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이슈 '콕!'] 포켓몬GO, 시작은 낚시였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

기획기사 | 이명규 기자 | 댓글: 24개 |



한 게임이 전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사람들 모두가 모두들 스마트폰 카메라를 자기 눈 삼아, 거리와 공원, 숲을 샅샅이 뒤지며 무엇인가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속삭인다. "잡아야해... 찾아... 가둬...!"

세간의 화제를 불러 모은 게임, '포켓몬 GO'는 모든 사람을 집 밖으로 불러냈다. 에어컨 밖은 위험하다며 창문도 열지 않던 사람들이, 게임을 하는 건지 가출(?)을 하는 건지 모르게 집에 들어오질 않는다. 새벽에 25만 원짜리 택시를 타고 속초로 달려가질 않나... 이게 대체 무슨 게임이기에...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지금 이 거대한 사회현상을 유발한 '포켓몬 GO'는 사실 한 만우절 장난에서 유래했다는 사실이다. 알만한 포덕은 이미 아는 사실이긴 하지만, 이 리신 같은 게임이 어떻게 진짜로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어떻게 전 세계를 광란의 도가니에 빠트렸는지 간단하게 살펴보려고 한다.


* 게임이슈 '콕!'은 네이버 제휴 콘텐츠로 모바일 페이지 '게임·앱' 코너에 함께 게재됩니다.




낚시의 시작, Google Maps: Pokémon Challenge


사실 시작부터 창대했던 발단

그 시작은 2014년 사소한(?) 만우절 낚시다. 사실 이제 돌이켜 생각해보면, 구글은 이미 이때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이들은 정말 비상한 마케팅의 천재들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2014년 만우절, 전 세계적으로 지적도 및 위성 지도를 제공하는 서비스 인 구글 맵스의 유투브 계정에 올라온 이 영상은 사실상 2014년 모든 만우절 장난을 평정한 최고의 물건이었다. 생각해보라. 모두가 참신하면서도 그럴싸한 아이디어로 매년 만우절마다 천하제일 무술대회를 여는 IT업계라지만, 이 유구한 프랜차이즈를 가지고 전 세계 스케일로 뻥을 치는데 그 무엇이 이를 이길 수 있겠는가?

전 세계에 숨겨진 일반, 그리고 전설 포켓몬들의 위치가 드러난 지도, 또 배우가 펼치는 리자몽과의 사투(?)는 꽤나 인상 깊었다. 심지어 전 세계의 포켓몬을 다 모으면 구글에 포켓몬 마스터로 취직을 시켜준다니... 덕업일치가 이런 건가?

그때는 이게 다 뻥이라 생각했다. 실제로 되면 좋겠지만, 그게 되겠어? 하는 생각에 가까웠다. 그러나 우리는 약 일 년 반 뒤 이 영상에서 본 포켓볼 로고를 다시 보게 된다. '포켓몬 GO'의 등장과 함께.



그때는 이 로고가



이렇게 될줄 몰랐었지...





포켓몬GO의 전조, 구글 맵스, 나이안틱, 인그레스

'인그레스'는 게임을 현실과 더욱 가깝게 만들었다.

사실 가능성은 이미 있었다. 구글의 한 부서로 출발해 '포켓몬 GO' 발표 전 독립한 나이안틱 랩스는 이미 그전부터 증강현실을 사용하는 게임 '인그레스(Ingress)'를 제작하고 있었고, 그만큼 그들에게 GPS와 연동된 증강현실 게임이란 자신들이 크게 앞서있는 분야였다.

이 '인그레스'에 대해 설명해보자면, 사실 이 게임은 근본적으로 '포켓몬 GO'의 형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똑같은 기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실제 맵을 기반으로 전 세계 곳곳에는 '인그레스' 내에서 주요한 거점인 포탈이 설정되어 있고, 이 포탈을 두고 인라이튼드와 레지스탕스 2개 진영으로 나뉜 유저들이 땅따먹기 전쟁을 벌인다. 이를 위해 다양한 아이템과 행동력인 XM 등이 설정되어 있다. 이들 설정은 실제 현실에 대입되어 보다 높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대략 이런식으로 땅따먹는 게임이다.

익숙하지 않은가? 모두 똑같진 않지만, 여기서 포탈을 포케 스톱과 체육관으로, 2개의 진영을 3개의 진영으로, 아이템들, 스킬들과 행동력 등 자원을 포켓몬으로 치환하면 대략 '포켓몬 GO'가 완성된다. 심지어 우리나라에선 지도가 지원되지 않는 허허벌판에서 플레이해야 하는 부분도 똑같다!

'인그레스'는 스마트폰 유저라면 한 번쯤 상상해 볼 현실과 게임의 조화를 이루어낸 가장 성공적인 케이스다. 그리고 아마 이들은 여기서 몇 가지 가능성을 더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게임상의 목적과 목표를 위해서는 현실에서 발품을 팔아야 하고, 지구의 크기만큼이나 새로움도 늘어난다. 가만, 게임을 위해서 여행을 한다고? 그렇다면...? 하고 말이다.





현실이 된 트레이너 라이프, 그 이름은 포켓몬GO


전세계의 모든 포덕들이 외쳤다, "Shut up and take my money!"

그리고 2015년 9월, 만우절 농담인 줄 알았던 이 게임이 진짜로 만들어진다는 발표가 나오자마자, 일단 모두는 팝콘과 폭죽을 꺼내 들고 축제를 벌이기에 바빴다. 첫 발표와 함께 나온 트레일러 속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던 그것과 완전히 똑같은 것이었다. 아, 한 가지만 빼고. 몬스터를 잡으려면 싸워서 포켓몬의 몸과 마음에 상처를 낼 필요 없이 그냥 볼만 잘 던지면 되었다.

물론 '포켓몬 GO'라고 명명된 이 게임이 이렇게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에도 모두가 마냥 호의적이지 많은 않았다. 사실 플레이 화면도 보여주지 않았고, 또 너무나 꿈에서나 볼 법 한 광경으로 가득했기 때문에, 허무맹랑하다며 회의적인 시각을 던지는 이도 있기는 했다. '저거 다 뻥이다, 저런 게 가능할리 없다!' 하고 말이다. 뭐, 그들의 말이 일부는 맞았다.



사실 이것만 봐선 감이 안오긴 한다

출시될 때까지 철저히 베일에 싸여있었던 이 게임은 몇 가지 비전을 제시하면서 그 인기와 기대를 끌어나갔다. 우선 증강현실(AR)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 실제 지도 및 GPS 데이터를 사용한다는 것, 유저는 서로 결투할 수도 있고 포켓몬을 교환할 수도 있다는 것 등등. 물론 추후에 나온 게임에 이 모든 기능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당장은 "그래... 이게 오 박사님이 준다는 도감인가 하는 그거냐?" 하는 반응이었다.

그렇게 수많은 추측과 기대가 난무했지만, 나이안틱은 꿋꿋하게 자기들 게임을 만들었다. 첫 공개가 2015년 9월이었으니, 약 반 년 정도를 기다린 셈이다. 그러던 차 '인그레스' 이벤트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나이안틱 랩스의 개발자와 인터뷰는 더 기대를 키웠다. 그렇게... 반년이 지났다.

▶관련기사 : [인터뷰] 우리 동네에서 피카츄를? '포켓몬 GO' 데니스 황 AD를 만나다





드디어 출시, 그리고 사회 현상이 되기까지


드디어 나왔다, 진짜 물건이

그리고 지난 7월 6일,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선두로 하나둘씩 '포켓몬 GO'가 출시되고 사람들이 플레이하기 시작했다. 비록 아직까지도 플레이 가능한 국가는 생각보다 제한적이었지만, 그 반응은 전 세계로부터 왔다.

솔직히 말해서, 흔히 상상할 수 있는 범주의 게임으로 인해서 벌어질 법한 일들은 이미 모두 일어났다고 보면 될 것 같다. 누군가는 변사체를 발견했고, 누군가는 미끼로 다른 유저를 낚아 무장 강도단을 차렸으며, 누군가는 카약을 끌고 호수 위로 나가 체육관을 차지했다. 새벽에 길을 가다 다른 포켓몬 트레이너를 만나 친구를 사귀고, 검문을 하는 경찰과 같이 포켓몬을 잡는 훈훈한 모습도 연출됐다.

게임 플레이는 간단하다. 사실 '포켓몬 GO'는 시스템 자체로는 몇 날 며칠 붙잡고 분석하고 파고들어야 할 만큼 복잡하거나 깊이 있지는 않다. 오히려 '게임 보다는 시뮬레이션' 같은 느낌일 정도다. 하지만 그런 간단한 뼈대가 직관성이 되어 누구나 쉽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눈에 보이면 쫓아가고, 포켓볼이 쥐어지면 던지면 된다.



본격 포켓몬 삼국지

체육관이 보이면 도전하고, 클릭해서 싸운다. 유저는 빨강, 파랑, 노랑으로 나눠진 3개 세력에 가입하고, 각자 세력의 대표자가 되어 자신의 포켓몬을 키워 각지의 체육관을 쟁탈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저들은 무수히 마주치고 만났고, 그것이 모두 제각각의 특별한 이야기들을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것은 다 먼 나라 이야기, 정식 출시 일정조차 확실하지 않고, 해외 마켓에서 앱을 받아도 한국 지역 자체가 서비스되지 않는 상황이 발생했다. 간헐적으로 서버가 열리긴 했지만, 지난 11일 점심시간 이후로 지금까지 서버는 굳게 닫혀있는 상황.




속초행 차표는 이미 매진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우리나라 지역 중 속초를 비롯한 관동지방 일부에서 '포켓몬 GO'의 플레이가 가능한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까닭은 나이안틱의 전작 '인그레스'의 존 구분을 따라가다 보니, 한국지역으로 지정된 구획에서 교묘히 벗어나 있는 속초 등에서 플레이가 가능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때문에 인벤 취재팀을 비롯, 수많은 이들이 속초와 울릉도로 떠났고, 고속버스가 전부 매진되는 등 진풍경이 펼쳐졌다. 상황을 파악한 속초시는 이때다 싶었는지 열심히 노를 젓고 있다. 이 또한 세계 각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포켓몬 GO' 관련 괴담 혹은 재미있는 사건들 중 하나가 아닐까. 일단은, 한국 정식 서비스가 이루어지기 전까지 속초는 한국 포덕들의 정식 스타팅 마을이자 성지로 남아있을 전망이다. 그래, 일단 게임은 스타팅 마을을 지나야 다음 지역으로 넘어갈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대흥행의 이유, 그리고 그 다음




재해급 포켓몬이라는 말은 사실이었나...?

그렇다면 '포켓몬 GO'가 이렇게 전 세계를 광란으로 몰아넣은 원동력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게임의 장르적, 소재적 특성과 증강현실, GPS 기반이라는 시스템이 너무나 잘 어울리기 때문이다. '포켓몬 GO'는 포덕들에겐 단순한 게임이 아니라 여행과 모험을 위한 원동력이고, 이제 플레이어는 화면이 아니라 자신의 몸으로 직접 모험을 떠난다.

'포켓몬스터' 시리즈는 매 편, 자신의 고향에서 첫 포켓몬을 받고 다른 마을과 지방을 돌며 '포켓몬 마스터'가 되기 위해 모험을 떠나며 게임을 시작한다. 막 10대에 접어든 소년소녀들이 동반자 포켓몬과 함께 떠나는 모험, 그리고 라이벌과의 선의의 경쟁... 그 모든 것이 누구나 청소년기에 한 번쯤 품어보곤 하는 꿈이고, 또 그 꿈을 진짜로 만들어주는 것이 '포켓몬스터' 시리즈였다.



그때 그 순간이 현실로 다가왔다

그리고 '포켓몬 GO'는 '포켓몬스터'와 함께 자라 온, '포켓몬스터'로 그런 일탈의 꿈을 꿔오던 수많은 예비 트레이너들에게 어릴 적 꿈을 다시 되살려줬다. 거기다 더더욱 현실에 가까운 방법으로! 이제 우리는 원하는 포켓몬을 찾기 위해 직접 모험을 떠나야 한다. 두 발로 걷고, 자전거를 타고, 버스와 기차로 먼 곳으로 떠나는 그런 '여정'이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모름지기 여행은, 결과보다 그 과정이 재미있는 일 중 하나다. 어떤 새로운 인연과 사건이 기다릴지 모르기 때문에, 모든 포켓몬 트레이너들은 설렐 수밖에.



배를 타고 나가 체육관을 쟁탈한 주인공, Kelsey Thomson



훈훈한 광경도 자주 만난다

'포켓몬 GO'의 진짜 중요한 즐거움은 화면 밖에서 온다. 그런 특징이야말로 이 게임이 AR 플랫폼으로서 얼마나 멋진 포인트를 캐치해 냈는지를 보여준다. 비록 화면을 켜서 들여다보지 않아도, 우리가 제 발로 걷고, 자기 눈으로 포켓몬을 찾아 주변을 살펴보고, 중간중간 만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경쟁을 하는 것 모두가 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방법이다.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 전해 듣고 있는 온갖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사건사고들도 그러하며, 그리고 그걸 듣고 공유하며 웃는 우리도 이미 '포켓몬 GO'를 조금씩 플레이하고 있는 셈이다.

마무리하며, 기자는 요즘 농담삼아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사 주식을 사라'고 말한다. 수많은 포덕들이 이제 전세계로 성지순례를 다니게 될테니까. 로켓단이 그런 말을 했다. "우주를 뛰어다니는 우리들에겐 아름다운 미래, 밝은 내일이 기다리고 있다"고. 우리에게도 그 우주가 열릴 날을 기다려보자.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