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박용현'대표의 신작, '모바일 게임'의 표준이 될까? '프로젝트 HIT'

리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35개 |




궁금함

'프로젝트 HIT'에 대한 취재가 처음 잡혔을 때, 사실 긴장한 면도 없지 않아 있었다. 게임 자체보다는 그 게임을 만든 이로 인해 더욱 알려진 게임이 바로 '프로젝트 HIT'이다. 넷게임즈의 대표 박용현 대표는 과거 '리니지2', 그리고 '테라'와 같은 굵직한 게임 개발의 핵심 멤버로 일해왔다. 반면 게임에 대해서는 아무 정보도 없던 상황. 걱정이 앞섰다.

흥미로운 사실도 있었다. '프로젝트 HIT'에 사용된 엔진이 무겁기로 소문난 '언리얼엔진4'였다는 것. 물론 게임이 무겁다는 말이 아니다. 그간 '언리얼엔진'은 이른바 '트리플A'로 통하는 하이엔드급, 최고 수준의 그래픽을 요구하는 게임들에 주로 사용됐다. 이 말은 곧, 모바일 게임이면서도 지금껏 등장한 게임 그 이상의 수준을 보여줄 잠재력이 충분하다는 뜻이었다.

덤으로 넷게임즈의 박용현 대표는 과거 '리니지2'개발 당시 '언리얼엔진2'를 대대적으로 사용했던바, '언리얼엔진'과의 인연도 얕지 않다. 그렇게 샌프란시스코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궁금함과 기대, 그리고 약간의 걱정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프로젝트 HIT'를 직접 보게 된 것은,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도 시간이 좀 흐른 뒤였지만 말이다.



▲ 화면 구성은 이렇다. 현장엔 총 세 대의 모바일 기기가 준비되어 있었다.





놀라움



GDC2015의 마지막 날, 행사가 진행되는 샌프란시스코 모스콘 센터의 남쪽 홀에, 다양한 게임사 및 개발사의 부스들이 자리 잡았다. 이른바 'GDC EXPO'. 물론 일반 유저들보다는 개발자들과 업계 관계자가 많이 찾는 행사이니만큼, 부스를 채운 내용물들은 새로운 게임보다는 개발 엔진과 관련 프로그램 등이 대다수였다. 평소 다른 게임행사에서는 사이드킥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엔비디아', '하복', '오큘러스VR'등이 메인에 나선 것을 보니 나름 신선한 느낌도 있었다.

'프로젝트 HIT'는 그중에서도 '언리얼엔진4'의 대대적인 홍보를 위해 크게 차려놓은 '에픽 게임즈'의 부스에서 만날 수 있었다. '언리얼엔진4'를 이용한 모바일 게임은 '프로젝트 HIT' 외에도 다수 있었지만, 아직 그 엔진의 성능과 느낌을 전해줄 정도로 표준이 될 만한 작품은 꼽기 힘들었다. 그 때문에 에픽게임즈 측에서도 '프로젝트 HIT'을 위해 시연 부스를 제공했을 터였다.

미리 연락을 취해 두었던 '바른손이앤에이'의 정선우 이사와 인사를 나눈 후, 그가 건네준 스마트폰에 손을 얹었다. 최신 모델이라고 하기엔 이미 한참 시간이 지난 삼성의 '갤럭시 노트2'. 이미 휴대폰은 뜨겁게 달궈져 있었다. 아무리 최적화를 잘 했다 해도, 고수준의 3D게임을 구동하는데 발열이 없을 순 없으니 그다지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근데 화면이 어디선가 본 것 같다.



▲ 퀄리티를 스크린샷에 담기가 영 힘들 정도


생각해보니, 바로 전 에픽게임즈 관련 취재를 위해 돌아다니면서 설치된 TV로 본 그 화면이다. 놀라운 건 당시 그 화면을 처음 보았을 때, 당연히 PC게임이라고 생각했다는 점이다. 실제 게임 화면이 아닌 캐릭터 선택 창이니 더욱 그럴 수도 있겠지만, '프로젝트 HIT'의 캐릭터 구현도는 모바일의 그것이라기엔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는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었다.




강렬함



너무 오래 캐릭터 선택 화면만 쳐다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물론 계속 보고는 싶었다. 근래 보기 드물게 노출도 - 방어력의 비례 그래프를 제대로 그려낸 게임이다 보니, 묘하게 동양인 같으면서도 비현실적 외모의 아마존을 그냥 보내기는 아쉬웠다. 그래도 가장 심도 있게 살펴봐야 할 건 실제 게임화면이다. 아직 PVP콘텐츠는 완성되지 않은 상황이라 포함되어 있지 않지만, 어차피 PVP를 선택해도 같이 할 사람 자체가 없으니 크게 아쉽지는 않다. 일단 기본부터 실행해볼 때다.

화면 구성은 종전의 모바일 액션 MMORPG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중앙 하단부에 위치한 내 캐릭터, 그리고 좌하단의 가상 스틱과 우하단의 가상 버튼까지, 사실 UI 측면에서는 여러 게임에서 검증되어 있던 '모범'을 따르는 모습이었다. 공격 및 방어 버튼 주변에 위치한 스킬 버튼들도 크게 색다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아니 사실, 터치패드 환경에서 이보다 더 직관적이고 편리한 인터페이스를 제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였다.



▲ 알아보기 어렵지 않지만 연출은 화려하다


매력은 다른 곳에 있었다. 바로 압도적인 연출이 그것이었다. 통상 모바일 게임에서 사람들이 기대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바로 '휴대성'이다. 아니, 사실 그 휴대성 하나 때문에 모바일 게임이라는 시장 자체가 형성되었다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모바일 게임이 PC 및 콘솔 게임과 비교해 가지는 가장 뛰어난 장점이 바로 휴대성이니 말이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다른 요소들에 대한 평가는 박하면서, 동시에 관대해진다. '그래픽이 뭐 이래?'라고 생각했다가도, '그래 모바일이니 어쩔 수 없지'로 넘어가는 흐름이다. 하지만 '프로젝트 HIT'의 연출은 내가 생각하던 모바일의 수준 그 이상의 퀄리티를 보여주고 있었다. 역동적인 카메라 움직임과 박진감 넘치는 이펙트, 시각과 청각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타격감의 하모니. 그래 이게 내가 원하던 강렬함이었다. 무언가 심심하고, 밋밋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모바일 게임'에 대한 이미지가 실시간으로 변했다. 물론 그것이 게임의 전부는 아니지만 말이다.



▲ 옷 두께와 방어력의 등가교환





우려, 그리고 기대



솔직히 말해서 '프로젝트 HIT'이라는 게임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었다. 아니 오히려 내가 보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을 터였다. 시연 시간은 길지 않았고, 게임은 완성이 되지 않았다. 딱 간만 본 거다. 아직 요리 중인 음식에 잠깐 손가락을 찍어 맛을 본 정도랄까?

하지만 그 정도라도, '프로젝트 HIT'이 어떤 느낌을 주는 게임인가는 알 수 있었다. '언리얼엔진4'가 모바일에 적용될 때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표준. 정확히 그 느낌이었다. 웬만한 PC게임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의 비주얼 퀄리티, 그리고 유연한 움직임과 박진감 넘치는 연출 등, '프로젝트 HIT'은 기존의 모바일 3D 액션 RPG가 가진 성공 요인에 강력한 엔진을 탑재한 형태다.

분명 올여름, 시장에 정식으로 등장할 경우 적지 않은 반향을 몰고 올 게임이라는 직감은 들었다. 적어도, 수없이 쏟아져나와 빛도 보지 못한 채 스러지는 작품들이 대다수인 이른바 '레드 오션'인 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생존력은 갖춘 게임이라는 말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되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프로젝트 HIT'이 기존의 게임들과 완전히 다른, 독창적인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이다. 게임이 나쁘다는 말은 절대 아니다. 다만 기존의 작품들에 비해 더 나은 모습은 보이고 있음에도, 그 틀을 깨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에는 아직 조금 더 개선할 점들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전작의 그림자를 떨치지 못한 PC게임 '파 크라이4'와 같은 느낌이라 해야 할까.



▲ 완전히 새롭고 참신하다고 보기는 힘든게 사실


물론 이는 내 개인적인 소감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디까지나 게임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온 작품들은 하나같이 전설적인 작품들이고, 정말 드물게 등장한다. 게다가 경쟁작들이 많다 못해 바글거리는 국내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살아남아 소득을 올리려면, 무리한 도전은 지양하는 것이 정석이다.

중요한 사실은, 아직 '프로젝트 HIT'이 완성된 게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요리 중간 잠시 찍어 먹어본 맛으로 완제품을 평가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단지 작품의 방향성과 분위기, 그리고 실체를 어느 정도나마 엿볼 수 있었다는 것. 그 정도가 이번 시연이 가질 수 있었던 의미가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짧은 시간이었지만, '프로젝트 HIT'는 내 머릿속에 '기대'라는 감정을 품게 하기 충분했다. 수없이 쏟아지는 게임들로 포화 상태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드디어 '기다릴 만한 게임'이 생겼다는 건 나로서도 예상 못 했던 변화였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인터뷰] 목표는 올여름! 모바일 액션 RPG '프로젝트 HIT'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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