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게이머가 정치를 이용할 '별의 순간'

칼럼 | 이두현 기자 | 댓글: 31개 |
정치권에서 청년 표심이 중요해지면서, 그에 따라 게임산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최근 여야, 정부에서 셧다운제 논란을 다시 꺼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진 않을 것이다. 대권주자도 참여한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e스포츠 현장을 방문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마인크래프트 이슈를 거론하며 여성가족부의 시대착오적인 꼰대질이라며 비판했다.

게임에 대한 정치권 관심은 그동안 간헐적으로 이어져 왔다. 최근 분위기가 다른 점은 게임과 청년을 이었다는 점이다. 그 시점은 최근 지방선거로 꼽힌다. 선거에서 청년 투표 중요도가 부각된 지점이다. 선거철, 특히 대선 즈음에 정치인들이 게임산업에 관심을 가지는 건 이제까지 그랬다. 가까운 19대, 18대 대선에서도 각 후보들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완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우려되는 것은 정치권이 단순히 '청년은 게임을 좋아해'라는 인식해서 시작하지 않았나라는 점이다. 보좌진들이 정치인들에게 청년 전략을 보고하면서,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30세대 게임 선호도를 근거로 들지 않았을까. 이 전략에 기반하면, 앞으로 정치인들은 한중일 e스포츠 대회를 참관하거나 LCK 관람, 의원실에서 게임하는 모습 등을 연출할 것이다.

다만 게이머, 그중에서도 정치인들이 바라보는 '청년 게이머'들은 정치권에 물음표(?)를 띄운다. 그나마 게이머들이 끝까지 좋은 기억을 가진 정치인은 이동섭 전 의원 정도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정치권에서 말하는 게임산업 진흥은 대부분 게임사를 위한 것이지 게이머에겐 와닿지 않는다. 게임산업 내에서 게임사와 게이머는 함께, 또 달리 가는 집단이다. 서로가 득실을 같이할 수 있으면서도 게임사를 위한 정책이 게이머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또 게이머가 물음표를 띄우는 건 정치권이 필요할 때 쯤 게임산업 이용하는 것으로 보여서다. 꾸준함이 덜하다. 이용당한다는 걸 느끼는 집단은 거부감이 들기 마련이다. 실제로 국회에 가 게임 관련 의정활동에 관심이 있는지 물으면, 아직까지도 마이너한 산업으로 인식한다고 느껴졌다. 많고 많은 의정활동 주제 중, 게임에 특히 관심을 달라는 건 욕심처럼도 보였다.



▲ 제작: 강승진 기자

게임과 관련해 정치를 이용한 사례로 인상 깊었던 것은 셧다운제 사례다. 청소년 보호법에 강제적 셧다운제를 입법할 당시, 국회의원으로서 지켜본 이와 백반을 먹으며 뒷얘기를 들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셧다운제는 이른바 학부모 단체 의뢰로 만들어진 법안이다. 그리고 셧다운제는 '게임중독' 치료 및 관리를 이유로 걷을 게임세와 한 세트의 법안이다. 셧다운제가 시행된다면 이를 감시하고 관리할 곳이 필요해진다. 즉, 돈이 들어간다. 이 비용을 게임세에서 충당한다는 것이다.

당시 학부모 단체는 자신들과 맞는 여야 의원을 설득했다. 그러나 셧다운제와 게임세가 함께 통과되기는 국회 내에서도 무리라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다. 결과적으로 '딜'을 통해 둘 중에 비교적 부담이 덜한 셧다운제만 통과됐다고 그는 회고했다.

그의 말이 맞다면, 셧다운제는 어느 집단이 정치인을 이용한 안 좋은 사례다. 셧다운제에 대한 문제는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그중 한 가지 문제는 셧다운제 시스템 준비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셧다운제 시스템 마련에 대해선 손을 놨다. 최근 하태경 의원은 "게임 회사가 청소년 게임 이용자를 잘 골라내 밤 12시가 됐을 때 게임을 일괄 종료시키는 시스템을 따로 개발해야 한다"며 "이런 까다로운 조건의 개발이 쉬운지 주변 게임개발자에게 물어보니, 자기는 더럽고 치사해서 한국에다가 게임 안 팔고 말겠다며 분노했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게이머에게 있어 정치적인 문제는 셧다운제뿐만이 아니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 게임이용장애 국내 질병코드화 논란, 대리게임 피해, 일부 중국 게임사로 대표되는 이용자 피해 보호 문제 등 산적하다. 문제를 풀 때, 정치권이 먼저 손대려 하면 민간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으로 그려질 수 있다. 그런데 게이머가 먼저 정치권에 요구하면 다르다. 실제로 진행 중인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서 확률형 아이템 규제도 시작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들어온 게이머 민원을 조사하면서 법적 규제 논의가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시즌인 요즘, 정치권에선 '별의 순간'이란 말이 자주 등장한다.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를 위한 별의 순간이 왔다. 그리고 게이머가 정치권에 목소리를 낼 별의 순간이기도 하다.

이제 게이머도 정치를 이용할 필요가 있다. 정치권에서 게임에 대한 관심이 특히 높은 요즘, 이제 목소리를 내면 들릴 때다. 정치에 등을 돌리면 결국 게이머들이 피해를 본다. 최근 마인크래프트 이슈가 대표적이다. 게이머들이 관심을 두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국회나 정부에서 게임관련 활동으로 무엇을 하는지 꾸준히 지켜보는 게 시작이다.

진심까지는 기대하지 말자. 다만, 어떤 정책을 가져오는지 지켜보고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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