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배틀로얄 게임의 진화하는 규칙

칼럼 | 서동용, 남기백 기자 |



배틀로얄류 게임이 e스포츠를 시작한지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배틀로얄류의 대표주자인 배틀그라운드는 2017년 말부터, 포트나이트는 2018년부터, 후발주자인 Apex 레전드는 2020년부터 본격적인 대회를 제작하고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선 FPS가 아닌 이터널 리턴같은 배틀로얄 게임도 있다.

배틀로얄 게임의 장르는 아주 다양하지만, 반드시 지키는 제 1원칙이 있다. 그것은 마지막에 살아남은 자가 모든 것을 가져간다는 것이다. 아주 심플하고도 매력적이다. 배틀로얄에서 준우승은 마지막에 탈락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한 명의 챔피언을 향한 영광은 탈락한 99명에게서 나온다. 그러나, e스포츠는 2위와 3위가 구분되어져야 한다. 준우승을 한 팀에게도 노력과 기량에 대한 댓가가 주어져야 옳다. 16위보다는 8위에, 8위보다는 2위에 더 많은 상금이 지급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래서 배틀로얄 e스포츠는 약간의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 게임만 하고 우승자를 뽑는 방식이 아니라, 여러 라운드를 진행해야 하는 배틀로얄 e스포츠에서 최종 우승자를 어떻게 선정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다. 6개의 라운드를 모두 진행해서 6번 모두 같은 우승자가 나오는건 다소 비현실적인 일이다. 배틀로얄 e스포츠를 제작한 많은 게임사들은 저마다 합리적인 룰을 가지고 e스포츠를 진행하고 있지만, 그 어떤 룰이던 완벽하지 않다.

먼저, 6번의 게임에서 가장 많이 우승한 팀을 최종 챔피언으로 결정하는 룰이 있다. 가장 공정한 방법처럼 보인다. 그러나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배틀로얄 게임에서의 우승은, 가장 마지막에 살아남는 것이다. 이 살아남는 행위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각 팀이나 선수는 초반부터 극도로 소극적인 플레이를 일관할 수 밖에 없었다. 공격적인 플레이는 완전히 배제. 치료 아이템을 극단적으로 많이 챙겨서 금지 구역에서 시간을 최대한 버티는 것 등, 보기 힘들 정도로 재미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두 번째 룰은 순위에 의한 점수제다. 1위는 12점, 2위는 8점, 3위는 6점, 이렇게 높은 순위부터 하위권 팀까지 차등 지급해 최종 라운드가 끝나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팀이 최종 승자가 되는 방식이다. 여기에 첫 번째 룰의 약점을 적극 보완해 킬 당 점수 또한 얻을 수 있도록 하여, 선수들은 많은 교전을 하면서 높은 순위를 노리는 적극적인 경기 운영을 유도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배틀 로얄 게임이 두 번째 룰을 채택해 e스포츠를 진행하고 있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그러나, 평균적으로 가장 높은 실력을 가진 팀이 우승하게 되는 이 방식도 하나의 문제점이 있다. 그리고 그 문제점은 배틀로얄의 제 1원칙을 위배한다. 배틀로얄에서 가장 마지막에 서있는 챔피언이 되지 않더라도 최종 우승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모든 라운드에서 1위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상위권에 계속 안착하여 점수를 쌓은 팀이 모든 팀보다 높은 점수를 가질 수 있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이 선수나 팀이 모두가 인정하는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있는 것인가.




그래서 최근 배틀로얄류 게임에선 재미있는 룰이 도입되기 시작하고 있다. 두 번째 룰인 점수제를 발전시킨 것이다. 복수의 라운드를 진행해 순위대로 점수를 차등 지급하나, 최종 우승자가 되기 위해선 '일정 점수 이상'에 도달한 상태에서 '1위'를 해야 최종 우승자가 되는 룰이다. 7월 10일 Apex 레전드 글로벌 챔피언십 시리즈 2에서도 선택된 이 '폴란드룰'은 보는이로 하여금 배틀로얄 e스포츠의 정수를 느끼게 한다. 평균적으로 높은 기량과 배틀로얄 게임에 응당 필요한 챔피언의 자격을 동시에 가져야 그 토너먼트의 주인이 된다. 아무도 부정할 수 없고, 의문을 제기할 수 없는 만인의 챔피언의 탄생이다.

불완전한 부분도 있다. 첫 번째로 언제 대회가 끝날지 아무도 모른다. 매치 포인트에 도달한 팀이 1위를 계속 차지하지 못한다면, 수십개의 팀이 모두 매치 포인트에 도달하는 최종 라운드도 상상해 볼 수 있다. 수 십번의 라운드를 계속 진행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매치 포인트에 도달한 팀에게 쏟아지는 집중 견제다. Apex 레전드에서는 상대방의 네임 태그를 의도적으로 가려 이러한 부분을 방지했지만, 일각에서는 진정한 챔피언이라면 이런 '억까'를 이겨내는 능력 또한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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