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갈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 아케인 공동 제작자

인터뷰 | 박범 기자 | 댓글: 59개 |



라이엇 게임즈가 큰 거 한 방 터뜨렸습니다. 오랫동안 공을 들여 제작하고 홍보했던 애니메이션 시리즈, 리그 오브 레전드 세계관을 기반으로 한 첫 장편 콘텐츠인 '아케인(ARCANE)'을 공개한 것이죠.라이엇 게임즈는 아케인을 위해 글로벌 OTT 서비스인 넷플릭스와 손을 잡았습니다.

라이엇 게임즈는 그동안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공개한 바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 중에 하나는 징크스의 출시 테마였던 'Get Jinxed'인데요. 당시 프랑스의 유명 3D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인 포티셰와의 협업으로 좋은 반응을 얻었죠. 이번에 공개된 아케인 역시 포티셰와 라이엇 게임즈의 합작품입니다.

지난 10월 28일, 이번 아케인 제작에 공을 들였던 라이엇 게임즈의 알렉스 이와 크리스티안 링케가 한국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두 공동 제작자는 10년 넘게 라이엇 게임즈에서 근무하면서 음악을 비롯해 각종 시네마틱과 챔피언 관련 업무에 투입된 베테랑입니다.

이 둘은 아케인을 통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의미있는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고 밝혔습니다. 바로 갈등이 관한 것이었죠.



▲ 공동 제작자 크리스티안 링케


Q. 아케인의 작화 스타일이 기존 리그 오브 레전드나 레전드 오브 룬테라와 비슷합니다. 일반적인 애니메이션의 작화와는 다소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의도적으로 그렇게 표현한 것인지 궁금합니다.

크리스티안 링케(이하 크리스티안): 맞습니다. 과거 저희가 공개했던 뮤직비디오 등을 보셔도 비슷한 느낌을 받으실 수 있었을 겁니다. 저희가 포티셰와 함께 하면서 비슷한 작화 스타일로 작업을 해왔는데 이번 아케인 같은 경우에는 큰 상영관의 시네마 요소도 살렸지만, 기존 라이엇 게임즈의 스타일을 살리는 것에도 중점을 뒀습니다.


Q. 바이와 징크스를 주인공으로, 또 필트오버와 자운을 주요 무대로 설정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알렉스 이(이하 알렉스): 저와 크리스티안 모두 두 챔피언을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실제로 저희는 바이와 징크스의 챔피언 출시 작업에 참여하기도 했죠.

클라이언트 로그인 화면에 쓰였던 바이 테마곡은 저희가 최초로 가사가 있는 음악을 삽입한 케이스였습니다. 당시 저희 스스로 큰 발전을 이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Get Jinxed'라는 뮤직비디오도 저희와 포티셰의 합작품으로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덧붙여서 필트오버와 자운이라는 두 지역이 시각적으로 신선한 느낌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두 지역에 기반한 애니메이션을 제작하게 되었습니다.

어떠한 기점을 마련하고자 자운을 선택했습니다. 다른 세계와의 연결을 위한 시작점으로 자운이 적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법공학이 룬테라 대륙에서 탄생하게 된 배경을 보여주면 그것만으로도 괜찮은 시작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를 통해 도시 간 힘의 균형이 움직이게 되었다는 걸 알리고 싶기도 했고요.


Q. 리그 오브 레전드 내 지역 관련 대규모 업데이트가 종종 있었습니다. 슈리마와 대몰락이 대표적이었는데요. 이러한 지역들의 이야기 역시 추후 아케인처럼 장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될 수 있을까요?

크리스티안 : 궁극적으로는 그러길 바랍니다. 다만, 지금은 아케인을 공개한 시점이기 때문에 아케인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을 먼저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애니메이션 제작이) 맞는 방향인 지 확인을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만약, 팬들이 좋은 반응을 보인다, 특히 한국 팬들에게 호평을 받는다면 앞으로도 더 많은 이야기를 아케인과 비슷한 형태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요?

아시다시피 저희 IP에는 수많은 챔피언이 있고 이들이 속한 수많은 지역이 있죠. 아케인에 대한 반응이 긍정적이라면 앞으로도 이러한 이야기를 풀어내려고 합니다.



▲ 대몰락과 같은 대규모 지역 업데이트는 유저들의 호평을 받은 바 있다.


Q. 아케인에만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이 있습니다. 이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의 챔피언으로 출시될 가능성이 있을까요? 만약 그렇게 된다면, 어떤 인물이 챔피언으로 출시되면 매력적일까요?

알렉스 : 저희가 아케인을 제작할 때 많이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기존 챔피언들을 최대한 많이 아케인에 등장시키려고 했죠. 동시에 아케인 내 세계를 좀 더 생동감 넘치게 연출하려다 보니 챔피언이 아닌 인물들도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희는 챔피언과 비 챔피언의 관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 또 그걸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저희와 함께 해주신 뛰어난 성우들과 콘셉트 아티스트들 덕분에 비 챔피언들의 캐릭터도 잘 살아났다고 생각합니다.

비 챔피언들을 창조해낼 때 저희가 게임 디자인 팀에게 '이 인물들을 무조건 챔피언으로 출시해달라'고 강요하는 느낌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기회는 주고 싶었습니다. 만약, 아케인에 등장하는 비 챔피언들이 마음에 든다면 챔피언으로 출시할 수도 있겠죠.

이들 중에 한 명이 챔피언으로 출시된다면, 개인적으로는 멜이라는 인물이 매력적일 것 같습니다. 캐릭터의 외관 디자인이 상당히 뛰어나게 구현되었기 때문입니다.




다만, 아케인에서 인물을 창조하는 것과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을 디자인하는 것에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챔피언을 만들 땐 이 챔피언이 어떤 방식으로 싸울 것인지, 또 힘의 원천은 무엇인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죠. 아케인 같은 경우에는 처음부터 싸움이라는 요소를 반영하진 않았습니다. 이들 중에는 싸우지 않는 캐릭터들도 많고, 싸운다고 해도 힘의 원천이 무기나 주먹 등에 있지 않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러한 차이가 있다는 것도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필트오버와 자운은 그동안 지역 스토리 관련 업데이트가 거의 없었다고 해도 무방했던 지역입니다. 아케인을 통해 두 지역의 대규모 스토리 업데이트가 되었다고 봐도 좋을까요? 아케인의 스토리가 등장 챔피언들의 스토리에 반영될지도 궁금합니다.

크리스티안 : 두 지역의 스토리는 회사 차원에서 업데이트를 지연시켰습니다. 아케인을 제작 중이었기 때문이죠. 이제 아케인이 공개되었으니 필트오버와 자운의 스토리를 심도있게 발전시키기에 좋은 시기가 도래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케인을 공개하면서 이를 좀 더 큰 스토리로 확장시켜서 애니메이션 뿐만 아니라 게임 전반적으로 스토리를 확장하려고 합니다. 다가올 미래에 다른 게임에서도 변화를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챔피언 스토리는 계속 진화해왔고 이번에도 변화가 있을 겁니다. 다만, 얼만큼 변화가 있을 것인지에 대해서는 당장 말씀드리기 어렵습니다. 아케인 만큼 규모가 큰 애니메이션을 공개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입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던 것처럼 팬들의 반응을 지켜본 뒤에 논의해볼 예정입니다.


Q. 아케인의 제작 동기가 궁금합니다. 직접 본 느낌상, 게임 홍보물이라는 느낌보단 마블처럼 영상물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어벤저스와 같은 팀워크 콘텐츠도 염두에 두신 것 같은데요. 아케인을 향후 영상물 프랜차이즈로 확대하고자 하시는지요?

알렉스 : 아케인을 제작할 때 마블에서 큰 영감을 얻었습니다. 하지만 목표가 정확히 일치한다고 보기엔 어렵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 IP라는 것은 살아있는 세계관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지역과 챔피언이 있는데 이들의 출신 지역 중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마블 같은 경우는 영화만 본다고 하면, 챔피언(인물)에 집중이 되어있는 것 같습니다. 챔피언을 중심으로 세계가 계속 변화하죠. 그리고 결말이 있습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관은 동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힘에도 계속 변화가 생기고요. 저희는 아케인을 제작하면서 최종적인 결말, 즉 피날레를 장식하려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가 새로운 스토리를 추가할 수 없고 스토리가 정적으로 바뀌죠.

저희가 아케인을 통해 구현하고 싶었던 건 모든 플레이어에게 의견을 공유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는 것이었습니다. 게임을 하시는 분들도 아케인을 보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계실텐데요. 모든 분들이 한데 모여서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드리고 싶었습니다.



▲ 공동제작자 알렉스 이


Q. 아케인 제작에는 몇 년이 걸렸고, 세계관이 결정될 때까지 내부적으로 어떤 논의가 이어졌나요?

크리스티안 : 가장 초창기부터 따지면 완성하는데 6년의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케인 제작을 시작할 때 태어난 분들은 슬슬 학교에 가실 나이가 되셨겠네요. 그동안 엄청난 경험을 했습니다. 초반에는 구체적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구현할 것인지, 성공은 할 수 있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정말 야심차고 조금은 당돌한 계획이었죠. 여러가지 파일럿 프로덕션을 해보면서 규모를 키워야겠다는 결정을 하게 되었는데 저희 CEO가 그 결정에 힘을 많이 실어줬습니다.

알렉스 : 어린 징크스인 파우더의 목소리를 녹음하는 작업을 아케인 제작 초기에 진행했습니다. 당시 어린 성우가 활약해줬는데요. 아케인이 공개되기 직전에 한 가지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파우더 역의 성우가 운전 면허를 취득했다고 하더라고요(웃음). 6년이란 시간을 체감할 수 있었던 에피소드였습니다.


Q. 리그 오브 레전드와 챔피언 스토리를 잘 알고 있어 아케인에 더 잘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시청자들도 있을텐데 그들이 아케인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알렉스 : 초창기부터 저희의 바람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분들 뿐만 아니라 즐기지 않는 사람들도 아케인을 좋아했으면 하는 것이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있지만, 즐기지 않으시는 분들도 상당히 많습니다. 그럼 그 분들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저를 봤을 때 '도대체 그게 무슨 게임이냐'고 물어볼 수도 있겠죠. 그럴 때 아케인이라는 작품을 통해서 '난 이런 게임을 해'라고 대답하고 이를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는 분들과 그렇지 않은 분들을 동시에 매료시킨다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왜냐하면 게임을 이미 많이 해보신 분들은 챔피언이나 스토리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계십니다. 아케인에서 특정 챔피언이 왜 저런 말을 하고 왜 저런 행동을 하는지 파악하기 용이하죠.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에겐 생소할 수 있는 부분이고요. 그래서 저희도 아케인을 제작하면서 늘 이에 대해 자문했습니다.

이에 저희는 리그 오브 레전드 IP에 대해 잘 모르시는 외부 인사들을 아케인 제작에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그 분들과의 협업을 통해 밸런스를 잡는데 노력을 기울였고요. 운이 좋게도 그 균형을 잘 잡은 것 같습니다.


Q. 애니메이션 이외의 콘텐츠에도 리그 오브 레전드 IP를 활용할 계획인지요?

크리스티안 : 스토리텔링에 대한 질문이시죠? 당연히 저희는 더 다양한 스토리텔링 방식에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실제 액션으로 구현하는 건 아직 먼 꿈이라고 생각합니다. 미래에는 충분히 도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아케인을 관통하는 주제는 뭔가요?

크리스티안 : 특정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보다 우리 모두에게 어떤 질문을 던지는 것이 좋을지에 대해 집중해서 애니메이션을 제작했습니다.

필트오버와 자운이라는 지역을 보면,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세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모든 사회가 두 지역처럼 대립 구도를 가집니다. 양극화는 거의 모든 세계에서 진행되고 있죠. 우리 모두 상대방의 관점이나 생각에 대해 잘 알지 못하면 쉽게 그를 미워하고 오해하곤 합니다.

이런 배경을 토대로 우리가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할 것인지를 고민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 나와 다른 신념을 가졌을 때 둘 사이에 어떠한 변화가 발생하고 어떤 결과가 따라올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습니다. 이러한 것들이 실제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와 연관이 있고 현실성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Q. 극장판 계획도 있으신가요? 이미 다양한 게임의 극장판 콘텐츠들이 실패한 이력이 꽤 있는데 라이엇 게임즈는 자신있는지요?

크리스티안 : 자신있느냐에 대해서는 없다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아케인을 TV쇼로 제작할지 극장판으로 할 것인지를 결정할 때 방식부터 정하진 않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가장 좋은 스토리텔링이 나올 것인가를 고민했고 그 결과 TV쇼로 정하게 되었죠. 에피소드 방식으로 가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결론도 나왔고요.

앞으로 저희가 더 많은 스토리텔링을 추구하고 발전해나간다면 충분히 극장판 버전의 콘텐츠들도 제작할 수 있겠죠. 아케인을 즐기실 때 한 번쯤은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저희가 영화관에서 한 번 봤는데 정말 볼 만 했습니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건 콘텐츠의 형태보단 스토리 자체라고 봅니다. 제가 한 가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건 라이엇 게임즈에 훌륭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보유하신 분들이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이러한 분야에 대해서는 배워나가는 단계인 만큼 아케인이 공개되면 피드백부터 들을 차례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국 팬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크리스티안 : 저희에게 한국은 정말 중요한 지역이고 한국 팬들도 소중합니다. 한국이 게임의 메카라는 사실에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년 한국에서 얼마나 많은 분들이 리그 오브 레전드를 즐기고 있는지 체크합니다. 왜냐하면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은 전세계에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죠.

아케인을 제작할 때 한국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만드는데 더욱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한국의 전반적인 엔터테인먼트의 수준이 상당히 높기 때문이죠. 다들 아시는 것처럼, 이미 전세계에서 'K-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즐기고 있지 않습니까. 상당히 고품질의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아케인이 어떤 반응을 얻게 될 지 기대됩니다. 물론, 전세계 모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지만, 특히 한국 팬들을 매료시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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