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대충 망한 세상에서 ‘다마고치’ 소녀 기른 3일간

리뷰 | 전세윤 기자 | 댓글: 1개 |



'귀여운 그림체와 달리 살벌한 스토리.' 해당 게임의 기획 및 캐릭터 디자이너를 맡은 '후루야 타카유키'의 특색이 드러나는 요소죠. 반딧불이가 되어 소녀를 인도해줘야 하는 'htoL#NiQ-반딧불이의 일기'와 소녀와 거인이 서로 도우며 맵을 벗어나야 하는 '로제와 황혼의 고성'에 이어 이번에는 'void tRrLM(); //보이드 테라리움'으로 돌아왔습니다.

근데 이번에는 횡스크롤 퍼즐이란 느낌에 가까웠던 전작과 다르게 '로그라이크'의 특성을 들고 왔습니다. 로그라이크. 최근에 참 많이 보이는 장르인데요. 기원은 1980년대에 있었던 '로그 (Rogue)'의 특색을 많이 가지고 온 것에 기대어 표현한 것부터 시작되었죠. 한 번 죽으면 던전에서 더 있지 못하고 끝나며, 레벨 1로 돌아오는 특성 때문에 '하드코어' 게이머들이 많이 좋아하는 특성이 있죠.

저는 근데 로그라이크를 엄청 좋아하진 않습니다. 자신의 노력이 송두리째 날라가는 그 느낌이 좋지 않다고 해야할까요? 물론 로그라이크 나름의 '긴장감'과 '짜릿함'은 쫒을 수 없다고 생각은 합니다만, 예전 '디아블로 2' 때, 멋모르고 하드코어 캐릭터를 만들어서 키웠는데, 순간의 실수로 죽은 그 캐릭터가 부활하지 못하는 그 아픔을 겪은 뒤로는 좀... 그렇네요.

하지만 보이드 테라리움은 조금 더 다릅니다. 로그라이크라곤 했지만, 정작 로그라이크 같지 않다고 해야할까요? 무슨 말인지 이해가 잘 안 가실 것 같은데, 그런 여러분들을 위해 보이드 테라리움의 특성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직접 '3일 간' 플레이 한 소감을 들고 왔습니다. 대충 망한 세상에서 다마고치 소녀를 기른 3일간.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솔직한 체험감으로 들고 왔습니다.



▲ 음식 잘못 보관하면 상해요. 저도 상한 음식 먹고 배탈이 났어요



▲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지만 사실은 이상한 AI



▲ 이 이상한 금색 풍뎅이를 잡으면 레벨 업 합니다. 팁이라구요!



▲ 아이템도 소지수가 제한되어 있어 잘 버리고 잘 모아야 합니다.


1일차 – 눈에 버섯이 달려있어요!



처음에는 쥐부터 쥐어주길래, 뭔가 새로운 스토리가 펼쳐지는 건가 싶었습니다만 쥐가 로봇 안에 들어간 순간, 합선이 일어나면서 쥐는 타 죽고 로봇이 깨어나더라고요. 아무리 쥐가 위생상 별로더래도 타죽은 쥐를 보니 갑자기 묵념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쥐야, 짧은 시간이었지만 행복했단다..."

로봇을 계속 이끌다보면 '병든 소녀'와 인간을 멸망시킨(!) A.I., '팩토리 AI'를 만나게 됩니다. 뭐 이야기를 들어보니 인간이 너무 건방져서 그랬다고 하는데... 나름 납득도 가고 그러는 제 자신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튼 팩토리 AI의 표정이 자꾸 변경되는 것이 꽤 귀여웠는데 막상 생각해보면 인류를 멸망시킨 장본인이니까 온갖 감정이 교차했습니다.

팩토리 AI가 생명을 감지하면서, 움직이지 않던 소녀를 발견하게 되고 당분간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 로봇이 움직일 수 없는 팩토리 AI를 대신해서 던전에 들어가게 됩니다. 던전은 제가 생각한 '횡스크롤 2D'의 느낌도 아니었고, 오히려 PS Vita로 나온 '성마도이야기'와 같은 탑뷰 형태의 던전이었습니다. 한 칸 가면 적도 움직이는 턴제 형식이고 떼거지로 몰려오는 적들을 상대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하는 점도 비슷했네요.

병든 소녀에게 먹이를 주고 좀 불편한 환경을 고치게 되면 소녀의 이름을 짓게 되는데, '토리코'란 이름을 붙인 뒤로는 '오세 워치'라는 다마고치 같은 특수한 육성 시스템이 생기게 됩니다. 이렇게 로봇은 왠지 모르게 인간의 부모처럼 행동하면서 토리코가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직접 던전으로 뛰어들게 되는게 이 게임의 주된 목표입니다.



▲ 쥐야! 안 돼!!!!!!!









▲ 거... 이유 들어봤는데, 그냥 꼴받아서잖아?


2일차 – 너무 불합리해요!



"이걸 또 졌어?!"

돌아온 순간, 이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마치 불합리한 세계에 들어선 느낌이랄까요? 그리고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이 게임에 대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로봇과 소녀가 모험을 떠나서 감성을 갖추게 되는 이야기처럼 생각했는데, 오히려 로봇이 소녀를 키우기 위해서 던전에 들어가서 죽도록 일하는 게임이더라고요! 이 게임을 할 땐, "싸이 - 아버지"를 들으면서 하면 드는 감정이 배가 될 것 같네요.

이 게임에서 지면, 로봇이 '펑!' 터진 채로 팩토리 AI의 앞으로 다시 돌아오는데 그걸 볼 때마다, 마치 비웃는 것 같단 말이죠. 이렇게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감정과 별개로 실제 로그라이크와는 사뭇 다른 점이 있습니다. 아이템이 하나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과, 던전 기록은 초기화 되어도 로봇은 못 쓰는 아이템을 환원하면서 점점 강해지는 부분이죠. 덕분에 실제 로그라이크처럼 "정말 불합리해!"라는 생각까진 들지 않습니다.

반대로 이는 "페널티가 너무 없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긴 했습니다. 물론 아예 없는 것은 아닌게 이 게임은 던전을 클리어를 하는 것이 아니라 토리코를 위해 재료를 모으는 것이 중심이기 때문에, 던전 층을 제대로 올라서 재료를 거의 구할 즈음까지 왔는데 거기서 죽어버리면 꽤 열받는 것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계속해서 로봇은 강해지기 때문에 결국에는 재료를 구하고 토리코를 도와줄 수 있게 됩니다.

던전 자체에 엄청난 깊이는 없지만, 매번 달라지는 던전의 모양과 나름 불합리하게 느껴지는 적의 스폰 때문에 난이도가 꽤 느껴집니다. 물론, 진짜배기 하드코어식은 아니여서 싸움에서 패배할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덜 받는다는 점도 특징이죠. 여러모로 라이트 유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로그라이크 게임입니다.



▲ 아이템도 많지만, 많은 곳에는 적도 상당히 많다는 점. 유의합시다



▲ 몬스터 하우스! 이럴 땐 조용히 뒤로 가서 1:1로 상대합시다



▲ 레벨 업을 하면 스킬이나 패시브 능력을 얻을 수 있는데, 잘 고르면 탐색에 도움됩니다



▲ 여기서 얻은 음식들을 토리코에게 먹이는데... 검게 빛나는 벌레...라고?



3일차 – 다마고치! 근데 다마고치가 모예요?




'다마고치'. 일본의 '반다이'가 주식회사 위즈와 개발해낸 상품으로 이 다마고치가 나중에 '디지몬 시리즈'의 초석이 되었다는 것도 유명한 일화죠. 다마고치는 지금도 나오고 있습니다만, 예전 그 충격에 비하면 지금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는데요. 보이드 테라리움에서는 '오세 워치'라는 이름으로 토리코의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이 존재하는데 이게 마치 다마고치 같습니다.

토리코가 기운이 없는 상태에서 겨우 일어났지만, 그녀는 여전히 도움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로봇이 직접 먹이나 각종 재료를 구하면 토리코의 방을 고치고, 밥을 먹여주면서 방도 청소해줍니다. 오세 워치는 로봇이 전장으로 출장을 갔을 때, 토리코의 상태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어서, 토리코의 상태가 이상해지면 오세 워치가 반응합니다. 이를 잘 봐서 적당할 때, 그녀에게 갈 수 있도록 충분한 준비를 해야합니다.

참고로 저는 토리코의 병을 간호하거나, 토리코에게 밥을 주고 청소하는 정도까지 플레이 했는데, 더 깊게 파고들면 토리코에게 옷을 입혀줄 수도 있다고 하네요. 저도 이 게임을 끝까지 해서 꼭 토리코에게 옷을 갈아입히고 싶습니다. 거적대기를 계속 입고 있는 건 좀... 불쌍하잖아요.



▲ 방금 일어난 토리코



▲ 병 걸려 누워있는 토리코



▲ 밥 먹는 토리코


우리도 함께 토리코를 키워볼까요?



지금까지 딱 3일 동안만 보이드 테라리움을 플레이 해보았습니다. 전체적인 소감으론 아직 콘텐츠가 남아 있어서, 플레이 타임 걱정이 없었고 던전의 난이도도 변하면 변할수록 상당히 가학적으로 변하기 때문에 '돌연사!'가 쉽게 날 수도 있었습니다. 이런 역경을 딛고 토리코를 키우면 상당히 보람이 있다고 해야할까요? 의외로 괜찮은 수작이 나온 느낌입니다. 로그라이크가 너무 어렵다 생각하시는 유저 분들에게도 추천드리는 바입니다.

보이드 테라리움, 이렇게 귀여운 토리코를 키울 수도 있고 로봇으로 모험도 탐험할 수 있는 게임이 7월 29일에 한국어판으로 발매됩니다. DLC도 함께 포함된 채로 발매되어서 더욱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된 점도 좋은데, 무려 가학적인 소녀를 잘 그린다는 '천솜향' 씨가 그린 공식 웹툰도 있다고 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한 번 체크하도록 합시다.

관련 링크:
'천솜향' 작가가 그린 '보이드 테라리움' 웹툰 보러가기



▲ 이런 불쌍한 소녀 같으니라고! 참을 수 없군. 빨리 돌봐서 어엿히 키워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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