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매일 펼쳐지는 한일전? 철권7 시즌4, 넷코드 개선이 불러온 새 바람

칼럼 | 박태균 기자 |



한동안 고여 있었던 철권 판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9일 철권7의 시즌4 업데이트가 정식 배포되며 대규모 패치가 진행됐다. 신규 캐릭터 쿠니미츠 추가를 비롯해 모든 캐릭터의 신규 기술 추가 및 밸런스 패치 등이 진행된 가운데, 무심코 지나칠 뻔했던 한 가지 변화가 그 무엇보다 많은 찬사를 받고 있다. 바로 온라인 플레이 환경 개선이다.

철권을 비롯한 모든 격투 게임은 온라인 플레이 시 필연적으로 입력에 지연 시간이 생긴다. 지연의 요인으로는 상대와의 물리적 거리와 인터넷 연결 상태, 사용량 등 다양한 요인이 존재하는데, 서버 호스트의 넷코드(네트워크 동기화 과정)를 통해 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 반다이남코가 철권7 시즌4 개발 과정에서 넷코드 보강에 심혈을 기울인 결과 전보다 원활한 장거리, 국제 온라인 플레이가 가능해졌다.

이에 시즌4 업데이트 이후 국내 철권 유저들과 일본 철권 유저들의 온라인 매치가 성행 중이다. 당연히 양국의 철권 프로게이머들도 예외는 아니며, 철권 월드 투어(TWT) 등의 대규모 국제전이 아니면 쉽게 볼 수 없었던 흥미진진한 매치업이 매일같이 쏟아지고 있다. 개중에는 X연승 친선전 혹은 데스 매치(한쪽이 승단 혹은 강등될 때까지 대전하는 것) 형식의 장기전 대결도 있어 더욱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철권계 리빙 레전드 '무릎' 배재민과 2019 TWT 챔피언이자 노력의 아이콘인 '치쿠린' 타케 유타는 이미 약 100회에 달하는 대전을 진행했다. 각국의 로우를 대표하는 '게임하는망자'-'더블'은 40경기에 이르는 데스 매치를 펼치고 원점에서 헤어졌다. '로하이'-'울산'은 '치쿠린'은 물론 '노비' 나카야마 다이치와도 혈전을 펼치며 철권 유저들의 흥미를 끌었다. 일본의 떠오르는 신예 '겐' 쿠미사카 겐키도 한국 서버에서 테켄 갓 오메가를 달성하는 등 다수의 일본 선수들이 원정 경기를 즐기고 있다.



▲ '치쿠린'과 대전 중인 '무릎'(출처 : '무릎' 아프리카TV 방송)

프로게이머들의 의견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이다. 최근 적극적으로 한일전에 임하고 있는 '무릎'은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전을 치르기 거라고 생각했는데, 일본 선수들과는 원만한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재밌어졌다"라는 소감을 밝힌 후 "팬분들이 한일전에 특별한 기대를 거는 만큼 최대한 많이 승리하겠다"는 각오를 드러냈다.

'로하이' 윤선웅은 "온라인으로 일본 유명 프로게이머들과 대결할 수 있게 되어 매우 좋다"고 이야기하며 "최근 철권을 플레이하는 게 굉장히 재밌고, 팬분들에게도 한일전이 신선하게 다가가는 듯하다"라고 덧붙였다. "한-일 매칭이 잡힌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새롭다"라고 밝힌 '울산' 임수훈은 "한일전은 새로운 맘으로 철권을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라는 입장을 전했다.

하지만 철권7 한일전의 상시 진행이 마냥 밝은 측면만 있는 건 아니다. 네트워크 환경이 극적으로 개선됐다 하더라도 국제 온라인 플레이 상황에서는 오프라인이나 국내 온라인 플레이급의 퍼포먼스는 절대 낼 수 없다. 이는 1프레임 단위의 대결을 펼치는 철권 프로게이머들에게는 특히나 치명적이며, 미세한 차이로 인해 본인의 기량을 100% 발휘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한다. '로하이'는 이에 대해 "일본 유저마다 인터넷 환경 차이가 크기 때문에 매번 같은 조건에서 대결하기 어렵다"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문제는 일본 선수들과 대결하는 국내 철권 프로게이머들을 향한 악의적인 반응이 늘어났다는 점이다. 한일전으로 인해 철권7 프로게이머들의 실시간 개인 방송 시청자가 부쩍 많아졌는데, 개중 일부 시청자가 실력이나 경기 결과에 대한 어그로성 발언을 쏟아내며 방송 당사자는 물론 다른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철권7 e스포츠가 급격히 축소된 상황에서 시즌4의 넷코드 보강은 혁신적인 변화이자 업데이트 성공 사례로 남을 것이다. 앞으로 온라인 플레이 환경이 더욱 좋아진다면 궁극적으로는 온라인 국제 대회나 이벤트전까지 기대해볼 수 있겠다. 그 상황에선 프로게이머와 팬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국제전을 위해 주최 측의 철저한 관리와 성숙한 팬 문화가 동반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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