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두면 쓸모있는 소통의 심리학 - 이장주 소장

게임뉴스 | 박범 기자 | 댓글: 1개 |



  • 주제: 게임 종사자가 알아두면 좋을 소통의 심리학
  • 강연자 : 이장주 -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 소장
  • 발표분야 : 기타
  • 강연시간 : 2021.11.18(목) 18:00 ~ 18:50
  • 강연 요약: 세상 모든 사람이 그렇겠지만, 게임 종사자들 역시 여러 사람들과 소통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당연하게도 소통 문제가 불거지고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해결해야 할 것인지 이장주 소장이 알차게 풀어냈다.




  • ■ 소통을 위한 점검 - 소통하는 게 어렵다면 이렇게 생각하자

    게임 개발을 위해선 많은 사람과 소통한다. 하지만 시간이나 비용에 비해 소통에 내가 얼마나 공을 들이고 있는지는 계산하기 힘들다. 수치화할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여러 책에서 말하는 소통의 정의는 막힌 것을 뚫는다는 것이다. 영어 표현인 커뮤니케이션은 나눔의 뜻을 지닌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을 할 때 서로의 생각과 의견이 일치해 겹치는 부분이 커지면 소통이 잘된다는 건데 사실 이러기 쉽지 않다. 그렇기에 이장주 소장은 소통에 대한 일반론적인 걸 떠나서 다르게 생각해보자며 본격적인 강의를 시작했다.

    이장주 소장에 따르면, 소통은 원래 어렵다. 소통은 나와 경험과 지식이 다른 사람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같은 걸 보거나 들었을 때의 판단도 저마다 다르다. 대표적 사례는 미용실에서의 소통이다. 고객이 헤어 디자이너에게 '조금만 잘라주세요'라고 하면 마음에 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조금'에 대한 의미가 각자에게 다르기 느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고객은 좋지 않은 결과를 받아들었음에도 같은 미용실, 혹은 다른 미용실에 가서도 같은 요청을 하곤 한다. 그러면 보통의 경우에 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실수가 반복되곤 한다. 그러면 소통의 문제가 반복되는거다.

    이 소장이 꼽은 핵심은 나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소통은 남이 아닌 날 위해서 해야 한다는 것. 물론, '나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119 구급차가 대표 사례다. 구급차 앞의 문구는 반대로 보이게 되어있다. 앞에 있는 자동차 운전사가 이를 보고 빠르게 파악해 피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앞에 있는 자동차가 피할지 여부는 구급차에 달려있지 않다. 그 판단은 전적으로 앞에 있는 자동차 운전자가 하는 것이다.




    이처럼 소통은 자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이를 좌지우지 하려고 하면 보통 좌절을 맛본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이고 기대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즉 현실적인 것에 집중할 때 소통의 효과가 상승한다는 것이 이 소장의 설명이었다. 아무리 짜증내고 화를 내도 바꿀 수 없는 날씨와 비슷하다고도 했다.

    게임 종사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게임이 개발될 때 투입되는 사람과 이들의 직무는 정말 많고 다양하다. 이들끼리 서로 유기적으로 소통한다고 해도 성공 확률이 높지 않다. 회사 내에서의 관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외부와의 관계도 중요하다. 심리학적으로 접근했을 때 이들과의 소통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면 어느 정도 성공한 게임 개발이라고 볼 수 있다.

    보통 돈이나 시간 같은 자원이 부족할 때 소통에 어려움이 생긴다. 개발한 게임의 성과가 좋지 않아도 그렇다. 최근에는 세대차이도 소통을 방해하곤 한다. 소통이 잘 안되면 자연스럽게 남탓이 흘러나온다. 게임 유저들끼리 팀을 이뤄서 승리를 위해 노력했는데 패배하면 시작되는 소통이 이런 식이다. 이러한 현상은 게임 개발 분야라고 별반 다르지 않다. 만약, 소통에 별 문제가 없다면 그 사람은 엄청 운이 좋은 사람이거나 소통의 달인이라고 봐야 한다. 이를 반대로 표현하면, 소통이 안된다는 건 당연하다는 뜻도 된다.

    이처럼 중요한 소통에 우리 모두는 얼마나 많은 노력을 투자하고 있을까. 보통 팀이나 회사 차원에서는 워크샵 등의 형태로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고자 한다. 이걸 하지 않는 것보단 낫겠지만 직접적인 해결방안이라고 보기엔 어렵다.

    그럼 소통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사람마다 소통에 대한 이미지와 기대가 다 달라서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 이것만 제대로 잡아도 반은 성공한다는 것.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소통을 경쟁이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좀 더 심하면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소통을 설득이라고 생각한다는 뜻도 된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바꾸려는 성향이 강하다. 하지만 혹여 상대방 설득에 성공하더라도 설득된 사람은 패배했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다시 도전하려는 마음을 먹기도 한다. 결국, 소통을 경쟁이나 설득의 방법으로 생각하면 소통을 더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이장주 소장이 생각하는 소통의 정체는 춤이다. '탱고에서 가장 가져야 하는 재능은 상대를 빛나게 하는 능력'이라고 말했던 유명 탱고 댄서의 발언을 활용해 부연 설명을 이어갔다. 이러한 마음가짐이 소통에서 핵심이라고. 상대가 빛나면 옆에서 같이 춤추는(소통하는) 나까지 빛나기 때문이다.



    ■ 우리편 소통 - '우리편'과 소통하고 이야기한다는 느낌으로

    위와 같은 내용을 토대로 이장주 소장은 소통을 1:1 구도가 아니라 우리편끼리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게 한국 특화적인 개념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우리편끼린 소통을 잘해야 하고 그 속에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이성적인 판단을 넣진 않는다. 이러한 개념과 마음가짐이 상대의 이야기를 받아들이는데 윤활유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장주 소장은 소통이라는 것이 발견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 대화를 하는데 이를 인격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소통을 하는 건 내 인격을 인정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핵심 요지 반박하기와 같은 바람직한 대응 방식에도 많은 사람이 이걸 인격 공격으로 받아들이곤 한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의견 교류와 같은 소통과 인격 자체를 따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서는 안전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 사실 이는 관리자나 리더가 해야될 일이다. 물론, 위의 설명처럼 인격에 대한 지적이 아니라 업무에 대한 피드백만 이어져야 한다. 잘 풀리면 실수에 대해 이야기를 해도 별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 실수를 정당화하려 하기 때문에 소통 대상자가 방어적으로 변하곤 한다. 또한, 히포(HIPPO, 높은 연봉의 사람의 의견에 동조하게 되는) 현상이 발생하곤 한다. 이를 정상적인 소통이라고 보긴 어렵다.




    또 하나로는 무의식적 프레임을 조심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 개발에 실패했을 때 '난(우린) 실력없는 사람(팀)'이라고 생각하는 부류가 있고, '이번 게임은 실패했다'고 여기는 부류가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에는 인격에 해당하고 후자는 업무에 해당한다. 업무에 해당하는 쪽은 '다음에 잘해보자'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겠지만, 전자에서는 '빨리 접자'와 같은 부정적인 결과를 도출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우리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진행된다. 부정적인 프레임을 무의식적으로 씌우다 보면 스스로와 주변인 모두를 실패자로 만들게 되는 만큼 조심해야 한다.

    세 번째로 이장주 소장은 쇠귀보단 팔랑귀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통을 시도하는 입장에서 쇠귀는 무력감을 느낄수도 있어 소통 자체에 힘이 빠지고 허탈해지곤 한다. 팔랑귀인 경우가 소통에서는 오히려 긍정적일 수 있다. 팔랑귀인 사람에게 의견이 잘 전달된 것 같으면 소통을 시도했던 사람에게 긍정적 효과를 준다. 자부심도 올라갈 수 있다. 팔랑귀가 된다고 해서 변절자라고 욕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좋다. 물론, 아무 얘기나 듣고 다 인정해주면 소통에 도움이 되지 않기도 한다.




    의견과 정체성을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기본적으로 소통 과정에서 아름다운 이야기만 나오진 않는데 비판이 정체성 공격으로 이어지면 안된다. 소통 말미에 '너라서 내가 믿고 말하는거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무척 크기 때문에 말하는거다'와 같은 말을 덧붙이면 이를 듣는 입장에서 더 많은 것을 수용하게 된다. 그렇기에 소통 중에 이런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필요가 있다. 말해주지 않으면 자신의 의도가 잘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덧붙여 의도와 느낌, 바람을 함께 말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 소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사람들은 보통이 경우에 정보나 의견만 전달하기 때문에 본래 메시지가 혼동되어 전달된다. 그러면 사람 간의 해석이 달라지고 건설적인 방향으로 소통이 나아가는데 어려움이 발생한다. 또한, 누군가 나에게 말할 때 의도와 느낌, 바람을 함께 전달해주지 않는다면 먼저 나서서 물어보는 습관도 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 밖에도 이장주 소장은 자율성 제공과 공동의 목표 반복 확인, 여러 개의 요구 하지 않기 등 우리편 소통을 바람직한 소통을 위해 필요한 환경 조성 방안을 차례대로 언급했다. 특히, 여러 개의 요구를 하지 않기에 대한 질문에 이장주 소장은 "요구 사항이 많다면 우선순위에 맞춰서 시간 간격을 두고 전달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답변했다.



    ■ 소소한 팁 - 알아두면 쓸모있는 소통 방법들

    소통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미 소통이 잘 이루어지는 조건들이 존재한다. 메신저의 매력이다. 매력이 높을수록 소통이 잘된다. 간혹 감정적이거나 비관적인 사람이 스스로를 반대의 성향으로 착각할 때가 있다. 여기엔 적절한 지적이 필요하다. 물론, 인격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위의 설명처럼 업무적인 접근이 필수적이다.

    소통에서 늘 문제가 되는 부분은 부정적인 표현이다.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짧고 단호하고 단번에 해야된다. 지적과 같은 내용을 돌려서 길게 말하면 오히려 듣는 이의 부정적인 태도를 더욱 강화하곤 한다.

    말 뿐만 아니라 장소도 중요하다. 심리학에서 봤을 때 창의적인 내용은 개방적인 곳, 정확성을 요하는 소통은 밀집된 공간에서 하는 것이 좋다. 실제로 예술가들은 천정이 높은 작업실에서 일하는 경우가 많으며 회계사와 같은 직군에서 일하는 이들은 좀더 밀집된 장소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의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들은 보통 푹신한 곳에 앉았을 때 상대방의 말이나 요청 등을 더욱 잘 받아들인다. 이장주 소장은 소통을 하기 전에 어떤 환경을 선택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타이밍도 소통에 중요한 요소다. 소통하고자 할 때 상대방의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면 잠시 미뤄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살다 보면 좋아하지 않는 사람과 소통해야 할 때도 있다. 이런 경우라면 자꾸 피하는 것보단 오히려 계속 그 사람을 떠올리고 생각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 실제로 PTSD를 치료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지겨움 치료가 있다. 계속 떠올리다 보면 다른 생각이 들곤 하는데 그렇다는 건 조금은 익숙해졌다는 의미가 된다. 익숙해지면 그렇지 않을 때보단 훨씬 긍정적인 소통이 가능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장주 소장은 누굴 위해 소통하고 게임을 만드는지 항상 기억하자고 했다. 게임은 유저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개발자 본인을 위해서 만드는 거라며, 바람과 파도와 싸우지 않고 이를 활용해서 목적지로 향하는 현명한 사공들을 예로 들었다. 게임을 개발하면서 게임 종사자들은 크고 작은 파도와 바람을 만난다. 소통이 힘들고 의견이 통하지 않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여기에 해당한다. 그렇다고 해서 이들과의 소통을 계속 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설명이었다.

    조금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은 엄청난 경쟁 속에서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올려줄 수 있다. 조금이라도 그럴 수 있다면, 그것이 소통의 본질과 기능들을 달성한 것이라는 이장주 소장의 말과 함께 강연이 마무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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