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흡혈귀 테마를 접목한 레벤드레스, 디자인과 음악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게임뉴스 | 장요한 기자 | 댓글: 3개 |



익히 알려진 것처럼 레벤드레스를 보는 순간 흡혈귀가 떠오릅니다. 짙은 어둠과 붉은 하늘의 음산한 모습은을 보고 있자면 자연스럽게 동유럽을 생각하게 되는데요. 레벤드레스를 탐험하다 보면 '먹구름이 짙은 영국의 어둡고 침침한 골목을 걷는 느낌이 이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됩니다.

나스리아 성채는 소설에서 드라큘라의 성이라 알려진 브란성과 약간 유사한 모습을 띄고 있습니다. 이러한 건축물과 배경, 흡혈귀처럼 생긴 주민들 벤티르까지 잘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에 더해 주변 환경음과 테마 음악이 음산한 분위기를 멋지게 조성하고 있습니다.

다들 스톰윈드 정문에 들어서면서 느끼는 멋진 배경과 웅장한 음악에 감동했던 기억이 한 번씩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눈에 보여지는 시각적인 요소에 귀로 들리는 음악까지 곁들여 지면 자연스럽게 감탄사를 내뱉게 되죠. 덕분에 게이머는 더 생동감 있게 어둠땅에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게임을 하나의 영화처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어둠땅 아티스트들의 이야기를 소개해드립니다.


#1. Revmoat




구스타브 슈미트 - 환경 아티스트 (Gustav Schmidt – Senior Environment Artist)

"레벤드레스 이미지를 떠올리기 시작한 초반에는 주변 환경 자체에도 흡혈귀라는 테마를 담아내고 싶었습니다. 지면을 따라 실제로 혈관이 지나가면서 그 땅을 밟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들러붙어 기운을 빨아먹는 땅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생각해봤죠. 초반에 떠올린 이 아이디어와는 다소 멀어졌지만, 해자 형태의 이 하위 구역은 지표면 아래를 흐르는 에너지가 아제로스에서 일반적으로 접하는 다른 구역과는 다르다는 것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는 지형 아래의 뿌리를 완전히 노출시켜서 연약하고 침해당한 상태를 그대로 보여주었습니다. 에너지가 천천히 빠져나가면서 주변의 공기를 희미한 푸른빛 안개로 물들이고, 위에서는 성에서 쏟아지는 오염 물질과 합쳐지는 광경을 연출했습니다."


#2. 트란실바니아




구스타브 슈미트 - 환경 아티스트 (Gustav Schmidt – Senior Environment Artist)

"이 구역을 디자인하면서 초창기에는 각종 무덤으로 뒤덮인 거대한 성이 도시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전반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모습을 상상했습니다. 죽은 자를 기념하기 위해 짓는 건축물은 원래 오랜 시간을 버텨내도록 설계하는 것이 특징인데, 저희는 바로 그런 오래된 분위기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프랑스의 페르 라셰즈 공동묘지 같은 명소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무덤과 돌로 이루어진 정원은 어떤 모습일지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보고자 했습니다. 이 이미지에서는 식물이 웃자라 있고 작은 항아리며 묘비가 수없이 무성의하게 겹쳐져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정원이라는 공간에서 보통 찾을 수 있는 유기적인 요소로 서로 연결된 듯한 느낌을 주고자 했습니다. 또한 플레이어가 이 공간 속을 움직이는 동선에 중점을 두고, 레벤드레스 정원 오솔길을 제대로 다듬어 놓은 버전은 어떤 느낌일지 상상하면서 작업했습니다."


#3. 켈타스 감방




매트 오코너 - 선임 컨셉 아티스트 (Matt OConnor – Senior Concept Artist)

"나스리아 성채 안에는 벤티르에게 맡겨진 사악한 영혼들을 가둬놓은 "트로피 전시실"이 있습니다. 여기서 저희는 미묘한 조작의 대가인 이 벤티르라는 일족이 수감자를 제압하는 방법을 어떻게 표현할지 난관에 직면했죠.

폭력과 고문은 간수의 일상 수법일 테고, 벤티르라면 자신들의 거울 마법을 사용해 이런 죄 많은 영혼을 아주 작은 미니 왕국에 가두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주변에 비친 자기 모습밖에는 아무도 만날 수 없고, 생전의 메아리에 사로잡혀 시련을 겪는 공간이죠.

방 한가운데에는 이곳에서 가장 악명 높은 수감자이자 한때 높은 지위를 자랑했던 켈타스 선스트라이더를 배치했습니다. 지금은 데나트리우스의 형상 앞에 굴복한 모습입니다."


#4. 벤티르




이정아 - 선임 컨셉 아티스트, 스토리 및 프랜차이즈 개발 (Jungah Lee – Senior Concept Artist, Story & Franchise Development)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특유의 크고 과장된 캐릭터 실루엣은 이 게임만의 독특한 매력을 이루는 일부분입니다. 시네마킥 영상을 제작하면서 직면한 난관 중에는 어떻게 하면 게임 내 디자인에 좀 더 실재감을 부여하면서도 특징적인 매력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저는 전반적인 게임 디자인을 그대로 가져오되, 이런 옷이 실제 현실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버클이나 단추 같은 부분이 시네마틱 버전에서는 훨씬 작게 표현됐죠.

한 가지 어려웠던 점은, 벤티르가 팔이 길고 손이 무척 크다는 것이었습니다. 손을 훨씬 작게 만들면 일반적인 인체 비율과 똑같았겠지만, 게임 내 비율을 그대로 따르면 너무 과장된 느낌을 줄 것 같았거든요. 최종적으로 확정된 이 비율은 그 둘 사이 어디쯤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5. 가고일






매튜 맥커원 - 캐릭터 아티스트 (Matthew McKeown – Character Artist)

"이 디자인은 레벤드레스에 배치될 가고일로 제시한 초창기 버전입니다. 이런 컨셉 디자인을 제작할 때는 온갖 다양한 아이디어로 실험해 봅니다. 예를 들어 날개 종류, 몸의 모양, 얼굴, 머리카락 등을 다양하게 탐구해보죠. 또한 가고일은 어떤 방어구를 장착하는지, 애초에 방어구를 착용하기는 하는지, 자기 몸을 보호하기 위해 그냥 돌덩이를 쓸 것인지 등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제시했습니다. 이 이미지로 그런 과정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아래 이미지는 방어구를 장착한 상태의 가고일입니다. 팔 보호구와 날개 한 쌍에 모두 방어구를 착용했죠. 오른쪽은 얼굴 모양의 아이디어입니다. 제멋대로 자란 긴 머리카락이 등 뒤로 흘러내리고, 팔 역할을 겸하는 날개 한 쌍만 장착되어 있습니다."


#6. 죽음의 늑대



제이 냄 - 캐릭터 아티스트 (Jay Nam – Character Artist)

"이런 크리처를 고안하는 과정에서 제가 제일 처음 거치는 단계는 내러티브 팀과 함께 설명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가곤은 아주 충실한 맹수로서, 처음에는 돌로 모양을 빚고 그다음에 벤티르가 그들에게 보내진 영혼에서 쪽쪽 빨아낸 령을 써서 생명을 불어넣은 크리처라고 하더군요. 이들은 일종의 경비병, 사냥을 함께 나서는 일행, 애완동물 겸 영혼을 고문할 때 힘을 거드는 존재 등 여러모로 쓸모가 많습니다. 레벤드레스에서 전투가 일어난 적은 드물지만, 그럴 때마다 이들이 최전방에서 지상의 공격에 맞섰다고 합니다.

이렇게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크리처를 만드는 것은 어려운 작업일 수 있습니다. 취할 수 있는 방향이 너무 많기 때문인데, 저는 벤티르가 아끼는 친근한 애완동물을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전부터 좋아하던 몇몇 애니메이션 작품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얼굴은 박쥐, 몸은 곰인 크리처가 좋겠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정말 근사한 디자인이 나오기를 바랐습니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사상 이런 크리처는 처음 등장할 테니까요."


#7. 허드레꾼 짐승




존 맥코널 -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Jon McConnell – Senior Character Artist)

"레벤드레스 '동물우화집' 제작에 착수했을 때 맨 처음 시작한 캐릭터가 벤티르, 가고일, 그리고 일꾼이었습니다. 레벤드레스 개발이 진행되면서, 크리처 종류가 이 구역을 채우기에는 턱도 없겠다는 사실을 바로 깨달았죠. 일꾼 짐승은 다양한 일꾼을 제공하고 구역 전체에 좀 더 다양성을 부여하려는 노력의 일환입니다. 어느 날 회의 중에 무거운 죄석을 들어 올리는 것과 같은, 짐을 나르는 일을 주로 하는 짐승으로 쓸 만한 덩치 큰 일꾼이 있으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제기되어 얼른 스케치를 마치고 원래의 일꾼 옆에 나란히 놓아보았습니다."


#8. 의식용 령 장치




맷 머볼드 - 소품 아티스트 (Mat Myrvold – Prop Artist)

"어둠땅 전역에서 벤티르는 영혼에서 가장 순수하고 농축된 형태의 령을 남김없이 쏙 빨아내는 기술이 뛰어나기로 명성이 자자합니다. 하지만 그 과정은 별로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것이, 확인되지 않은 에너지가 흘러넘치기도 하고 그냥 흘려보내야 하는 오염 물질이 나오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이 스케치는 나스리아 성벽 안쪽에서 끝수렁으로 버려지는 폐기물을 나타내는 쇠살대의 일종을 디자인한 초기 버전입니다. 벤티르의 시각적인 정체성을 이루는 요소에 가고일과 뾰족한 가시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바로 여기서 그런 부분을 반영할 수 있겠다는 사실을 일찍 깨달았죠. 벽에 거대한 가고일 머리를 얹으면 진짜 사악한 느낌이 날 것 같았고요."


#9. 방어구 및 령 쇠살대 컨셉







톰 입 -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Tom Yip – Senior Character Artist)

"레벤드레스 곳곳의 어둑한 구석에는 무시무시한 적들과 힘센 맹수가 몸을 숨기고 있습니다. 끈질긴 공격자인 이들은 불운하게도 영원한 사냥꾼에 맞설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이들을 순식간에 희생시켜 버립니다. 하지만 날카로운 발톱과 피에 굶주린 이빨은 어둠 속에 숨은 존재 중에서는 시작에 불과할 뿐입니다. 이 적대감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을 선택하는 몇 안 되는 용감한 이들에게는 사냥이 너무 빨리 끝나는 것이 두려울 뿐 무서운 것이 없겠죠. 저는 이 프로젝트를 돕기 위해 레벤드레스 특유의 독특한 전투에 맞는 용병다운 특징을 담은 방어구 세트를 고안하게 되었습니다. 한밤중에 공포의 대상을 사냥한다는 것은 위험한 일이죠. 각 디자인에 기능성과 목적성을 살린 장비와 아이템을 충분히 공급하고자 했습니다. 말뚝을 날카롭게 갈고 예리한 감각을 차분하게 진정시키세요. 게임이 진행 중이니까요!"


#10. 양손 검 레벤드레스 컨셉




존 맥코널 - 수석 캐릭터 아티스트 (Jon McConnell – Senior Character Artist)

"이 이미지는 나스리아 성채의 레벤드레스 공격대에 나오는 양손 검 컨셉 디자인입니다. 기본적으로 단순한 디자인을 유지하되 공격대라는 이름에 걸맞은 흥미로운 요소를 몇 가지 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레벤드레스는 중세 느낌이 강한 곳이므로 고전적인 십자 검이나 독일식 양손 검을 근간으로 삼기로 했습니다. 검 모양을 확정하고 나니 붉은 마법을 시전해도 공격대 무기로서는 아직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벤티르의 목걸이가 십자 날밑 주변을 감싸도록 디테일을 추가했더니 고유한 요소도 더해지고, 이야기를 상상할 여지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11. 한손 검 및 방패 레벤드레스 컨셉




최석주 - 캐릭터 아티스트 (Sukjoo Choi – Character Artist)

"이 컨셉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이미 다른 팀에서 성벽, 가고일 조각상이나 다른 여러 소품 등 다양한 소품을 완성해둔 상태여서 아이디어를 얻을 만한 원천이 많았습니다. 기존과 같은 분위기를 이어가되 좀 더 쿨한 디자인을 구현해 플레이어가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고, 손에 넣었을 때도 만족감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담았습니다. "


#12. 레벤드레스의 사운드 디자인

사운드가 진가를 발휘하는 장르는 단연 호러입니다. 레벤드레스는 처음 콘셉트를 고안할 때부터 고딕 분위기로 방향을 잡으며 깊이 뿌리내린 전통 방식 그대로 구현하고자 했습니다.

레벤드레스에서 이곳의 환경을 이루는 성과 마을을 둘러보고, 사후 세계에 사는 흡혈귀 비슷한 주민들을 만나보면서 령에 대한 접근 권한이 어떤 식으로 사회를 분할하는지 알게 됩니다. 사운드 또한 기본적으로 어두운 분위기를 조성하여 만찬과 굶주림, 가진 자와 못 가진 자, 무소불위의 권력과 그 힘 아래 엎드린 자들로 구성된 레벤드레스의 스토리를 전하는 데 한몫을 합니다.



애론 크래프트 - 사운드 디자이너 (Aaron Craft - Sound Designer)

"자긍심은 어떤 소리일까요? 레벤드레스를 상징하는 령은 본질적으로 가장 순수하고도 가장 지독한 형태를 갖춘 '자긍심의 추출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구원의 과정에서 이 정수를 추출할 때, 영혼을 타락시킬 수 있는 이 감정의 영향력에 굴복할 위험이 뒤따르게 됩니다. 자긍심은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데가 있습니다. 이런 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니고, 소량을 적절히 취한다면 딱히 해롭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자칫 잘못하다가는 중독적이고도 타락의 길로 빠지면서 오만한 분노와 추악한 울화 같은 형태로 드러나는 것입니다.

이런 면을 표현하기 위해 자긍심으로 빚어낸 마법은 시전하는 당사자의 전후 맥락과 의도를 반영하여 변경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의례 활동에 몰입한 벤티르를 우연히 만난다면, 그가 품고 있는 자긍심을 아주 절제된 형태, 즉 유혹적이면서도 시전자를 끊임없이 부추기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하지만 적의를 드러낸다면 상대방 벤티르의 태도도 바뀝니다. 내면에 품고 있던 잔혹하고 흉한 마음이 겉으로 드러나 그들이 휘두르는 령 속을 흐르는 분노와 오만이 그대로 표출됩니다.

저는 동료 사운드 디자이너인 앤드류 홀셔(Andrew Holscher)와 손을 잡고 자긍심의 이런 이중적인 면모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령이 절제된 느낌의 사운드는 제가 담당하고, 앤드류는 분노 쪽에 집중했습니다."




"양극단에서 절제된 쪽의 경우 유혹, 아름다움, 그리고 자긍심 높은 사회라는 세 가지 콘셉트로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저희는 전통적인 뱀파이어 판타지 테마를 열심히 뒤져본 결과 서큐버스, 선원들을 유혹하는 세이렌의 노래, 그리고 현악 4중주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서큐버스는 약간 숨찬 듯한 여자 목소리로 표현했습니다. 세이렌은 레가토 스타일의 오페라에 나오는 여성 보컬의 가창 톤으로 나타냈고요. 마지막으로 현악 4중주라는 영감의 원천을 이용해 수제 첼로 소리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름도 테마에 걸맞은 "벤텔로"라고 지었고, 첼로미네이션이라고도 하죠. 원하시는 대로 고르세요.

반면 양극단의 반대인 분노 쪽은 표면 아래 숨어 있던 괴물이 풀려난다는 콘셉트에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이 흉한 감정을 표현한 사운드가 같은 마법의 절제된 버전이 보여준 격조와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게 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절박함, 음산함과 순수하면서도 유동적인(하지만 속이 텅 빈) 힘을 가진 소리를 구현해야 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고양이가 하악 대는 소리, 방어 태세를 갖춘 코브라의 쉿쉿대는 소리를 녹음한 것을 뭉개면 아주 개성이 뚜렷한 절박함의 소리를 담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하면 높은 음조의 호랑이, 멧돼지와 사자 울음소리는 맹수의 느낌이 생생히 살아있는 잔혹한 탐욕과 딱 어울린다고 생각합니다.

힘이라는 특징을 드러내고 이 마법을 이루며 상반되는 두 개의 절반을 하나로 묶어주기 위해 다시 벤텔로 테마로 돌아갔습니다. 대신 이번에는 소리를 내는 관을 거칠게 찌그러뜨려 "흉한 소리를 한 차원 업그레이드"하고 좀 더 인위적인 소리를 냈죠.

레벤드레스를 둘러보시는 과정에서 컨텍스트 기반으로 빚어낸 마법의 음향이 여러분이 경험하는 이야기에 또 한 가지 차원감을 더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3. 레벤드레스의 음악 - 자긍심(Pride)



블리자드 음악 팀

"레벤드레스에 삽입되는 음악은 두 가지의 아주 상반된 존재를 드러내는 배경이 되어줍니다. 이 음울한 사후 세계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는 이들과 영혼의 세계를 화려하고 부유하게 마음껏 누리는 세련된 엘리트로 나뉘죠.

레벤드레스라는 곳은 초반에 잡아 놓은 콘셉트, 즉 가는 곳마다 오래된 지하 묘지와 성이 가득한 불길한 고딕풍으로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다만 이런 분위기라고 하면 쉽게 떠오르는 음악적인 비유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관건이고,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어둑어둑하고 두려움을 자극하기 위해 고안된 공간의 경우 단순한 오케스트라를 선택하여 주로 현악기가 돋보이는 방향으로 표현했습니다. 한 가지 강렬한 멜로디 테마를 확립한 다음, 그 범위를 넓혀가면서 어둡고 수상쩍은 극적인 분위기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낮고 묵직한 음조로 불길한 미스터리라는 느낌을 주고, 바이올린 소리를 짧게 넣어 긴장감을 고조시켰습니다.

한 버전은 공격적이고 거칠게 진행한 반면, 다른 버전은 느리고 엄숙하게 진행하여 이곳 사람들과 이 장소 자체가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표현했죠. 어떻게 보면, 이곳의 음악은 레벤드레스 자체가 자신의 무너진 폐허 위에 계속 무언가를 쌓아 올리는 모습을 그대로 반영한 것 같습니다. 메아리가 울리고, 이 구역의 우울한 목적을 상기시켜주는 셈이죠.

레벤드레스에서도 상류층 부분의 경우,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저희 팀 인카운터 디자이너인 스테파니 뉴랜드(Stephanie Newland)가 음악 팀에 '벤티르는 무슨 음악에 맞춰 춤을 출까?'라는 문제를 제시하면서 전환점이 찾아왔죠. 저희는 이미 클래식한 스타일로 연출하면 내부 성소와 성에 사는 이들의 세련된 분위기를 자아낼 수 있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초반에는 바흐처럼 바로크풍 음악에 대해 거론하기도 했었죠.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는 개념으로 생각이 완전히 바뀌면서 데나트리우스 경의 측근인 벤티르가 나타내는 위험한 느낌과 자긍심을 모두 표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희 팀 제이크 레프코위츠(Jake Lefkowitz)가 이 방향으로 작업에 착수하면서 낭만주의 작곡가인 스트라우스풍을 시도했죠. 여기서 영감을 얻어 3/4박자 소품 테마를 만든 다음, 말 그대로 무도회장 한가운데로 휙 휩쓸려갈 법한 매혹적인 왈츠로 발전시켰습니다. 애니메니터 존 부트커스(John Butkus)가 초반에 만든 목업 디자인을 바탕으로 음악에 어울리는 멋진 애니메이션을 제작해 줬죠. 이런 식으로 공동작업이 이루어지면 항상 큰 보람을 느끼기도 하고, 저희가 최고로 손에 꼽는 작품도 종종 이런 탄생 과정을 거쳤습니다."

댓글

새로고침
새로고침

기사 목록

1 2 3
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