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이거 왜 인기있나요?

리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27개 |


▲ 스팀 최고 인기 제품에 당당히 이름을 올린 '뱀파이어 서바이버즈'

최근 유튜버와 스트리머 사이에서 시작돼 차츰 일반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인지도를 넓혀나가는 게임이 있다.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단순한 도트 그래픽에 탑뷰 슈터 게임으로서 겉으로만 본다면 그리 특별해 보이진 않는다. 처음 봤을 때는 "이게 왜?"라는 의문을 떠올릴 정도. 플레이 방식도 30분 동안 몬스터를 피해 생존하는 단순한 콘텐츠로 이뤄져 있어 기존 게임과 차별화된 콘텐츠가 준비된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엇이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를 스팀 평가 22,000개 이상의 압도적 긍정적 평가를 받는 인기 게임으로 만들었던 것일까. 설 명절 기간 동안 짧게 해보려고 했다가 연휴를 삭제시킨 이 게임을 간단하게 평가하자면 30분이라는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 안에 육성 게임으로서 갖춰야 할 희로애락을 충실하게 보여준 게임이라고 말하고 싶다.

대중적으로 보편화하고 또 오랜 플레이 타임을 자랑하는 게임은 대부분 육성 시스템을 포함하고 있다. 캐릭터가 강해지는 즐거움을 게임 플레이의 원동력으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성장 게임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가 바로 캐릭터의 성장을 유저가 온 몸으로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가령 10레벨 때 힘겹게 잡았던 몬스터를 15레벨에는 수월하게 잡을 수 있거나 혹은 파티를 맺어 사냥하던 보스를 혼자서 쓰러트릴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다만, 이런 성장 요소는 콘텐츠의 소모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중장기적인 플랜을 맞춰두고 성장 밸런스를 조절하는 편이다. 이는 온라인 게임뿐만 아니라 RPG 요소를 포함하는 콘솔 싱글 게임 역시 해당한다. 한편으론 레벨 디자인을 생각해서 캐릭터가 강력해질수록 주변 몬스터 역시 덩달아 강력해지므로 생각보다 내가 엄청나게 강력해졌다는 사실을 체감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반면,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애초부터 플레이 타임이 30분으로 한정된 게임이다. 끝까지 생존만 한다면 1레벨부터 시작해서 만렙까지 겪어볼 수 있는 셈이다. 적들 역시 30분에 맞춰 조금씩 강력해지지만, 기본적으로 질보단 양으로 승부를 보는 편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빠르게 성장하는 캐릭터와 무한대로 등장하는 몬스터가 만나니 캐릭터가 성장할수록 강력해진다는 느낌을 확실하게 느낄 수 있다. 화면을 가득 채우면서 몰려드는 몬스터를 공격 한 번에 쓸어버리는 맛은 도트 그래픽이라 할지라도 수준급의 타격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해준다.

전체적인 게임 플레이도 컨트롤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캐릭터의 육성 자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플레이어는 캐릭터만 조작할 수 있고 투사체는 방향을 조절할 수 있는 특정 장비를 제외한다면 대부분은 조건부 랜덤으로 발사된다. 즉, 조작을 최소한으로 넣었기 때문에 컨트롤 실력이 좋든 나쁘든 게임 플레이에 엄청난 영향을 주진 못한다. 아무리 컨트롤이 좋다고 해도 무한으로 밀려드는 적 사이를 모두 피하기란 불가능하므로 결국 캐릭터의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게임에서 육성이 가장 중요한 요소다 보니 여러 장치를 마련해뒀다. 먼저, 캐릭터는 레벨업 시 랜덤으로 등장하는 장비 중에서 1개를 선택해 장착 혹은 강화를 할 수 있다. 장비는 공격 장비와 능력치를 올려주는 보조 장비로 나뉘며, 각 6개씩 최대 12개의 장비를 장착할 수 있다. 또한, 장비는 최대 8단계까지 강화할 수 있고 특정 장비들을 소유하고 있다면 조합을 통해 더욱 강력한 장비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특정 장비의 레벨을 올려야 해금 되는 장비와 캐릭터가 있으니 반복 플레이를 할수록 새로운 빌드에 도전할 수도 있다.



▲ 다양한 캐릭터와 장비로 나름 빌드도 갖추고 있다

획득할 수 있는 장비의 개수가 정해져 있고 성장 역시 제한이 있으니 무턱대고 성장시켰다간 적들의 물량공세에 얼마 버티지 못해 쓰러지고 만다. 로그라이트식 성장 방식에 의해 무조건 내가 원하는 대로 성장시킬 수도 없으니 매 판 그때 상황에 맞춰 최적의 육성 방식을 생각하고 선택해야 한다. 쉽고 간편한 조작으로 진입 장벽을 낮춰 흥미를 유발하고 육성에 깊이감을 더해 계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는 원동력을 만든 셈이다.

총평하자면 부담 없이 짧은 시간 안에 농축된 재미를 즐길 수 있으니 킬링타임용으로 제격이다. 가격도 3,300원으로 커피 한 잔 정도이니 짧은 시간 안에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해보고 후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았나 싶다. 단순히 짧게 체험만 해보고 싶다면 개발사 공식 홈페이지에서 데모 웹 버전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다만, '뱀파이어 서바이버즈'가 팬메이드 게임을 넘어 상업용 게임으로 넓게 가기 위해선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다. 악마성 시리즈의 팬이라면 단번에 알겠지만,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는 악마성 시리즈의 몇몇 스프라이트를 트레이싱해 만든 게임이다. 단순 팬메이드 게임이라면 그리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현재 스팀에서 판매 중인 상업용 게임이니만큼 이와 같은 트레이싱은 저작권 도용의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 현재 얼리 엑세스로 한창 개발 중이니 개발자가 이 부분의 문제점을 인식하고 '뱀파이어 서바이버즈'만의 독창성을 갖춰나가길 바란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4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