라면 아마 개발사 이름만 보고 전작 디스아너드를 떠올려봤을 수 있겠다. 액션도 중요하지만, 결국 잠입해서 슥삭슥삭 처리해야 하는 비중도 꽤 높은 작품이지 않던가. 그런 유형에 가깝다.

암살이라는 말이 언제부터 몰래 죽인다는 뜻에서 목격자가 없으면 어쨌든 성공, 이런 식으로 변질되긴 했다. 그런데 데스루프는 전자와 후자 모두 충실하게 갖춘 작품이다. 일단 적들이 꽤 세기 때문에, 한동안은 목격자까지 다 없애버리면 된다는 학살 플레이가 이론상 굉장히 어렵다. 그나마 AI가 똑똑하진 않아서 그걸 이용해서 잡아먹을 순 있긴 하지만, 좀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하다보니 '학살'이라고 붙이기엔 애매하다고 할까. 어쨌든 정면돌파는 무리니까 머리를 써서 잡아내는 그런 묘미가 충실하다.

물론 에임에 자신이 있다고 하면 헤드샷으로 원샷원킬을 수시로 내는 무쌍 플레이도 가능은 하다. 다만 초기에 주어진 회색 무기들이 오작동이 나는 비율이 꽤 높아서 쏘다가 당혹스러울 수는 있다. 더군다나 적들이 총성에는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고, 그 소리가 난 곳은 또 잘 찾아온다. 그래서 쏘고 난 뒤에 총알이 걸려서 구석에 숨어 총을 탁탁 치고 있노라면 학살자가 되겠다는 그 꿈에 조금 김이 샐지도 모르겠다.



▲ 헤드샷으로 원샷원킬하는 손맛은 확실하다



▲ 그런데 초반 무기들은 정말 잼이 잦으니 주의



▲ 그러니 초반엔 뒤에서 마체테로 기습하는 게 가장 확실하다

물론 나중에 슬랩을 얻고 난 뒤에는, 트레일러에 나온 것처럼 적을 순식간에 때려눕힐 순 있다. 그래봐야 세네 명 있는 구간을 빨리 뚫고 지나가는 정도? 그마저도 나중에는 무전 때려서 금방 근처에 있는 다른 놈까지 불러오니 여타 FPS처럼 에임 믿고 람보짓 일변도로만 클리어는 어지간한 고수급이 아니고서는 어렵게 되어있다. 보스 구간은 특히 더한 게, 보스는 정말 어지간히 때리지 않는 한 안 죽는다. 대신 칼질은 잘 통하니, 적에게 발각되지 않고 가까이 붙어서 킬하라는 의도가 다분한 구성이다.

근접해서 적을 암살하는 유형의 암살 게임은 예로부터 많이 있었으니 놀라울 건 없다. 다만 그런 류의 게임들은 점차 이동의 자유도를 추가하는 형태로 변모했지만, 데스루프는 그렇게 되기까지 시간이 물론 레지덤과 트링켓을 모아서 해금하다보면 바뀌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정직하다. 해킹 정도만 있고, 어디 지붕을 타고 올라가서 킬한다던가 그런 게 거진 제한이 되어있다. 콜트의 신체 능력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슬랩 없이 맨몸으로 지붕까지 단숨에 올라갈 만큼 초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고전 잠입액션 게임의 풍미가 다소 불편할지 모르겠지만, 레지덤과 트링켓을 모아서 점차 해금하다보면 점차 새로운 스타일이 가능해진다. 그 바리에이션의 폭이 상당히 넓은 터라, 매번 똑같은 상황에 들이닥쳐도 그때마다 다른 방식으로 돌파하는 묘미가 있다고 할까.



▲ 이 포탑은 이제 제 겁니다



▲ 슬랩을 적절히 응용해서 한꺼번에 암살하는 그 맛이란



자잘한 반복은 쳐내고 선택지는 늘린 모범적인 루프물의 사례




똑같은 상황이 매번 반복된다는 게 루프물의 근간이자 매력이면서, 동시에 치명적인 단점이기도 하다. 시간이 매번 원점으로 회귀하는 게임 속 상황과 달리, 현실의 시간은 그런 게 없으니 말이다. 내 시간을 그렇게 써서 플레이했는데, 이루어낸 게 하나도 없다는 느낌이 드는 만큼 현자타임이 오기 딱 좋은 게 없다. 더군다나 일부 게임들은 그 컨셉에 치우쳐서 처음부터 그 분기점까지 다시 가야 하는 일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호불호가 극히 갈리는 것도 당연하다.

데스루프는 그런 구성을 탈피할 수 있는 수단을 설정과 게임 시스템으로 절묘히 녹여냈다. 루프는 계속 되지만 그 루프를 끝낼 방법도 명확히 제시하고, 그에 맞춰서 시스템을 설계한 것이다. 루프물이 그 루프를 끊어내는 방법을 추리하는 것 자체가 재미 요소라서 그런 점에서 보면 좀 섭섭할지 모르겠다. 마치 범인을 미리 알고 추리소설을 읽는 느낌일 수 있으니 말이다.



▲ 친절하게도 초반부터 루프를 끊어버릴 방법을 확실히 제시해준다

그렇게 설정과 스토리를 차분히 음미하면서 차근차근 추리해나가는 걸 선호하는 유저도 있는 반면에, 빨리빨리 액션을 즐기면서 엔딩까지 달려가고 싶은 유저도 있기 마련이다. 데스루프는 그 두 간극을 메울 만한 절충안을 내놓았다. 큰 흐름을 이어가는 메인 퀘스트 자체는 명확하게 제공하되, 플레이 중간중간 얻을 수 있는 단서들을 찾고 이를 되짚어가면서 이 루프의 퍼즐을 맞춰가게끔 한 것이다.

물론 이야기의 큰 흐름은 루프를 끝내기 위해서 8명의 목표를 제거하는 그 핵심 목표만 달성해도 파악할 수 있긴 하다. 그렇지만 그 사이사이에 벌어진 일이나 일부 선택지가 중간중간 퍼즐 몇 개가 빠지듯이 설명이 다소 생략되어있고, 그것에 흥미를 느낀 유저라면 루프를 끝내지 않고 계속 훑어보면서 파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러다가도 끝내야겠다 싶으면 루프를 끝내기 위한 절차로 바로 진입하게끔 되어있었다. 그걸 보지 않고, 일부 생략된 상태에서 끝으로 달려가더라도 아귀가 맞게끔 설정이 잘 짜여진 터라 굳이 의무감에 젖지 않고 마음 내키는 대로 플레이해도 상관이 없었다.



▲ 최대한 빨리 타겟들을 처치해서 루프를 끊어버리던가, 아니면 단서를 더 찾을 것인가는 유저의 몫이다






▲ 난이도 조절은 없는 대신, 중간중간 힌트와 단서가 곳곳에서 드러나기 때문에 막힘없이 플레이가 이어진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그 과정이 괜히 복잡하게 꼬여있지 않은 것이 데스루프의 또다른 매력이었다. 통상 루프물에서는 어느 조건을 풀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에서 어떤 특정 단서를 꼭 찾아와야 한다는 제약이 심하지 않던가. 그렇지만 데스루프에선 이를 최소화하고, 타겟 8명을 제거한다는 직관적인 목표와 그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을 대체로 그 지역 내에서 구할 수 있게끔 디자인해둔 것이 특징이었다.

물론 적들이 생각보다 강하기 때문에 다소 지지부진하게 전진하거나, 1인칭 시점에 커서에 정확히 닿아야만 아이템을 확인할 수 있는 시야가 적응이 안 되서 진행이 느릴 순 있겠다. 그렇지만 이를 고려한 건지, 데스루프의 단서들은 온 맵을 샅샅이 뒤져야 할 정도로 악의적으로 숨겨두진 않았다. 여기에 루프라는 설정을 이용, 콜트가 계속 몇 번이고 죽고 루프 탈출에 실패한 뒤 다음에 도전할 또다른 자신에게 남긴 힌트들이 맵 곳곳에 남겨져있어서 루트를 찾아가기도, 선택하기도 쉬웠다. 힌트는 언제나 힌트일 뿐, 그걸 무릅쓰고 지나가면서 매운 맛을 즐길지 아니면 순한 맛을 즐길지는 유저의 선택이지 않던가.



어지간히 반복해도 질리지 않은 맵디자인, 다소 아쉬운 AI




데스루프 역시도 루프물인 만큼, 한정된 공간을 몇 번이고 계속 반복해서 돌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틀을 깨뜨려나가는 것 자체가 루프물의 묘미지만, 그 틀이 깨지기 전에 단서를 찾아 매번 같은 장소를 도는 것 자체는 유저에게 상당히 큰 스트레스일 수밖에 없다. 루프를 최소화한다고 하더라도, '루프'라고 받아지려면 적어도 한두 번 이상은 똑같은 곳을 돌아봐야 "반복된다"라는 느낌이 들지 않던가.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같은 장소를 두세 번 이상 돌아다녀보면 어지간해서는 파악이 되기 마련이다. 적의 배치가 달라지거나 일부 구성이 달라지더라도 그 장소의 구조가 완벽히 바뀌지 않으면 금방 답을 찾아낼 수 있으니 말이다.

그 틀 자체는 데스루프도 동일하지만, 매너리즘이 찾아오는 걸 최대한 줄이고자 변주를 가미한 것이 엿보였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데스루프는 슬랩과 트링켓을 얻기 전과 얻고 난 후 플레이 스타일이 상당히 다른 게임이다. 벽도 제대로 못 타는 상태에서 최대한 엄폐물과 각종 도구를 활용, 적의 뒤에서 혹은 위에서 덮쳐서 한 땀 한 땀 슥삭슥삭 조용히 처리해나가는 고전 잠입 액션 게임 스타일을 취하다가, 어느 순간부터는 두어 명 정도는 쉽게 정면에서 킬하고 순간 이동으로 잽싸게 위에서 저격하는 적도 칼로 베어버리는 액션 게임으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 그야말로 순식간에 지형지물을 극복하는 것도 가능하다

물론 콜트의 맷집이 아주 튼튼해져서 빗발치는 총알을 무시한다거나 그런 일까진 없다보니, 잠입 위주로 진행해야 하는 핵심 기조 자체를 완벽히 흔든 건 아니었다. 그보다는 경로 선정의 폭과 플레이 방식의 폭이 그만큼 넓어졌다는 것에 의의가 있었다. 매번 루프를 반복하면서 똑같은 플레이를 하지 않고, 좀 더 빠르게 해당 지역에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여러 시도를 해보게끔 다양한 장치를 마련해둔 셈이다. 더군다나 지역을 탐사 중에 두 번까지는 죽어도 루프가 초기화되니, 바꿔서 말하면 두어 번은 조금 더 과감하게 플레이해도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런 관점에서 데스루프의 네 지역을 살펴보면, 우회 경로나 힌트 그리고 단서들의 밀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사실 아무 것도 모를 때 멋모르고 총을 쏴봤다면, 어디서 그렇게 적들이 많이 튀어나오나 싶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우회경로가 여러 곳이 있고, 그에 맞춰서 적들이 배치되어있으니 그에 따라 플레이 양상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할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다른 콜트가 그 루트로 탈출을 시도해봤는지, 여러 주의 사항이 힌트로 적혀있는 건 덤이다.



▲ 이런 말이 써있으면 일단 긴장하자. 뭐가 됐든 있긴 하다는 뜻이다

물론 그 힌트를 존중할지, 아니면 자신의 실력을 믿고 다른 방법을 쓸지는 선택에 달려있다. 적어도 데스루프에서는 콜트가 죽는 것 외에 또다른 실패 조건은 크게 없고, 하지 말아야 하는 제약 조건은 적은 편이다. 콜트가 수영을 못하는 데다가 블랙리프 지역의 수온이 낮아서 물에 빠지면 금방 죽는다는 걸 제외하면 말이다.

그러나 어느 정도 수준이 되거나 플레이에 익숙해질 무렵엔 좀 실망스러워지기 시작했다. AI의 패턴이 제한되다보니, 그 빈틈만 노리면 침투 방식도 다양하게 시도해거나 좀 더 빨리 처리하기 위해 여러 가지 장비를 조합하는 게 크게 의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우선 소리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있는지 굉장히 멀리에서부터 적들이 경계를 하고 다가오지만, 그 접근 경로는 제한적이었다. 전투에 돌입하면 에임도 나름 잘 맞추는 편이고 회피기동도 종종 보여주지만, 근접전투가 되면 반응이 늦어서 데미지 없이 순살해버리는 게 가능했다. 문을 끼고 싸우면 문을 못 열거나, 열고 나서 공격으로 전환하는 게 늦기 때문에 유인해서 하나하나 마체테로 베어버리는 식으로 쉽게 처리할 수도 있었다. 물론 이런 어수룩한 AI를 이용하는 게 과연 정도일지 사람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순 있겠다. 다만 완성도 측면에서 보면 아쉬운 건 분명한 사실이었다.



▲ 원래대로였다면 집중사격 당해서 죽었겠지만, 근접전만 되면 AI들이 별로 신통치가 않다



매력적이긴 하지만 할 이유가 부족한 멀티플레이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또 작품의 컨셉을 살리기 위해서 데스루프는 다른 플레이어가 루프를 지키고자 난입하게끔 멀티플레이를 설계했다. 맨 처음에 AI가 움직이는 줄리아나를 만났을 때처럼, 루프를 지키는 쪽은 초반부터 더 우월한 장비와 슬랩을 보유한 상태로 진입하게 된다. 그렇지만 콜트와 달리 한 번 죽으면 그 지역에서 아웃되고 막대한 양의 레지덤을 드랍하는 식으로 밸런스를 맞췄다. 즉 난입을 받아주면 AI 줄리아나를 만났을 때보단 벅차지만, 어쨌든 킬을 올리면 그만큼의 보상을 획득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라고 할까.

AI를 플레이어로 대체하면서 플레이에 긴장감도 불어넣고, 보상을 더 파격적으로 주는 이 방식은 언뜻 보면 솔깃할 수밖에 없다. 앞서 말했듯 데스루프의 AI는 그리 뛰어나지 않아서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매너리즘에 빠지기 쉬웠다. 그런 마당에 다른 플레이어와 대결은 플레이에 활력을 더해줄 자극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 듯하다.



▲ 줄리아나로 상대방의 게임에 난입, 훼방을 놓을 수 있다



▲ 적 플레이어 수준에 따라 상대하긴 까다롭지만 막대한 양의 레지덤을 드랍한다

그런데 그걸 넙죽 받아들이기엔 루프를 지키는 쪽의 리스크가 상당히 컸다. 세 번 죽으면 루프가 초기화되는데 상황에 따라 스토리 클리어 진도가 상당히 밀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굳이 받아주지 않아도 될 적 유저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더군다나 파격적인 보상이 주어진다고 해도, 그게 굳이 없어도 적들을 처리하는데 문제가 없다면 그만큼 매력이 감소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물론 반대로 그 보상이 없으면 클리어할 수 없게끔 설계했다고 하면, 그건 그것 나름대로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냥 루프를 밀고 이 데스게임의 결말이 어떻게 되나 보고 싶은 유저들이 예상치 못한 경쟁에 치여서 이탈해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전자와 후자를 비교해보자면 후자가 더 치명적인 만큼, 매력적인 보상을 주되 그게 굳이 필요하지 않아도 클리어에 지장이 없게끔 만든 디자인이 더 낫긴 하다. 원체 데스루프의 스토리 구성이 루프물치고는 깔끔하고 군더더기가 없어 스무스하게 읽히는데, 그 흐름에 맞춰 유저가 플레이를 쭉 이어가다가 갑작스런 경쟁에 치여서 탈주하는 일은 없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멀티플레이 난입도 상당히 제약이 있는 편이었다. 한 루프를 진행하면서 다른 플레이어가 난입할 수 있는 횟수가 제한이 되어있고, 선구자가 있는 맵에서만 난입이 가능하게끔 해서 오픈을 해놓더라도 막무가내로 난입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다만 작품의 핵심 컨셉인 두 암살자의 경쟁이란 테마를 현 단계에서 완벽히 구현했다고 보기엔 애매했다. 어느 정도 스토리를 보기 전까지 유저들이 멀티플레이를 잘 오픈하지 않아서 난입하기도 쉽지 않고, AI는 완성도가 높지 않아서 그 맛이 살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파밍이 되고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뒤엔 가끔 심심풀이로 즐기기엔 나쁘지 않지만, 게임의 핵심이라고 내세울 만한 콘텐츠로서는 좀 모자란 느낌이었다.



▲ 일단 무작위 매치메이킹은 대기 시간이 좀 긴 편이다. 친구가 없어서 무작위만 돌리는 슬픔이란 ㅜ







결론적으로 데스루프는 루프물이라는 호불호가 갈리는 소재에, 리스크가 동반된 멀티플레이까지 더하면서 외줄에 올라간 게임이다. 그 무게추가 진짜 무게추마냥 표면이 곱고 잘 다듬어진 것도 아닌 데다가 무게도 상당하니, 그런 걸 짊어진 상태에서 코어 밸런스가 조금이라도 무너지면 망겜의 나락으로 떨어지기 십상이라고 할까.

이를 뒤집어서 말하자면, 데스루프는 그만큼 코어가 탄탄히 잡힌 게임이라고 하겠다. AI는 좀 멍청하지만 슬랩과 장비를 활용해서 매번 다른 루트를 개척해나갈 수 있는 맵디자인은 각이 잘 잡혀있고, 각종 장비와 능력을 이용하는 손맛도 확실하다. 포탑을 깔아서 유인한 뒤 저격해서 하나하나 헤드샷을 날려버리거나, 병이나 센서로 시선을 돌린 뒤 마체테로 베어버리거나 혹은 슬랩으로 적을 날려버리는 그 타격감은 역시 아케인 스튜디오라는 감탄이 나오기엔 충분했다. 회색 무기 한정이긴 하지만, 중간중간 총이 잼이 나서 곤혹스러운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아둥바둥 발버둥치는 해프닝까지, 조미료도 잘 갖춰진 건 덤이다.

단, 현재 PC 버전은 중간중간 튕기거나 버그가 발생해서 매끄럽게 플레이가 안 되는 사례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만큼, PS5로 즐기길 권장한다. 퍼스트 파티들의 독점작만큼은 아니더라도, 듀얼센스의 적응형 트리거와 햅틱이 더해져서 몰입감과 손맛도 한 층 살아난다고 할까. 뿐만 아니라 루프를 돌면서 흐름을 타고 속도를 붙이는 유형의 게임이다보니, 플레이가 중간에 의도치 않게 중단되면 그만큼 의욕이 팍 꺼질 위험도 있었다. 그러니 PS5가 없다고 하면, 대대적인 패치로 PC 버전이 확실히 개선됐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전까지는 조금 기다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 15일 기준으로도 그런 오류가 보고되고 있으니, PC 버전은 조금 기다려보자
  • 직관적인 목표로 불필요한 동선을 최소화
  • 각종 장비와 능력으로 새롭게 암살하는 재미
  • 막힘없이 플레이하게 보조해주는 힌트
  • 파밍할 맛이 나는, 다채롭게 바뀌는 플레이
  • 소리는 잘 듣지만 수준은 낮은 AI
  • 1인칭인 걸 감안하더라도 조금 답답한 시야
  • 호불호 갈리는 난입 멀티플레이
  • PC 버전 한정으로 계속 보고되는 오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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