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검은사막 모바일, "We will, we will rock you!"

인터뷰 | 이두현,이상훈 기자 | 댓글: 35개 |

"Buddy, you're a boy, make a big noise
Playing in the street, gonna be a big man someday
You got mud on your face, you big disgrace
Kicking your can all over the place, singin'
We will, we will rock you
We will, we will rock you"


최근 TV와 유튜브에선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는 광고가 나왔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인가 하고 봤더니 게임 '검은사막 모바일'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지난해 말, 퀸의 노래를 바탕으로 주요 콘텐츠를 소개했다. 'We Will Rock You'의 유명한 락 비트에 맞춰 '각성' 콘텐츠를 소개했고, 'We are the champion' 노래와 함께 한 해 동안 함께한 모험가들에게 감사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퀸'과 함께한 '검은사막 모바일' 마케팅은 효과적이었다. 앞서 진행된 다크나이트 업데이트 마케팅은 TVCM 기준 145만, 금수랑은 173만을 기록했다. 반면, 각성과 송년/신년 마케팅은 도합 285만을 달성했다. 시기적으로도 퀸을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크게 흥행해 '검은사막 모바일'의 매력을 전하기 수월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원작과 다르게 펄어비스가 직접 마케팅을 진행했다. 언뜻 보면, 원작이 검증받은 IP여서 마케팅이 쉬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마케터 입장에서 보면 다르다. 좋은 재료로 맛없는 요리를 만들게 될까 봐 걱정하는 요리사와 같다. 고든 램지에게서 "이 좋은 재료를 가지고 이런 요리를 만드는 애는 너밖에 없을 거다"라는 말을 듣지 않으려는 요리사처럼 마케터는 고민하게 된다.

적어도 마케팅 면에서는 '검은사막 모바일'은 괜찮은 평을 듣는다. 대부분 모바일 게임 광고가 연예인 마케팅에 편승하려 해 유저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다. 반면, '검은사막 모바일'은 게임 그 자체에 집중했다. 사전등록 때는 윤도현이 등장했지만, '검은사막 모바일'의 콘텐츠를 소개하는 목소리로만 나왔을 뿐이다.

'검은사막 모바일'은 유저에게 선보여지기 전까지 어떤 과정을 거칠까. 자세한 이야기를 펄어비스 심현준 마케팅 팀장을 만나 들었다.





▲ 펄어비스 심현준 마케팅 팀장

원작 '검은사막'은 성공을 거둔 검증받은 IP다. 그래서인지 많은 사람이 '검은사막 모바일'의 성공을 가늠했다. 이런 작품을 마케팅한다는 데 부담이 없었나? 실패하면 마케터의 책임으로 갈 수도 있었는데.

= 솔직히 부담됐다. 개인적으로 혼자서 어느 게임의 마케팅을 맡는다는 건 처음 겪어보는 일이기도 했으니까. 더군다나 '검은사막 모바일'은 퀄리티 면에서 개발자들이 큰 자부심을 갖는 게임이다. 이런 게임을 어떻게 유저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 잘할 수 있을까라는 부담이 있었다.

회사에서 내게 바라던 기조는 간단했다. '게임 그 자체를 유저들에게 잘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마케팅에 표현되는 모든 '검은사막 모바일' 요소는 모두 인게임 콘텐츠를 사용했다. 당시에 들은 거지만, 어떤 게임을 홍보할 때 100% 리소스만 활용한 경우는 없다고 하더라. 심지어 '검은사막 모바일'은 시네마틱 영상도 없다. 마케팅을 위해 모바일 콘텐츠를 PC에서 따로 만들지도 않았고.

당연히 유행을 탔던 연예인 마케팅도 하지 않았다. 윤도현이 나레이션으로 게임을 소개하고, 콘텐츠를 표현하기 위해 신해철의 노래가 나오는 정도였다. 이렇듯 게임 콘텐츠를 잘 보여주는 게 좋은 마케팅이라 생각했고, 이런 기조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개인적으로도 퀸을 좋아해서인지 'We are the champion'라는 노래가 TV에 나와서 반가웠다. 영화 광고인 줄 알았는데, '검은사막 모바일'이어서 의외였다. 이 노래를 선택한 이유가 있었나?

= 공교롭게도 우리가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받은 이후여서 '우리가 챔피언이다를 표현하고 싶었나'라고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런 의도는 아니었다. 1년 동안 우리와 함께 한 모험가 모두 챔피언이라는 헌정의 메시지를 담았다.

▲ 유저에게 헌정한 '2018 송년' 버전

펄어비스의 자체 마케팅은 '검은사막 모바일'이 처음이다. 노하우가 없어 고생했을 텐데.

= 회사가 '검은사막 모바일'을 자체 서비스로 갈지, 따로 퍼블리셔를 둘지 매우 많은 고민을 했다. 결국 자체 서비스로 결정이 난 다음에 마케팅 팀이 생겼다. 사실, 마케팅은 따로 외주를 주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우리 게임은 우리가 가장 잘 안다'라는 마음에 마케팅 팀을 신설했다. 그때는 마케팅 팀이 나 혼자였다. 그래서 출시 쇼케이스도 나 혼자 준비했었다. 출시 직전에는 2명이 활동했고, 지금은 9명의 마케터가 있다.

노하우는 없었지만 펄어비스 특유의 기업 문화 덕에 무리 없이 마케팅을 해낼 수 있었다. 일단 '마케팅을 어떻게 하겠습니다'라고 쓰는 보고서가 없다. 어떤 일화에서 본 건데 처음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위에 보고하고, 위로 갈수록 상급자의 아이디어가 더해져 이상해지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펄어비스는 경영진이 마케팅에 관한 모든 권한을 내게 위임했다. 그 덕에 내가 하고 싶었던 아이디어를 온전히 표현할 수 있었다. 단, 이를 위해 상급자에게 설명할 수 있도록 철저히 논리를 갖춰야 했다.

최근 공개한 격투가도 마찬가지다. 회사가 우리를 신뢰하니, 그만큼 책임감을 느끼고 일하게 된다.


정식 오픈 전, 신해철의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를 TV CF에 사용했던 것도 인상 깊었다.

= 유저들에게 '원하는 전투, 커스터마이징, 생활이 '검은사막 모바일에 다 있어'를 전하고 싶었다. 그에 맞는 BGM이 뭐가 있을 거 고민하다가 신해철의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가 떠올랐다.

비하인드 스토리로는 노래를 사용하기 위해 알아보니 그제야 펄어비스가 신해철 재단의 후원 기업이라는 걸 알았다. 우리가 노래로 '니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를 사용하고 싶다고 정중히 요청했고, 신해철에 누가 되지 않는 게임이란 걸 나타냈다. 그리고 좋은 결과를 받아 '미공개 음원'을 우리 광고에서 처음 공개, 사용할 수 있었다.

▲ 신해철 미공개 음원이 담긴 '당신이 진짜로 원하던 전투'

퀸의 'We Will Rock You'는 어떻게 선곡하게 된 건가? 역시 영화 영향이 컸을까?

= 영화 때문은 아니다(웃음). 내부에서 각성 콘텐츠를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고민이 많을 때였다. 일하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 생각 없이 영화를 보러 갔었다. 아마 '국제시장' 이후에 처음 봤을 거다. 퇴근하고서 리뷰도 안 찾아보고, 포스터도 안 보고 고른 게 '보헤미안 랩소디'다.

보고서 너무 감동했다. 특히 'We Will Rock You' 때는 내가 각성한 거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때 각성 콘텐츠 마케팅에도 'We Will Rock You'를 넣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마침 국내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흥행하자 덕도 좀 봤다.


노래 저작권은 어떻게 해결했나? 단순히 생각해도 퀸의 노래를 사용한다는 게 쉽지 않을 거 같은데.

= 물론, 쉽지 않다. 퀸의 노래를 사용하기 위해 우리의 마케팅 계획과 콘티를 전달해야 했다. 한국에 펄어비스가 어떤 회사인지, 어떤 게임을 만들고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했다. 이전에 내보냈던 모든 광고 영상도 보여줬다. 그렇게 '검은사막 모바일'이란 게임과 펄어비스란 회사가 퀸이라는 브랜드에 누가 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We Will Rock You' 이후에 'We are the champion'이 나온다. 익숙한 패턴이다.

= 눈치가 빠른 퀸 팬이라면 알아차릴 수 있을 거다. 사실, 퀸의 모든 공연 순서가 'We Will Rock You' 다음에 'We are the champion'으로 이어진다. 비슷한 의미로 우리의 모든 마케팅이 순서가 있다. 최근 격투가 마케팅에 쓰인 '질풍가도'는 새해를 '검은사막 모바일'과 힘차게 내달리자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 '질풍가도' 하현우 커버도 곧 공개될 예정이다

퀸의 노래와 함께 한 다른 마케팅도 있을까?

= 충분히 나올 수 있다. 이번에 '검은사막 모바일'이 퀸과 잘 어울린다는 걸 확인했으니까. 더불어 비틀즈, 오아시스의 락도 가능성이 있다.


영상 광고를 보면 구석에 '실제 게임 플레이 장면입니다'와 같은 문구가 있다. 개인적으로 이 디테일에서 펄어비스의 자신감이 느껴졌었다. 실제 의도한 게 맞나?

= 맞다. 펄어비스의 자부심을 표현한 거다. 그리고 게임을 잘 아는 유저들은 영상이 시네마틱인지 실제 게임 영상인지 눈치챈다. 그런데 일반인은 그 구분을 못 하기도 한다. 그래서 시네마틱을 보고서 게임을 접했는데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영상은 시네마틱 같은 게 모바일 게임 실제 플레이 영상이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게 입소문을 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전 콘텐츠 마케팅은 어떻게 했는지 궁금하다. 다크나이트와 금수랑 예를 든다면?

= 다크나이트는 딱 봐도 신비롭다는 게 메인 컨셉이었다. 금수랑은 누가 봐도 귀여운데, "귀여워~ 죽을걸?"처럼 화법에서 반전을 줬다. 그리고 최근 격투가는 최대한 타격감을 잘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박진감 넘치는 음원과 임팩트 있는 보이스에 힘을 줬다. 처음부터 끝가지 노래로 달린다는 느낌이다.

이번 질풍가도 영상에는 총 4명의 가수가 커버를 장식한다. 이혁, 버블디아, 라온, 그리고 하현우다. 개인적으로 하현우 커버는 음원 차트를 흔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질풍가도 커버의 음원은 누구나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등록한다. 저작권 문제없이.


음원은 어디서 받을 수 있나?

= 하현우 커버와 동시에 공개하니 1월 24일이다. 24일 '검은사막 모바일' 브랜드 페이지에서 MP3를 다운받을 수 있다. 음원은 멜론, 벅스 등에 협의 중이다. 이외에도 유튜브에 음악을 올릴 예정이다.


이번 격투가 마케팅을 준비하며 있었던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려준다면?

= 원래 영상 마지막에 펄어비스의 신작 힌트를 넣으려고 했다. 전혀 다른 세계관의 비주얼을 넣으면 유저분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실까 기대하기도 했다. "우리가 알던 검은사막 세계관이 아닌데? 뭐지?" 이런 반응들. 그런데 준비 일정이 너무 촉박해 넣지 못했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아쉽기도 하다.

사실, 영상에 힌트를 넣는 건 마케터가 유저들과 소통하는 방식이다. 개발자들이 게임 중간에 이스터 에그를 넣듯이 말이다. 영상을 보고 알아봐주실까? 공식 카페에 어떤 반응이 올라올까? 하며 기도하는 마음으로 반응을 확인한다. 그리고 우리의 의도를 알아봐 주실 때 본업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알아차리지 못한 채 영상과 노래만 즐겨주셔도 좋다.



▲ 어쩌면 '프로젝트 K' 힌트가 지나갔을 수도?

다음 영상에 대해 귀띔해줄 수 있나?

= 역시 유저의 눈과 귀를 사로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검은사막 모바일'의 장기적인 캠패인과 단기적인 캠패인을 함께 준비 중이다. 우리의 마케팅 철학 중 하나가 비게이머에게 거부감을 주는 걸 지양하는 거다. 결국 비게이머는 우리의 잠재 고객이고, 이후 펄어비스가 선보일 캐주얼 게임의 유저일 수도 있다. 그래서 펄어비스 브랜드 가치를 떨어트리는 광고는 만들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비게이머 분들이 광고에 대해 욕은 안 하시는 거 같다. 격투가 광고는 노래만 하다 끝나니까(웃음). 영상만 보면 펄어비스가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회사인 줄 아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우리 어머니도 "그 만화 광고 잘 봤다" 이러신다. 내가 게임 회사에 다니는 걸 모른다.



▲ "펄어비스라는 브랜드 가치를 생각해야 한다"

삼성 갤럭시 현장 프로모션에 자주 등장하는 게 '검은사막 모바일'이다. 이런 것도 마케팅 방법일까?

= 삼성과 전략적 파트너라 갤럭시에 '검은사막 모바일'이 사용된다. 삼성은 '검은사막 모바일' 일본 쇼케이스 때 갤럭시를 지원하기도 했다. '검은사막 모바일'이 워낙 고퀄리티 게임이다 보니, '이런 게임이 갤럭시에서 잘 돌아가요'를 나타내는 거 같다. 그렇게 전략적으로 긴밀하게 마케팅을 하고 있다.


끝으로, 지금까지 한 마케팅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걸 꼽는다면?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와 같은 답변 말고.

= 아, 그걸 하려고 했는데(웃음). 제일 잘 만든 건 역시 격투가 마케팅 같다. 새 학기도 시작이니 격투가 노래, 질풍가도를 들으며 스트레스를 푸셨으면 좋겠다. 특히 하현우 커버가 곧 공개된다. 개인적으론 음원차트 1위도 가능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내가 알기로 게임 OST가 음원차트 1위를 한 적이 없는 거로 안다. 그 기록을 '검은사막 모바일' 세웠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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