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장그래의 제안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3개 |
드라마 '미생' 한 장면이다. 11편에서 신입사원 장그래가 속한 영업 3팀은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고민한다. 이때 장그래는 요르단 사업을 제안한다. 요르단 사업은 영업 3팀이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은 과거다. 동료였던 박종식 과장 비리 부정으로 종결된 프로젝트여서다. 장그래 제안에 영업 3팀은 얼어붙는다. 그러면서도 오상식 차장은 고민하게 된다. 장그래의 "그 사업에서 비리를 걷어내면 매력적인 아이템 같아서요"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국민의힘 이용 의원은 지난해 11월 23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법률안'를 발의했었다. 이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를 법적으로 보장한다는 측면에서 게임 유저 커뮤니티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법적규제 내용이 포함된 더불어민주당 이상헌 의원 전부개정안과 충돌할 여지가 컸다. 대선 기간 이 비난의 규모는 국민의힘이 무시하지 못할 정도가 되었고, 결국 철회되었다.

이용 의원의 전부개정안은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추진 기억만 남았다. 하지만 이 전부개정안은 되돌아볼 구석도 분명히 있다. 당시 전부개정안 제안이유와 주요내용을 살펴보면 '게임물을 게임으로 변경하고, 게임의 정의를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된 디지털 콘텐츠로 한정하는 한편, 게임을 특정장소형 게임과 디지털 게임으로 분류'한다는 내용이 있다.

발의 당시 이용 의원실 관계자는 "2006년 제정 당시와는 달리 게임 산업과 이용환경이 현격히 변화되었음에도, 현행법은 이러한 변화를 적절히 반영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라며 "특히 게임물이라는 개념 속에 전통적인 아케이드게임물(특정장소형 게임)과 비아케이드게임물(디지털게임)을 구분하지 않아, 불합리하고 과도한 규제체계를 게임 영역 전반에 포괄적으로 적용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라고 설명했었다.

현행법을 들여다보면 '게임물'은 '컴퓨터프로그램 등 정보처리 기술이나 기계장치를 이용한 오락'이라고 되어 있다.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아케이드 게임물'과 '비(非)아케이드 게임물'이 하나로 엮인다. 현행법에서 '아케이드 게임물'을 목표로 설계된 규제가 '비(非)아케이드 게임물'에도 적용된단 문제점이 있다. 게임산업법 제정 당시 설계 결함이다. 예로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결정을 보면 '홀덤', '바둑이'와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이 같은 게임물 개념 안에서 관리됨을 확인할 수 있다. 이용 의원 개정안은 이 같은 비합리적인 현상을 개선하려고 했었다.

좋은 시도였지만, 적어도 21대 국회 중 게임물 개념이 분리되기 어렵게 됐다. 국회 관례를 생각하면 한번 철회된 법안을 재발의하기란 마땅치 않다. 이 전부개정안은 표면에 나타났던 게임물 개념 구분은 좋았지만, 드러나지 않았던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보장이 문제였다. 철회 이후 윤석열 당시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도 확률형 아이템 법적 규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와 배치되는 전부개정안이 다시 발의되기란 어렵다.

장그래 말처럼 문제를 걷어내면 매력적인 법이다. 오상식 차장 결정 같이 철회되었던 전부개정안에 문제를 걷어내 다시 추진할만하다. 특히나 더불어민주당 조승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으로 게임이 문화예술로 인정받게 되었다. 조승래 의원 입법 취지를 생각하면 일반 비디오 게임을 문화예술로 보고 지원하자는 것이지, 아케이드 게임물을 문화예술로 보자는 게 아니다. 문화예술 개념에 게임이 들어가게 된 만큼, 게임산업법에서도 게임 개념을 더 명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게임산업이 성숙해진 만큼, 앞으로 일반 비디오 게임 내에서 문화예술로서 지원해야 할 것과 P2W(pay to win), P2E(play to earn) 등 관리할 것을 구별하기 위해서라도 법적 게임물 개념 구분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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