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아이슬란드 정상 향한 '김건북극곰' 무게 있는 발걸음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27개 |



작년 세계 챔피언 담원 기아의 기세가 살아나고 있다. 작년 롤드컵 결승 MVP 수상과 동시에 세계 최고 정글러임을 알렸던 '캐니언' 김건부, 그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기까지 4강-결승전만 남겨놓고 있다. 메타가 바뀌고 부진한 적도 있었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이 그 자리로 향하고 있었다.

담원 기아의 경기를 보면 탄탄하다는 느낌이 든다. 강한 라인전은 물론 한타 때 딜을 넣는 능력까지 탁월하다. 이를 바탕으로 게임 전반의 큰 틀을 짜고, 라이너들의 성장세만 유지해주면 충분히 승리로 향할 수 있다. 그리고 해당 역할의 중심부에 '캐니언'이 있다. 담원 기아가 원하는 판을 만드는 정글러다. 나아가, '캐니언'은 불리할 때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핵심이 무엇인지 정확히 짚고 있었다.


탑 vs 봇 게임? '캐니언' 향하는 곳이 중심



▲ 사진 출처 : 라이엇 게임즈

현 메타를 두고 팀마다 해석이 갈린다. 전반적으로 '상체' 메타라는 말들이 있는데, 봇 라인을 중심으로 풀어가며 막강한 전력을 자랑하는 T1과 같은 팀도 있으니까. 팀과 시기, 메타마다 힘을 주는 라인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담원 기아 역시 그 흐름이 바뀌곤 했다. LCK 서머 2R 후반부만 하더라도 봇 다이브 중심으로 스노우 볼을 굴렸다면, 결승전에서 확실하게 탑 게임을 펼치며 우승을 차지했다. 어디가 중심부인지 확언할 수 없지만, 담원 기아의 경기는 '캐니언'이 향하는 곳이 해당 게임의 밑그림을 그리는 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 롤드컵에서 담원 기아는 탑 게임을 벌인 경우가 많다. '칸' 김동하가 철저하게 딜러 중심의 픽을 뽑고 있고, 성장했을 때 영향력까지 충분히 발휘해주고 있다. 상대 역시 이를 알고 대비하려는 픽밴과 움직임을 취하는 데, '캐니언'은 그들의 머리 위에 있었다.



▲ '캐니언' 움직임 하나로 편안한 '쇼메-칸', 말린 FPX




그룹 스테이지에서 FPX와 두 번째 대결에서 이를 잘 확인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로밍 플레이로 롤드컵까지 들어 올린 경험이 있는 FPX가 '도인비-티안'을 탑으로 올려 다이브를 시도하려고 한다. 탑에서 6레벨 '너구리' 장하권의 그라가스가 라인을 밀어 넣으며 다이브 압박이 가능해졌는데, 담원 기아의 미드 '쇼메이커' 허수는 첫 귀환 타이밍을 잡고 싶은 상황이다.

여기서 '캐니언'은 탑과 미드 부쉬에 자리잡는 플레이 하나로 큰 소모 값 없이 탑과 미드를 동시에 풀어줬다. 해당 플레이로 FPX가 원하는 다이브를 시전하기 전에 시간이 끌렸고, 그 사이에 '쇼메이커'는 귀환과 복귀까지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정글러 한 명의 움직임 하나로 판의 흐름이 좌우되는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캐니언'이 해당 게임의 핵심 맥락을 잘 짚었기에 가능한 장면이었다.


현실 수도승, 묵묵히 할 일을 찾아서



▲ 난타전 속 홀로 고요한 수도승 '캐니언'

앞서 게임 전반의 큰 틀을 말했다면, '캐니언'은 한타가 벌어지는 상황에서 작은 부분 역시 놓치지 않는다. 작년만 하더라도 '캐니언'은 상대 정글과 성장 격차를 벌려 화력에서 상대를 압도하곤 했다.

올해 메타가 바뀐 만큼 다른 정글러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이 찾아왔다. '캐니언'은 한타 때마다 상대 핵심 딜러를 끊어주는 역할을 담당했다. 오브젝트를 낀 전투는 강타 싸움까지 염두 해야 하는 더 복잡한 상황이다. 그런데, '캐니언'은 묵묵히 해줘야 할 일은 다 해주고 있다.

매드 라이온즈와 8강 2-3세트 경기는 분명 불리한 순간도 있었지만, 끝내 역전으로 마무리한 경기였다. 팀 전반의 활약이 빛났지만, '캐니언'이 한타 때마다 핵심을 잘 공략해줬기에 나올 수 있었던 역전극이었다. 잘 성장한 매드의 '아르무트' 제이스, '휴머노이드' 빅토르-오리아나가 '캐니언' 리 신의 발차기에 쓰러지고 말았다. '캐니언'이 노린 핵심 딜러들이 사라지면서 앞서가던 매드 라이온즈 역시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 이걸 죽이고 살아?

더 무서운 것은 '캐니언'이 킬과 더불어 생존까지 가능하다는 점이다. 킬을 낸 뒤 수호천사-초시계 활용 후 살아남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핵심인 오리아나를 암살하고 생존하기까지 단 1초도 허투루 쓰지 않았다. 그 결과 '칸' 김동하의 순간이동 시간이 돌아오면서 살아남기까지 한다.

매드 라이온즈와 마지막 3세트는 킬-데스가 끝없는 난타전이 나왔다. 승리한 담원 기아 역시 정신없는 경기에서 '캐니언' 혼자만 1데스를 기록했다. 난전 속에서도 얼마나 침착하게 자신의 역할을 수행하고, 다음 생존까지 염두하고 있는지 해당 기록이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오브젝트 싸움으로 이어질 때, 한타 후 정글러의 생존 여부가 정말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캐니언'은 상대 입장에서 정말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정글러다.


잡기술이라고 말하기엔 너무 고급진데



▲ E-W 순서로 스킬 찍는 리 신

프로 무대, 그중 롤드컵 무대에 올라서는 선수들은 지역 최고로 평가받는 이들이다. 이들보다 무언가 하나라도 차이를 벌리는 선수가 승리와 우승으로 향할 수 있을 것이다. 라이너들은 라인전 단계에서 시작부터 미니언을 두고 딜 교환을 벌이는데, 정글러들은 어디서부터 격차를 내는지 확인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캐니언'은 작은 차이부터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팀에게 좋은 영향력을 주기 위해 아군 라이너들을 리시 없이 라인으로 보내고, 자신은 빠르게 레벨업을 해서 라인에 개입한다. 8강 1세트에서 해당 시간을 몇 초라도 단축하기 위해 폭풍 / 무력화(E)부터 찍는 리 신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드 버프 사냥 후 칼날 부리로 이어지는 동선에 최적화된 출발이다. 일반적으로 리시를 받고 유지력을 위해 방호 / 강철의 의지(W)부터 찍는 리 신의 모습이 일반 게이머에게 익숙하다면, 프로 레벨에서 또 다른 차이를 만들어내기 위한 연구와 선택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상대 점멸을 손쉽게 뺀 '캐니언' 시야 매복 플레이

라인 개입과 정글과 전투 구도에서도 '캐니언'은 작은 차이로 큰 격차를 만들어낸다. '캐니언'이 잘 활용하는 능력 중 하나가 시야 싸움이다. '캐니언'은 상대 시야에 들어오지 않는 범위의 끝자락에서 움직인다. 해당 플레이가 카운터 정글, 매복 등 다양한 양상에서 나오면서 격차를 벌린다. 아래 장면처럼 시야의 끝자락에 걸쳐 이동하는데, 벽과 부쉬 끝에 막히는 시야까지 상대의 허를 찌르기 위해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실전에서 순간적으로 시야의 범위를 재기는 쉽지 않을 텐데, '캐니언'은 시야 끝자락에 걸쳐 이동하는 움직임에 거침이 없다. 이렇게 작은 움직임의 차이부터 하나씩 쌓였기에 '캐니언'의 플레이가 프로 단계에서도 통할 수 있었다.

그렇게 '캐니언'은 작년에 자신이 있던 정상의 자리를 향한 등반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정말 4강-결승전이라는 두 계단만 남았다. 앞서 올라온 길 역시 큰 그림부터 작은 것 하나까지 놓치지 않았다. 거기에 작년 챔피언이자 지금도 최고의 평가를 받고 있는 '캐니언'이지만, 그런 평가에도 크게 동요하지 않고 묵묵히 올라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 MSI에서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면, 다시 찾아온 아이슬란드에서 정상에 도달해 롤드컵을 들어 올릴 수 있을까. 고요하지만, 강한 '캐니언'의 발걸음에 무게가 실린다.


■ 2021 LoL 월드 챔피언십 녹아웃 스테이지 4강 일정

1경기 담원 기아 vs T1 - 30일 오후 9시
2경기 EDG vs 젠지 - 31일 오후 9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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