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결승] 뻔한 구도, 그렇지 않은 활약! 땀내나는 탑 대결

기획기사 | 장민영 기자 | 댓글: 18개 |



봇 캐리 메타, 결승전 가장 큰 변수는 정글. 2022 LCK 서머 결승을 두고 많은 메타 분석과 예측들이 나오는 가운데, 탑은 가장 관심이 덜 모이는 라인이다. 결승전에 출전하는 T1 '제우스' 최우제 역시 "사고는 잘 일어나지 않을 듯 하다"고 말할 정도다.

그렇지만 최고의 프로 간 대결에선 작은 스노우 볼이 큰 균열을 낼 수 있다. 이는 작년 롤드컵 결승-올해 LCK 스프링 결승과 같은 무대만 보더라도 확인할 수 있었다. 탑은 언제든지 생각하지 못한 의외의 변수가 일어날 수 있는 곳이다. 지난 스프링 결승 역시 탑에서 '제우스'가 '도란'이 뽑은 회심의 아크샨 픽을 무너뜨리면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이번 서머 결승은 픽에선 큰 차이가 생길 것 같진 않다. 최근 경기를 봤을 때 정형화된 탑 탱커-브루저 싸움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최고의 탑 라이너들은 자신의 플레이로 변수를 만들 줄 안다. 챔피언 폭이 비슷할 수 있지만, 또 다른 슈퍼플레이를 기대하게 하는 '도란-제우스'의 탑 매치업이 될 것이다.




지표를 봤을 땐 정규 스플릿 1위 젠지의 '도란' 최현준이 전반적으로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규 스플릿부터 KDA-분당 CS-분당 골드에서 1위를 달리고 있고, '제우스'보다 전반적인 지표에서 앞서고 있는 것들이 많다.

'제우스'는 특정 지표에서 높은 점수를 자랑한다. 킬 관여율과 경기당 킬, 15분 골드-CS 차이와 같은 지표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타 때 슈퍼플레이로 킬에 관여하는 플레이는 여러 명장면에서 확인할 수 있다. 15분 라인전 지표에서도 유리한 수치로 상대와 격차가 키우는 능력이 있다.

해당 지표로 봤을 때, '도란'은 스프링보다 확실히 안정감을 찾은 듯한 인상을 남겼다. '제우스'는 여전히 날카롭다. 한타 때 킬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발군이다. 라인전까지 강한 인상이 더해지면서 1st 탑 라이너가 될 수 있었다.




이런 두 선수는 땀내나는 싸움을 앞두고 있다. 두 선수의 최근 전적을 보면 아트록스-오른-세주아니-나르를 가장 많이 플레이했다. 현 메타에서 한타 상황에서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픽이 떠오르기에 픽 자체에 큰 변화는 없을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두 선수는 PO에서 자신이 선택한 픽의 이유를 충분히 보여줬다. '제우스'는 체력 기본 체력이 40(580->540)이나 너프를 받은 나르를 중심으로 PO 2R 승리에 기여했다. 현 대회 패치 적용 후 많은 프로들이 나르 선택을 포기했는데, '제우스'는 단점을 극복하고 장점만 극대화하는 경기를 펼쳤다. 가장 눈에 띄는 장면은 미드에 개입해 담원 기아의 핵심 딜러인 드레이븐을 두 번이나 연속으로 잡아내는 모습이었다.





'제우스'는 PO 2R에서 가장 많이 픽한 나르 픽에 관해 아직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제우스'는 "팀에서 역할이나 상대 픽을 고려했을 때 선픽은 쉽지 않다"고 답했다. 그렇지만 너프 후 가장 큰 약점으로 지목받는 라인전 단계를 무난히 풀어갈 수 있다는 자신감 역시 내비쳤다. 메가 나르에서 미니 나르가 되는 타이밍, 더 약해진 1레벨 등 라인전에서 자신이 강하고 약한 타이밍까지 명확히 알고 있었다. 나아가, '제우스'의 나르는 탑 아지르와 같은 픽을 상대로 초반부터 주도권과 체력 우위를 모두 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PO에서 '도란-제우스'는 모두 아트록스를 픽했다. '제우스'는 자신의 아트록스 플레이를 아쉬워했다. 6레벨부터 '너구리' 장하권의 레넥톤에게 주도권을 내줬고, 이후 다수의 킬을 확보한 상황에서 충분한 활약을 펼치지 못했기에 그렇다. 그렇지만 '제우스' 역시 픽 자체는 높게 평가하고 있었다. 체력 증가량 자체가 올라간 아트록스가 이제는 "홀로 탱커 역할까지 가능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도란' 최현준은 PO 2R에서 준수한 아트록스 플레이를 선보였다. 상대가 탱커나 레넥톤을 뽑기 전에 선픽으로 가져왔다. 어떤 상성에도 밀리지 않을 것 같은 새로운 선픽 카드를 확보했다. 게다가, 아트록스는 킬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발군인 젠지팀에 가장 잘 어울리는 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아트록스가 킬-어시스트와 함께 궁극기를 초기화시키면서 에이스를 띄우는 장면이 이어졌다. 아트록스의 궁극기가 초기화될 때마다 후퇴하는 상대까지 차례로 정리하면서 젠지가 승리로 향할 수 있었다. 이는 젠지-LSB의 하이라이트 영상 2-3분에서 확인할 수 있다.

두 선수는 오른-세주아니와 같은 탱커 역시 꺼낼 줄 알았다. 세주아니보단 오른으로 한타 때 활약하는 경기가 많았다. 특히, '제우스' 오른의 박치기는 다수의 상대를 띄워 한 번에 제압하는 명장면을 자주 연출하곤 했다. '도란'의 오른은 PO 2R에서 레넥톤을 상대로 강한 압박을 이어가는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다. 게다가, 오른은 후반 아이템 업그레이드로 원거리 딜러의 캐리력을 한층 업그레이드 시켜줄 수 있기에 PO에서도 여전히 인기가 많았다.

두 선수가 결승전에서 뽑을 가능성이 있는 카드는 이 정도로 정리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픽을 넘어서는 활약이다. PO 2R에서 두 선수는 충분히 무난한 픽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줬다. 결승전에서 한번만 더 존재감을 드러낸다면 우승까지 도달할 수 있겠다.




'도란'은 1st 팀원들 사이에서 유일한 2nd ALL-PRO팀에 선정됐다. 자신 역시 아쉽지만, '제우스'가 서머 1st 탑임을 결승전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인정했다. 하지만 '도란'은 이번 서머에서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줬다. 서머 초반부에 다른 팀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약이 부족하다는 평가에도 꾸준히 올라와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다. 앞서 1st 탑이 되지 못한 아쉬움과 서머 초반의 평가, 이 모든 것을 뒤집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LCK 서머 우승으로 많은 평가를 뒤집을 수 있다.

'제우스'도 이번 우승은 놓칠 수 없다. 올해는 '제우스'가 신인 딱지를 떼고 단독 주전으로 우승을 달성한 해다. T1 주전 탑 라이너가 되자마자 2022 LCK의 우승을 모두 휩쓸었다는 영예를 안고 싶을 것이다. MSI에서 T1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선수로 평가받았지만, 준우승과 함께 크게 빛나지 못했다. 이번에도 자신의 활약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선 팀 우승이라는 타이틀이 필요하다. LCK 대표 1st 탑 라이너라면, 메타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지 지켜보도록 하자.





■ 2022 LCK 서머 결승전 일정

젠지 e스포츠 vs T1 - 28일 오후 2시 강릉 아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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