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당신의 인생팀은 어디입니까?③

기획기사 | 김홍제 기자 | 댓글: 55개 |
관련링크
[기획] 당신의 인생팀은 어디입니까?①
[기획] 당신의 인생팀은 어디입니까?②

노력 끝에 만개한 꽃 16~17 삼성 갤럭시






탑 '큐베' 이성진
정글 '앰비션' 강찬용, '하루' 강민승
미드 '크라운' 이민호
바텀 '룰러' 박재혁 '스티치' 이승주
서포터 '코어장전' 조용인, '레이스' 권지민

기존 삼성 왕조라는 타이틀이 생겼던 화이트, 블루가 공중 분해되고 2015년부터 삼성 갤럭시는 선수부터 코칭 스태프까지 새로 팀을 꾸리는 수준의 변화를 맞이해야만 했다.

당시 최우범 감독의 첫 핵심 픽은 '크라운' 이민호였다. 15 시즌 당시 조금 늦게 합류한 '크라운' 이민호는 당시만 해도 신예에 가까운, 무르익지 않은 미완성 상태였다. 그럼에도 최우범 감독은 '크라운'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 이후 팀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앰비션' 강찬용이 합류했다.

앰비션이 중심을 잡아주며 '큐베' 이성진과 '크라운' 이민호 등 성장하는 선수들이 있는 바면, 바텀은 여전히 불안했다. 그러다 최우범 감독 눈에 포착된 게 '룰러' 박재혁이다. 그리고 '룰러' 박재혁을 바텀, 바텀에서 뛰던 '코어장전' 조용인이 서포터로 포지션을 변경하며 우리가 아는 17 삼성 갤럭시의 모습이 완성된다.

2016년 여름부터 성적이 나오기 시작한 삼성 갤럭시는 2016 LCK 서머를 4위로 마무리하고, 롤드컵 선발전을 통해 서머 준우승팀이자 그동안 천적에 가까웠던 kt 롤스터를 3:2로 잡아내며 롤드컵에 진출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LCK 대표는 SKT T1과 락스 타이거즈, 삼성 갤럭시 세 팀인데, 나머지 두 팀이 워낙 팬도 많고, 당시 폼도 뛰어나 삼성 갤럭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았다.

하지만 삼성 갤럭시는 롤드컵 기간 동안 하루가 다르게 성장했다. 큰 관심을 받지 못했던 그룹 스테이지부터 8강 4강 점점 강해진 삼성 갤럭시는 첫 롤드컵에 결승까지, '로열로더'를 노릴 자격까지 갖췄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순 없던 걸까. SKT T1을 상대로 아쉽게 2:3으로 패배하며 준우승을 차지하고 만다.

그렇게 2016 시즌이 종료되고, 다른 팀들은 많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을 때, 삼성 갤럭시는 롤드컵 주전 5인이 모두 잔류, 2017 시즌도 함께 하게 된다. IEM 경기 우승으로 2017 시즌을 산뜻하게 시작한 삼성 갤럭시는 강팀의 면모가 물씬 풍기는 팀이 되어 있었다.

스프링 3위, 서머 4위로 꾸준히 상위권 성적을 거둔 삼성 갤럭시지만, LCK 우승과는 인연이 있지 않았다. 이런 점들이 삼성 갤럭시의 문제점으로 떠오르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삼성 갤럭시는 선발전에서 작년에 이어 kt 롤스터를 또 잡아내며 롤드컵 진출에 성공한다.

RNG, G2 e스포츠, 1907 페네르바체와 한 조에 속한 삼성 갤럭시는 RNG에게만 두 번 패배하며 4승 2패로 8강에 진출한다. 조 2위로 8강에 오른 삼성 갤럭시는 2017 LCK 서머 우승팀인 롱주를 만났고, 많은 전문가들은 롱주의 3:0, 3:1을 예상했다.

그러나 삼성 갤럭시는 예상을 뒤집었다. 삼성 갤럭시는 철저한 조직력을 앞세워 롱주 게이밍을 압도했고, 타릭 그 자체의 모습을 보여준 '코어장전'의 활약도 굉장히 눈부신 경기였다. 바텀의 폼이 절정으로 올라간 시점이기도 하다.

지금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있을 '향로 메타'가 이때인데, 당시 '불타는 향로'는 OP에 가까운 아이템으로 바텀 캐리 메타가 유행할 시기다. '룰러-코어장전'은 향로 메타에 가장 강한 바텀이었다. 향로 그 자체가 되어버린 삼성 갤럭시 바텀에겐 무서울 게 없었고, 그렇게 WE를 3:1로 꺾어내며 다시 결승에 올라 지난 롤드컵 상대였던 SKT T1을 또 만나게 된다.

다시 만난 SKT T1을 상대로 삼성 갤럭시는 이미 우승에 근접한 팀이었다. 엄청난 슈퍼 스타를 보유한 팀이 아닌, 5인 모두가 똘똘 뭉쳐 팀게임이 뭔지를 가장 맛있게 살리던 팀. 태생부터 강하진 않았지만 노력, 또 노력으로 최고의 자리까지 오르는, 만화 같은 이야기를 써내려 간 삼성 갤럭시는 SKT T1을 상대로도 3:0 완승이라는 압도적인 모습으로 마침내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그리워지는 슈퍼팀 18 kt 롤스터


탑 '탑' 스맵 송경호, '킹겐' 황성훈,
정글 '스코어' 고동빈 '러시' 이윤재
미드 '폰' 허원석 '유칼' 손우현
바텀 '데프트' 김혁규
서포터 '마타' 조세형

삼성 갤럭시의 롤드컵 우승으로 마무리 된 17시즌을 뒤로하고, 18 시즌이 열리기 전부터 LCK는 세계적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단연 kt 롤스터였다.

17 시즌 영입한 '폰-데프트-마타', 2014년 롤챔스, 롤드컵 무대를 장악했던 선수들이 kt 롤스터라는 한 팀에 합류한다는 것 만으로도 예전 삼성 왕조 시절 팬들이나 LCK 팬들을 흥분하게 만들었다. 거기에 락스 출신 걸출한 탑 라이너 '스맵' 송경호, kt 롤스터의 상징이 되어버린 '스코어' 고동빈까지. 이 다섯 선수가 어떤 경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감에 부풀었다. 하지만 17 시즌은 썩 만족스럽지 못했다.

이후 2018 스프링 시즌 kt 롤스터가 거둔 성적은 3위. 개인 기량만 놓고 보면 절대 밀리지 않을 선수들이지만, 아직 합이 덜 맞기도 했고, 다른 팀들의 로스터를 봐도 굉장했다. '기인' 김기인이 미쳐 날뛴 시즌이기도 하고, 여전히 강한 SKT T1, 그리고 '칸' 김동하, '프릴라' 등 절정의 폼을 보여주던 킹존 드래곤X까지. 강팀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여름의 kt 롤스터는 점점 무르익기 시작했다. '폰' 허원석이 건강의 이유로 휴식을 취하기도 했으나 '유칼' 손우현이라는 신예 미드 라이너가 기대 이상의 활약을 계속 선보였다. 2018 여름의 '유칼'은 현재 '쵸비' 정지훈과 더불어 LCK를 이끌어갈 차세대 미드 라이너라는 평을 받을 정도였다. 그리고 시즌 중 펼쳐진 리프트 라이벌즈에서도 kt 롤스터는 매드팀, RW, GRX, IG를 상대로 유일하게 전승을 거둔 팀이었다. 당시 kt 롤스터는 전승을 거뒀음에도 준우승을 차지해 우스갯소리로 '고동빈의 저주'가 이어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다시 시작된 LCK 서머에서 kt 롤스터는 승승장구했고, 결승에 오르게 된다. 신예라고 믿기지 않는 완벽함으로 부장한 그리핀이 그 상대. 찔러도 피 한 방울 나오지 않을 것 같던 그리핀도 결승이라는 무대 중압감에는 흔들리는 모습이 나왔다. kt 롤스터는 이런 모습을 보인 그리핀을 상대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마침내 LCK 우승컵을 들어 올린다. 13서머, 15서머, 16서머, 16~17 롤드컵 선발전 항상 마지막 순간에 무너지던 kt 롤스터의 징크스가 깨지는 순간이다.

그렇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으며 롤드컵으로 향한 kt 롤스터. 어느 때보다 중국의 강세가 강했던 터라 리프트 라이벌즈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 kt 롤스터는 LCK의 희망으로 불렸다. 슈퍼팀답게 무난히 그룹 스테이지를 통과한 kt 롤스터는 8강에서 무력 끝판왕으로 불리는 중국의 IG와 만난다. 당시 IG의 '루키-더샤이'의 폼은 절정이었다.

예상대로 쉽지 않은 승부였다. 안정감과 운영의 LCK에게 IG의 야생과 같은 무차별 공격성은 몸을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kt 롤스터는 3세트 기가 막힌 역대급 엘리전을 통해 승리를 거두며 승기를 잡나 싶기도 했지만, 교전, 한타에서 IG의 공격성을 감당하지 못하며 아쉽게 2:3으로 패배. LCK 역사상 처음으로 4강에 진출하지 못한 시즌이 됐다.

시간이 흘러 '그때 kt 롤스터가 IG를 꺾었다면..'이라는 말이 굉장히 많이 회자됐다. 만약 꺾었다면 실제로도 우승 가능성이 가장 높았을 팀이고, 슈퍼팀이 2019에도 이어졌을지 모르지만, 현실은 1년이라는 짧은 시간을 끝으로 슈퍼팀은 막을 내리게 된다.

생태계 파괴한 혼종, 전무후무했던 2019 그리핀






탑 '소드' 최성원 '도란' 최현준
정글 '타잔' 이승용
미드 '쵸비' 정지훈
바텀 '바이퍼' 박도현
서포터 '리헨즈' 손시우 '캐비' 정상현

그리핀은 떡잎부터 남달랐다. 2018년, LCK와 챌린저스 코리아의 수준 차이가 극명했던 시절인데,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리핀의 명성은 꽤 대단했다. 오죽하면 챌린저스 코리아 리그 자체보다 그리핀의 인지도가 더 높았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2018 챌린저스 코리아 스프링에선 무려 세트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기도 했다.

당연히 LCK로 가기 위한 승강전도 무난히 통과한 그리핀, 2018년 여름 첫 LCK 무대에 오르게 된다. 아무리 잘해도 LCK에선 쉽지 않을 거란 많은 예상과 달리 그리핀은 처음부터 달랐다. 거두절미하고 그냥 경기력이 뛰어났다. 기존 강팀들을 상대로 압살하는 모습을 보였고, 올라오자마자 정규 시즌2위, 최종 준우승이란 성적표를 받았다. 경험이 부족한 부분은 오히려 롤드컵 선발전에서 발목이 잡혔다. 젠지와 풀세트 접전 끝에 2:3으로 패배하며 아쉽게 롤드컵까지 기세를 이어가진 못했다.

그러나 그리핀의 본격적인 시작은 2019부터였다. 케스파 컵 압도적인 우승을 통해 2019 시즌에도 강팀 반열의 한 자리를 예고했던 그리핀의 독주는 계속됐다. 이제 겨우 두 번째 LCK를 맞이한 팀에게 붙은 첫 수식어는 '어나더 레벨', 급이 다르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쵸비' 정지훈의 경기력은 노련미가 조금씩 더해지며 경이로운 경지처럼 보였고, 이런 미드와 호흡을 맞추는 '타잔' 이승용은 신예지만, 국내를 넘어 세계 모든 정글러들에게 존경을 받는 선수가 되어 있었다. 당시 그리핀의 정규 시즌 포스는 관계자들 사이에서 그리핀 경기가 있는 날이면 칼퇴근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

하지만 그리핀도 약점 아닌 약점이 생겼다. 절대적인 경기력을 보여주던 1라운드와 달리 2라운드에서는 살짝 인간미를 보여주며 고개를 갸우뚱하게 했다. 그래도 워낙 많은 승수를 쌓아둬 결승에 직행했다. 하지만 결승처럼 큰 무대에서는 여전히 경험적인 부분이 문제로 떠올랐다. 당시 결승 상대는 SKT T1. 치열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승부는 0:3패배. 지금도 많이 기억하는 판테온-탈리야 조합을 패배 뒤 다시 꺼내 패배한 결승전이다.





여름에도 그리핀의 경기력은 꾸준하게 뛰어난 모습을 보였다. 1라운드를 7승 2패로 마감한 그리핀은 귀신같이 2라운드가 되자 또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다. 2라운드 첫 경기인 아프리카 프릭스전 패배 이후 담원 게이밍, 그리고 다다음 SKT T1에게도 패배했다. 그래도 그리핀은 다시 연승을 이어가 최종 13승 5패 +16으로 정규 1위를 차지해 또 결승에 직행했다.

3연속 LCK 결승에 오른 LCK 2년 차 팀. 이것만으로도 전무후무한 대단한 팀이다. 하지만 그리핀은 또 준우승에 머문다. 결승에서 다시 만난 SKT T1을 상대로 이번에는 한 세트를 따냈으나 결국 1:3으로 패배했다.

그래도 그리핀은 두 번의 준우승으로 롤드컵 무대까지 진출한다. 그런데, 롤드컵을 앞두고 '씨맥' 김대호 감독이 팀과 이별했고, 소위 '그리핀 사태'가 터지면서 혼란스러운 시기에 빠진다. 첫 롤드컵에 불안한 상황 속에서 경기를 치러야만 했던 그리핀. 주전으로도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던 '도란' 최현준이 투입됐다. 그룹 스테이지를 5승 1패라는 성적으로 조 1위 8강 진출에 성공한 그리핀은 작년 챔피언 IG와 8강에서 만나 1:3으로 패배했다.

팀 상황은 개선될 여지가 보이지 않았고, 그렇게 신예의 패기로 뭉쳐 놀라운 기록을 계속 쌓아가던 그리핀의 엔진은 일부를 제외한 선수들이 팀을 떠나며 사실상 마침표를 찍었다. 놀라운 경기력, 신예라고 믿기 힘든 침착함, 3연속 LCK 결승 등, 바닥부터 시작한 팀이 이룬 업적은 대단했으나 결과적으로 우승과 거리가 멀었던, 그리고 잡음으로 인한 타격이 컸던 점 등,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2018 여름부터 2019까지 그리핀이 보여줬던 인상은 아직도 깊게 남아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