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진실의 소리를 들어라, '언허드'

인터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2개 |

추리 : 몇 개의 증거를 바탕으로 하여 어떤 사실이 성립되어 있음을 미루어 추측하는 일
- 네이버 두산백과 -

인간은 수많은 종류의 사고를 합니다. 덧없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배운 걸 되새기며 외우기도 하죠. 이러한 고도의 사고는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행위라 할 수 있습니다. 끊임없이 사고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가죠.

'추리'는 인간이 하는 사고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축에 속합니다. 사소한 변화를 기민하게 파악해야 하고, 사건의 진상을 파헤칠 증거를 날카롭게 알아봐야 하죠. 더군다나 이를 제대로 분석할만한 방대한 지식 역시 필요합니다.

중국의 넥스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언허드(Unheard)'는 '추리'를 다소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시각적 정보를 비롯해 다양한 감각을 활용하던 기존의 추리 방식을 과감하게 버렸죠. 오직 '음성'만을 유일한 추리의 채널로 남겨뒀습니다. 이곳에선 인물들의 대화만이 진실로 다다르는 유일한 길입니다.







▲ 텐센트 넥스트 스튜디오 '언허드' 개발팀

Q. 간단히 본인과 소속된 팀을 소개해달라

우리는 텐센트 넥스트 스튜디오 산하의 소규모 팀이다. 나는 장철천(张哲川)이라 하고, 과거 GEMINI라는 인디 게임을 개발한 바 있다.

언허드는 넥스트 스튜디오에 합류한 이후 개발한 첫 작품이다. 우리 팀의 핵심 멤버로는 2명의 기획, 2명의 프로그래머, 1명의 아트, 아울러 우리에게 정말 큰 도움을 준 1명의 오디오 프로그래머와 1명의 회계 담당자가 있다.


Q. 같은 스튜디오의 작품인 ‘아이리스 폴’도 그렇고, 넥스트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색깔이 강렬하다. 자체적인 기준점이 있나?

맞다. 넥스트 스튜디오의 작품들은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있다. 바로 모든 작품이 자기만의 개성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점에서든 여타 작품과는 확연히 다른 무언가를 갖춰야만 한다. ‘아이리스 폴’ 같은 경우는 독특한 아트 스타일이 바로 그 개성이었다. 언허드는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추리 방식을 ‘개성’으로 내세웠다.



▲ 하나하나 뚜렷한 개성을 갖춘 작품들

Q. 출시 이후 반응은 어땠나?

출시 이후 며칠간 스팀 플랫폼에서 10만 장 가량이 팔렸다. 호평률은 94%에 달했고, 몇몇 SNS 등지에서 아주 호의적인 피드백과 리뷰들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유저들의 반응과 판매량은 우리 팀의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 사실이다. 아무래도 우리가 선보인 색다른 형태의 추리극을 많은 유저들이 마음에 들어한 거 같다.


Q. 게임의 제작 방식 역시 궁금하다. 게임 내 정말 많은 인물이 대화를 주고받으며, 플레이어는 그 속에서 힌트를 찾아야 한다. 실제 녹음은 어떻게 진행됐나?

전부 따로 진행됐다. 한 사람씩, 한 문장씩, 모두 별개로 녹음했다. 성우들은 모두 게임의 전체 줄거리와 결말을 모른 채 녹음을 진행했다. 녹음이 끝난 이후, 게임 내에서 굉장히 복잡한 타임 라인 편집 작업을 거쳐 대화를 완성했다. 대화를 연결하고, 발생 장소를 설정하고, 배우들의 동선을 계산하고, 환경 사운드 역시 추가해 비로소 완성했다.



▲ 게임을 하다 보면 사운드가 정말 '치밀하게' 디자인됐다는 걸 느낄 수 있다

Q. 언허드는 분명 여타 게임과는 다른 디자인을 요구했을 거로 보인다. 개발 중 어려운 점은 없었나?

스토리를 짜는 게 상당히 복잡했다. 짧은 시간 내에 여러 개의 대화를 엮어 스토리 플롯을 완성해야 했고, 와중에 퍼즐적 요소와 힌트 그리고 인물들의 개별 설정까지 녹여내야 했다.

가장 큰 문제는 우리는 '저자' 본인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전지적 시점을 갖고 있다. 쉽게 말해서 유저들 본인이 이 스토리와 퍼즐을 어느 정도의 난이도로 느낄지 파악할 수가 없었다. 스토리 하나를 만들 때마다 토론과 수정을 수없이 반복했고, 결국 실패한 경험 역시 여러 번 겪었다. 정말 힘든 과정이었다.


Q. 특별히 영감을 받은 게임이나 영화가 있었나?

주로 'Slepp No More'와 같은 몰입형 희극에서 영감을 받았다. 마치 무대에서 일어나는 모종의 미스터리처럼 플레이어가 직접 자유롭게 움직이며 스토리를 따라가고, 다양한 퍼즐을 풀어나가는 방식을 만들어내고자 했다.

스토리를 쓸 때는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메멘토',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더 우쵸우텐 호텔', '크레이지 스톤', '사랑의 블랙홀' 그리고 드라마 '웨스트 월드' 등을 참고했다. 이 외에도 정말 많은 레퍼런스를 참고했는데, 일일이 언급하기가 힘들 정도다.



Q. 게임 내 탄막 기능 역시 굉장히 흥미로웠다. 이러한 기능을 추가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과거 유저 테스트를 진행하면서 '메모 기능'에 관한 피드백을 끊임없이 받아왓다. 스토리랑 힌트가 워낙 숨가쁘게 지나가다 보니 메모가 필요했던 것이다. 실제로 다양한 형태의 메모 기능을 테스트해봤는데, 게임 특성상 여러가지 난점이 있었다.

우선 한 무대에서 실시간으로 여러명이 대화를 하는 형식이다보니 '한 사람이 무얼 했는지' 정도의 단편적인 정보는 메모를 해봤자 플레이어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없었다. 아울러 입력 절차 자체가 번거로워 게임의 흐름을 끊기도 했다.

이에 우리는 '탄막 시스템을 도입하는 게 어떨까?'라는 생각을 떠올리게 됐고, 실제로 유저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정보를 파악하는 데 가장 잘 어울리는 형태의 메모 방식이라 생각하고, 가장 뒤늦게 추가된 게임 내 기능이기도 하다.


Q. 개발 팀의 규모와 개발 기간은 어느 정도인가?

우리 팀의 핵심 멤버는 총 5명이다. 게임의 데모를 처음으로 선보인 건 지난 2017년 11월이었다. 그리고 2019년 3월에 정식 출시했다. 개발에 약 1년 5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Q. 혹시 다른 언어로의 더빙도 기대할 수 있을까?

사실 어렵다. 여타 게임과는 달리 성우의 연기력 등이 중요한 게 아니다. 실시간으로 인물들의 대사를 파악해가며 추리를 해나가는 게임이다 보니 언어가 바뀌면 게임 내 사운드 배치와 조정도 전부 다시 해야 한다. 인물들의 행동 동선에 맞춰 대사를 전부 다시 만들어야 하고, 힌트의 암시 등도 세련되게 이루어져야 해서 번역 작업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다.

만약, 로컬라이제이션을 도와줄 파트너사를 찾게 된다면 충분히 진행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영어와 중국어 버전이 한계다.

▲ '텍스트'가 아닌 '오디오'가 중점이 되는 만큼, 현지화가 어려운 편


Q. 다른 플랫폼으로도 만날 수 있을지 궁금하다.

현재 XBOX와 PS4 그리고 스위치 플랫폼으로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정말 빠른 시일 내에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Q. 마지막으로 유저들에게 인사 한마디 부탁한다.

언허드는 이 세상에 둘도 없는 아주 독특한 미스터리 퍼즐 게임입니다. 유저 여러분들이 자유롭게 그 무대를 돌아다니며 긴박감 넘치는 추리 체험을 해보실 수 있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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