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게임 유니버스, 또 다른 경쟁과 즐거움

칼럼 | 서동용 기자 | 댓글: 2개 |




리그 오브 레전드 장편 애니메이션 '아케인'이 11월 7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6년이라는 긴 제작 기간을 가졌고, 지금까지 짤막한 애니메이션을 훌륭하게 만든 적 있기 때문에 라이엇이 어떤 스토리텔링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지금까지 리그 오브 레전드의 스토리텔링은 별로였다. 별로라는 표현보다 조금 더 나빴다. 최초의 스토리텔링은 '정의의 저널'이 담당했다. 신문 기사 방식으로 챔피언들의 스토리를 조금씩 풀어냈는데, 그냥 큰 줄기 없이 챔피언들의 소소한 잡기(雜記) 정도를 볼 수 있었다. 모르가나가 제빵사를 하고 있다든가, 신지드와 블리츠크랭크가 다퉜다든가 정도의 이야기가 기억난다.

정의의 저널은 금방 없어졌다. 나머지 스토리텔링은 챔피언이 출시할 때 짤막한 단편 소설 같은 느낌으로 풀어냈다. 이런 방식도 나쁘진 않았지만, 스토리의 일관성이 없었다. 챔피언과 세계의 설정이 막 변했다. 저주받은 쓰레기장 트롤에서 얼음 트롤 왕이 되기도 했고, 한 챔피언은 다른 챔피언과 결혼했다가 아무런 관계가 아니라고 했다가, 이제는 결혼한 사이라고 말하는 등 스토리 작가가 계속 바뀌는 것처럼 혼란스러웠다.

최근 라이엇은 유니버스에 진심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의 세계를 담은 유니버스 사이트를 만들고 여러가지 이야기를 채우고 있다. 아케인은 리그 오브 레전드 유니버스의 중심축이 될 것이다.



▲ '유니버스'로 캐릭터성이 생긴 '용기사'(도타1-도타2-용의 피)

라이엇의 리그 오브 레전드와 마찬가지로 밸브의 도타2 역시 그들의 유니버스를 만들기 시작했다.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용의 피'는 진짜 아무것도 없던 도타 스토리의 시작이다. 용의 피는 2021년 3월 25일에 출시했고, 최근 시즌2 제작이 결정됐다. e스포츠를 양분하는 거대한 두 게임이 거의 동시에 유니버스의 시작을 알렸다. 아마 아주 효과적일 것이다. 사람들은 백 개가 넘는 챔피언의 이름을 이미 달달 외우고 있다. 그 영웅들이 어떻게 싸우는지 잘 알고 있다. 티모가 나오기만 해도 사람들은 웃을 것이고, 야스오가 싸울 때 언제 회오리바람을 날릴지 기대할 것이다. 평면적이던 캐릭터들은 입체적으로 변했다. 동료와 적만 있었던 캐릭터들간의 관계도 서로 얽히며 복잡해졌다. '설정 덕후'가 아니라도 캐릭터들에 더 몰입하고 사랑할 수 있게 됐다.

라이엇과 밸브의 공통된 선택은 스토리를 덧붙이는 방식을 택했다는 것이다. 이런 경쟁 게임에서 스토리는 이렇게 푸는 게 좋아 보이기도 한다. 처음부터 마족과 천사가 1,000년 동안 싸웠니 어쨌니 하는 것 보다, 매력적인 캐릭터와 스토리 파편들만 던져두고 나중에 게임이 크게 성공했을 때 저명한 작가나 야심 찬 스토리텔러를 고용해 재조립하는 방식 말이다.

최근 배틀그라운드의 개발자 크래프톤도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을 여러 편 제작한 아디 샨카를 영입해 '펍지 유니버스'의 시작을 선언했다. 이제 대부분의 매머드 온라인 게임들은 모두 자기들의 유니버스를 내세우며 또 다른 경쟁을 시작하게 됐다.

게임의 유니버스화는 앞으로 다양한 콘텐츠 잠재력을 가진다. 도타2의 신규 영웅은 애니메이션 용의 피에서 등장한 오리지널 캐릭터 마르시이다. 뛰어난 성능과 매력으로 큰 호평을 받는 중이다. 리그 오브 레전드 '아케인'에서도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한다. 이런 캐릭터들이 게임에 등장하고, 게임과 유니버스의 상호작용을 보는 것도 퍽 즐거울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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