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관리와 소통', 레인보우식스의 뻔한 성공 비결

칼럼 | 정재훈 기자 | 댓글: 29개 |



지금,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성공했다.

꽤 늦은 성공이다. 과거엔 성공은 커녕, 오히려 처참했다. 2015년 12월, 출시 이후 만 명을 넘지 못했던 스팀 평균 동시접속자 수는 수 개월 간 비슷한 수를 유지했고, 이듬해 11월이 되어 출시 1년을 맞이해서야 겨우 15,000명 대를 달성했다. 초대형 게임사인 '유비소프트'와 '레인보우식스'라는 브랜드의 이름값에 비하면 초라한 수치가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느릴지언정 꾸준히 성장했다. 2017년 말 기록된 평균 동시접속자 수가 6만 명. 2018년의 끝에는 8만 명을 기록했고, 2020년 봄에는 10만 명을 넘어섰다. 당시 기록한 최고 동시접속자 수가 19만 8천 명. 그리고,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서비스 기간으로 6년째에 돌입하는 지금, 스팀 최고 동시접속자 수에서 199,830명을 기록하며 기록 경신에 성공했다. 집계되지 않는 플랫폼을 포함하면 훨씬 많은 수다. 대기만성(大器晩成)이 아마 가장 적합한 사자성어일 거다.

출시 후 반년이 넘는 시간 동안,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성적이 처참한 이유는 명확했다. 서비스 초기의 부족한 콘텐츠, 그리고 온라인 상에 넘쳐나는 핵 유저. 이 때만 보자면,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이름만 화려하지 그냥 망한 게임일 뿐이었다. 하지만, 출시 후 9개월이 지나고 스컬 레인 업데이트가 적용되면서 게임은 반등을 시작했다.

배틀아이를 도입하면서 기존의 '페어파이트'와 함께 이원화된 안티 치트 시스템을 구축했고, 실제로 핵 유저의 수가 급감했다. 이후 몇 번 핵 유저가 끓기도 했지만 그때마다 유비소프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분기마다 이뤄지는 업데이트도 빠지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인 5년차, 셰도우 레거시 업데이트부터 추가 요원의 수가 둘에서 하나로 줄기는 했지만, 그 이전까진 매 업데이트마다 2명의 요원과 하나의 맵(혹은 리워크)이 꾸준히 이뤄졌다.



▲ 지금도 핵 유저는 꽤 있지만, 다른 게임에 비하면 매우 클린한 편이다.

그렇게,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이전의 단점을 상당 부분 해결했다. 여전히 핵 유저들은 존재하지만 빠른 속도로 실시간 검거를 이뤄내고 있으며, 초기 20명 뿐이었던 요원의 수는 이제 60명에 가까워져 콘텐츠 부족도 채워졌다. e스포츠에 대한 지속적 투자로 규모있는 대회를 꾸준히 개최했으며, 서비스 과정에서 낡아버린 콘텐츠는 과감히 쳐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굉장히 흥미로운 변화를 겪었다. 최초, 게임의 컨셉은 비교적 현실적이면서 택티컬한 CQB 슈터였으며, 요원 소속에 걸맞는 장비와 방어구, 현실적인 가젯 등 한동안 이와 같은 컨셉의 고수는 이어졌다. 하지만, 업데이트가 반복되면서 현실성만을 강조하기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서였는지, 오늘날에 이르러선 이와 같은 자체 제한을 많이 풀어버렸다.

모든 이들이 이같은 변화를 환영하진 않았다. 점점 산으로 가는 요원 배경과 고증에 맞지 않는 총기 선정 등은 지금도 논란의 중심이 되고 있다. 하지만, 욕 먹을 각오를 하고 추가한 이런 요소들은 결과적으로 게임을 더욱 재미있게 만들어 플레이어 저변의 확대에 적지 않은 영향을 주었고, 오늘날 수많은 게이머가 가볍게나마 레인보우식스: 시즈를 플레이하게 유도했다.



▲ 추가 요원들의 설정 등은 늘 논란의 소재지만, 게임의 재미는 분명 늘었다.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독특한 게임성도 분명 성공에 한 몫을 했다. 이전까지 대규모 전투가 아닌, 좁으면서도 복잡한 실내를 배경으로 하는 CQB(Close Quarters Battle)에 집중한 슈팅 게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 말은 곧 대체제가 없다는 뜻이며, 캐릭터 베이스라는 대세적 디자인과 맞물려 성공에 큰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게이머들 또한 이젠 알고 있다. 독특한 컨셉과 캐릭터는 어디까지나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뿐, 실패한다면 그저 시대를 앞선 게임으로 남을 뿐이다.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성공 비결은 '꾸준한 관리' 하나로 정리된다. 특별한 건 없다. 뻔해도 너무 뻔하다. 꾸준한 관리, 피드백의 적극적 수용, 주기적인 버그 수정과 지속적 업데이트. 이 당연한 것이 결코 쉽지 않다. 게임 관련 컨퍼런스의 운영 강연에서는 늘 충실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말한다. 그리고 신작 게임의 발표회에 등장한 PD는 언제나 마이크를 향해 꾸준한 업데이트와 관리를 약속한다. 이게 당연한 일이었으면, 아무도 특별히 말하지 않았을 거다. 어려우니 계속해서 강조되는 것이다.

이 중에서도 단연 중요한건 '유저 피드백의 수용'이다.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지금까지 5년 간 이어진 업데이트에서 꾸준히 게임을 개선했다. UI의 변화, 매치메이킹의 개선, 불균형한 맵의 리워크 등 간혹 좋지 못한 업데이트도 드문드문 존재하긴 했으나 어쨌거나 게임을 보다 편하고 세련된 게임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쉬지 않고 이어졌다. 이렇게 수정된 대부분의 문제들은 게이머 피드백에 의한 것이었다.



▲ 레인보우식스: 시즈 공식 포럼. 유비소프트가 답변을 남긴 글은 아이콘이 붙는다.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야 어느 게임이든 당연히 깔고 들어가는 사후 서비스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 '최초의 노력'은 과거의 전성기로 남게 되는 일이 허다하다. 어쩔수 없는 일이다. 서비스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개발 및 서비스 인원 또한 변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게이머보다 게임을 더 모르는 개발자가 게임을 보수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일이 일어난다. 설령 그 정도가 아니라 해도, 게이머와 개발진의 초점이 어긋나면 결국 업데이트 사항의 공감대도 옅어지기 마련이다.

레인보우식스: 시즈가 완벽한 게임이라 말할 수는 없다. 여전히 해결하지 못한 문제들이 산적해 있으며 지금의 업데이트 방향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결국 업데이트의 방향은 선택의 문제다. 게이머들의 의견은 다양하며, 개발사는 늘 이들 중 어떤 이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일지 선택해야 한다. 지금의 업데이트도 그렇다. 모든 이들을 만족시키진 못했으나, 레인보우식스: 시즈는 서비스 6년차인 지금 최고 동시접속자 수를 경신해내며 영 틀린 선택은 아니었다는 걸 증명했다.

결국, 성실함과 꾸준함, 소통의 문제다. 업데이트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다소 의견이 갈릴지언정, 유비소프트는 언제나 게이머의 말을 듣고 오류를 수정했으며, 게임 서비스의 텐션이 떨어지고 동시접속자 수가 처참히 떨어지던 상황에서도 업데이트를 놓지 않았다.

유비소프트의 또다른 게임인 '포 아너'도 비슷한 사례다. 부족한 콘텐츠와 애매한 게임성 등 '포 아너'는 서비스 이후 시간이 꽤 흐른 지금도 영 빛을 보지 못하고 있지만, 지금까지도 새로운 캐릭터와 신규 모드가 업데이트되고, 게임이 조금씩 수정되고 있다. 언제가 될지도 모르고 어쩌면 영영 오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포 아너'는 볕들날을 꾸준히 준비하고 있다.



▲ 잘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꾸준히 업데이트중인 '포 아너'

준비된 이들만이 기회를 잡는다고 했던가. 꽤 오랫동안 빛을 보지 못했던 아이돌 걸그룹 '브레이브걸스'의 역주행은 장안의 화제가 되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이들이 빛을 보지 못했던 시기에 꾸준히 노력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영광은 없었을 거다. 게임이라고 다를까. 레인보우식스: 시즈의 느리지만 끝없는 성장도, 갈 곳 잃은 게이머들이 정착한 '로스트아크'도,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시기에도 꾸준히 게임을 가꿔 왔기에 지금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

딱히 어떤 게임을 향해 하는 말은 아니다. 대다수 게임의 수명이 몇 년을 채우지 못하고, 게이머와의 소통이 트럭과 사과문의 연쇄로 변한 지금, 어느 한 게임을 특정하긴 애매한 상황이니까. 하지만, 한 번쯤은 되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지금의 업데이트가 게이머의 니즈에 대한 진지한 고민의 결과인지, 그리고 유비소프트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수십년을 쌓아온 운영 노하우가 이미 철 지난 고집에 불과한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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