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6인 로스터 제도에 던지는 의문

칼럼 | 신연재 기자 | 댓글: 36개 |



반드시 6인 로스터를 꾸려야 할 필요가 있을까.

한때 LCK에 10인 로스터가 유행을 했던 시기가 있다. 모든 팀이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LCK를 대표하는 팀 중 하나인 T1을 비롯해 꽤 많은 팀이 10인 로스터를 꾸렸다. 주전 경쟁을 통해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할 수 있고, 주전의 경기력이 일시적으로 떨어졌을 때 즉각적으로 대체할 선수가 있다는 점과 내부 스크림이 용이해 연습량을 늘릴 수 있다는 건은 충분히 매력적인 장점이었다.

10인 로스터로 처음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건 광동 프릭스(당시 아프리카 프릭스)다. 이전에도 10인 로스터를 활용한 팀이 있긴 했으나,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다. 반면, 아프리카 프릭스는 10인 로스터를 꾸린 2018 시즌, 창단 첫 LCK 결승 및 롤드컵 진출이라는 유의미한 성적표를 받았다.

*2018 시즌 아프리카 프릭스 로스터

탑 : '기인' 김기인, '서밋' 박우태
정글 : '스피릿' 이다윤, '모글리' 이재하
미드 : '쿠로' 이서행, '루비' 이솔민
원딜 : '크레이머' 하종훈, '에이밍' 김하람
서폿 : '투신' 박종익, '젤리' 손호경

이후 대규모 로스터는 유행처럼 번져갔다. 10인 로스터를 완성하는 팀도 있었고, 10인까지는 아니어도 8~9인으로 로스터를 꾸리는 팀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모든 일에는 명암이 존재하는 법. 지나친 주전 경쟁에 따른 선수 사기 저하, 팀의 조직력 약화, 내부 스크림으로 인한 고정관념 등 여러 단점이 서서히 드러났고, 10인 로스터의 인기는 점점 식어갔다.

2021년부터는 대부분의 팀이 로스터를 축소한 가운데, 유일하게 10인을 유지한 건 T1이었다. 하지만, '돌림판'이라는 최악의 평판과 함께 1년 만에 로스터를 대거 감축하면서 10인 로스터 체제는 완전히 막을 내리게 됐다.

이처럼 팀 운영 방식도 인게임과 마찬가지로 '메타'를 타고, 성적이 좋은 팀이 그것을 선도한다. 지금 메타는 '고정 주전'이다. 확고한 주전 5인을 구축해 팀의 방향성을 단결하고, 조직력을 높인다는 것이다.

이런 흐름과 더불어 2군 리그가 도입되고, 2022 스프링부터 콜업 제도가 개편되면서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6인 로스터가 반드시 필요한가'라는 의문이 조금씩 제기되고 있다. LCK 규정집에 따르면, 현재 LCK 팀은 반드시 6인으로 이상으로 1군 로스터를 구성해야 한다.




때문에 5인 주전이 확고한 팀의 식스맨은 출전 기회가 매우 희박하다. 1군 스크림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때때로 스크림에 참여할 수 있다는 기회가 주어지기는 하지만, 자신의 가치를 확실하게 올릴 수 있는 공식 경기를 뛰지 못한다는 건 프로게이머 입장에서 장점보다 단점이 큰, 매우 아쉬운 상황이다.

팀 입장에서도 예산을 조금이나마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경기에 전혀 뛰지 않는 선수에게 최저 연봉 6,000만 원을 제공하는 건 당연히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또한, 선수에게 2군 리그의 출전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해당 선수가 실전에서도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는지 장기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할 수 있다.

앞서 말했듯 이런한 의견이 나오게 된 데에는 콜업 제도 개편의 영향이 매우 컸다. 처음 식스맨 제도가 도입될 때는 혹시 모를 비상 상황에 대한 대비책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이후에는 선수의 기량에 따라 로스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는 매주 주어지는 콜업 기회와 긴급 콜업을 통해 이를 모두 보완할 수 있다.

한 LCK 팀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서는 6인 로스터를 의무화하는 것이 불필요해 보인다. 당연히 선수 의사 반영이 우선 시 되어야 하겠지만, 출전 기회를 거의 얻지 못하는 식스맨 선수들이 챌린저스 리그라도 참가하며 실전 감각을 키우고, 커리어를 쌓아갔으면 좋겠다. 팀에서도 환영할 만한 변화일 것이다"고 이야기했다.

이에 대해 LCK 측에서는 "과거 글로벌 규정과 맞추기 위해 6인 로스터 규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하며, "규정은 지금까지도 필요에 따라 업데이트 되어 왔기 때문에 변경 가능성이 있다. 다만, 당장은 로스터 규정에 대한 변경 계획은 없다"고 전했다.

물론, 여전히 주전/서브 시스템을 활발하게 활용하는 팀도 존재하고, 주전 경쟁이 반드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니다. 경기 중 적절한 엔트리 교체로 승리를 가져가는 팀도 있다. 요점은 의무적으로 6인을 채워야 할 필요성이 있느냐는 거다. 콜업으로 로스터의 변화가 자유로워진 지금, 여섯 번째 멤버는 의무가 아닌 선택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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