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평] 창의적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

게임소개 | 정수형 기자 | 댓글: 3개 |

예로부터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했습니다.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려면 화를 다스리는 게 좋다고들 하죠. 따라서 평소에 스트레스를 푸는 게 대단히 중요한데요. 'ABRISS - build to destroy(이하 ABRISS)'는 사람의 원초적인 파괴 본능을 자극하는 한편, 창의력까지 키워줘 스트레스 해소와 성취감까지 느낄 수 있는 일거양득의 게임입니다.

과거부터 단순하게 무언가를 파괴하는 게임은 꾸준히 출시됐습니다. 어릴 적 학교 컴퓨터실에서 한 번쯤은 해봤을 화면 부수기 게임이나 싫어하는 사람 이름을 적고 때리는 게임 등 이제는 추억이 됐지만, 그 시절 학업 스트레스를 풀어주는데 아주 큰 공을 세워줬죠.

최근에는 물리 엔진과 그래픽 기술의 발전으로 거대한 스케일의 사실적인 파괴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공성 파괴 게임으로 유명한 '비시즈'와 마개조한 차량으로 건물을 밀어버리는 '인스트루먼트 오브 디스트럭션' 등이 대표적이죠. 초창기의 파괴 게임이 파괴를 하는 행위 그 자체에 집중했다면 점차 파괴 행위에 무궁무진한 창의력을 더해 어떻게 파괴하느냐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개발됐습니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파괴 행위를 통해 반복적인 행동을 넘어선 성취감을 느낄 수 있죠.




ABRISS 역시 크게 본다면 위에 언급한 게임과 다르진 않습니다. 캠페인 모드를 기준으로 맵마다 파괴 목표와 이를 부술 수 있는 건축 재료가 제공되고 플레이어는 이를 잘 조합해서 목표물을 효과적으로 부숴야 하죠. ABRISS만의 매력이라고 한다면 파괴 장면을 다양한 카메라 앵글로 관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물리 엔진도 꽤 사실적이라 목표물이 무너지는 과정을 아주 생생하게 표현해주죠. 특히, 폭발 이펙트가 정말 화려해서 거대한 건축물이 폭발 한 번에 와르르 무너지는 장면은 꽤 박진감 넘치는 희열을 제공해줍니다.

또한, 단순히 파괴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스테이지마다 퍼즐 요소를 도입해 어느 정도 생각하면서 건축할 필요가 있습니다. 맵마다 중력을 제어하는 기계를 타이밍에 맞춰 부숴야 하거나 혹은 추진체를 일일이 제어해서 방향을 틀어야 하는 등의 컨트롤도 필요하니 생각 없이 반복하는 파괴보단 창의력을 짜내면서 파괴해야 합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모든 것을 박살 내고 싶단 생각에 귀찮은 느낌이 들지만, 생각보다 퍼즐 요소가 잘 짜여 있어 나중에는 퍼즐 자체의 재미에 빠져들게 되더군요. 게임이 끝나면 구조물의 몇 퍼센트를 파괴했는지 점수 개념으로 보여주니 100% 달성을 위해 노력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런 점수를 통해 더욱 객관적으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초반 스테이지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주어지는 재료만 쌓으면 무난하게 클리어할 수 있습니다. 다만, 후반으로 갈수록 생각보다 창의적인 발상을 요구하기 때문에 자칫 원초적인 본능과 창의력, 순수한 파괴와 퍼즐 사이에서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데요. 그럴 때는 그냥 편한 마음으로 게임에서 제공하는 힌트를 한 번 보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힌트는 게임을 수월하게 깰 수 있게 일종의 가이드 개념으로 제공됩니다. 힌트를 본다고 해서 딱히 문제 될 것도 없고 힌트를 통해 나만의 파괴 행위를 발전시킬 수도 있으니 굳이 주는 걸 안 받을 이유는 없었습니다. 나중에는 힌트를 발판 삼아 실력을 키우고 추후 어려운 스테이지를 힌트 없이 아주 박살 냈을 때의 쾌감이 짜릿하게 다가왔습니다.




만약 순수한 파괴 그 자체에 집중하고 싶다면 샌드 박스 모드를 즐기면 됩니다. 원하는 맵과 구조물을 선택한 뒤 무한으로 제공되는 건축 재료를 통해 나만의 이상적인 파괴 활동을 누릴 수 있죠. 원한다면 100개의 폭탄을 담은 로켓을 만들어 최고의 파괴 행위를 선보일 수도 있습니다. 이를 GIF로 촬영해서 개인적으로 소장하거나 혹은 스팀 커뮤니티에서 다른 사람에게 공유할 수도 있죠. 게임에 기본으로 제공하는 기능이니 따로 캡처 프로그램을 사용할 필요는 없다는 점이 꽤 편리했습니다.

건축물도 간단한 기둥을 시작으로 레이저, 추진체, 샷건과 대포, 폭탄 등 다양한 편인데요. 현재 얼리 엑세스 중인 게임이라 앞으로 또 다양한 무기가 추가될 가능성이 큽니다. 캠페인에서 제공하는 미션도 35개에서 최대 49개로 늘리고 이후 스팀 창작 마당을 통해 유저들이 만든 맵도 제공할 예정이라고 하죠.

아쉬운 점은 게임의 사양은 낮은 편인데 최적화 문제가 있어 파괴되는 구조물이 많아질수록 프레임이 순간적으로 높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파괴 게임의 고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데요. 다행이라면 최적화 문제 때문에 게임을 플레이 못할 정도는 아니고 간혹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 정도라서 크게 거슬리진 않았습니다. 그 외에는 한국어를 지원하지만, 번역 상태가 썩 좋지 못하다는 정도일까요. 그외에는 파괴 게임 본질에 아주 충실해서 추후 정식 출시까지 기다려볼 만 하다고 생각됩니다.




평소에 도미노를 쌓는 것보다 무너뜨리는 것에 더 흥미가 있거나 거대한 건축물이 폭발에 쓸려나가는 영상을 자주 봤다면 ABRISS를 추천해 드립니다. 보는 것보다 더 짜릿한 파괴의 재미를 충분히 느껴볼 수 있을 테니까요. 와르르 무너지는 건축물과 함께 안 좋은 기억, 스트레스도 훌훌 털어버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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