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전통미는 완성했으니 이젠 내실이다, '염라환생기'

리뷰 | 윤서호 기자 | 댓글: 2개 |

한국풍으로 살린 메트로배니아의 풍미, 그러나 레트로 시절보다 더 뻣뻣한 느낌



우리나라 게이머 입장에서 한국, 전통이라는 단어는 묘한 끌림이 있는 단어다. 전통적인 걸 딱히 좋아하지 않더라도, 최신 문화이자 문물인 게임 안에 그 옛 것을 어떤 식으로 담아냈나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일까. 혹은 잊힌 옛것에 대한 추억일 수도 있고, 새로운 스타일에 대한 갈증 때문일 수도 있고 이래저래 말로 풀어내기 어려울 정도로 다양한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엄밀히 말해서 100% 완전 전통의 미를 그대로 담은 건 아니지만, '염라환생기: 동백전'은 첫 눈에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떠올리지 않고 끌어당기게 할 만한 매력이 있었다. 한지에 정갈히 그린 민화가 세월의 흐름을 타고 살짝 바랜 듯한 느낌이 드는 묘한 톤에, 전통적인 색채에 현대적인 선도 잘 버무려서 만들어낸 캐릭터, 그리고 그것이 어우러져 만들어낸 필드는 탐색의 묘미를 즐기는 메트로배니아 장르에 딱 어울리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깊이 우러내야 하는 장르의 특성상, 미처 여과되지 않은 것들이 가면 갈수록 끝맛을 상하게 하는 것 같아 아쉬움도 남는다.



게임명: 염라환생기: 동백전(Yeomna)
장르명: 메트로배니아, 2D 액션 플랫포머
출시일: 2022. 6. 24.
리뷰판: Sto.v.0.1 버전
개발사: 캣닢스튜디오
서비스: 캣닢스튜디오
플랫폼: PC
플레이: PC

관련 링크: 메타크리틱 페이지




'염라환생기: 동백전'이라는 제목처럼, 이 작품은 주인공 '동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동백은 반은 요괴인 퇴마사로, 염라대왕의 명을 받고 '봉인의 마을'에서 갑자기 아이들이 사라지기 시작한 사건을 조사하게 된다. 이를 요괴의 소행이라 여긴 동백이 봉인의 마을 주변 곳곳을 탐사하면서 요괴들을 처치하고, 단서를 모아서 아이들의 행방과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나가게 되는 것이 주요 스토리다.

흔히들 '클리셰'라고 하는, 그런 유형의 구성이기 때문에 설명만 들으면 다소 김이 샐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클리셰'가 많이 쓰이는 이유는, 설명을 중언부언 가타부타하지 않아도 이해시키기 쉽고 읽히기도 쉽기 때문이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민담이나 설화들이 어찌보면 그 전형적인 유형의 스토리지 않던가. 사람들을 납치하거나 잡아먹는 요괴나 괴물들을 물리치는 이야기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있어 친숙하고 접근 난이도도 낮으니, 불필요한 설명은 최소화하고 게임플레이를 압축적으로 담아내기도 좋다.




실제로 염라환생기: 동백전은 스토리의 요소 하나하나를 다 설명하지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 자체가 유저가 직접 맵을 훑어보면서 탐색하고, 그렇게 해서 모은 단서들과 이야기들을 하나하나 조각을 맞춰가면서 풀어가는 장르 아니던가. 때로는 자세한 설명이 첨언되기도 하지만, 너무 하나하나 시시콜콜하게 다 설명해서 굳이 맵 곳곳을 찾아보지 않아도 모든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경우는 드물다.

한국풍의 소재를 담아낸 만큼, 그 소재를 우리뿐만 아니라 해외 곳곳에도 알리고픈 마음에 이런저런 설명을 덕지덕지 붙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염라환생기'는 자칫 설명이 과해져서 주객이 전도되어버리는 우는 범하지 않았다. 필요한 만큼만 딱 전달하고, 나머지는 직접 유저가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그 분위기와 스토리 그리고 플레이를 음미하게끔 짜여있었다.

그런 식으로 심플하게 구성하는 게 가능했던 이유는, 한국화풍으로 미려하게 그려낸 아트 덕분이었을 것이다. 처음에 발을 디디게 되는 봉인의 마을의 톤부터가 오래되서 약간 누르스름한 빛을 띠는 한지에 그려낸 민화 같은 느낌을 살렸고, 포그 효과를 더해서 은은한 분위기를 한층 더 강조했다. 여느 2D 기반 플랫폼 게임이 그렇듯 타일맵을 활용해서 스테이지를 구성했지만, 지역에 따라 뿌리나 부적, 고드름 등을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타일맵이 계속 반복되는 단조로운 느낌을 피한 것도 아트의 느낌을 살린 비결 중 하나였다.













그런 경치를 단순히 둘러보고 그치지 않고, 그 안에 숨어있는 각종 기믹이나 수수께끼를 풀고 플레이에 도움이 되는 아이템이나 스킬을 얻는 것이 메트로배니아의 묘미 아니던가. 그 기본이 갖춰져있었기에 염라환생기의 아트는 한층 더 빛이 났다. 통로를 뚫기 위해서 키 아이템을 찾아다니는 건 물론이고, 그 과정에서 스킬을 하나하나씩 얻을 때마다 플레이 스타일이 달라지면서 그에 맞는 함정과 기믹들이 반겨주는 레벨 디자인은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동백이 반요라는 설정을 활용, 고양이로 변신하면 공격은 잘 못하지만 어지간해서는 피해를 잘 입지 않게끔 한 것도 나름의 한 수였다. 더군다나 고양이로 변신했을 때만 진입 가능한 통로나, 고양이로 변해서 한 번도 피격되지 않고 지나가야 하는 퍼즐도 있으니 단순히 플레이를 원활하게 하는 요소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플레이로 파생되게끔 유도한 것도 인상깊다.

그렇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고전적인 게임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됐을 때의 이야기다. 염라환생기는 최근 재해석되고 있는 메트로배니아 유형이 아니라, 처음엔 일부 기본 기능조차 못 쓰기 때문에 그것부터 찾아다녀야 하는 고전 게임식 디자인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회피도 처음부터 지원이 안 되고 습득해야 하는데, 그런 게 오죽 낯설었으면 유저 커뮤니티 공략에서도 대부분이 회피는 습득해야 한다는 말과 그 스킬을 얻는 곳에 대한 설명이 가장 먼저 나와있다.



▲ 첫 구간에서 회피를 안 먹고 지나가면



▲ 두 번째 보스에서 상당히 피를 보니 꼭 습득해서 가자

메트로배니아란 장르가 그 옛날 게임이 몇 MB 단위에 대사 한 줄 허투루 쓸 수 없었던 시절부터 있던 장르고, 그 안에 방대한 맵과 오브젝트를 한 곳에 우겨넣어야 하다보니 더더욱이나 불필요한 설명이나 묘사는 지양해왔던 장르다. 물론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미지 몇 장, 텍스트 몇 줄 정도 줄이는 건 최적화로도 치지 않는 상황이니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렵다고 할까. 그래서 처음에 이탈하지 말라고 이것저것 시시콜콜하게 설명해주는 게임이 많은 반면 염라환생기는 설명 없이 직접 유저들이 파고들어야 하는 고전적인 설계를 갖고 와서 이런 유형의 게임이 익숙하지 않다면 다소 실망스러울 여지가 있다.

다소 어색한 모션도 구닥다리처럼 보일 또다른 요소 중 하나다. 면죄부까지는 아니지만 인디 게임 중 종종 애니메이션 작업이 서툴러서 모션이 어색하게 나가는 게임도 있으니 이 부분은 감안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염라환생기의 모션이 엉성해보이는 이유는 모션뿐만 아니라 타격 판정도 어색한 것이 크다. 칼을 휘둘렀는데 검풍이 나간 것도 아닌데 원래 닿지 않을 범위의 적도 맞는, 기묘한 현상이 자주 벌어진다. 심지어 일부 보스전은 이런 요소를 활용하지 않으면 처리하기 썩 귀찮기도 하다. 조금이라도 가까이 붙으면 평타를 난사하는데, 염라환생기는 무적 판정이 상당히 짧아서 잽싸게 빼지 않으면 한 대로 끝날 것이 두세 대 맞고 비명횡사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나의 검기를 받아랏

모션과 판정만 다소 삐끗했다면 모르겠다. 그런데 이동 및 점프 조작감도 썩 좋지는 않다. 종종 플랫폼에서 살짝 들어가거나 아래로 내려가있는 부분을 지나갈 때 마치 공중부양으로 떠있는 듯한 모션과 걷는 모션이 번갈아서 나오고 이동이 안 되는 일도 있다. 혹은 용머리 장식 같은 플랫폼 위에서 칼을 휘둘러서 조금이라도 발이 밖으로 나가게 되면 갑자기 아래로 내려가지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이 터지기도 한다.

플랫포머, 메트로배니아에서 기본이 이동과 점프 아니던가. 장르 특성상 장애물을 뛰어넘고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단서와 길을 찾아다니는 비중이 높으니 말이다. 전투 모션이 조금 어색한 거야 바쁘게 피하고 긁다보면 정신이 없어서 조금은 파악하는 게 늦어질 수 있다지만, 이동과 점프는 다르다. 던전 안으로 들어가서 굴곡이 진 부분이 나온 그 순간부터 그 묘한 느낌이 간헐적으로 들 정도라면 더더욱 그렇다.



▲ 아니 분명 발판 안쪽인데 왜 떨어지는 거요

아울러 메트로배니아하면 떠오르는 것이 맵 곳곳을 탐사하면서 얻는 새로운 스킬과 도구들 아닌가. 그 아이템 빌드도 염라환생기에서는 상당히 부족하다. 일전에 악마성 시리즈의 아버지이자 메트로배니아 장르의 대가인 이가라시 코지 대표는 메트로배니아의 핵심을 '물량'이라고 요약한 바 있다. 이리저리 돌아다니면서 열쇠와 단서를 찾고 또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등 반복적인 이동의 비중이 많다보니, 그 반복적이고 무의미한 이동보다 이곳저곳 돌아다니면서 새로운 걸 찾는 '경험'을 더 많이 제공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나마 염라환생기의 맵은 그리 크지 않아서 반복 이동을 하는 구간은 체감상 그렇게까지 많지는 않다. 그렇지만 어디 장치를 조작하고 와서 또 다시 돌아와야 하는 구간은 필히 있는 만큼, 매번 반복해서 돌아다니면서 무언가 새로운 걸 틈틈이 보여주거나 혹은 그렇게 반복해서 다니는 동안 리스폰되는 적들을 때려잡을 '이유'를 제공해줘야 한다. 그런데 염라환생기는 무기 강화 그리고 특수 변신 정도를 빼면, 딱히 아이템을 수집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어느 정도 탐사가 진행된 뒤에는 갑자기 Miss가 뜨는 적을 만나니, 그때가 되면 슬슬 무기를 강화해야 될까 싶은 마음도 들긴 한다. 그 무렵에 가서 아이템을 구매하고 재화를 계산할 때, 던전에 입장할 때 재화 수량이 제때 제때 카운팅이 안 되고 초기화가 되는 버그가 있어서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아이템도 강화 아이템 외에는 문을 여는 키 아이템 정도가 대부분이고, 실제로 위급할 때 대응할 수 아이템은 없으니 그저 강화에만 의존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고 할까.

그런 어색함을 딛고서 반격 등 스킬을 배우고 나면 게임플레이 자체가 판이하게 달라지긴 한다. 그렇지만 그것만 믿고 플레이하라고 하기엔, 중간에 푹 꺼진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걸린다. 초반에 그 특유의 아트로 빚어낸 분위기에 아무 스킬도 없고 다소 지면이 밋밋한 구석이 있을 때는 큰 문제 없이 스무스하게 나아갔지만, 무언가 살짝 돌출되거나 꺼진 부분이 생긴 다음부터는 균형이 상당히 무너진 느낌이기 때문이다.






▲ 아이템은 무기 강화 재료 위주로 구성되어있고



▲ 그마저도 재화 수식이 조금 이상하게 작동하는지, 눈가리고 아웅식의 꼼수가 가능하다

특히나 가장 기본이 되는 부분부터 삐걱거리고 편의성이 부족한 것도, '고전적'인 느낌을 살렸다는 말로 그냥 넘어갈 사항은 아니다. 당시 기술적 한계로 구현하기 어려웠다거나, 리소스 최적화를 위해서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고심 끝에 디테일까지 마무리를 지은 것과, 고전적 불편함을 답습해서 안 넣은 건 다른 느낌이니 말이다.

아울러 메트로배니아라는 장르는 더더욱이나 고전 레퍼런스에 완성도가 높은 게임들이 포진해있는 장르라, 그런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그 고전 시절에도 투박한 조작감에 점프나 이동의 어설픈 느낌, 가끔씩 잘 점프가 안 되거나 발판의 그라운드 체크 같은 게 접지가 안 됐을 때 나올 법한 현상이 발발하는 게임이 메트로배니아 타이틀을 달고 나오지는 않았으니까. 그래도 아트와 맵의 짜임새는 충분히 잘 갖춘 만큼, 스팀에서 전세계 유저들에게 선보이기 전에 한 차례 내실을 다듬을 필요는 있을 듯하다.
  • 한국화의 느낌을 한껏 살린 톤과 배색
  • 타일맵의 단조로운 느낌을 완화한 아트 기법
  • 간단한 조작법으로 구현한 탐색의 재미
  • 보이는 것과 종종 다른 판정과 어색한 모션
  • 발판에서 갑자기 떨어지거나, 공중부양까지
  • 적은 아이템 종류, 다소 이상한 재화 수식
  • 지도 탐색 및 키 세팅이 안 되는 불편함

리뷰 플랫폼: PC (Sto.v.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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