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규모 개편 앞둔 '제2의 나라', 운영의 핵심은?

인터뷰 | 정재훈 기자 | 댓글: 8개 |



라이브 서비스는 어렵습니다. 수많은 게임들이 성공적으로 출시를 이뤄내고도 라이브 서비스에서 고배를 마시는 걸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들만의 일이었던 개발과 달리, 라이브 서비스는 게이머들과 함께 걷는 과정이니까요.

지난 6월 서비스를 시작한 '제2의 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서비스 직후, 게이머들은 게임의 여러 문제들을 지적했고, 서비스 팀에게 과제를 주었습니다. 여느 게임과 다르지 않은 양상이죠. 그리고 제2의 나라 팀은, 문제를 하나씩 하나씩 해결하고 개선하며 실수를 줄이기 위한 과정을 이어왔습니다.

물론, 비현실적으로 빠르거나 하진 않았습니다. 여느 게임이 그렇듯 개선에는 시간이 걸렸고 게이머들의 양해와 인내가 요구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제2의 나라는 꾸준히 조금씩 변했고, 오는 9월 30일에는 게임 내 많은 부분을 개선하는 대규모 업데이트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대규모 업데이트를 앞둔 지금, 제2의 나라 팀은 어떤 마음일까요? 제2의 나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넷마블 박윤모 사업부장을 만나 보았습니다.



▲ 넷마블 박윤모 사업부장


Q. 먼저,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간단히 본인 소개를 해주실 수 있나요?

제2의 나라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는 넷마블의 사업부장 박윤모라고 합니다. 음... 30대 남성이구요. 엔지니어를 주로 키우고 있고 보조 캐릭터로 로그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거의 하루 종일 게임을 켜 두는 편이죠. 그런데 원래 자기소개할때 이런거 말하나요?


Q. 자기소개야 원하는 대로 하시면 되는 거죠. 그런데 보통 마케팅, 사업 분야 종사자 분들은 그렇게까지 게임을 열심히 하지 않는 분들도 계시는데, 그렇게 진심으로 게임을 하는 이유가 있나요? 바쁜 일정 중에 신경쓰기 힘들법도 한데요.

제 업무가 대부분 의사 결정이에요. 운영과 콘텐츠의 줄기를 잡고, 방향을 제안하는 역할을 맡다 보니 제가 게임을 알지 못하면 의사 결정이 제대로 될 수가 없어요. 저 하나가 삐끗하면 모든 팀에 조금씩 오차가 생기고 이 오차가 벌어져서 결국 게임을 즐기는 게이머 분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르면 게임이 불쾌한 경험을 주게 되는 거죠.

그리고 원체 게임을 많이 하던 사람이라 딱히 어려움을 느끼고 있지는 않아요. 어려운 점이라면 오히려 다른 게임들을 할 시간이 부족해서 그게 조금 아쉬운 정도네요.(웃음)


Q. 정식 서비스 이후 100일이 조금 지났어요. 석 달이 넘는 시간 동안 서비스를 이어온 소감이 어떤가요?

먼저 그 시간동안 저희 게임을 플레이해주신 게이머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어요. 그리고 9월 30일에 그간 미뤄왔던 많은 부분에 대한 개선 업데이트가 진행되니 보다 나아질 제2의 나라를 기대해 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Q. 9월 30일에 진행될 업데이트로 바뀌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들인가요?

이번에 참 많은 부분이 달라져요. 필드 사냥 경험과 PVP시스템, 파티플레이도 손을 보았고 UI와 호환 마일리지 소급 적용 부분도 손을 봤죠. 게임 내 전반적인 부분에 대대적인 수정이 가해졌다고 생각하시면 되요.

게이머분들이 얼마나 힘드셨을지는 잘 알고 있어요. 아무래도 게임 서비스라는게 작은 부분을 바꿔도 기획과 검토, 고민이 뒤따르는 작업이다 보니 피드백에 비해 시간이 오래 걸린 감이 있고 그 부분을 굉장히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그 시간을 참아주신 게이머 분들에게 감사할 따름이죠.


Q. 제2의 나라를 운영하면서 가장 고민한 점은 무엇인가요?

게임 서비스 이전에 저희 팀의 목표는 남녀노소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실제로 그 점은 잘 실현되었죠. 제2의 나라는 특정 타겟 유저층이 없어요. 남녀 성비가 딱 1:1인데다 10대, 20대, 30대와 그 이상 연령대의 유저들이 균형있게 고루 분포되어 있죠.

문제는 그 이후의 운영이에요. 이 고른 유저층을 모두 만족하게 할 만한 운영을 어떻게 해나가야 하냐가 저희 팀에게 주어진 과제죠. 같은 경험이라 해도 어떤 연령대는 이를 불쾌하게 받아들이고, 또 어떤 연령대는 이를 도전할 만한 콘텐츠로 인식해요. 남성 유저들에겐 당연한 것이 여성 유저들에겐 어려울 수 있고, 그 반대일 수도 있죠. 이 모두를 어우르는 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저희가 가장 고민했던, 그리고 지금도 고민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 같은 PVP도 누군가에겐 즐거움이지만, 누군가에겐 불쾌함


Q. 그렇다면, 제2의 나라 서비스팀의 가장 중요한 운영 기조는 모든 유저층의 포용으로 풀이되는 건가요?

결국은 소통의 문제예요. 서로 다른 가치관의 이들도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요. 집단과 집단이라는 대단위 간의 관계에서도 대화를 통해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은 똑같이 이뤄지죠. 모든 유저 분들을 만족시키려면 저희과 유저 분들 간의 대화가 원활히 이뤄져야 하고, 그렇기에 서비스 초기부터 밀접한 소통을 약속드리고 지금까지 해오고 있어요.


Q. 구체적으로 게이머 분들과의 소통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해오고 계신가요?

2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공개 방송을 진행하고 있어요. 서비스 시작 이후 딱 요번 회차만 업데이트 준비 때문에 VOD로 대체되었고 그 이전까지는 한 번도 빠짐없이 이뤄졌죠. 물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예정이고요. 2주 간격으로 언택트 유저 간담회를 진행한다고 보셔도 될 것 같아요.



▲ 주기적으로 진행되는 '제2 TV쇼'


Q. 보통 그런 방송에서는 업데이트의 방향과 패치노트를 발표하는 정도 아닌가요?

맞아요. 사실 최초 기획도 그랬죠.(웃음) 첫 방송때 말 그대로 '처음이니까' 함께 자리한다는 차원에서 저도 방송에 출연했었는데, 이 자리에서 저만이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들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개발단에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서비스팀에서 말할 수 있는 부분들이 있다 보니 해당 부분들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을 진행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비중이 커져서 이제 제가 나가는게 자연스러운 방송이 되어 버렸어요.


Q. 주요 업무에 방송 진행도 포함되어버린 상황이네요. 당황스러우실 수도 있겠어요.

실제로도 많이 당황했어요.(웃음) 이전엔 제가 이런 공개석상에 선 적이 단 한번도 없었고 방송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고 살아왔었거든요. 그런데 또 하다 보니 다 적응이 되더라고요. 지금은 2시간의 방송 시간 중 절반 정도는 제가 쓰는 것 같아요.

이렇게 방송을 하다 보니 한편으로는 '나 같은 얼굴로 방송을 해도 봐 주시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웃음) 스튜디오에 다 잘생기고 아름다운 분들밖에 없는데 그 사이에서 저는 머리도 크고... 크흠.



▲ 방송에서의 박윤모 부장


Q. 다시 본연의 역할로 돌아가서, 제2의 나라 서비스팀의 부장으로서 게임의 주요 운영 방침과 업데이트 계획을 말씀주실 수 있나요?

운영 방침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소통 본위의 운영이고, 업데이트의 방향성을 요약해서 말씀드리자면 '쾌적한 경험'이라 말씀드리고 싶어요. 예를 들어 저희가 고민했던 부분 중 하나가 PVP에 대한 부분인데, MMORPG라는 장르에서 PVP는 사실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에요. 다른 시스템과 얽혀 경쟁의 해소 수단이 되기도 하고 자체적으로 콘텐츠가 되기도 하죠.

하지만, 어떤 분들에게는 PVP의 존재 자체가 스트레스가 되기 마련이에요. 나에게 재미있는것이 남들에게도 재미있을지는 알 수 없는 부분이니까요. 그래서 이를 완화하기 위해 특정 몬스터가 드랍하는 아이템을 다른 몬스터에서도 획득할 수 있도록 드랍 테이블을 손봤어요. 어떤 아이템 때문에 특정 사냥 스팟이 이른바 '꿀 자리'로 여겨지고, 이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PVP가 과열되는 상황을 볼 수 있었거든요.

이렇듯, 최대한 많은 게이머 분들이 게임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받거나, 불쾌한 경험을 하지 않게끔 만드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는 운영 방침이에요. 불쾌함이라는 개념을 통념적으로 고려할 수는 있지만 개인의 상황에 맞춰 정의하기는 참 어렵지만, 그래도 최대한 많은 분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선을 찾아야겠죠.


Q. 앞서 많은 게이머 분들의 피드백을 받아왔다고 말씀주셨는데, 특별히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나요?

사실 피드백이 너무 많이 오기도 하고, 피드백에 있어 중요도의 차이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더 기억에 남는 피드백을 말하긴 곤란해요. 정확히는 기억에 남지 않는 피드백이 없는 거죠. 길고 정중한 피드백을 남기는 분들에게 매우 감사하지만, 짧고 거칠게 남기는 분들 또한 마찬가지로 감사해요. 어쨌거나, 길든 짧든 본인의 시간을 투자해 의견을 주신 거니까요.

모든 게임 운영팀들이 그렇겠지만,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피드백에 굉장히 목말라하기 마련이에요. 운영 방침을 정하는 가이드라인은 결국 게이머들의 피드백에 의거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렇기에 모든 피드백이 소중할 수밖에 없죠.

오히려 조금 특별한 피드백을 말씀드리자면,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피드백들이 그렇다고 할 수 있겠네요.



▲ 게임 운영팀이라면 모든 피드백이 소중한 법


Q. 이해하지 못하는 피드백이 특별하다는 게 무슨 뜻이죠?

가령 이런 거예요. 어떤 피드백이 왔는데, 저로서는 이해할 수가 없었어요. 상황이 어떤지 상상이 안 되는 피드백도 있고, 어째서 이 지점에서 불쾌함을 느끼는지 알 수 없는 피드백도 있죠. 이렇게 한 번에 이해가 안되는 피드백들은 따로 링크를 정리해서 시간이 날 때마다 다시 곱씹으면서 읽고는 해요.

저는 이게 참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그분의 의견이 타당하지 않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아요. 여기서 제가 이해하지 못하는 피드백들을 배제하고 공감되는 피드백들 위주로 게임을 운영해버리면, 잘못하면 '제 취향에 의거한' 운영이 되어버릴 수 있어요. 최대한 많은 분들을 위한다는 운영 기조와 반대되는 결과가 나오는 거죠.

저는 게임 운영 팀이라면 이 부분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인지범위 안에서의 이야기들만을 보고, 이를 기반으로 운영 방침을 짜는 건 늘 경계해야 하죠.


Q. 이 자리를 빌어 제2의 나라 게이머분들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점이 있으신가요?

없어요. 다시 말씀드리면, 지금처럼만 해 주시면 너무 좋을 것 같아요. 많은 피드백을 주시고 계속 저희와 대화를 해 주시는 것 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상황이에요. 출시 이후 이번 개편 업데이트까지 많은 응원과 질책이 있었어요. 그리고 그 메시지들이 없었다면, 곧 업데이트될 개편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거예요. 방향을 못 잡고 해메고 있었겠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금처럼만 저희와 대화를 해 주시길 바랄 뿐이에요.


Q. 해마다 수많은 게임들이 새로 생기고, 지는 요즘입니다. 먼 훗날, 제2의 나라를 게이머들이 어떻게 추억하길 바라시나요?

핀트가 살짝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먼 훗날에도 추억이 아닌 현역 게임으로서 게이머분들과 함께 하길 바라요. 추억의 게임이 아닌, 그 때도 여전히 현역으로 이어지는 게임이 되는 것이 목표예요. 뭐 그보다 더 나중이 되어 정말 추억속의 게임이 될 때가 이르면, 게이머들과 소통했던, 소통하고자 노력했던, 그리고 그 과정이 퍽 재미있었던 게임으로 기억되길 바라는 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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