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타 리뷰 #3] 그 시절 그 모습 그대로, '바람의 나라 : 연'

리뷰 | 원동현 기자 | 댓글: 16개 |


⊙개발사: 슈퍼캣 ⊙장르: MMORPG ⊙플랫폼: 모바일 ⊙발매일: 미정

"넥슨은 다람쥐를 뿌려라"

90년대 중후반, '바람의 나라'를 즐기던 유저들이라면 한 번쯤은 접해봤을 문구다. 사람이 바글거리던 초보자 사냥터에서 늘상 몬스터 부족 현상을 겪던 유저들이 반쯤은 농담삼아 넥슨을 향해 던져대던 말이다. 쾌적하게 다람쥐를 잡으며 사냥하고 싶으니 빨리 리젠시켜달라는 귀여운 항의였다.

다람쥐를 잡으면 툭 하고 떨어지던 도토리, 그걸 한알 두알 소중히 모아 NPC에게 갖다 파는 것이 왜 그리 재밌었는지는 지금도 알다 모르겠다. 텍스트로 이루어진 머드 게임만 즐기다가,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그래픽이 입혀진 게임을 하니 더욱 크게 와 닿았나 보다.

그 아련한 추억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고 우릴 쳐다보고 있다. 넥슨의 시작이라 할 수 있었던 '바람의 나라'가 다시 한번 모바일로 우리에게 돌아온다. 그 시절의 투박함을 그대로 담은 추억의 보물상자다.








'바람의 나라: 연'은 철저하게 유저의 추억을 되살리는 데 집중한 작품이다. 오프닝 화면부터 BGM까지 모든 것이 과거의 모습을 빼닮았다. 원작이 무려 서비스를 시작한 지 20년이 넘게 지난 작품인만큼 현대적인 재해석이 가미됐을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정말 '바람의 나라' 그대로다.

캐릭터 생성으로 들어가자마자 지긋이 미소가 지어졌다. 꽤나 오래 잊고 있었던 '국적'과 '신수'가 보였다. 지스타 현장 시연에서는 아쉽게도 별도의 선택이 불가능했지만, 프리셋인 고구려와 주작이 마음에 들었다. 과거 소중히 키우던 도사 역시 주작을 신수로 삼았었기에 추억이 새록새록 돋아났다.

익숙한 효과음과 함께 게임 속으로 들어가니 그 시절의 향취 문득 느껴지는 투박한 그래픽이 눈에 들어왔다. 플레이 화면은 세로 화면. 왼편에는 상하좌우 조작이 가능한 가상패드, 오른편에는 스킬 및 소모품 퀵슬롯과 공격 버튼이 자리했다. 한칸 한칸 띄엄띄엄 움직이는 것이 영락없는 90년대다.



▲ 한층 쿨해진 말투의 왈숙네

NPC가 선물한 투박한 목검을 들고 밑으로 내려가니 토끼떼가 나를 맞이했다. 목검을 휘두르니 들려오는 둔탁한 타격음, 왠지 모를 손맛이 느껴진다. 가볍게 튜토리얼을 마치고 왈숙네랑 인사를 나눴다. 구수한 인사로 나를 맞이한 왈숙네가 사람 구실 할 장비를 내게 건네줬다. 어딘가 익숙한 초록색 갑주, 괜시리 든든한 기분이 든다.

이렇게 한껏 차려입고 초보자 사냥터로 마실을 나가봤다. 추억의 격자무늬 흙바닥이 그대로 구현되어 있었다. 빼곡하게 맵을 채우고 있는 토끼와 다람쥐를 신나게 때려잡으며 도토리를 주워 모았다. 플레이어가 보다 편하게 사냥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자동 공격 기능 역시 활용할 수 있었다.

어느덧 전직의 시간이 찾아왔다. '전사', '도적', '주술사', '도사' 중 하나의 직업을 택해야만 한다. 어릴 적 직업을 택하는 것이 너무나 고민되어 항상 전사만 했던 기억이 난다. 정확하게는 주술사나 도사를 하고 싶었지만, 월정액 상품 결제를 하지 못해 무난하게 강했던 전사만 주구장창 했었다. 이번엔 그 설움을 풀고자 과감히 주술사를 택했다.



▲ 그 시절엔 스킬 하나 배울때마다 얼마나 짜릿했는지...

일사천리로 말을 획득하고, 주술 '화염주'를 배웠다. 무려 주작의 힘을 빌려 공격하는 주술이라 한다. 맨날 서럽게 맞기만 하던 쥐굴에서 보복을 펼칠 시간이 왔다. 말을 타고 신나게 고구려 쥐굴로 달려가 온갖 박쥐와 시궁창쥐들을 화염주로 불태워버렸다. 물약 살 돈 하나 없어 한대 때리고 도망가기 바빴던 그 시절과는 사뭇 다른 쾌감이 느껴졌다.

너무 열중했던 걸까, 쥐고기가 가방에 가득히 쌓였다. 푸줏간에 가서 쥐고기를 팔려 하니 NPC 순이가 독특한 거래 방법을 제안했다. '쥐고기 다 판다'라고 채팅에 입력하라 한다. "아 이런 방식이 있었지!"라는 생각과 함께 스마트폰으로 문장을 입력했다. 쌓여있던 쥐고기가 다 팔리며 금전이 들어왔다. 예상치 못한 추억 구현이다.



▲ '쥐고기 다 판다', '쥐고기 5개 판다'

이후 도깨비를 잡으며 레벨업을 진행하던 중 예상치 못한 집단 공격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성황당으로 부활하러 가니 할머니 한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대화를 걸어보니 두 개의 선택지가 나왔다. '살려주세요'와 '살려줘', 누가 봐도 전자가 좋은 예후를 보장할 것이 뻔했지만 괜히 후자를 골라봤다. 당연하게도 돌아오는 것은 할머니의 불호령, 마음속으로 사과드리며 다시 한번 선택지를 골랐다.

부활 이후 할머니는 자신에게 감사를 표하면 좋은 일이 있을 거라 충고 아닌 충고를 했다. 속는 겸 채팅에 '감사합니다'를 입력해봤다. 그러자 할머니는 내게 덕담을 남겼다. 분명, 좋은 일이지만 어딘가 허전한 기분이다.



▲ 동방예의지국이라는 것을 까먹지 말자

나머지 퀘스트를 무난하게 마치고, 금새 레벨 30을 달성했다. NPC의 지원 덕에 강력한 장비도 갖췄고, 스킬도 전부 배울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건 단 하나, 구미호 퇴치였다. 해당 퀘스트를 전달해준 고구려왕은 구미호가 무척이나 강력하니 부디 조심하라 거듭 당부의 말을 건냈다.

구미호 레이드는 월드맵에서 파티 단위로 입장이 가능했다. 매칭 자체는 수월하게 끝났지만, 문제는 파티원이 전부 주술사였다. 여기서부터 뭔가 틀어져도 단단히 틀어졌다는 걸 직감했다. 구미호의 어그로를 끌어줄 전사도, 파티의 회복을 담당할 도사도 없었다.

구미호는 강력한 평타 공격과 맵 전체를 휘감는 불꽃 공격, 그리고 여우 소환 공격 등의 패턴을 구사했다. 재빠르게 날라오는 각종 공격을 피하며 최대한 공격을 퍼부어야 하지만, 주술사 3명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한명 또 한명 구미호의 각종 공격에 묘비 신세를 면치 못했다.



▲ 주술사 3명은 구미호의 좋은 먹이가 됐다

시연의 끝맺음이었던 구미호 레이드는 비록 실패했지만, '바람의 나라: 연' 체험은 상당히 즐거운 체험이었다. 어설픈 재해석 없이 원작 구현에 충실했다는 점, 그리고 과감히 세로 모드를 선택해 조작성을 살렸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넥슨의 상징적 IP '바람의 나라'를 정통 계승한 '바람의 나라: 연', 현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복고 열풍의 주역이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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