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진짜 게임플레이로 완전체 그린 'Xbox' 쇼케이스

칼럼 | 강승진 기자 | 댓글: 10개 |
시간을 딱 1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구독 서비스와 클라우드 생태계 확장이라는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나가는 듯한 Xbox였고 E3 2021 쇼케이스에서도 이를 여지 없이 드러냈다. 다만, 언제 출시 될지조차 알 수 없는 게임들과 그저 프리 랜더링 영상으로 실제 게임 모습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트레일러가 가득했다.

그리고 취소된 E3가 열렸어야 할 시기인 2022년 6월, Xbox가 자체적으로 연 Xbox&베데스다 쇼케이스가 진행됐다. 그리고 단 1년 동안 Xbox는 또 한 번의 변화와 성장을 보였다. 더 대단한 건 그걸 쇼케이스에서 확인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Xbox의 수년간 달라진 행보를 보면 이러한 변화는 눈에 더 크게 밟힌다.




쇼케이스 시기는 좋지 않았다. 서드 파티 게임은 여러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유리하니 다양한 쇼케이스에 작품을 출품한다. 당연히 늦게 시작하는 행사일수록 이미 공개된 게임의 영상을 보여줄 수밖에 없다.

여타 게임 컨퍼런스보다 일찌감치 행사를 연 소니는 스테이트 오브 플레이를 통해 콘솔 독점인 '파이널 판타지16' 외에도 '바이오하자드 RE:4', '칼리스토 프로토콜', '스트리트 파이터6' 등 주목받는 서드 파티 게임 신작을 선보였다. 이후에도 서머 게임 페스트 쇼케이스, 퓨쳐 게임쇼, 게릴라 콜렉티브, 에픽게임즈 쇼케이스 등 여러 쇼케이스가 대형 게임사와 인디 가릴 것 없이 다양한 신작을 공개했다.

여기서 Xbox가 탄탄하게 구축한 엑스박스 게임 스튜디오, 그리고 Xbox 게임 패스로 묶은 서드 파티의 힘이 드러났다.

Xbox는 최고 기대작 '스타필드'와 '디아블로4'를 하나의 쇼케이스에서 함께 선보이는 여유를 보였다. 둘 다 여느 행사라면 충분히 메인을 장식할 타이틀이다. 여기에 아케인 스튜디오의 벰파이어 FPS '레드폴', '오버워치2'의 출시일과 무료 플레이 등을 함께 밝혔다. 알다시피 이들은 Xbox가 게임 업계를 넘어서도 손에 꼽을 수 있을 정도로 큰 거래 금액으로 인수한 베데스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신작들이다.




베데스다의 제니맥스,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가 눈에 띄지만, Xbox는 최근 수년간 몸집을 불렸다. 앞서 Xbox는 인디 게임 부흥과 함께 큰 더블 파인 프로덕션을 비롯해 브라이언 파고의 인엑자일, WRPG 강자 옵시디언, 액션으로 주목받아 헬블레이드로 한 단계 성장한 닌자 시어리, 포르자 호라이즌의 외주 기업이었던 플레이그라운드 등을 인수했다. 모장 인수가 '마인크래프트'를 통한 플랫폼 영역 확대에 목적이 있었다면 이들은 Xbox가 부족했던 퍼스트 파티 게임의 폭을 넓힐 회사들이다.

Xbox의 쇼케이스를 통해 공개된 서드 파티 게임은 게임 패스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점도 눈에 띈다. Xbox는 꾸준히 구독 서비스의 확장을 그렸다. 구독 경제는 단순히 게임을 추가 비용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장점을 넘어 게임을 다운받지 않고도 즐길 수 있는 클라우드 서비스로 이어진다. 마치 넷플릭스를 구독하면 따로 영상을 받지 않아도 '기묘한 이야기'를 볼 수 있듯 말이다. 나아가 Xbox 게임을 모바일, 스마트 TV 등의 영역으로 옮겨내며 플랫폼 영역의 확대 역시 그리고 있다.

적극적인 투자, 사업 우선순위 덕에 출시 당일 게임 패스에 포함되는 다수의 게임이 다른 쇼케이스 대신 Xbox의 쇼케이스를 통해 이번 여름 처음으로 신규 정보를 공개했다.

라이브 서비스가 중심인 라이엇 게임즈와의 협업도 강조할 부분이다. 라이엇 게임즈는 게임 패스 이용자에게 자사 게임 플레이 시 챔피언이나 에이전트 및 카드 언락, XP 부스트 등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물론 PS+나 게임 패스 모두' 워프레임', '월드 오브 탱크', 'MLB 더 쇼' 등 자사 콘솔로 서비스되는 라이브 게임의 추가 혜택을 오래전부터 제공했다. 하지만 이번에 손을 잡은 라이엇 게임즈의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모두 PC와 모바일로 서비스되는 게임들이다. 즉, 게임 패스, 더 나아가 Xbox라는 브랜드가 플랫폼이라는 영역의 한계 없이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




서드 파티와의 긴밀한 협업은 소홀했던 일본 게임사의 신작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그간 많은 일본 개발사들은 Xbox를 제외한 PC, 닌텐도 스위치, 플레이스테이션을 핵심 기종으로 삼았다. 멀티 플랫폼 출시작도 Xbox의 콘솔을 건너뛰는 경우가 허다했다. Xbox 초기 모델을 시작으로 일본 내 보급률은 타 콘솔과 비교해 매우 낮았고 Xbox 역시 일본을 포함한 많은 아시아 국가 시장 공략이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북미 스튜디오와 함께 서구 시장 공략에도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스퀘어 에닉스에 세가의 용과 같이 등이 게임 패스에 입점하며 분위기가 달라졌다. 이번 Xbox&베데스다 쇼케이스에서도 아시아는 물론 서구 시장에서도 인기가 높은 페르소나 시리즈의 3, 4, 5편을 모두 Xbox로 출시하며 게임 패스에 담는다고 밝혔다. 팀 닌자의 '와룡: 폴른 다이너스티'는 동양적인 색채를 강하게 띠는 작품임에도 Xbox를 공개 첫 무대로 잡았다. 게임 패스 데이원은 덤이다.

여기에 소니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던 코지마 프로덕션과는 신규 프로젝트를 함께한다. 반다이 남코는 일찌감치 멀티 플랫폼 서비스를 전개한 곳 중 하나다. 데드 오어 얼라이브 시리즈, '팬저 드래군 오르타' 등 오히려 Xbox에 먼저 일본 개발사의 게임이 출시되던 Xbox360 초기 이후 요원했던 관계. 그게 9세대 콘솔. 나아가 콘솔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 수 있는 게임 패스와 함께 되 붙는 분위기다.

이번 쇼케이스는 '일본 게임은 닌텐도와 소니'라는 공식처럼 따르는 멀티 플랫폼 영역에 Xbox가 포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심었다 할 수 있다.




게임과 함께 '게임을 선보인 방식'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이번 쇼케이스는 이례적으로 게임 플레이를 중점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추가 확장팩으로 출시된 게임 정도를 제외하면 게임 플레이 없는 CG 트레일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이런 행사의 특징은 Xbox의 수장 필 스펜서를 통해서도 언급됐다. 그는 Xbox 펜페스트에서 이번 행사에 대해 '진짜 게임플레이 쇼'라며 CG 트레일러를 넘어 진짜 게임플레이를 보여주고자 했다고 전했다. 더 중요한 부분은 이렇게 행사를 구성한 이유에 있다.

필 스펜서는 이번 행사의 방향성은 앞선 행사의 피드백에 의해 결정됐다고 말했다. 즉, 다양한 신작 공개에도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지 못한 아쉬움이 컸던 기존 쇼케이스에 대한 단점과 그에 대한 목소리. 그 답을 행사로 직접 보여준 셈이다.

유연한 사고과 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쇼케이스 방향 결정은 Xbox를 이끄는 필 스펜서의 장점으로 꼽힌다. 필 스펜서는 경쟁 플랫폼에서의 개방성 이야기한 인물이며 산하 스튜디오를 늘려가는 과정에서는 중앙집권적 운영보다는 개입을 줄이고 투자와 지원으로 스튜디오만의 개발 DNA를 이었다.

여기에 여느 회사보다도 여유로운 자금 운용, 그리고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강조한 MS CEO 사티아 나델라와의 관계도 이런 필 스펜서를 지지하는 요소다. 나델라 CEO는 과거 게이밍 부분의 연이은 부진에 사업 중단 통보를 내린 바 있지만, 이를 반박한 필 스펜서의 설득에 적극적인 투자를 약속한 바 있다. 또한, 사업 확장과 폐쇄적 운영을 경계하는 성향 역시 필 스펜서와 궤를 같이한다.

한편, 행사 방향이 바뀌며 이제 막 기획이 시작된 작품이 아니라 충분히 완성된 게임플레이를 선보일 수 있는 작품들이 쇼케이스 리스트에 올라왔다. 그리고 이날 선보인 다양한 작품들 모두 향후 12개월 내 Xbox나 PC로 만날 수 있는 작품이 됐다. 그렇게 출시 기간을 한정했음에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쇼케이스 라인업을 구축한 셈이다. 앞서 말한 탄탄한 퍼스트 파티, 게임 패스로 관계를 구축한 서드 파티가 있기에 가능했다.




길다면 길었던 2시간이고 향후 1년을 판가름할 신작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짧은 2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엘더스크롤6', '페이블4', 베데스다의 인디아나 존스, '프로젝트: 마라' 등 기대한 신작의 정보를 만나지 못한 아쉬움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이번 쇼케이스가 지금의 Xbox, 그리고 앞으로의 Xbox까지 많은 것을 담아낸 2시간이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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