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임의 수명 - 돌연변이 스타1의 생존력

칼럼 | 김홍제 기자 |



과거 90년대에 카세트 테이프로 음악을 접하던 시기에는 소위 히트를 친 음악이 짧게는 6개월, 길면 1~2년 로데오거리를 장악했다. 음반 순위 역시 몇몇을 제외하고는 나오자마자 1위가 아닌 점진적으로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급속도로 변한 음반 시장은 음악이 나오기 전부터 화제를 끌기 위해 다양한 홍보 수단을 활용하고, 나오자마자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면 묻히는 음악들이 상당수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e스포츠의 시작이자 황금기 RTS의 시대를 열었던 스타크래프트1도 세월에 따라 많은 풍파를 겪으며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다른 게임에게 내줬다. 90년대, 00년대보다 훨씬 많고,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무수히 쏟아지는 지금, 게임의 수명은 예전보다 훨씬 짧다. 막말로 지금 시대에 스타크래프트가 나왔으면 그 시절 인기를 구사할 수 있었을지도 의문이다.

그만큼 '시대를 잘 타고난 게임'임에는 틀림없다. 그리고 그렇게 점차 잊혀갔다. 그런데, 수명의 끝자락에 있는 줄 알았던 스타크래프트가 단순한 추억 팔이가 아닌 새로운 형태로 꾸준히 꽤 많은 사람들의 콘텐츠로 소비되고 있다.




바로 아프리카TV를 주축으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는 스타크래프트1씬이다. 투니버스를 거쳐 온게임넷, OGN을 중심으로 이어져 온 e스포츠의 태동과 같은 스타리그의 공식 마지막 시즌은 2012년.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도 많은 유저들이 스타1을 즐기고 있다. 국내 리그 기준 시청자 수만 놓고 보면 LoL인 LCK를 제외하고 2인자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아프리카TV의 스타크래프트1씬이 아프리카TV에서만 진행되는 점 때문에 '그들만의 리그'라는 평도 있지만, 단순히 '그들'이라고 표현하기엔 그 수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난 5월 기준 아프리카TV 내 스타크래프트 관련 월 누적 시청자 수와 일 평균 시청자 수는 많은 BJ, 팬들이 즐긴 스타 대학대전이 시작된 작년 7월 대비 약 2배 이상 증가했고, 5월 26일 진행됐던 2022 떡참 스타 대학대전 시즌1 8강 2경기는 최고 동시 접속자 수 약 37만 명을 기록할 정도였다.

그리고 놀라운 점은 과거 스타리그나 프로리그를 휘어잡았던 전프로게이머들만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 아마추어, 타게임 BJ, 그리고 여성 BJ들의 참여로 그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관찰형 콘텐츠로도 큰 인기를 구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또한, 이제는 아프리카TV 뿐만 아니라 트위치도 스타1 자낳대, 블리자드의 철인3종, 스트리머 배틀 등 관련 콘텐츠를 통해 스타크래프트1의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아프리카TV에서 말하는 소위 '스타 여캠'은 마치 영국 축구 시장처럼 3부, 4부, 5부를 넘어 티어가 나뉘어 있고, 선수층만 약 120명을 육박할 정도로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그들의 전적을 확인하고, 랭킹 시스템까지 꽤 전문적으로 갖춰진 통계 사이트가 따로 있을 정도다.

'설마 또 뭐가 나오겠어? 스타1 그게 뭐 볼 게 있어?'라고 하지만, 방송을 진행하는 BJ, 시청자들이 함께 컨텐츠를 만들고, 스토리 텔링을 계속 이어가며, 아프리카TV도 그에 발맞춰 적절한 지원으로 새로운 재미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나오자마자 '망겜'소리를 듣거나 유명 연예인이 등장한 '아! 그 광고'로만 얼핏 들어본, 혹은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는 게임이 무수히 많은 현시대에 스타크래프트1의 질긴 생명력은 가히 대단하고, 독특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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