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로열 로더스, 재미만 있으면 됨

칼럼 | 서동용 기자 | 댓글: 82개 |



2022 로열 로더스가 끝났다. 로열 로더스의 초대 대회가 2020년 1월이었으니까, 2년 만의 로열 로더스였다. 총상금은 7,000만 원에서 1억으로 늘었다. 새로운 룰도 생겼다. 오랜만의 대회였다. 오랜만이라는 단어는 꽤 유혹적이다. PVP를 잘 하지 않던 사람들도 그 단어가 주는 기대감에 한 번쯤은 찾아볼 정도로 괜찮은 효과가 있다. 실제로 2022년 로열 로더스의 첫 경기였던 16강 그룹A 경기는 유튜브 누적 시청만 18만 회 이상이었고, 유명 스트리머들까지 대회를 시청자들과 같이 보는 콘텐츠를 제공했다. 2022 로열 로더스는 첫 로열 로더스보다 훨씬 더 성공적인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였다.

근데 지속력이 없었다. 결승전은 개막전보다 시청자 수가 적었다. PVP 경쟁전을 평소에 즐기는 사람들에겐 로열 로더스는 좋은 행사였겠지만, 로스트아크를 플레이하거나 로스트아크를 하지 않는 사람들은 PVP를 평소에 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의 흥미를 계속 잡아채지 못했다. 아귀힘이 부족해 옷깃을 놔줘야 했다.

게임의 서브 콘텐츠를 활용한 행사라고 해서, 그 행사까지 서브라는 느낌을 줘서는 안 된다. 많은 MMORPG에서 PVP 콘텐츠를 활용한 e스포츠를 많이 진행한다. 그런 e스포츠들이 하는 흔한 실수가 게임에서 비주류들이 하는 콘텐츠이기 때문에 e스포츠도 비주류 같은 느낌을 주는 경우가 있다. 약간 우리 게임의 부끄러운 부분을 조심스렇게 내놓는 모양새. 로열 로더스가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전면에 내세우며 우리 콘텐츠의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고 말하지는 않았다.

항상 사용자들이 첫 번째로 얘기하는 불균형한 캐릭터간 밸런스가 그런 전면전을 방해하는 요소다. 회피할 수 없는 지적이다. 로스트 아크는 런칭부터 PVP 콘텐츠가 있었지만, 당시에도 캐릭터 간의 불균형은 존재했다. 현재 경쟁전 3:3 밸런스는 아주 기형적인 구조에 기인하는데, 그 기조에는 대미지 감소 스킬이 있다. 대미지 감소 스킬이 있는 캐릭터가 있느냐가 조합의 완성도를 결정한다. 조합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필수일 정도. 로열 로더스 우승자이자 MVP인 '육홍'은 대미지 감소 스킬 너프가 필요하다고 직접적으로 언급했다.

수비적인 스킬 위주로 돌아가는 메타는 보는 재미가 없다. 스킬 재사용 대기시간을 생각하고, 공-수간의 밸런스를 조절하는 고급 플레이가 존재한다고 해도, 대부분 시청자는 알지 못한다. 알 필요도 없고. 그저 잘 죽지 않는 여섯 캐릭터가 뒤엉킬 뿐이다. 킬도 많이 나오지 않는다. 비슷한 킬 스코어가 만들어지면 서로 마지막 각성기 교환을 기다린다. 거기서 적당한 각성기를 잘 맞추는 팀이 이기는 경기가 한둘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는 개인당 3가지 캐릭터를 가지고 올 수 있게 됐다. 더 많은 조합 구성과 밸런스적인 문제들을 회피할 수 있는 장치였지만, 결국 대미지 감소 메타를 극복하지 못했다.




절대적으로 대다수의 PVE 유저들을 유인할만한 것들이 부족하다. 화면은 크게 잡아주는데, 캐릭터는 작아서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옵저버가 결정적인 상황을 잡아주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기상기와 각성기 상황은 경기 화면 상단에 아주 조그맣게 표시되어 있어 잘 보이지도 않는다. 화면의 하단은 거의 움직이지 않는 선수들의 얼굴 캠이 고정되어 있다. 화면의 낭비가 너무나도 많다. 한타가 벌어지면 옵저버는 그들을 화면 가운데로 잡는다. 좌, 우는 아무 캐릭터도 없다. 하단의 절반은 버려지고 있으니, 사실상 가운데 1/3의 화면만 쓰고 있는 셈이다.

보는 맛이 있어야 한다. 얼마나 정교한지는 사실 상관없다. 격투 게임을 수 십 년간 개발한 캡콤이나 반다이 남코가 내놓는 격투 게임도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그 어떤 PVP 게임도 밸런스를 정확하게 맞출 수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로 다가가야 한다. 개인전-대장전 도입은 좋은 아이디어라고 본다. 당연히 대장전 PVP 밸런스도 맞지 않겠지만, 익숙한 1:1 형태고 3:3보다 접근하기 쉽다. 모든 캐릭터를 제공하고 매치당 3개의 캐릭터를 선택해 사용하게 하는 방법은 대부분 사람이 알고 있는 한 격투 게임의 방법이라 친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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