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뭣 좀 사려고 하는데"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물어봅니다. IT 제품이야 신제품일수록, 가격이 올라갈수록 성능도 함께 올라가기 때문에 가격을 가장 먼저 묻게 됩니다. 서로 오가는 대화를 평소 연락을 자주 하지 못했던 지인들과 식사 혹은 간단한 술자리 대신이라고 생각한다면 꽤 즐거운 얘깁니다만, 제가 질문을 피하는 분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노트북인데요. 여타 IT 제품과는 다르게 노트북은 교집합을 잘 따져야 합니다. 노트북을 대표하는 세 가지 사양이 있습니다. 성능과 휴대성, 그리고 디자인입니다. 그리고 이 요소들에 따라 뚜렷하게 가격이 갈립니다.
각개로 보면 선택하기 별로 어렵지 않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으나, 노트북 제품의 특성상 한 가지를 양보한다면 그 요소를 포기하는 것을 의미할 만큼 치명적입니다. 극단적인 예시로 국내 극경량 대기업 노트북을 선택한다면 일부 저사양 게임을 제외하고는 포기해야 합니다. 150만 원 정도를 쓰고도 게임은 포기해야 한다는 얘기죠. 반대로 어지간한 데스크톱보다 성능이 우월한 게이밍 노트북은 장갑차 같은 외형과 그만큼 무거운 무게, 배터리 파워를 2개 장착해야 하는 탓에 휴대성 측면에서 영 꽝입니다. '차라리 데스크톱을 살까?'라는 생각에 지배될 겁니다.
성능과 휴대성 그리고 디자인까지 전부 다 갖춘 노트북은 없을까요? 찾아보면 있습니다. 하지만 형성된 가격이 무척 높다는 것이 함정이죠. 그런데 재밌게도 모든 걸 갖춘 하이엔드 노트북들의 소식을 접할 때마다 "어차피 내께 아니니까"라며 깊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막상 제 손에 들어오니 높디높은 가격이 설득되어버리는 마법에 걸리더라고요. 참고로 저 또한 오늘 소개할 제품을 써보기 전까지는 노트북이란 그냥 외부 취재 때 사진 편집만 간단하게 하면 되는, 휴대용 데스크톱으로의 가치만을 생각한 유저였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제 기준으로 모든 것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노트북, 지상 최강의 'ASUS ROG Zephyrus S17(이하 제피러스 S17)'입니다.
■ ASUS ROG의 최상급 노트북 라인업, Zephyrus의 하이엔드 제품군
ASUS ROG Zephyrus S17 (GX703HS)
제품 종류: GX703HS / GX703HR / GX703HM
CPU: 인텔 11세대 i9-11900H
그래픽: NVIDIA 지포스 RTX 3080
화면 크기 : 17.3인치
디스플레이 (해상도, 패널, 주사율, 응답속도) :
- QHD / IPS / 165Hz / 3ms / DCI-P3 100% / Pantone 인증 / Advanced Optimus
- UHD / IPS / 120Hz / 3ms / DCI-P3 100% / Pantone 인증
제품 크기 : 39.49 x 26.43 x 1.99 (cm)
제품 무게 : 2.6 kg
VRAM: 16GB GDDR6 (HR 버전 8GB / HM 버전 6GB)
메모리: 최대 48GB DDR4 3200MHz
SSD : 최대 NVMe PCIe Gen4x4 x 3 (1TB / 2TB)
오디오 : Dolby Atmos 기반 스피커 x6 / 포스 캔슬링 우퍼 x2 set 및 트위터 x2
마이크 : 3개의 마이크를 통한 3D 마이크 어레이 (양방향 AI 노이즈 캔슬링 지원)
I/O 단자 : Type-C 썬더볼트 4 (USB4 / DP 1.4 호환) / Type-C USB 3.2 (DP 1.4 호환) /
Type-A USB 3.2 x3 / HDMI 2.0b / 3.5mm 콤보잭 / SD카드 리더 / LAN 단자
Wi-Fi / 블루투스 : Wi-Fi 6 / 블루투스 5.2
웹캠 : 720p / 2DNR & 3DNR
배터리 : 90 Whr
파워 : 140W (Cross load TDP: CPU 50W + GPU 125W)
기타 : 멀티휠 / AAS Plus 흡입구 / 광 스위치 키보드 탑재 / 급속 충전 지원(30분-50% 충전)
제품 가격 : 3,999,000원(21.08.09 공식 판매가 기준)
글로벌 하드웨어 회사인 ASUS. 에이수스의 하이엔드 게이밍 브랜드인 ROG. 로그의 제품 중 하이엔드 라인업을 담당하고 있는 Zephyrus. 제피러스 라인업의 제품 중 가장 꼭대기에 있는 모델이 바로 S 모델인데요. '갑중갑'답게도 제피러스 S17 노트북에 탑재된 모든 부품 또한 하이엔드급입니다.
제피러스 S17은 부품 사양에 따라 세 가지 모델을 취급하고 있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제품은 'GX703HS' 모델로, 해당 노트북은 인텔 최신 i9 CPU와 RTX 3080 그래픽카드가 탑재되어 있는 하이엔드 모델입니다. 그 밖에 'GX703HR'과 'GX703HM' 모델에서는 i7-11800H를 채택했으며, 그래픽카드는 HR 버전에는 3070, HM 버전에는 3060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또한 같은 모델에서도 노트북의 용도에 따라 UHD 혹은 QHD 디스플레이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리뷰에 사용된 노트북은 QHD 해상도, 165Hz 주사율, 3ms 응답속도를 제공하는 제품이었습니다. 다른 옵션으로는 UHD 해상도, 120Hz 주사율, 3ms 응답속도를 제공하는 옵션으로 고를 수도 있더라고요.
해당 노트북은 키보드에도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제가 또 개인적으로 키보드를 매우 좋아하는데요. 에이수스 독자적인 기술로 개발된 제피러스 S17의 키보드는 0.2ms의 응답속도와 최대 1억 회 키 프레스를 견디는 내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타건감 또한 신비롭고 만족스러워서 타건 영상까지 준비해봤습니다.
또한 'AAS Plus'라는 독자 쿨링 기술을 적용하였습니다. 기존 제피러스 노트북에 적용되던 AAS 쿨링 솔루션은 독특한 힌지를 통해 노트북 본체를 들어 올려 하단 통풍구를 바닥면에서 띄워주는 기술이었습니다. 키보드와 쿨링이 무슨 상관이냐고요? 키보드 뒤를 들어 올려 통풍구를 확장하는 것이 바로 그 기술이니까요. 통풍구의 면적이 커진 만큼 냉각 성능과 소음 억제에 탁월합니다. 참고로 올라간 키보드 자판은 5도로, 사용자가 타자를 치기 좋은 각도인 것은 덤입니다.
특히 이 기술은 제피러스 S17을 사용해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습니다. 노트북으로 문서작업이나 게임을 하다 보면 "뭔가 따듯한데?"라는 경험, 누구나 하지 않으셨나요? 그것은 노트북의 발열이 키보드까지 올라오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AAS Plus 쿨링 솔루션이 적용된 제피러스 S17에서는 키보드의 따뜻함(?) 없이 쾌적하게 자판을 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LAN 단자 유무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랜선 단자 있는 게 뭐가 재밌냐고요? 작년에 출시한 제피러스 S17(GX701)에는 이 랜선 단자가 없었습니다. 정확히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제가 작년 ASUS 신제품 발표회 때 랜선 단자가 없는 것이 아쉽다고 전달한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에이수스라는 대기업이 제 말 한마디에 제품을 바꾸진 않았겠지만 개인적으로 아쉬웠던 부분이 개선되어 출시된 것만으로 괜히 더 반갑더라고요.
■ 제피러스 S17에 적용된 쿨링 솔루션
노트북 제품군의 성능 중에 냉각 기술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 기술을 조금 더 파헤치면 발열과 소음을 어떻게 해결하느냐로 나뉘는데요. IT 제품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이 두 가지 요소를 무척이나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엄연히 따지자면 에이수스 S17 제품의 가격에는 쿨링 솔루션도 꽤 많은 지분을 차지하고 있을 겁니다. 그만큼 최고의 발열 억제와 소음 억제 성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액체 금속 열 억제제라는, 듣기만 해도 가능 유무부터 따져봐야 할 것 같은 화합물이 발라져 있습니다. 해당 제품은 'Thermal Grizzly' 사에서 제작된 것으로, 표준 서멀에 비해 평균 10도, 일부 작업에서는 최대 16도까지 낮추는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보다 정밀한 서멀 작업을 위해 에이수스에서는 해당 작업을 수행하는 자동화 장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덕분에 제피러스 S17 CPU 위에는 액체 금속이 부착되어 있으며, 흐르지 않게 특수 내부 펜스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84개의 날을 갖춘 'Arc Flow' 팬은 공기 흐름의 효율을 높이고 소음을 줄여줍니다. 2020년 출시된 팬 디자인에 비해 최대 13%까지 공기 흐름을 개선했습니다. 이 팬은 '0dB' 기술을 통해 사일런트 모드에서 CPU 및 GPU 온도가 50도 미만일 시, 작동을 멈춥니다. 웹 서핑 및 영상 시청 같은 가벼운 작업에서는 소음이 거의 없다고 볼 수 있겠네요.
0.1mm의 얇은 구리 핀 또한 제피러스 S17 노트북의 쿨링 솔루션에 도움을 줍니다. 이는 일반적인 핀에 비해 절반 크기로, 밀도가 올라간 만큼 열 방출을 위한 표면적이 늘어나고, 그만큼 팬 속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소음 억제에 도움을 줍니다. 그 외 히트싱크에 이물질이 없도록 유지하는 '셀프 클리닝 냉각 2.0' 기술도 일관된 쿨링 솔루션뿐만 아니라 제품의 안정성과 장기적으로 내구성을 높여주는 기술입니다.
■ 제품 사진
■ 전용 유틸리티
■ 성능 테스트
3DMark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 마치며
직업 특성상 다양한 노트북을 접해봤지만 성능과 디자인, 무게까지 해서 정확하게 균형을 맞춘 제품은 보기 드뭅니다. 성능이 좋으면 자연스레 무게가 크기가 늘어나고, 디자인도 점점 굵어집니다. 반면에 너무 가볍고 디자인이 세련되면 성능 측면에서 아쉬운 부분이 많고요. 반면 제피러스 S17은 모든 걸 갖춘, 하이엔드 제품군 중 정점에 위치하고 있는 노트북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어떻게 생각하면 에이수스에서 "올해 우리 회사에서 선보이는 신기술은 이런 것들이야!"라는 것을 제품화 시킨 것이 제피러스 S 라인업이 아닐까라는 추측입니다. 그만큼 일반적인 제품군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의 팬들은 매년 최신 독자 기술로 똘똘 뭉친 제피러스 S 노트북을 기다리고 있으며 정가에 구하기 힘들 정도로 인기가 많은 제품입니다.
워낙 가격적인 장벽이 높기 때문에 "외부에서 고사양 게임을 하고 싶은 게이머에게 추천드립니다~"라는 마무리는 못하겠습니다만, 어느 해에 특정한 계기로 제피러스 S17을 선택하게 된다면 아마 그 늪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울 정도로 만족스러운 제품이었습니다. 2년 내로 노트북을 장만하려 하는데 눈이 너무 높아져 버린 기분입니다. 오르지 못할 큰 산 하나를 마주한 느낌이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