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우 용사의 하티-하티-하티-호!!

리뷰 | 양영석 기자 | 댓글: 11개 |

아무튼 여우 용사가 많이 우는 게임


여우는 어떻게 울까. 별것 아닌 주제지만 이 가벼운 생각은 2013년 하나의 노래로 등장해 현재 10억 뷰 넘을 정도로 화제가 됐죠. 아무튼 이 정도 영상 뷰에 인기라면, 현대인들은 여우의 아름답고 붉은 털과 커다랗고 파란 눈, 높고 오똑한 콧대를 비롯한 생김새와 우는 소리를 매우 좋아하는 통계적 자료가 될 것 같습니다. 아니면 말고요.

아무튼 오늘 소개해 볼 게임은 이 '여우'가 나오는 게임입니다. 아주 귀엽지만 위대한 모험을 떠나는 작은 여우가 되어보는 게임이죠. 여우에 대한 진실과 고대 전설의 힘과 미스테리, 무시무시한 괴물들을 물리치고 세상을 탐험하는 호기심 많은 여우의 이야기입니다.



게임명 : 튜닉(TUNIC)
장르명 : 액션
출시일 : 2022.3.17.
개발사 : TUNIC Team
서비스 : Finji
플랫폼 : XBOX, PC

관련 링크: '튜닉' 오픈크리틱 페이지


힐링 감성 귀여운 그래픽의 매콤한 폭스 소울


튜닉을 접한 유저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점은 아주 '힐링'의 분위가 느껴지는 다소 몽환적이면서 아기자기한 그래픽일 것입니다. 게임을 플레이하는 내내도 눈에 띄지만 캐릭터의 그래픽과 분위기 자체는 매우 평화로운 편이고 몬스터도 대부분 귀여운 모습입니다. 그리고 게임 특유의 연출로 인해 몽환적이면서 신비로운 분위기가 계속해서 이어지죠.

그렇지만 첫 몬스터한테 한 대 맞아보는 순간 숨을 크게 들이킬 겁니다. 아무래도 초반 몬스터들에게는 별로 맞을 일이 없긴 하지만…얼마나 아프겠어? 하고 한 대를 톡 맞는 얻어맞는 순간 늑골이 부러지고 간이 터지는 듯한 긴장감이 생깁니다. 그렇죠, 이 게임은 보는 것과 달리 꽤 맵습니다. 주인공 여우 용사가 하티하티하티호하고 울기 바쁜 게임이죠. 그래도 조작법은 매우 심플하고, 아주 간단하게 되어 있어서 조작을 완벽히 익히는데 정말 짧은 시간만 들어갑니다.



▲ 귀여운 스멜이 한 껏 나지만



▲ 보스전은 절대 안귀여움

꽤나 매운 게임이지만 일반적인 몬스터와의 필드 전투에서는 이런 점이 크게 부각되지 않습니다. 그래도 '좀 할 만한다'라는 느낌이 강하죠. 여신상을 통해 세이브-로드 시 몬스터가 다시 리젠 되는 특징을 제외하면 회복이 꽤나 자유로운 편입니다. 맵의 크기가 규모가 제법 되는 편인데, 구조물이나 이동 경로의 배치가 상당히 유연하게 되어 있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아이템'의 효과가 강력한 편이라서 초보 유저들도 금방 적응하고 필드에서 몬스터 처치와 길 찾기, 퍼즐 맞추기 등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렇게 평화롭게, 나름 힐링하는 느낌으로 필드를 돌면서 퍼즐을 풀어나가다 보스전에 돌입하면 본격적인 매운맛이 느껴집니다. 사실상 가드가 불가능한 공격들이 대부분이고, 플레이어가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패턴들이 주를 이루죠. 조작으로 제공하는 무적 시간은 실질적으로 생각보다는 큰 편입니다. 아마 플레이어를 죽이기 위해 안달이 난 흉악한 게임들을 즐겨보셨다면 무적 판정이 꽤나 너그럽다는 걸 알 수 있을 겁니다.

회피를 위한 무적이 널럴하면 쉬운 것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게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저 단순히 '회피'만 해서는 불가능한 공략법들이 존재하기 때문이죠. 침착하게 기다리고, 무적을 이용해 회피하지만 죽어라고 달려야 할 때도 있습니다. 혹은 공격할 수 없는 범위에 머무르는 적을 다른 스킬을 이용해 끌어와야 하기도 합니다. 그래도 역시 잘 피하고, 잘 때리는 게 가장 중요한 편이긴 한데 또 다른 요소들이 섞입니다.



▲ 방패가 없어? 그럼 마법쓰면 그만이야~

바로 주인공의 능력이죠. 단순한 칼질로 적을 물리칠 수도 있습니다만, 사용자의 세팅에 따라서 아이템(폭탄)으로 자본주의식 딜링 방식을 채택하거나 원거리형 마법에 의존해 전장이라는 의미를 무색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즉, 플레이어의 노력에 따라서 '우회'가 가능한 전투 난이도가 있다는 점이죠. 실제도 저도 플레이할 때 아이템을 이용하여 좀 더 여유로운 상황을 만들거나, 반대로 마법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보스들도 있었습니다.

아이템을 이용해 전투를 수월하게 이끌어갈 수 있는 건 맞지만, 무작정 아이템 사용이 만능이라는 건 아닙니다. 거대한 보스가 민첩하게 움직여서 폭탄이 쓸모없기도 하고, 온몸이 방패고 약점이 작은 보스에게는 기본적으로 마법도 쓸 수 없으니까요. 결국, 플레이어에게 '또 하나의 선택지'를 주는 건 맞지만 근본적으로 고난도의 보스전을 지향하는 게임입니다. 물론 재도전의 페널티 같은 건 없으니 그저 열심히, 열심히 싸워나가면 되죠.



분위기를 한껏 살리는 독특한 테마와 텔링




튜닉을 플레이하면서 가장 독특하면서도 가장 큰 장점, 매력으로 느낀 부분이 바로 '텔링' 방식입니다. 튜닝은 매우 절제된 텍스트와 분위기를 통해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백미를 찍는 것이 바로 설명서입니다.

맵 곳곳에 존재하는 표지판이나 구조물에는 이상한 문자가 적혀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그리고 각지에 흩어진 조각들을 모으면 이 튜닉의 '메뉴얼'을 읽어볼 수 있게 됩니다. 메뉴얼은 조각을 모을 때마다 페이지가 조금씩 채워지는 형태이며, 이 메뉴얼이 다양한 역할을 합니다.



▲ 메뉴얼에서 다양한 정보와 팁을 알게됩니다.

간단한 초반 팁부터 지도, 그리고 게임에서 궁극적으로 이뤄야 할 목표와 도움말과 적들의 정보까지 다양한 내용들이 담겼죠. 이 메뉴얼이 특수한 봉인으로 인해 제대로 읽는 것이 불가능하고 단편적인 정보만 드러납니다. 그래도 플레이어에게 확실히 필요한 정보는 어느 정도 주어지는 편이죠.

게임 자체가 텍스트가 극도로 적고, 강제적으로 '무엇을 해라'라고 지정하는 선형적 방식이 아니기에 플레이어들은 반드시 중간중간 길을 헤맬 수밖에 없습니다. 이 과정에서 그나마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요소가 바로 이 설명서죠. 그래서 자주자주, 게임을 하면서 어느 정도 지리를 익힌 이후에도 자주 지도를 펼쳐보게 됩니다.



▲ 자연스럽게 설명서를 모으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짐작'하게 됩니다.

이 설명서를 모으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튜닉'이 그리고 있는 세계의 메시지를 단편적으로 알아갑니다. 그리고 크게 소실된 페이지를 모두 찾는 순간 궁극적인 목표를 찾아내죠. 이 흐름 자체가 매우 잘 되어있습니다. 각 지역별로 배치된 몬스터와 컨셉들도 나름 개성대로 잡히고 다소 스토리도 진부하다면 진부할 느낌이긴 하지만, 뛰어난 텔링 방식이 이를 꽤 그럴듯하게 전달합니다.

대사도, 텍스트도, 더빙이나 연출도 그렇게 화려하지 않지만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나고 진실을 탐구한다는 과정 자체가 매우 높은 몰입감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 감성은 아마 제가 어린 시절 패키지 게임을 즐기던 그 느낌을 떠오르게 해서 그런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는 언어로 된 메뉴얼. 뭔가 정보는 있지만 제대로 읽을 수 없고, 게임은 계속 진행해 보고 싶어서 하나씩 단편적으로 설명서를 해석하면서 "아아, 이랬구나" 하고 단서를 찾아가는 기분이요. 아마 어린 시절 타 언어로 된 게임을 즐겼던 유저라면 이런 감성을 꽤 깊게 느낄 수 있을 겁니다. 굳이 그렇지 않더라도, '메뉴얼'을 읽으면서 게임을 하는 그 기분이 듬뿍 담겼죠. 그만큼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지만, 게임 속 분위기도 신비롭게 계속해서 유지하고 하나씩 능력을 얻고 공물을 바치며 성장하는 과정도 잘 그려냈죠.



잘 만들어진 폭스 소울 어드벤처, 당신의 멘탈에 건배를




아마 게임 구입 전 평가를 보지 않는 사람이라면 귀여운 그래픽의 어드벤처라는 기본적인 형태만 보고 '동물의 숲'과 같은 힐링 느낌을 생각하고 튜닉을 구매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구매자의 대부분은 '여우 소울'이라는 현실에 하티하티하티호 울고 환불을 할 게 뻔히 보일 것 같습니다. 요샌 어서쏴요 동물의 숲도 있는데 이런 게임도 있는 법이겠죠.

뭐, 어떻게든 해석을 하자면 힐링 게임은 맞는 것 같습니다. 물론 그 힐링이 마음을 다쳐서 편안하게 즐기려고 온 사람에게 편안함과 행복감을 주며 치유하는 느낌이 아닙니다. 귀여운 그래픽으로 유저를 현혹하여 끌어들여 거대한 시련을 주고 이를 극복한 사람들에게 힐링을 해주는 거죠. 그냥 병 주고 약 주고입니다. 그래서 이 게임 자체는 분명히 크게 취향을 탈것으로 보입니다. 주변에서도 귀여운 여우로 즐기는 힐링 게임인 줄 알았다가 오오 그럴 자격 없다 당하고 환불했다는 증언도 수차례 확보했을 정도니 말 다했죠.

개인적으로는 그렇게 플레이어를 죽이려고 안달이 난 게임이나, 보스 러시형 고난도 게임을 아예 즐겨보지 않은 것은 아니기에 심각하다고 할 정도로 어렵게 느껴지진 않았습니다. 그만큼 '다른 해법'으로 공략도 가능하고, 실질적으로 반복 숙달로 충분히 클리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버텨낼 당신의 멘탈은 제가 책임지는 것이 아닙니다.




게임의 텔링과 방식 자체는 매우 훌륭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게 완벽한 게임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실질적으로 보스전 난이도에 비해 일반 몬스터의 공격력은 조금의 성장만 있어도 쉽게 무시할 수준이라서 긴장감이 크게 떨어지는 편이죠.

맵 또한 꽤 방대하게 설정되어 있는데, 이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지름길이 꽤 있습니다. 그런데 이 길은 플레이어 스스로 찾아내고 어느 정도 길을 독파하면서 설치하는 형태죠. 그리고 중반 이후부터는 플레이어가 가야 하는 길에 대해서 힌트가 크게 줄어듭니다.

심지어 맵에서도 시점을 돌려서 봐야 할 정도로 숨겨져 있는 길도 있습니다. 여기에 퍼즐은 기본이고, 점차 후반부로 갈수록 퍼즐에 대해 상당히 피곤하게 다가올 수 있는 구간들이 있습니다. 그만큼 불친절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으로 튜닉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하고 알게 되는 이야기, 그리고 설명서를 맞추는 과정과 컨셉이 확실하게 잡힌 보스전까지 개성과 짜임새가 매우 좋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간단하지만 확실한 액션 공식과 보스 몬스터의 불합리함, 그리고 잔잔하지만 꽤 강렬한 스토리 텔링과 과거 향수를 떠올리는 요소에 메트로베니아적 맵 디자인과 숨겨진 요소 등등 '탐험'도 즐거웠거든요.

게임이 비록 불친절한 면은 있지만, 그저 단점으로 뽑기 애매하다고 할 정도로 '특징'으로 잡아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오히려 '힐링'으로 착각할 수 있는 그래픽이나 첫 인상에 속는 게 더 걱정될 정도였습니다. 실제로 그런 피해자들이 꽤 있었고요. 그래도 마지막 진 엔딩을 보면서 크레딧을 보니 힐링하는 느낌이 들기는 하더군요.

개인적으로 힐링이 필요한 유저들에게 적극 추천하고 싶은 게임입니다. 물론 마음에 여유가 없고 더 편안하고 행복감을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한 치료제 게임은 아닙니다. 오오 그럴 자격 없다, 하티하티하티호만 하다가 포기할 수 있는 면이 더 강하죠. 그렇지만 힐링을 위한 자발적인 고통 감내와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재미와 보람을 느끼는, 마치 자가 수련을 즐기는 분들에게는 추천할 수 있는 게임 같습니다.
  • 귀엽고 몽환적인 그래픽과 분위기
  • 만만치 않은 고난도 전투, 즐거운 액션
  • 메뉴얼을 만드는 듯한, 고전 감성의 텔링
  • 생각보다 많이 불친절한 게임
  • 성장은 생각보다 많이 단순하다

리뷰 플랫폼: PC (출시 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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