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에서 1인 개발? 의미없다. 그래서 최선을 다했다"

인터뷰 | 정수형 기자 | 댓글: 3개 |

사이버펑크 세계관에서 왼팔에 기계 의수를 이식받은 닌자가 도시 곳곳을 넘나들며, 악의 세력과 맞서 싸우는 게임에 대해서 들어봤나. 덤으로 고전 레트로 스타일의 그래픽과 화려하면서 절도있는 일섬 액션을 선보이는 무쌍 장르도 포함하고 있다면 어떨까.

이처럼 게이머 감성 폭발시키는 로망이 뒤섞인 '닌자일섬'은 1인 개발자의 손에서 탄생한 PC/ 콘솔 플랫폼의 게임이다. 오랜 게임 개발 경력을 갖춘 아스테로이드제이 장원선 대표의 마지막을 불태울 작품이자 또 다른 시작이 될 '닌자일섬'은 플레이엑스포 출전 작품 가운데서도 꽤 눈에 띄는 게임이었다.

단순히 게임의 퀄리티가 높아 보였기 때문만은 아니다. 레트로 감성을 살리기 위해 실제로 집에서 쓰던 80~90년대의 CRT TV를 직접 들고 와 부스에 전시할 만큼 본인이 만든 게임을 사랑하는 것이 느껴졌기 때문이리라. 어느덧 개발 막바지에 접어든 지금, 게임의 완성도를 한층 끌어 올리기 위해 밤낮없이 개발에 매진하고 있는 장원선 대표를 만나 '닌자일섬'의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 아스테로이드제이 장원선 대표


Q.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한다.

혼자 게임 만들고 있는 아스테로이드제이 대표 장원선이다. 독학으로 배워서 혼자 게임을 만들고 있는데 계속된 실패로 마지막을 불사르고자 평소 좋아했던 콘솔 게임을 만들어보자 해서 시작한 게 '닌자일섬'이다. 개발 중에 코로나 때문에 힘들기도 했는데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Q. 게임 회사 업무와 1인 개발을 병행하다가 본격적으로 1인 개발에 뛰어든 계기가 무엇인가.

본래 기획 출신으로 처음에는 필자로 시작해서 QA도 하고 기획에 관리직 등 이것저것 경험은 많은데 잘 안 풀렸다. 기획 파트가 안타까운 게 경력이 오래 쌓인다고 오래 일할 수 있지 않더라. 경력은 많아도 대표작이 없으니 취업이 힘들었는데 그 시절에 혼자서 개발을 독학하게 됐고 그때 만들었던 게임들이 '자고 일어나니 번뇌가 넷', '언제다 치우냥' 등의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기술력이 부족하니 아이디어로 승부보는 게 어떨까 싶어서 만들어봤다.

그런데 그 당시에는 이런 걸 사람들이 좋아할 거라는 생각은 안 했다. 단지 처음 만들어 본 애니메이션이 우스꽝스러워서 날것 그대로 냈었던 것 같다. 그런데 너무 특이하니 사람들이 재미있게 봐주더라. 그때부터 조금씩 자신감이 붙으면서 더 많은 시도를 해보고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



▲ 과거, 지하철에서 갑자기 떠올라 만들었다는 그 게임


Q. 전작은 모바일 게임 위주로 출시했는데 '닌자일섬'에서 PC, 콘솔 플랫폼으로 전향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가장 정확한 얘기는 상황인 것 같다. 지금 모바일 게임은 1인 개발 아니면 작은 규모로 만들 수 있는 장르가 굉장히 한정된다. 매출을 생각 안 할 수 없는데 하이퍼 캐주얼이다 뭐다 하는 게임은 사실 게임 개발이 어려운 것보다 마케팅과 같은 비용적인 부분이 엄청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또한, 당장 '닌자일섬'을 개발하기 직전의 상황이 매우 안 좋았기 때문에 모바일 게임을 하나 더 출시하는 게 내 생계에 도움이 될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그래서 어차피 이제 더는 못 할 것 같다는 생각이 커지니 하고 싶은 것까지 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내 능력이 없다 생각하고 끝내려고 마음을 먹었다.

그 전에는 내 촉을 믿고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상황을 보기 위해 레딧 등에 다양한 장르의 프로토 타입을 8개 정도 만들어서 올린 적이 있다. 그때 제일 반응이 좋았던 게임이 지금보다 퀄리티는 훨씬 떨어지지만, 닌자가 건물을 뛰어다니는 게임이었고 이걸 토대로 개발을 시작하게 됐다.


Q. 특히, 전작 가운데 2017년에 출시한 닌자일섬 모바일의 경우 현재 개발 중인 게임과 이름이 똑같았다. 혹시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인가.

제목에 연관성이 있다. '닌자일섬' 모바일 버전은 한 획에 적을 없애는 재미를 주기 위해 만든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었다. 아무래도 과거에 이런 게임을 만든 바탕이 있으니까 이를 완성해보자 생각해서 제목과 액션 요소를 더해서 나온 결과물이 지금의 '닌자일섬'이다.



▲ 모바일로 출시한 닌자일섬도 잠입보단 호쾌한 검술 액션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Q. 1인 개발을 하면서 가장 힘든 순간은 언제인가.

가장 힘든 순간은 가족이 아플 때 같다. 2년 전인가 코로나가 나타난 상황에서 수익도 제대로 없고 회사도 퇴사한 상황이 정말 답답했는데 그때가 가장 힘들었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 힘든 것은 시장에서 나 혼자 게임을 만들었다는 점은 아무 의미가 없다. 게임을 혼자 만들었다고 해서 게임의 퀄리티를 봐달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그래서 어떤 부분이든 내가 만족할 만큼의 퀄리티를 내기 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한 게 제일 어려운 부분인 것 같다.


Q. 1인 개발을 하다 보면 게임의 난이도나 재미를 찾는 과정을 혼자 해야 하다 보니 기준을 잡기 쉽지 않을 것 같다. 특히, 개발 욕심 때문에 일을 점차 크게 벌리다가 수습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는데 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그 점은 나에게도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달리 방법이 없어서 잠을 하루에 4시간 정도 자고 있다. 지금 젖먹이 아이도 있는데 시간이라는 게 내고 싶어서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더라. 40대 가장이 어떤 꿈을 좇아서 간다는 것 자체가 가족에게는 안 좋은 걸 수 있는데 그렇다 보니 현재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다 놓치지 않고 하려고 한다.

이러니까 주변에서 안쓰러워서 도와주려는 분들이 생기더라. 잘못하면 사람 하나 잡겠다 싶은 느낌인 것 같다. 그래서 도움을 받을 때도 있고 오롯이 혼자 1인 개발로 다 할 수는 없더라. 타이틀 이미지 컷 등은 CFK의 도움을 받아 퀄리티를 올리면서 진행하고 있다. 아무래도 가장 힘들 때 손을 내밀어 준 분들이라 더 감사한 마음이 크다.


Q. 닌자와 SF, 레트로의 독특한 조합은 어떻게 하다가 구상하게 된 것인가.

그런 쪽에서 좀 익숙했던 것 같다. 어릴 때부터 하던 게임들이 퓨전 장르가 많았다. 가령, 세가 게임을 좋아했는데 '슈퍼 시노비' 등 옛날 게임을 보면 순수하게 일본을 배경으로 한 닌자가 아니라 잠입 없이 칼 한 자루로 적을 쓸어버리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 그 시절의 게임을 재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고 사이버펑크도 좋아하는 장르니까 넣어봤는데 딱히 어색한 느낌이 없어서 추가했다.

도트 작업은 이번이 처음 시도해본 건데 애니메이션이 약하니까 이런 배경이라면 조금 더 수월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선택했다. 네온사인 같은 건 아이디어만 조금 있으면 재미있어 보이니 말이다. '닌자일섬'은 기본적으로 CRT 필터 같은 느낌을 주는데 이처럼 옛날 브라운관 느낌을 넣으려고 애를 많이 썼다.



▲ 잠입에 특화된 닌자보단 무쌍에 특화된 전투 닌자 스타일


Q. 전투를 해보면 일섬을 통한 호쾌한 공격이 핵심이라고 생각되는데 이를 게임에 구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궁금하다.

보통 닌자 하면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다. 뒤에서 암살하기 위해 화려하게 움직이지 않고 은신해서 조용히 숨어들어 가는 것들 말이다. 그런데 나는 생각이 애초에 달라서 그냥 무쌍처럼 시원했으면 좋겠고 그러려면 적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느꼈다.

그래서 적을 많이 배치하는 쪽으로 만들었고 우르르 몰려오는 적을 한 번에 없애기 위한 목적으로 일섬같은 액션이 탄생했다. 이런 구성이 이 게임만의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Q. 확실히 무쌍 게임처럼 적들이 몰려오긴 하더라. 그런데 몰려드는 적도 많고 근거리와 원거리 공격이 섞여 오는데 레트로 그래픽에 노이즈가 끼어 있으니 아무래도 가시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가시성 문제는 계속 고민하면서 색감도 조정하고 전문가에게 조언도 구하는 중이다. 닌자라는 설정에 맞춰 채도가 낮은 옷을 입었는데 그래서 맞추기가 힘들더라.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인공을 강하게 설정해놓고 있다. 기본적으로 탄막은 검술로 삭제할 수 있다거나 업그레이드를 통해 반사하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

한편, 3D에서 적이 많이 나오는 것과 2D에서 적이 많이 나오는 것은 확실히 다르더라. 한때는 이것이 옳은 선택인가 하는 고민도 있었는데 여기서 또 노선을 바꾼다면 어떠한 개성도 없고 시도조차 안 한 게임이 될까 싶어 게임의 단점을 보완하고 개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밀고 나가는 중이다.



▲ 2D에서 무쌍이 적합할까? 하는 의문에 정면으로 부딪히는 중이라고


Q. 게임의 난이도는 어느 정도 수준으로 생각하고 있나.

주로 아내가 테스트를 해주는데 아내가 못 깨는 게 기준이다. 액션 게임을 잘 안 하는 아내가 깨버리면 안 되니까 이를 기준으로 만들고 있는데 가끔 이상하다고 지적해주는 부분이 있어 많이 고쳐가고 있다. 다만, 게임의 난이도가 엄청 높지는 않을 것이다.

현재 게임은 9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되어 있고 각 스테이지마다 보스가 존재하고 스토리도 이어진다. 기본적으로 과거의 닌자가 미래로 왔다는 설정인데 이를 회상하는 장면도 넣어놨다.

그리고 옛날 게임을 보면 장르가 섞이는 경우가 있는데 가령, 보너스 스테이지에서 슈팅 게임이 나타나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도 추가했기 때문에 그 시절을 생각하는 분이라면 추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Q. 데모 버전으로 게임 테스트를 여러번 진행하면서 다양한 피드백도 받았을 것 같다. 혹시 그중에서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번 플레이엑스포 현장에서 받은 피드백인데 "이게 뭔데 재밌지", "나 이런 장르 별로 안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재밌네"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인상 깊었던 것 같다.

뭔가 잘못된 길을 갔거나 혹은 잘못하고 있지 않느냐는 불안감이 있었는데 그래도 좋아해 줄 사람은 좋아하겠다는 약간의 안심을 받을 수 있었다.



▲ 이번 플레이엑스포를 통해 날것 그대로의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좋았다고 한다


Q. 1인 개발자로서 미래를 생각한다면 수익을 내야 한다는 부담도 클 것 같다. 사업적 성과를 위해선 대중성도 생각해야 할 텐데 '닌자일섬'은 대중적인 게임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던 것 같다.

대중이 누군지에 차이가 있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대중은 콘솔 게임 유저 중에서도 레트로 2D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닌자일섬'과 유사한 장르의 게임 시장 판매량을 본다면 대중적이지 않다고 보기 조금 어렵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더 메신저'가 100만 장 이상이 팔렸는데 가격을 생각한다면 모바일 게임 1천만 이상 다운로드 된 것과 거의 비슷한 매출이다. 따라서 특정 집단 혹은 유저층에게 어필할 수만 있다면 다음 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자금 정도는 회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Q. 현재 '닌자일섬'의 개발 상황과 향후 계획이 궁금하다.

지금 개발은 60~70% 정도 진행하고 있다. 레벨 디자인에서 테스트를 통해 추가할 부분을 찾는 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트렌드가 나오니 많이 분석하면서 진행하고 있다. 게임은 얼리 엑세스로 우선 출시해서 피드백을 받아 보완하고 그다음에 스위치 버전을 출시하려고 생각 중이다.

향후 계획은 올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고 출시가 된 후 상황에 따라서 대응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어느 정도 대응이 다 끝나고 '닌자일섬'이 궤도에 오르면 '닌자일섬 2' 혹은 새로운 게임 등의 후속작을 구상해보려고 한다.

다음 게임은 메트로배니아 장르를 생각하고 있다. 혹은 또 다른 희한한 걸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기회가 된다면 재밌는 장르를 많이 해보고 싶다.


Q. 마지막으로 아스테로이드제이가 꿈꾸는 미래에 대해 한 마디 부탁한다.

지금은 혼자서 개발하고 있지만, 앞으로도 계속 혼자 하고 싶진 않다. 현재 혼자 개발을 하는 것은 나중에 함께 할 사람들에게 믿음을 주기 위해서가 크다. "나 혼자서도 이 정도로 만들었으니 너와 함께라면 더 좋은 것을 만들지 어떻게 알아?"와 같은 느낌이랄까.

현재 도와주는 분도 있고 같이 하고 싶어하는 분들도 있지만 지금 당장 내가 그들의 생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에서 일을 벌일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혼자 개발을 해서 출시까지 해보고 결과로 보여주려고 한다. 이후에는 나와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대한민국에서도 이런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콘솔 개발사가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 점차 규모를 키워나갈 아스테로이드제이의 미래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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