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주머니 속 게임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2개 |



최근 게임정책에 관한 흥미로운 비유를 들었다. 정부 관계자가 귀띔한 것은 '두 개의 주머니에 든 게임'이었다.

첫 번째 주머니 안 게임은 압정이었다. 무심코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는데, 게임이라는 압정에 찔렸다는 얘기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의 대통령 보고에 게임이 빠진 게 화근이 됐다. 이후 진행된 국회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박보균 장관은 의원들의 게임질문에 시달렸다. 당시 전체회의 때 장관이 비중을 둔 것은 청와대 개방에 대한 설명이었다. 예상외로 게임정책 질문이 쏟아지자 장관이 당황했다는 후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박 장관이 게임공부를 열심히 한다더라"라고 덧붙였다. 장관이 이번 일을 사태로 여기고, 게임정책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고 풀이했다. 시쳇말로 '오히려 좋아'가 됐다.

실제로 문체부가 게임에 소홀한 것이냐는 물음에 취재원은 "그렇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대통령실 보고에 게임이 소홀했던 것은 일종의 사고였고, 이를 두고 정부가 게임정책에 소홀하단 근거로 삼는 것은 억측이라고 봤다. 오히려 주목해야 하는 것은 문체부가 추진하는 주요 한류 5대 상품에 게임이 K-팝, 드라마, 영화, 웹툰과 함께 선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게임이 과거 '4대 중독물질'에서, '5대 한류 상품'으로 거듭난 것은 비약적인 발전이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는 주머니 속 게임 위치다. 주머니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옮기듯, 게임산업 주무부처를 문체부에서 다른 부처로 옮길까 만지작거린다는 것이다. 일각에서 문체부가 게임산업 진흥에 소홀하므로, 차라리 과기부나 산자부로 옮기는 게 나을 거란 논리가 슬금슬금 나온다고 한다. 정부 관계자는 "일부 게임사가 이를 위해 조금씩 '흘리고' 있다"고 전했다.

주무부처 옮기기 겉면은 산업진흥이지만, 속은 소비자 보호 위주의 정책에서 벗어나기 위함이다. 게임산업은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와 게임을 만드는 회사로 나눠볼 수 있다. 문체부 역시 게임산업은 당연히 진흥시켜야 할 대상으로 보지만, 유저 보호에 방점이 찍혀 있다. 일부 게임사는 유저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기에 제조사가 억압받는다고 생각한다. 차라리 과기부나 산자부로 옮겨지면 방점이 제조사 우대에 찍힐 것이란 기대감이 있다.

무엇이 게임산업에 도움이될지 판단하긴 이르다. 다만, 유저 보호 정책 때문에 게임사가 옮겨가길 정말 원한다면, 지금의 문체부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것이니 그대로 있는 게 낫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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