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KT-DRX 막판 신예 기용 무리수인가, 승부수인가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26개 |



연이은 패배로 좌절할 법한 상황에서도 마지막에 일어나는 팀이 있다. 지난주는 DRX가 그랬다.

2021 LCK 서머 플레이오프(PO)에 탈락한 팀 DRX, 그리고 PO 진출 확률이 낮은 KT가 8월 6일(금)에 대결을 앞두고 있다. 다른 팀들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즌 막바지에 두 팀은 신예 봇 듀오를 다시 한번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시즌 후반부에 LCK 경험이 부족한 신예로 교체하는 것은 위험한 선택처럼 보인다. 팀마다 체계가 잡히지 않았던 시기야 특정 선수가 상대와 '체급 차이'를 내거나 슈퍼플레이로 승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팀의 팀 합이 견고해지는 시기에 약점이 하나라도 노출되면, 쉽게 공략당하기 마련이다. 주전 봇 듀오를 신예로 교체한 KT-DRX 모두 이런 경험을 했다.

그렇지만 지난주만큼은 두 팀의 행보가 달랐다. KT는 여전히 교체한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태로 패배만 쌓여갔다. 그 와중에 DRX는 PO 진출 확정을 위해 달리는 아프리카 프릭스를 꺾는 이변을 연출했다. 신예 기용과 관련해 정면 돌파를 택해 거둔 승리였다. 그렇게 시즌 막바지 교체에 나선 두 팀의 지난주 결과는 정반대에 있었다.


패배에 임하는 태도 - 감독과 팀




KT-DRX는 이번 서머에서 많은 패배를 경험했다. 스프링 때만 하더라도 PO 진출했던 DRX와 동-서부 사이를 오갔던 KT가 이렇게 최하위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예상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패배가 시작될 때 두 팀은 다른 노선으로 향하고 있었다.

KT는 그동안 많은 교체를 해왔다. 세 명의 원거리 딜러 '하이브리드-노아-오키드'를 시즌 중에 기용했고, 서포터는 '쭈스-하프'를 번갈아 투입했다. '노아-하프' 조합이 봇 라인에 등장할 때만 하더라도 공격적인 움직임으로 LCK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하지만 몇 번의 패배가 거듭되자 선수들의 자신감 하락, 부담감을 이유로 다른 선수로 교체되곤 했다. 몇몇 선수가 해당 이유로 교체된 것이라면, 개인의 심리적인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KT는 스프링 '블랭크-기드온' 정글러 교체부터 잡음이 나왔고, 최근까지 봇 라인이 바뀌면서 갈피를 잡지 못한 상황이다.

명확한 교체의 이유는 알 수 없었다. 한 두 명이야 정말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 이상의 교체 투입으로 나온 변화가 없었다. 강동훈 감독은 '성장 과정', '승리로 향하는 법을 아는 과정'이라는 표현을 승자 인터뷰에서 자주 언급했는데, 올해는 그 과정의 끝이 교체였다. 프로 무대가 힘든 것은 맞지만, 이를 이겨낼 만한 무언가 없이 교체만으로 메워가고 있었다. 가장 최근 7월 23일부터 원거리 딜러 '오키드' 박정현이 처음으로 투입됐다. 그리고 '쭈스' 장준수가 다시 서포터 자리로 들어왔다. 한화생명전 전후로 2연패씩 기록하며 이번 교체도 아직까지 뚜렷한 이유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렇게 KT는 알 수 없는 미지의 팀이 돼 가고 있었다.

반대로, DRX는 문제점이 있으면 이를 정면에 내세운 팀이다. 승패와 상관없이 경기가 끝나면 감독의 피드백이 올라온다. 패배가 아프지만, 이를 통해 문제점을 정면 돌파하려고 했다. 서머부터 다시 사령탑을 맡은 김대호 감독은 포장 없는 자신의 언어를 그대로 올리곤 했다. 완패한 경기에선 "돼지처럼 수동적으로 임했다"는 말로 팀의 아쉬운 경기력을 표현하기도 했다. 그렇더라도 "선수들의 가능성은 확인했다. 내 견적 틀리지 않았다"는 자기 감 역시 가감 없이 서술했다. '씨드백'('씨맥'의 피드백)이 올라올 당시 패배한 팀의 말은 변명처럼 들리면서 때로는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DRX는 김대호 감독이 봤다는 가능성을 실현해나갔다. 지난주 DRX는 이를 하나씩 선보인 팀이었다.


신예 봇 듀오 앞세운 정면 돌파




DRX는 지난주 한화생명과 아프리카와 대결했다. 한화생명전에서는 신예 '제트' 배호영이 미드 1:1 라인전 면에서 최고의 위치를 자랑하는 '쵸비' 정지훈을 상대로 솔로 킬을 낸 바 있다. 경기 결과는 패배로 끝났지만, 조금씩 신예를 기용한 이유가 드러났다.

그러더니 아프리카전에서는 봇 듀오 중심의 경기를 제대로 선보였다. 초반부라도 봇 듀오가 라인을 밀어 넣으면, '표식-제트'가 합류해 다이브를 성공시키곤 했다. 단순한 한 세트 승리를 위한 전략이 아니었다. 연이은 세트에서 다이브 플레이를 성공시키면서 봇 중심의 스노우 볼을 굴려 승리로 향할 수 있었다.

DRX 신예 봇 듀오 역시 해당 스노우 볼을 굴리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아프리카 역시 DRX 봇 듀오의 실수나 안일한 플레이를 노려 아래 하이라이트 장면처럼 킬을 만들어냈다. 하지만 DRX는 강단 있게 봇에 힘을 주는 판단으로 해당 데스가 무색하게 만들었다. 심지어 밴픽에서도 오른과 같은 챔피언을 더 해 '태윤' 김태윤의 아펠리오스를 밀어주는 조합을 짜오기도 했다. 물론, '표식-킹겐'이라는 경험 있는 선수들이 감각적인 슈퍼플레이로 판을 깔아주긴 했지만, 신예 '태윤-준' 역시 역할 하나씩은 완수하면서 DRX 승리에 기여했다. 급하게 DRX 1군으로 올라온 신예들도 경기가 끝나고 피드백 실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화면에 나오곤 했다. 그만큼 힘든 시기인 것은 분명했지만, 거기서 팀과 함께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었다.




▲ DRX 아펠리오스 중심 조합, 마지막 '태윤'의 한 방

반대로, KT가 봇 듀오와 함께 하는 전략은 아쉬웠다. '도도' 듀오로 불리는 '도란-도브'의 캐리력을 살리는 게 전부인 운영의 흐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정글러 '블랭크' 강선구 역시 '상체' 중심의 게임을 벌이면서 봇은 방치된 상태였다. 봇 라인전에서 킬을 내주는 순간 상대와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상대 담원 기아 역시 이를 안 다는 듯이 봇 공략을 위주로 격차를 벌리면서 쉽게 승리를 따냈다.

밴픽에서도 KT는 말려 있었다. 스프링 1R만 하더라도 '쭈스'는 알리스타-렐과 같은 챔피언으로 플레이메이킹에 능한 모습을 보여주긴 했다. 하지만 '쇼메이커' 허수가 롤드컵을 비롯해 여러 대회에서 충분히 다뤄온 사일러스가 풀린 상황에서 알리스타를 선픽하는 선택은 결과적으로 무리수였다. '쭈스'에게 잘하는 픽을 잡아준 것이겠지만, 해당 경기에서 '쇼메이커'의 사일러스가 알리스타의 궁극기를 빼앗아 마음 편하게 슈퍼플레이를 펼쳤다. 게다가, '쭈스'가 최근 젠지-담원 기아전에서 2패를 거둔 갈리오는 초반 집중 공략 대상이 되면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LCK 팀 신예 기용, 이제부터다



▲ 말린 '쭈스'(좌), 다이브로 풀린 '준'(우)

DRX '준'의 갈리오 역시 아프리카전에서 초반에 끊기면서 시작했다. 출발은 비슷했으나 DRX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이브 플레이로 봇을 풀어갔다. 반대로, KT가 갈리오의 죽음을 방치했다는 점은 단순히 개인 기량만으로 평가할 수 없는 문제인 듯하다. LCK 무대 경험이 많지 않은 선수의 실수나 기량을 얼마나 팀적으로 보완해나갈 수 있는지, 지난주 두 팀의 대처에는 차이가 있었다.

PO가 멀어지는 팀이 할 수 있는 일은 '유종의 미'를 거두는 것뿐이다. 매년 나오는 뻔한 말이지만, 좌절감을 떨치고 일어난 팀은 그래도 마지막에 박수받는다. 올해 LCK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을 대거 기용한 두 팀의 입장에서 이 말은 더 중요하다. 앞으로 프로 생활을 할 시간이 더 남아있기에 그렇다. 지금이라도 팀과 함께 그동안 준비한 마지막 저력을 선보일 때다.

그렇게 앞으로도 LCK에서 신예를 기용하는 팀이 생길 것이다. LCK가 처음인 신예들이 아카데미-2군에서 꾸준히 올라올 텐데, 이들의 약점을 어떻게 보완할 것인지 역시 중요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DRX는 서머 2R에 신예로 주전 라이너를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서머 전반의 성적은 최하위지만, 그래도 지난 아프리카전 만큼은 신인 기용의 이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다.


■ 2021 LCK 서머 스플릿 정규 시즌 39일 차 일정

1경기 DRX vs KT - 8월 6일 오후 5시
2경기 T1 vs 젠지 e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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