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더욱 가슴 뛰는 한일전이 되길 - DFM이 보여준 가능성

칼럼 | 박태균 기자 | 댓글: 15개 |
스포츠 종목을 불문하고 한일전은 양국 팬들의 가슴을 더없이 불타오르게 한다. '한일전은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 된다'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 정도로 그 어떤 경기보다 의미가 큰 대결이며, 그만큼 치열한 승부가 벌어지고 많은 관심이 모인다.

다만, LoL e스포츠에서의 한일전은 그다지 뜨거운 라이벌 의식을 보이지 않는다. 왜? 애초에 만날 기회가 없었으니까. 롤드컵을 필두로 각종 국제전이 진행될 때마다 LJL은 LCK가 기다리는 본선 무대에 발을 들이지 못했다. 또한 일본 대표로 국제전에 나선 팀들의 경기력을 보고 있자면 LJL은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약체 리그라는 인식이 생기기 마련이었다.

이에 2021 MSI에서 예정됐던 첫 LoL 한일전은 결과가 이미 정해진 시시한 다툼으로 느껴졌다. 소환사의 컵을 여섯 번이나 들어 올리고 수많은 용병을 배출하는 최강 지역과 국제전마다 예선 탈락하는 최약 지역의 싸움이니까. 그런데 데토네이션 포커스미(이하 DFM)가 선보인 저력은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 새로운 생각을 심었다.

언젠가는, 무엇보다 가슴 뛰는 한일전이 펼쳐지지 않을까.




일본은 명실상부한 문화 선진국이며 게임 시장 규모는 한국에 약 2배에 달한다. 그러나 한국과 반대로 PC보다 콘솔 시장이 훨씬 거대하며, 이는 PC 게임 위주로 진행되는 e스포츠에서 일본이 약소국일 수밖에 없는 원인이 됐다.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나 철권 등 일부 격투 게임에서는 일본 선수들도 종종 세계 최정상에 오르지만, 거의 모든 e스포츠 종목에선 일본 출신의 월드 클래스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LoL도 마찬가지다. 2011년 말 한국에 상륙한 LoL이 금세 최고 인기 게임으로 등극해 아직까지도 건재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에선 2016년 초에야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고, 한동안 이렇다 할 인기를 얻지 못했다. e스포츠도 같은 맥락이었다. 일찍이 체계가 잡힌 LCK와 달리 초창기 LJL은 해외 서버를 통해 간신히 진행되는 일부 팀과 선수들의 행사였다. 경기 수준은 처참했고 경기장 환경은 더없이 열악했다. 가장 중요한 팬마저도 극소수였다.

하지만 한국인 선수와 코치들이 LJL에 속속 합류하며 큰 변화가 이루어졌다. 일본 팀들은 수 차원 높은 레벨의 운영을 받아들여 비약적으로 성장했고, 날로 수준이 높아지는 경기에 팬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일본 내에서 LoL과 e스포츠의 인기도 점차 올라가며 기업들의 큰 투자도 이어졌다. 꽤나 구색을 갖춘 LJL은 이제 안정적인 리그로 자리매김하여 문제없이 운영되고 있다.

그리고, 2021 MSI 그룹 스테이지에서 성사된 첫 한일전에서 LJL 대표로 참가한 DFM은 마음을 제대로 불태웠다. 2020 롤드컵 챔피언이자 현 세계 최강 전력으로 꼽히는 담원 기아 앞에서 그들은 결코 수그러들거나 멈추지 않았다. 지금까지 LJL이 보였던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운영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담원 기아를 압박했다. 일방적인 구타가 될 것이라는 예상을 깬 흐름에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가 들썩였다. 결과는 담원 기아의 승리였지만, DFM의 분전은 박수받아 마땅했다.

3일 후 치러진 두 번째 대결에서도 DFM은 꽤 선전했다. 담원 기아가 다이애나-야스오라는 특수 픽을 꺼내긴 했으나 그들을 상대로 또다시 팽팽하게 맞붙었다. 이외 C9, 질레트 인피니티와의 대결에서도 인상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두 팀을 한 번씩 잡기도 했다. DFM의 2021 MSI 그룹 스테이지 최종 성적은 2승 4패로 탈락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전력을 다해 싸우며 LJL이 LCK를 비롯한 전 세계 팀과 맞서기 위해 멈추지 않고 달려왔다는 것을 온몸으로 시사했다.

물론 이번 MSI에선 플레이-인 스테이지가 사라졌기에 한일전이 성사될 수 있었다. 2021 롤드컵에선 언제나처럼 LJL 팀이 플레이-인 스테이지를 넘지 못해 한일전을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바로 당장이 아니어도 좋다.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으니 그 가능성을 언젠가는 현실로 만들어 왔으면 한다. LCK는 언제나 최정상에서 군림하고 있을 테니까, 그 어떤 종목보다 뜨거운 한일전을 만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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