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블루 아카이브, 진짜 덕후들이 빚어낸 게임"

인터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30개 |

일본에서 먼저 출시된 넷게임즈의 서브컬쳐 신작, '블루 아카이브'가 국내에도 티저 페이지를 오픈하면서 출시를 예고했습니다. 프로젝트MX라는 이름으로 알려질 때만 해도 '히트', '오버히트', 'V4' 등 고퀄리티 3D 그래픽을 앞세운 넷게임즈의 색깔과 다소 다른 방향이라 낯설게 느껴졌었죠. 더군다나 서브컬쳐의 본고장인 일본에 먼저 출시한다고 하니, 과연 어필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김용하 PD를 비롯해 서브컬쳐에 정통한 개발진이 3년에 걸쳐 빚어낸 블루 아카이브는 지난 2월 4일 일본 출시 직후, 인기 순위 1위에 매출 Top10 안에 드는 등 호응을 얻었습니다. 그 뒤로도 꾸준히 2차 창작이 이어지고 매출도 준수하게 유지하면서 서브컬쳐 본고장인 일본 시장에 안착한 모습을 보였죠.

그리고 지난 8월 2일, 국내 티저 페이지를 오픈하면서 넷게임즈는 모회사 넥슨과 함께 본격적으로 블루 아카이브의 국내 출시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연내 출시 예정인 블루 아카이브가 과연 어떤 과정을 거쳐 개발됐으며, 또 국내 서비스를 위해 무엇을 준비하고 있을까요? 넷게임즈의 김용하 PD에게서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 넷게임즈 김용하 PD

※ 본 인터뷰는 서면으로 진행됐습니다.


국내에 시도가 드물었던 엉뚱발랄한 밀리터리X청춘X판타지
매너리즘과 제약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것에 집중한 '블루 아카이브'

Q. 블루 아카이브가 아무래도 국내에선 그다지 시도가 없던, 명량한 학원물에 밀리터리가 더해진 서브컬쳐 스타일이라 인상 깊었습니다. 이와 같은 설정을 과감하게 시도하신 계기가 있다면?
 
시장에 맞춰서 만들려고 하면 아무래도 비슷한 비주얼이나 설정을 따라가게 됩니다만, 검과 마법이라든가 진중한 근미래 같은 것에는 매너리즘을 느끼던 터라 반대로 가보고 싶었습니다. 마침 이 반대 방향성으로 김인 AD님께서 그려낸 키비주얼들이 너무나 설득력 있게 나왔기에 옳다구나 하고 추진력을 보태다 보니 여기까지 왔네요.



▲ 프로젝트 초반에 나온 키비주얼 중 일부

Q. 국내에서는 게임이라고 해도 엉뚱하고 황당무계하게 느껴질 법한 코드를 쉽게 못 넣는 느낌이었는데, 블루 아카이브는 좀 궤가 달랐습니다. 은행을 털자라던가, 전차포를 맞아도 멀쩡하다던가 Flak 41 맞고 그냥 아프다고 끝나는 등 엉뚱한 코드를 넣으면서도 유저들이 자연스럽게 넘어가는 그런 구도를 만들어내셨는데, 그런 분위기를 만들 수 있던 노하우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설정과 스토리는 큐라레 때부터 손발을 맞춰 온 양주영 시나리오 팀장님께 일임하고 있습니다. 개발하다 보면, 게임에서 쓸 수 있는 설정이나 스토리에 제약이 많습니다. 어떤 건 게임에 등장하면 안되고 어떤 건 또 시스템에 맞춰야 되고, 일정에도 맞춰야 되고 이런 현실적인 제약을 무시할 수 없습니다만, 가능한 한 그런 제약을 덜 받을 수 있도록 신경 쓰는 만큼 결과물의 품질이 올라가는 것 같습니다.
 

Q. 초창기의 블루 아카이브는 지금과 조금 달랐다고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어떤 컨셉으로 구상하셨나요?
 
‘미소녀 XCOM’이라는 이미지에서 시작했지만, 전투 조작계를 SRPG로 만들 생각은 없었습니다. 저는 좀 더 가벼운 템포의 전투를 원했기에, 이동과 엄폐는 자율적으로 이루어지지만 전투의 중요한 장면에서는 디테일한 스킬 조작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현재의 전투 스타일이 나오게 됐습니다.
 
2018년에 개발한 프로토타입에서 전투의 룩은 거의 완성됐습니다
 


▲ 2018년 개발 중인 프로토타입과



▲ 현재 일본 서비스 중인 버전. 이미 기틀은 프로토타입에서 어느 정도 잡힌 상태였다고


Q. 처음에 게임플레이가 공개됐을 때 3D SD 캐릭터에서 유저 반응이 다소 갈렸었습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 익숙해지면서 귀엽다는 의견으로 기울었는데, 초창기의 그 호불호 갈린다는 의견을 예상하고 계셨나요? 아울러 다소 낯설 수 있는 3D SD 캐릭터를 더 귀엽게 만들기 위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보셨나 궁금합니다.
 
CBT 직후의 앙케이트에서 SD 캐릭터에 대한 반응은 79.7%가 호였습니다. 불호의 경우는 타깃이 비교적 명확했는데, 유우카를 비롯한 몇몇 학생들이 일러스트보다 부은 것처럼 보인다는 거였어요. 저희는 그대로도 사랑스럽다고 생각했습니다만, 플레이어 입장에서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첫인상을 받을 수 있도록 최종적으로는 피드백을 반영했습니다.
 
 


▲ CBT 당시 유우카의 모델링(좌)와 피드백을 받고 수정한 버전(우)


Q. 얼핏 보면 간단한 콜렉션 게임인데, 공격 및 방어 타입이나 지형 적성 등 구분이 디테일하게 나뉘어진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게 복잡한 체계를 더하신 이유가 있다면? 

지수화풍 같은 고전적인 상성이 아니라, 세계관과 직관적으로 어울리는 상성을 원했습니다. 사거리가 각각 다르면서 엄폐가 가능한 전투 특성을 고려해야 했고, 학생들의 포지션이 겹치지 않도록, 전투에서 소외되는 학생이 가능한한 나오지 않도록 하는 확장성 또한 고려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존에 없던 상성들을 만들어야 되더라고요. 전투팀이 기획에 고생을 꽤 했습니다만, 나름 유니크한 시스템으로 완성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처음 게임플레이가 공개됐던 CBT 때만 해도 라이트하고 캐주얼한 느낌의 그래픽에 밝은 분위기의 세계관이다보니, 복잡다단한 설계에 다소 낯설다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이를 어떻게 피드백을 거쳐서 보완해나가셨나요?
 
CBT 당시는 안내나 성장 구간도 불충분했고, 상성들 사이의 밸런스도 과격했습니다. 설문 결과와 내부 FQA 피드백 등을 거쳐 출시까지 상당히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 무기 종류 및 장갑, 전장도 상성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Q. 반면에 스킵티켓 없이도 바로바로 클리어한 스테이지를 빠르게 스킵, 숙제를 빨리 끝낼 수 있는 라이트한 면도 엿보였습니다. 이런 트렌드를 빠르게 도입하신 계기가 있다면?
 
개발자로서의 에고는 제쳐두고 플레이어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내가 게임을 하는게 아니라 게임이 나를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시작하면 손이 게임에 점점 안 가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스킵 티켓도 없애고, 엔드 컨텐츠인 총력전도 하루에 한 번 플레이 하고 나면 나머지를 스킵할 수 있게 하는 등, 라이트한 게임 플레이를 기조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금보다는 게임 플레이를 좀 더 즐기고 싶어하시는 분들 또한 계시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플레이타임이 좀 더 필요한 컨텐츠의 추가도 고려하고 있습니다.
 

Q. 아무래도 블루 아카이브가 하루종일 게임을 붙잡고 플레이하는 유형이 아니다보니, 자연히 캐릭터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이벤트나 스토리 비중이 높은 유형입니다. 개발하시면서 이벤트와 스토리의 추가 텀을 어느 정도로 목표를 잡고 작업을 하고 계신가요?
 
매월 이벤트 혹은 메인 스토리 업데이트를 하면서 학생별 인연스토리와 동아리별 서브스토리도 꾸준히 추가하고 있습니다. 전작인 큐라레에서 4년 동안 라이브하며 쓴 텍스트 분량을 이미 넘었다고 하더라고요. 양도 양이지만, 재미있게 읽을 수 있고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이야기가 되도록 시나리오팀 내부 리뷰를 거치며 작성하고 있습니다.



▲ 메인, 서브 스토리뿐만 아니라



▲ 캐릭터의 의외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이벤트 스토리까지 준비했다


서브컬쳐 본고장에도 어필한 '블루 아카이브'
진짜 덕후들이 덕심으로 빚어낸 결과
 

Q. 그간 국산 서브컬쳐 게임이 일본에서 호응을 얻은 적이 드물었는데, ‘블루 아카이브’는 일본에서 성적도 준수할 뿐만 아니라 2차 창작도 활발한 편입니다. 그렇게 호응을 얻을 수 있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첫 번째로 차별화되는 세계관이 어필했고, 두 번째로 비주얼과 스토리, 그리고 게임플레이까지 이 세계관을 충실히 살리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점. 세 번째로는 일본 퍼블리셔가 이 장르 끝판왕이라는 점. 마지막으로는, 개발 스탭들이 다들 찐덕이라는 점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사실 최약체입니다(웃음).
 

Q. 밝은 학원물 스타일에 퓨처 베이스, 카와이 베이스풍의 음악을 가미하는 시도를 하셨는데 리듬 게임에서만 주로 보던 조합이라 상당히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습니다. 이런 조합을 눈여겨보신 계기가 있다면?

큐라레 때도 게임에 많이 사용되지 않았던 EDM을 적극적으로 활용했습니다. 당시의 OST도 상당히 좋은 평가를 받았기에, 블루 아카이브도 그 연장선상에서 일레트로닉 계열의 OST를 적극적으로 고려했고요,
 
퓨처 베이스는 사용되는 악기 등 사운드 테이스트가 게임과 잘 어울릴 것 같은 장르인데 의외로 음악게임 이외에는 잘 사용되고 있지 않아서 주목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가 추구하는 비주얼과도 잘 맞는다고 생각했구요. 하지만 한 장르만으로만 OST를 구성하면 질릴 수 있기에, 게임에는 퓨처 베이스 이외에도 폭넓은 장르의 악곡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Q. 컨셉을 잡으실 때 가장 먼저 떠올리신 캐릭터가 누구인가요?
 
특정 캐릭터보다는 게임의 전체적인 인상을 결정하는 키 비주얼을 먼저 구상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최초에 AD님께서 그린 학생들은 아비도스 소속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Q. 다양한 캐릭터를 모으고 수집하는 게임인 만큼, 캐릭터 추가 텀에 대해서도 유저들이 궁금해할 것 같습니다.
 
학생 업데이트 텀은 일본 서비스와 비슷하거나 조금은 빠른 정도로 계획하고 있습니다.
 
▲ 현재 일본에서 진행 중인 '히나 위원장의 여름 방학!' 이벤트 PV


Q. 캐릭터를 터치하지 않고 배경을 터치하면 그쪽을 바라보거나, 드래그하고 있으면 그 방향에 따라 시선을 따라가는 등 놓치기 쉬운 부분도 세밀하게 구현하셨습니다. 이런 소소한 것까지 캐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무엇인가요?
 
원동력이라고 하면 스튜디오 분위기일 것 같네요. 다들 덕력이 높으셔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은 것들에 대한 아이디어는 끊이지 않고 나오는 편입니다. 코로나라 대면 미팅이 힘들지만, 내부 커뮤니케이션 툴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블루 아카이브에 등장하는 학생의 이름을 붙인 봇도 여러 종류가 운용되고 있습니다. 번역 담당인 아로나 봇, 주사위 봇인 페로로라든가, 빌드 상황을 알려주는 린 봇이라든가. 여러 가지 있죠.
 


▲ 메모리얼 로비는 한껏 덕심을 발휘, 풍부하고 섬세한 감정표현으로 상호작용의 묘미를 살렸다


Q. 일본에서 먼저 출시하고 서비스하면서 어떤 피드백을 주로 받고 계신가요? 혹은 개중에서 가장 인상 깊은 피드백이 있다면?
 
픽시브나 트위터에 꾸준히 올라오는 2차 창작물이 정말 다양하고 퀄리티도 높아서 눈호강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 퍼블리셔가 적극적으로 미디어 믹스 전개를 하고 있어서 이 진행을 보는 것도 공부가 많이 되더라고요.

가장 인상적인 피드백이랄까 감회가 깊은 부분은 아키하바라에 걸리는 블루 아카이브 간판 사진이나 서점에 진열된 블루 아카이브 앤솔로지 사진 같은 것들입니다. 직접 가서 볼 수가 없는 것이 아쉽네요.
 


▲ 서브컬쳐의 성지 아키하바라에 광고가 걸리고 앤솔로지도 팔리고 있는데, 직접 가서 볼 수 없어 아쉽다고


일본에 선출시한 블루 아카이브, 국내 서비스 계획은?
업데이트 간극은 좁히고 편의성 개선된 버전으로 연내 서비스 준비




Q. 일본 출시를 처음부터 염두하고 작업하셨는데, 한국 출시를 위해서 최근 특별히 작업하고 계신 부분이 있으신가요?
 
게임 자체에 이렇게 저렇게 손을 대는 것 보다는 게임 외적인 IP 전개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와 곧 만들어질 트위터를 통해 전달 드릴 예정이니 기대해 주세요.
 

Q. 한편으로는 선생과 학생이라는 유저와 캐릭터 사이의 관계가 국내에서 아무래도 잘 시도하지 않은 데다가 일본식 서브컬처 학원물 스타일도 짙다보니, 이를 국내 버전에서도 잘 살려낼지 우려하는 유저도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 어떻게 준비하고 계신가요?
 
스토리를 포함한 게임 텍스트는 모두 한국어가 원문이므로, 테이스트가 바뀌거나 하는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 게임 내 텍스트 원문은 한국어로 작성해둔 상태라고


Q. 일본 출시 초기에는 불안정한 서버나 연장점검 때문에 아쉬움을 표한 유저들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어떤가요? 아울러 국내 출시 때는 버전을 일본 출시 초 버전으로 시작할 것인지, 편의성이 개선된 버전으로 출시하게 될 것인지도 궁금합니다.
 
편의성이 개선된 최신 클라이언트를 기준으로 서비스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마스코트 캐릭터 아로나를 활용한 아로나 채널이나 애니메이션 PV, CM 등 서브컬쳐 유저들을 저격한 각종 프로모션이 돋보였습니다. 국내에서도 출시 전후에 이런 프로모션을 기대해봐도 될까요?
 
한국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신선한 기획을 선보일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겠습니다.


Q. 최근 넥슨에서 코노스바 모바일 국내 출시를 앞두고 한국어 더빙을 하면서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블루 아카이브에서도 한국어 더빙을 추가할 계획이 있나 궁금합니다.
 
서비스 품질과 일관성을 유지하고자 게임 내 텍스트는 일본어 음성만 지원하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대하신 분들께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Q. 일본이 먼저 출시하고 우리나라가 이후에 출시하면서 자연히 이벤트와 업데이트 텀이 생길 텐데, 국내 출시 후에 이 간극을 어느 정도로 유지하려고 계획하고 계신가요?
 
출시 후 조금씩이라도 간극을 좁혀갈 생각입니다.
 

Q. 일본판에서는 아로나가 일본어로 써있는 유저 이름을 상호작용 때 불러주곤 하는데, 그런 기능을 우리나라 버전에서도 지원할 예정인가요?
 
해당 부분의 구현은 조금 수정해야겠지만, 아로나가 호칭을 불러주는 기능은 살리려고 합니다.
 
▲ 유저 아이디를 직접 불러주는 이 기능은 살리고자 한다고


Q. 블루 아카이브가 국내에서 어느 정도의 성과를 올릴 것이라 기대하시나요?
 
10년 이상 오래 서비스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블루 아카이브’의 매력을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청춘, 이라고 하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블루 아카이브 출시를 기다리고 있는 유저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개발 스탭들도 한국 서비스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만족하실 수 있는 상태로 오픈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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