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쩌면 나, '퍼즐'에 소질 있을지도?

리뷰 | 박광석 기자 | 댓글: 2개 |

퍼즐 애호가를 위한 잘 차려진 퍼즐정식 한상


보통 일상생활에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마주하면 괜스레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지고, 외면하고 싶어지기 마련입니다. 굳이 정면에서 부딪히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면 괜히 머리를 쓰기보다 돌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일상 문제가 아닌 '게임' 속에서 어려운 퍼즐이 등장하면 신기하게도 왠지 풀고 싶고, 해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 퍼즐을 해결했을 때 그간 막혀있던 길이 뚫린다거나, 강력한 아이템을 얻게 되는 등 '확실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러한 심리 때문인지, 최근까지도 여러 장르의 게임들 속에서 퍼즐 요소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게임 속에 삽입되는 각양각색의 퍼즐과 이를 해결했을 때 오는 성취감에 푹 빠진 이들을 위해 퍼즐이 곁다리 요소로 더해지는 것이 아닌, 온전히 퍼즐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들도 꾸준히 등장하고 있습니다. 최근 스팀을 통해 출시된 신작 '패트릭의 패러박스(Patrick's Parabox)' 역시 퍼즐을 사랑하는, 퍼즐 애호가들을 위한 신작이라고 할 수 있죠.



게임명 : 패트릭의 패러박스(Patrick's Parabox)
장르명 : 퍼즐
출시일 : 2022.03.30.
개발사 : Patrick Traynor
서비스 : Patrick Traynor
플랫폼 : PC

관련 링크: 'Patrick's Parabox' 오픈크리틱 페이지


명작 '소코반' 류 퍼즐, 그런데 여기에 무한한 반복성을 곁들인


'패트릭의 패러박스(이하 패러박스)'는 고전 퍼즐 게임인 '소코반'의 기본 규칙에 개발자만의 변주를 더한 신작입니다. 비슷한 작품으로는 획기적인 아이디어로 시선을 끈 인디 게임 '바바 이즈 유(Baba Is You)'가 있습니다. 바바 이즈 유를 재미있게 즐겼던 유저라면, 패러박스 역시 관심을 두고 지켜봐도 좋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소코반 류'의 퍼즐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해야 하는 일은 명확합니다. 스테이지에 존재하는 상자를 옮겨 목표에 놓기만 하면 되죠. 게임 전체에서 요구하는 목표는 정말 단순하지만, 이 목표를 위해 상자를 옮기는 방법이 게임을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계속 복잡해집니다. 이게 소코반 류 퍼즐 게임의 핵심이고, 신작 '패러박스'에서는 공간 안에 공간을 넣는, 이른바 '무한한 반복성'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패러박스의 '무한한 반복'은 하나의 큰 퍼즐을 풀기 위해 퍼즐 안에 작은 퍼즐을 넣었는데, 작은 퍼즐 속에 큰 퍼즐이 있어서 결국은 돌고 돌게 되는 식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말만 듣고 이해하자면 머리가 더 복잡해질 수 있으니, 플레이 영상을 한번 보는 쪽이 더 이해하기 쉽습니다. 실제로 해보면 생각보다 더 쉽게 이해하고 따라갈 수 있도록 몸풀기 퍼즐도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 상자에서 상자가 나오고, 또 상자가 나온다. 가끔 '패러독스'가 발생하기도 한다

개발자 패트릭은 초기에 벽과 블록 사이를 몰래 돌아다녀야 하는 잠입 퍼즐 게임을 계획하고 있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상자와 상자의 위치를 바꾸기만 하고, 상자 속에 상자가 들어가거나, 다시 나오는 형태의 기믹은 존재하지 않았죠. 이후 그는 itch.io를 통해 무료로 배포된 퍼즐 게임 'Sokosoko'에서 영감을 받아 자신의 첫 번째 게임, '패러박스'를 완성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게임 속에 등장하는 퍼즐의 컨셉은 별도의 오리지널이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퍼즐 속에 퍼즐이 들어간다는 기본 컨셉에서 더 나아가 직접 완성시킨 300종 이상의 심화 퍼즐들, 이를 정교하게 담아낸 간결하면서도 직관적인 애니메이션, 그리고 퍼즐에 관심이 있는 누구나가 쉽게 도전할 수 있도록 세심하게 배려한 레벨 디자인이 더해져 '패러박스'라는 하나의 오리지널 작품이 됐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패러박스'의 탄생에 공헌한 원작 역시 함께 기억해두어야겠죠. 실제로 같은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또 다른 퍼즐 게임 'Inbox Unbox' 등, 앞으로도 여러 작품들이 계속 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고전 명작 '소코반'이 그랬던 것처럼 차세대 개발자들에게 여러 영감을 주고 있는 퍼즐 게임 'Sokosoko'는 현재도 itch.io에서 누구나 무료로 플레이해볼 수 있습니다.



▲ 패러박스의 퍼즐 컨셉은 인디 퍼즐 게임 'Sokosoko'에서 영향을 받았다



"야, 너도 퍼즐 게임 할 수 있어!"




'패러박스'의 가장 큰 매력은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했듯, 누구나 쉽게 배우고 진행할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설계된 레벨 디자인에 있습니다. 제일 처음엔 상자를 지정 지점으로 옮기는 소코반 퍼즐의 기본을 배우고, 그 뒤로 하나씩 새로운 규칙을 더해가는 방식으로 게임이 진행되죠. 차근차근 순서대로 진행한다면 하나의 퍼즐에 막혀 돌아가거나 포기하는 일 없이 끝까지 게임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명색이 퍼즐 게임인데 퍼즐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도 끝까지 진행하는 것이 정말 가능하냐고 생각할 수 있는데, 패러박스에서는 가능합니다. 클리어에 필요한 '필수 퍼즐'과 더 높은 도전을 원하는 이들을 위한 '챌린지 퍼즐', 그리고 색다른 비주얼과 추가 메커니즘을 맛볼 수 있는 '사이드 퍼즐'이 모두 별개로 나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자신이 퍼즐 장르에 익숙하지 않다면, 게임 속 총 18개의 각기 다른 스테이지를 지나는 동안 필수 퍼즐만 따라가며 풀어도 됩니다. 이것만으로도 게임의 모든 규칙을 배우는 것은 물론, 모든 게임을 완료할 수 있게 되죠. 이후에 어느 정도 자신이 붙었다면 남겨두었던 '챌린지 퍼즐'과 '사이드 퍼즐'을 따라가며 게임을 두 배로 즐길 수 있고요.

이처럼 각기 다른 300종가량의 퍼즐이 전략적으로 배치되어 있으므로, 플레이어는 게임을 플레이할수록 퍼즐에 빠지고, 계속해서 플레이를 이어나가게 됩니다. 퍼즐을 클리어해도 감춰져 있던 흐뭇한 '비밀 이미지'가 해금되거나 강력한 아이템을 획득할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 빨간색 테두리와 하늘색 테두리의 퍼즐은 꼭 클리어하지 않아도 진행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두뇌가 모두 타버릴 정도로' 자극적이고 어려운 퍼즐을 기대했던 하드코어 게이머라면 패러박스의 상대적으로 쉬운 퍼즐 구성과 누구나 조금만 집중하면 어떻게든 클리어할 수 있는 전체 레벨 디자인이 오히려 아쉽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300종 이상 넉넉하게 준비된 퍼즐이 부족하게 느껴지지는 않을지라도, 전부 맛본 뒤에도 성에 차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죠.

동시에 퍼즐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도 아쉽게 느껴질 수 있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패러박스에서는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도 다음 스테이지로 넘어갈 수 있을 뿐, 별개의 '보상'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보통의 게이머라면 전체 게임 속에 삽입된 미니 게임 퍼즐을 해결했을 때 특별한 보상을 획득한다거나, 위에서 예시로 들었던 것처럼 숨겨진 특전 이미지나 컷씬을 해금하기 위해 익숙하지 않은 퍼즐에 집중하곤 합니다.

패러박스에서는 다음 스테이지로 나아가더라도 어떠한 보상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없으니, 앞서 장점이라고 소개했던 절묘한 레벨 디자인이 별다른 메리트가 되어주지 못하게 됩니다. 사실 전체 클리어 보상이 있기는 합니다. 그간 눈 두 개만 떠다니던 주인공에게 멋진 미소를 더해줄 수 있는 기능인데요. 확실히 '클리어 인증'이 가능한 매력적인 특전이지만, 퍼즐 자체에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이들에게 300여 개에 달하는 모든 스테이지에 도전하게끔 유도하는 솔깃한 보상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습니다.



▲ 스테이지 클리어 후에 기다리고 있는 보상은 '더 다양한 퍼즐' 정도. 퍼즐 애호가라면 만족할 구성입니다







패러박스의 개발자 패트릭은 이전에도 '클락워크 캣', '아이 워너 런 더 마라톤' 등 퍼즐 요소가 섞인 플랫포머 게임들을 개발한 바 있습니다. 패러박스는 그간 축적한 퍼즐에 대한 노하우를 아낌 없이 쏟아 부은 작품인 셈이죠. 그의 노력은 IGF Awards 2020과 인디케이드 2019 등 여러 행사에서 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패트릭의 패러박스'는 잘 만들어진 게임이 맞습니다. 퍼즐의 각 메커니즘을 표현하는 애니메이션은 모난 것 없이 깔끔하게 그려지며, 스테이지별 퍼즐 배치는 점진적으로 어려워지는 절묘한 구성으로 플레이어가 '나 이 정도면 꽤 똑똑한 편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게끔 일정량의 고양감을 제공합니다. 저 역시 '패러박스'를 플레이하는 동안 그간 알지 못했던 퍼즐의 매력을 깨우치고,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퍼즐 삼매경에 빠져보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장점들은 퍼즐이라는 장르에 일정 부분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특히 유효합니다. 학창시절 학급신문에 실린 스도쿠나 낱말 퍼즐, 노노그램에 심취해본 적이 있는 이들이라면 하루 한번, 두뇌 트레이닝을 한다는 느낌으로 '패러박스'라는 잘 만들어진 퍼즐 한상을 오랫동안 씹고 뜯고 맛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퍼즐만 모인 퍼즐 모음집일 뿐인데 게임 가격이 다소 부담스럽다 싶은 분들을 위해 스팀 페이지에서는 무료 데모 빌드가 제공되고 있으니, 정식 버전을 구매하기 전에 일단 '찍먹'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초보부터 고수까지, 단계적인 난이도 구성
  • 누구나 쉽게 적응하는 단순하고 쉬운 조작
  • 총 300종 이상의 풍부한 퍼즐 구성
  • 메커니즘은 달라지지만 비슷한 풀이의 반복
  • 퍼즐 장르 특유의 단조로운 진행
  • 단조롭고 딱딱한 비주얼

리뷰 플랫폼: PC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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