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점만 찍어도 말이 바뀐다=키캡만 바꿔도 키보드 튜닝이다

기획기사 | 백승철 기자 | 댓글: 2개 |



키보드 세계에 빠져든지 근 6년. 워낙 매니악한 분야다 보니 주변에 얘기를 나눌 사람도, 자랑할 사람도 없는 것이 때론 외롭기도 아쉽기도 하다. 최근 상태가 좋은 동종의 중고 키보드 2개를 각기 다른 사람에게 구매했는데 우연히 시리얼 번호가 63과 64인 것을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팀원과 와이프에게 공유했다. 팀원들은 "또 시작이군"의 반응이었고 와이프는 "요즘 콘프레이크 소식 들었어?"로 화제를 돌렸다. 아 외로운 세상이여.

오늘은 IT인벤을 찾아오는 유저분께 키보드 영업을 하고자 한다. 다만 키보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라던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30가지 요소들을 하나씩 읊으면 어렵사리 접촉한 고객을 잃기 십상이기 때문에 일단은 조심스레 다가갈 계획이다. 뭐를 가장 중요시하는가?

키보드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 중, 그나마 접근성이 높은 분야는 단연 키캡일 것이다. 개인 성향에 따라 선호하는 색상, 디자인 그리고 그것을 가장 잘 보여주는 파트가 키캡이니까. 내가 딱히 선호하지 않는 브랜드 중 소비자를 잘 겨냥한 키캡 디자인으로 키보드에 관심이 없는 유저와 좋아하는 유저 둘 다 사로잡은 기업이 있다. 물론 해당 브랜드의 제품은 훌륭하다. 내 취향이 아닐 뿐.



▲ 겉으로 보면 "이 정도면 살만한데?"의 가격이지만



▲ 기본 베이스뿐.. 제품 상세 정보의 추가 키트를 보면 한 두가지 더 담게 된다 (경험담 아님)

또한 기존에 쓰던 키보드의 키캡만 바꿔도 제품을 새로 산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심지어 이 기분은 쓰던 키캡과 완전히 동일한 제품으로 바꿔도 그러하다. 별 기대 없이 밖에서 화장실을 사용하고 손을 씻고 수건을 사용했는데 방금 빨래한 것과도 같은 건조한 촉감과 섬유 유연제 향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또 재밌는 것은 튜닝 시장의 반응이다. 특정 분야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이라면 스티커를 붙인다거나 그립 테이프를 감는다거나의 간단한 행위는 튜닝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며 키보드 또한 그런 행위 자체를 높이 사며 튜닝이라 인정하는 그런 분야다. 뭐 쉽게 말하면 우리네 초등학교 때 도덕을 똥떡으로 바꿔도 그게 튜닝이란 얘기.



▲ (벌레 싫어함) 아니 이런 건 대체 누가 사는 거야...

예전엔 키보드 제조사에서 가끔 출시하거나 해외 특정 기업에서 출시하는 등 아는 사람만 눈여겨보던 작은 시장이었지만, 요즘은 놓치면 몇 달을 기다려야 하는 선착순 공동구매부터 시작해서 IT 제품을 취급하는 글로벌 기업의 전용 키캡, 더 나아가 한정판 브랜드 굿즈로까지 활용하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또한 개인 취향을 저격하는 커스텀 키캡부터 시작하여 3D 입체 키캡,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플라스틱 외에도 금속, 목재 등을 사용하여 소재를 달리한 제품까지. 눈이 즐거워지는 각양각색의 제품들 덕분에 키캡 놀이라는 말이 괜히 붙은 것이 아니다.

다만 키보드를 좋아하는 나조차도 키캡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 좋아하지 않냐고? 그럴 리가. 빠지면 한도 끝도 없기 때문에 무서워서 건들지 못하는 분야일 뿐. 오히려 키보드를 취급하고 있어 전용 키캡을 판매하는 게이밍 주변기기 업체의 키캡이 더 저렴할 정도이며, 커스텀 키캡으로 넘어가면 3D ESC 키캡 하나에 몇 만 원은 주고 사야 할 만큼 가격이 사악하다. 때문에 스크롤을 내리기 전에 주의가 필요하다.



▲ 글로벌 키보드 업체에서 취급하고 있는 별매품 키캡 (좌측부터 하이퍼엑스 / 스틸시리즈 / 에이수스)



▲ ㅏ... 이건 반칙이지



▲ 제발 판매해 주세요



▲ 뭐야.. 별거 없잖아? 하지만 RGB가 함께라면?



▲ ㅗㅜㅑ



▲ 리얼포스에 호환되는 정품 판매 키캡으로, 정가 기준 한 세트에 16만 원 이상이다 (출처: 뽐뿌와 블로그)



▲ F1~F4에 포인트로 끼우면 너무 귀여운 발바닥 키캡



▲ 브라보텍에서 취급한 'HolyOOPS 3D 해머' 포인트 키캡



▲ "Not enough minerals"



▲ 고퀄리티의 쵸파 모자 포인트 키캡



▲ 콘셉트가.. 뭔가... 잘못된 것 같은데?



▲ 네코제 출품작, 핑크빈 키캡! (출처: 메이플 인벤 - 에넬님)



▲ 요즘은 3D 프린터 및 펜을 이용하여 유저가 직접 만들기도 한다 (출처: 해노바 유튜브 채널)



▲ 이 웬...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대형 엔터 쿠션 (출처: 텐바이텐)



▲ 한 번은 꼭 눌러보고 싶은 무각 젤리 키캡



▲ 써멀테이크에서 취급한 메탈 키캡



▲ 대륙의 골드 감성



▲ 관리 부분만 해결할 수 있다면 언젠간 꼭 써보고 싶은 목재 키캡 (출처: 키보드매니아 데자뷰님)



▲ 갑자기 웬 그래픽카드? (사진 출처: We Gaming PC Build 유튜브)



▲ 무려 팬을 돌릴 수 있는 키캡이다. 판매해 주세요.. (사진 출처: We Gaming PC Build 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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