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그건 사랑의 매였어.." 네팔렘들이 뽑은 디아블로 최고의 악마는?

게임뉴스 | 박형근 기자 | 댓글: 75개 |




네팔렘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 시간에는 디아블로 20주년을 맞이해 인벤에서 진행했던 '최고의 악마 투표' 이벤트 결과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투표는 지난 12월 27일부터 올해 1월 10일까지 약 2주간 진행했으며, 시리즈별 주요 악마들로 구성된 24마리의 후보들 중 3마리를 지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각 투표자들에게 주어진 표가 세 장이나 됐기에 후보별 득표율은 대체적으로 고른 분포를 보였는데요, 이 와중에도 유난히 표를 많이 받은 악마, 반대로 네팔렘들에게 철저히 외면당한 악마가 있었습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지금부터 함께 알아보시죠!




▲ 과연 인벤 회원들이 뽑은 최고의 악마는?




■ 디아블로 시리즈 최고의 악마 : "메피스토"

"형니임! 어서 문 좀 열어보시오. 큰일이 났소!"

막내 디아블로의 목소리였다. 메피스토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이놈이 문을 얼마나 세게 두드리는지, 1층 현관문이 덜컹거리는 소리가 이곳 3층까지 들릴 정도였다. 경첩이 박살 날라 부리나케 계단을 뛰어 올랐다.

"아이고 이놈아! 아직 해가 중천인데 왜 이리 서둘러 온 게냐."
"그게 문제가 아니오..! 우리 좀 빨리 숨겨주시오!"

문밖에는 디아블로와 바알이 나란히 서서 초조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때였다. 바알이 엇, 하며 관자놀이에 검지를 갖다대더니 눈알을 데룩 굴렸다.

"무엇이냐?"
"방금 두리엘 목이 떨어졌소.."

그러자 이번엔 디아블로의 얼굴이 공포에 휩싸였다. 메피스토는 막내의 표정을 보며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대체 누가 온단 말이냐? 그 천사 나부랭이라면 걱정할 것이 없다. 내 군대가 여기에 있다."
"천사가 아니라 정신나간 필멸자요. 내 수하들은 진작에 죽었소. 어떡해야 좋소, 형님?"

한낱 필멸자에 이리 겁을 먹다니? 믿기지 않는 이야기지만, 놈이 두리엘의 목을 친 것이 사실이라면 보통 일이 아니다. 메피스토는 동생들을 안으로 들이며 말했다.

"너희들은 고향으로 돌아가 군대를 소집하거라. 나는 여기서 시간을 벌어보마."

삼형제는 다 함께 지하로 내려가 지옥으로 가는 차원문을 열었다. 불타는 지옥에는 전세를 뒤집을만한 군대가 충분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차원문에 몸을 반쯤 걸치니, 디아블로는 좀처럼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악마같은 표정으로 수하들을 도륙하던 필멸자의 얼굴이 자꾸 떠올랐다. 괜찮을까, 형님은..






"형님도 그놈을 상대로 승리를 장담할 수 없을 것이오. 같이 갑시다."
"그럼 차원문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 걱정말고 내 숨이 차기 전에만 돌아오려무나."
"... 그놈이 여기 도착하기 전에 돌아오겠소. 이 아우만 믿으시오."








동생들을 피신시킨 메피스토는 며칠 뒤 방문한 어느 필멸자에게 살해당합니다. 흉기는 망치, 어쩌면 트랩이나 피할 여지도 주지 않는 수십 발의 화살이었을 겁니다. 디아블로2 초창기에는 계단에 메피스토를 걸쳐두고 소서리스의 파이어월로 메피스토를 태워죽이기도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얼마나 비열한 방법이었는지. 메피스토도 그런 방식의 결전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 디아블로3가 출시되고 나서야 메피스토는 비로소 안식에 들 수 있었습니다. 매일같이 안부를 물으러 오던 필멸자들이 눈에 띄게 줄어갔고, 종래엔 바알런이 성황을 이루면서 메피스토의 임무가 끝이 났죠. 그러나 필멸자, 아니 이제는 네팔렘이 되어 성역을 누비는 인벤 회원들은 아직 그를 잊지 않고 있었습니다. 디아블로 시리즈 최고의 악마로 '메피스토'를 뽑아주셨으니까요.




▲ 참 많이도 죽였던 메피스토.. 어쩌면 사랑의 매였을까.


물론 디아블로2가 한참 인기를 끌던 당시엔 메피스토의 맏형다운 면모보다 '앵벌'하기에 용이한 몬스터로 주목을 받았죠. 헬 난이도 기준 '숨은 레벨'이 87이나 되어 대부분의 유니크 아이템 드랍이 가능했고, 나이트메어에서도 신오브를 드랍하는 바람에 앵벌의 대명사로 등극하게 됐습니다.




▲ 일명 신오브로 불리던 더 오큘러스


이후 1.11패치에서는 훗날 '트리런'으로 불리게 되는 '세 악마의 재결합'이라는 콘텐츠를 통해 '우버 메피스토'가 되어 한층 강력해진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상대 저항력을 깎아버리는 컨빅션 오라를 켜고 속성 공격을 내뿜는 데다가, 자체적인 저항력까지 매우 높아 트리런 초기에는 최강의 악마로 불리게 됩니다.

물론 시간이 지나면서 여러 공략법이 생겼습니다. 우버 메피스토를 구조물 사이에 끼워둔 뒤, 수하를 계속 소환하게 해서 레벨링 자판기로 이용하는 악랄한 자들이 나타날 정도였으니까요. 역시 대악마들의 맏형이라고 해야 할까요. 자신이 가진 것이라면 아낌없이 내어주는 그의 모습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 슴딘 공략이 등장하면서 또 한 번 맛집 신세가 됐다




■ 레오릭의 특별한 자식 농사 : "디아블로"

최고의 악마 투표에서 아쉽게도 득표율 2위에 그친 후보는 다름 아닌 2편의 디아블로입니다. 아이단 왕자의 육체를 빌어 재부활한 모습이죠. 유약한 성격이었던 1편의 디아블로 '알브레히트 왕자'와 달리 아이단은 서부원정을 다녀온 군인 출신입니다. 이 때문인지 외관상으로 가장 위압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특히 커다란 덩치를 가졌음에도 네 발로 뛰어다니는 모습이나, 소환되기 직전 재생되는 특유의 거친 음성은 '막보스'의 느낌을 충분히 전달해줬죠. 저항력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캐릭터는 파이어 스톰 한 방에 즉사할 수도 있었습니다.






디아블로는 바알이 나오기 전인 오리지널 시절에 인기를 끌었습니다. 정확히는 그의 거처인 카오스 생츄어리가 레벨링 및 파밍 장소로 각광을 받았죠. 단순한 지형 구조에 몬스터 밀집도가 높아 카우방이 등장한 이후에도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확장팩 출시 이후에는 바알런에 다소 밀리는 모습이지만, 여전히 노말에서 헬 난이도까지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과정에서 레벨링을 위해 많은 모험가들이 찾고 있습니다.




▲ 지금도 dia-05 같은 방제를 볼 수가 있다


한편 디아블로는 설정상으로 아주 독특한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역대 디아블로들이 전부 레오릭 왕의 혈통이라는 점입니다.

1편에 등장한 디아블로는 레오릭 왕의 둘째 아들인 알브레히트 왕자입니다. 사실 디아블로의 숙주 후보는 레오릭 왕이었으나, 그의 정신력이 워낙 강해 디아블로에게 굴복하는 대신 미쳐버렸습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약한 성격을 지닌 알브레히트에게 디아블로의 정수가 스며들게 되죠.




▲ 우와.. 내 아들이 디아블로라니!


2편의 디아블로는 레오릭 왕의 첫째 아들인 '아이단'입니다. 3편의 세계관을 보강하기 위해 추가된 인물이죠. 1편에서 디아블로의 심복이었던 라자루스가 당시 기사단장 라크다난을 제거하기 위해 서부 원정을 보내게 되는데, 이때 함께 따라간 것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결국 서부 원정에 패배한 아이단과 라크다난은 모든 군사를 잃고 트리스트럼으로 돌아오게 되는데요, 이때부터 시작되는 이야기가 바로 디아블로 1편입니다. 라크다난은 백성들의 평화를 위해 미친 왕 레오릭을 살해하고, 이후 묘지에서 해골왕으로 부활한 레오릭을 장남 아이단이 또 한 번 쓰러뜨립니다.

이후 트리스트럼 성당 지하에서 디아블로 처치까지 성공한 아이단은, 자신이 죽인 악마가 사실은 알브레히트였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곤 자신의 이마에 디아블로의 영혼석을 박아넣게 되는데요, 이것이 아이단 본인의 의지인지 영혼석에 홀린 결과인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 두 번째 비극을 예고하는 아이단의 선택


트리스트럼의 비극 이후 아이단은 자취를 감추었지만, 3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아드리아의 일지에 따르면 아이단이 먼저 아드리아에게 접근했고, 이에 그녀는 아이단을 힘껏 달래주었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태어난 것이 바로 디아블로3의 '레아'인 것이죠.

다시 정리해보면 레오릭의 두 아들은 모두 디아블로로 장성했고, 며느리는 아드리아, 손녀는 최초로 여성 디아블로가 되어 천상계의 대문을 박살낸 전과가 있습니다. 관점에 따라선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는 인생이네요.




▲ 디아블로를 세 번이나 배출한 레오릭 명가




■ 숨렙 99의 기적 : "바알"

득표율 3위도 역시 디아블로2에 등장했던 '바알'이 차지했습니다. 바알은 디아블로2의 확장팩 "파괴의 군주"에서 처음으로 등장했으며, 신규 지역인 액트5의 보스를 맡았습니다. 파괴가 주특기지만 실제론 자택에서 맏형이 살해되고 막내는 고향땅에서 린치당하는 등, 자신의 삶이 파괴된 입장입니다. 게임 내 대사에서도 "형제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게 하겠다."라는 내용이 나오죠.






디아블로2에서 메피스토가 추격자들을 막고 디아블로가 군대를 더 끌어오는 역할이었다면, 바알은 성역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는 세계석의 타락이라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증오의 사원에 지옥으로 가는 차원문이 열렸을 때 그는 디아블로를 따라가지 않고 자신의 영혼석을 되찾기 위해 마리우스를 쫓았죠.

디아블로2 오리지널의 엔딩 영상을 보면 바알이 결국 정신병동에 갇힌 마리우스를 찾게 됨을 알 수 있는데요, 이때 바알이 회수한 영혼석은 세계석을 타락시키는 장치로 사용됐습니다.



※ 출처 : 유튜버 서민우


이벤트를 통해 바알이 득표를 많이 한 이유도 역시 디아블로의 핵심 콘텐츠인 파밍과 연관이 있습니다. 바알의 숨은 레벨은 99로, 모든 아이템 드랍이 가능한 보스 몬스터였거든요. 특히 참이나 레어 아이템의 옵션 등급 결정에 아이템의 숨은 레벨이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바알이 드랍한 일명 '바알참'을 사고 파는 일도 많았죠.

또한 바알의 거처로 가는 입구인 '쓰론 오브 디스트럭션'에서 처치해야 하는 바알의 수하들이 상당량의 경험치를 주는 관계로 레벨업 성지가 되기도 했습니다.




▲ 디아블로2의 바알런 진행 중인 모습




■ 득표율 최저 기록한 악마는? : "라카니슈"

한편 24마리의 최고의 악마 후보들 중에서도 유난히 표를 적게 받은 악마가 있었습니다. 다름 아닌 디아블로2 스토니 필드의 유니크 몬스터 '라카니슈'입니다. 디아블로 1편의 라자루스, 3편의 이스카투를 제치고 최하위를 기록했으니 어떤 면에선 대단한 업적이네요.




▲ 디아블로2 진보스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다


라카니슈는 액트1 대표 '잡몹'인 폴른의 유니크 몬스터입니다. 진한 푸른색 피부를 가지고 있고, 공격을 받을 때마다 차지드 볼트를 사방에 뿌리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항력이 낮은 저레벨 모험가들은 상대하기가 매우 껄끄러웠죠.

게다가 출현 위치도 트리스트럼 포탈을 열기 위해 건드려야 하는 '케임 스톤' 한가운데라 디아블로2를 플레이하면서 반드시 만나게 되는 악마이기도 합니다.

디아블로3에서는 라카니슈의 화신이라는 네임드 몬스터가 등장하며, '라카니슈의 칼'이라는 이스터에그 아이템이 있기도 합니다. 바시오크를 라카니슈의 칼로 처치하는 업적도 있으므로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는 악마인 셈이죠.




▲ 디아블로3 업적용 아이템 - 라카니슈의 칼


다만 본격적인 파밍 단계에서는 얼굴을 볼 일이 없어 득표면에서는 부진했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설정상 큰 비중은 없지만 게임 내에선 자주 볼 수밖에 없었던 핀들스킨이 무려 15위를 기록했거든요. 그만큼 디아블로2에 대한 추억을 가진 유저분들이 많다는 뜻인 것 같습니다.

이외에 도살자, 벨리알, 안다리엘같은 주요 악마들도 득표율 상위권에 랭크되었으며, 히든 스킬 '렉사'를 시전하던 두리엘은 12위에 그치는 등 다소 특이한 점도 있었습니다. 지난 디아블로 20주년 기념 투표 이벤트 결과는 아래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최고의 악마" 이벤트 득표 순위

1. 메피스토
2. 디아블로2
3. 바알


4. 디아블로3 | 5. 도살자 | 6. 디아블로1
7. 안다리엘 | 8. 벨리알 | 9. 해골왕
10. 아즈모단 | 11. 두리엘 | 12. 이주알
13. 아드리아 | 14. 핀들스킨 | 15. 라카노트
16. 헤파스토 | 17. 마그다 | 18. 그리스월드
19. 블러드레이븐 | 20. 키대아 | 21. 카운테스
22. 이스카투 | 23. 라자루스 | 24. 라카니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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