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 녹음할 때가 가장 재미있어요!" 정혜원 성우 인터뷰

인터뷰 | 지민호 기자 | 댓글: 41개 |
데스티니 차일드에 등장하는 캐릭터인 '차일드'들은 가지각색의 개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서로 다른 외모와 성격을 지니고 있으니 다양한 차일드들을 수집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죠. 그리고 여기에 차일드들의 목소리를 연기한 '성우'들의 노력이 갖춰지니 정말 캐릭터가 살아있는 느낌까지 받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차일드를 하나 뽑아 보자면 많은 유저분들이 '키리누스'를 뽑지 않을까 싶습니다. 어린 소녀답게 귀여운 외모와 그에 어울리는 활기찬 목소리는 키리누스를 비공식 유저 투표 1위(?)에 올릴 정도의 위력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이 차일드의 연기를 담당한 것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 정혜원 성우입니다.

정혜원 성우는 키리누스 외에도 다수의 어린 소녀 역할을 연기했습니다. 대표적으로 '섀도우버스'의 루나와 케르베로스, '방구석에 인어아가씨'에 명아연, '최강의 군단'의 아라공주 등이 있죠. 물론 이외에도 나이대를 가리지 않는 폭넓은 연기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게임 녹음할 때가 가장 즐겁다고 하는 그녀, 정혜원 성우를 만나보았습니다.


◆ 정혜원 성우는 누구?



▶ 성우 정혜원

CJ E&M 7기로 성우 생활을 시작. 현재 성우 생활 8년차.

▶ 주요 출연작

○ 애니메이션

스켓 댄스 中 은공주
아이엠스타! 中 라임
침략! 오징어 소녀 中 오징어 소녀
코라의 전설 中 사토 아사미
헌터x헌터 中 비스켓 크루거

○ 게임

데스티니 차일드 中 키리누스, 오로라 등
리그 오브 레전드 中 미스 포츈, 소라카, 트리스타나, 아무무, 르블랑 등
방구석에 인어아가씨 中 명아연
사이퍼즈 中 레베카
섀도우버스 中 루나, 케르베로스 등
클로저스 中 유하나


Q. 안녕하세요, 처음 뵙는 인벤 유저분들을 위해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09년에 입사한 투니버스 7기 성우 정혜원입니다. 다른 녹음도 많이 하는데 게임 녹음할 때가 가장 즐거워요. 이렇게 게임 전문 웹진인 인벤과 인터뷰하게 되어 반갑습니다.


Q. 2009년에 성우로 데뷔했다고 하셨어요. 어떤 계기로 성우의 꿈을 가지게 되셨나요?

사실 어렸을 때부터 딱히 꿈이라든지 하고 싶었던 것이 없어서 고민이었는데 한 친구가 성우를 해보는 것은 어떠냐고 했어요. 그때까지는 딱히 하고 싶었던 것이 없었으니 '한 번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에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너무 재미있는 거에요. '아, 이런 직업도 있었구나'라고 생각하면서 그때부터 성우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날 정신을 차려 보니 시험을 보고 있었어요. 이게 운명인가보다라고 생각했죠.





Q. 그 후에는 다시 정신을 차려 보니 성우가 되어 있었나요?

그렇지만은 않았어요. 한 5년 넘게 시험만 봤거든요. 그런데 중간에 포기할 수가 없었던 이유가 성우라는 일이 너무 재미있었고, 가능성도 조금씩 보였어요. 그래서 긴 시간의 준비 끝에 결국에는 합격했어요.


Q. 본인이 목소리 연기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고 계셨나요?

잘 몰랐어요. 어머니 말로는 어렸을 때부터 동네 할머니께서 이렇게 말했다고 하면서 할머니 흉내를 낸다든지 그런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해요. 이런 에피소드가 하나의 가능성이지 않았을까 뒤늦게 생각했죠.


Q. 성우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요새는 학원들도 많아졌고 커리큘럼도 굉장히 체계적이어서 많이 좋아졌어요. 예술진흥원처럼 성우를 전공으로 할 수 있는 곳도 있고요. 이런 곳들에 지원해서 준비하면 좋을 것 같아요.


Q. 애니메이션, 게임, 특촬물, 드라마 CD, 광고, 노래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셨는데 최근에는 게임 관련 활동이 많으셨네요. 게임 관련 캐스팅이 많이 들어오나요?

최근에는 확실히 게임 관련 캐스팅이 많아졌어요. 안 그래도 게임 관련 녹음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마침 게임 관련 섭외가 많이 들어와서 아주 기쁩니다.


Q. 데스티니 차일드의 키리누스, 섀도우버스의 루나 등을 연기하셨는데 어떤 계기로 캐스팅이 된 건가요?

오디션 등의 과정은 없었고 게임사에서 직접 섭외가 들어와서 진행했어요. 다만, 섭외 과정은 게임사 내부에서 이뤄진 일이라 자세히는 알 수가 없습니다.



▲ 정혜원 성우가 연기한 데스티니 차일드의 키리누스, 섀도우버스의 루나


Q. 평소에도 게임을 즐기시나요?

제가 직접 플레이하거나 보는 것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편이다 보니 게임 용어나 조작 같은 것을 그때그때 지시받는 편이에요.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이것저것 게임 녹음을 많이 하다 보니까 나름대로 요령이 생긴 것이지 게임을 많이 즐기는 편은 아니에요.

그래도 옛날과는 다르게 스토리가 있는 게임이 많아졌어요. 녹음할 때 '이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고, 대사 몇 가지 부탁드립니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캐릭터의 스토리가 있고, 등장인물도 많아지고, 캐릭터 간의 관계를 통해 스토리가 이어지니까 연기하면서 몰입도 잘 되고 더 재미있어요.


Q. 오징어 소녀, 아라공주, 명아연 등 물이나 어류와 관련된 캐릭터를 자주 담당해서 해양전문 성우라는 별명이 있으시네요.

저도 들었어요. 굉장히 마음에 드는 별명입니다. 제가 바다를 너무 좋아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스킨 스쿠버가 취미에요. 바닷속에 들어가서 물고기를 보는 것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이 별명이 더 마음에 들어요.

국내의 바다는 앞이 잘 안 보이고 험하다고 해서 주로 국내보다는 주로 필리핀의 섬을 찾아가서 스킨 스쿠버를 즐기는데 매번 멀리 나가야 돼서 힘들기도 하고요.






▲ 방구석에 인어아가씨의 명아연(위)와 최강의 군단의 아라공주(아래)
물이나 어류와 관련된 캐릭터 연기를 많이 하셨다고.


Q. 스킨 스쿠버를 즐기려면 따로 휴가를 내서 갔다 오시는 건가요?

사실 저희는 프리랜서라서 따로 휴가를 내는 것이 어려워요. 그냥 눈치를 봐서 일정이 비는 날이 생기면 급하게 비행기 표를 끊어서 갔다 오는 일이 많아요.


Q. 그렇다면 성우는 회사에 소속되지 않고 모두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건가요?

일단 입사할 때는 공채 성우로 방송국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2~3년 동안은 그 회사 직원으로 활동하는 거죠. 그 후에는 제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조건 프리랜서로 전향됩니다.

그래서 프리랜서가 되기 직전에는 걱정이 밀려와요. 회사 소속일 때는 잘하든 못하든 울타리 안에서 생활할 수 있는데 프리랜서가 된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막막한 거죠. 그런데 막상 프리랜서가 되고 보면 잘 살더라고요.





Q. 주로 어린 소녀 역할을 담당하셨네요. 최근 섀도우버스에서는 루나와 케르베로스 역할도 담당하셨고요. 이런 역할을 연기할 때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시나요?

연기하는 캐릭터에 따라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달라요. 녹음할 때마다 요구하는 것도 다르고요. 밝은 성격에 중점을 둬달라는 경우도 있고, 어리지만 밝지만은 않은 연기를 부탁받을 때도 있어요.


Q. 혹시 게임 녹음이 다른 녹음과 다른 점이 있을까요?

글쎄요... 다른 점은 잘 모르겠지만 이런 적은 있어요. 제가 섀도우버스의 루나를 녹음하는 중에 울었어요. 당시에 녹음하는 부스가 저 혼자 있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부스였는데 루나의 스토리가 너무 슬퍼서 연기하는 중에 저도 모르게 감정이 복받치고 슬퍼지더라고요. 연기는 해야겠는데 울음은 나오고 목은 아파오고... 그런데 그게 또 재미있었어요.(웃음)



▲ 루나의 스토리에 몰입하다가 눈물이 났다고.


Q. 사이퍼즈의 레베카, 리그 오브 레전드의 미스 포츈, 르블랑 등 연기 스펙트럼이 넓으시네요. 본인에게는 어떤 역할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어린 소녀 역할을 많이 연기하다 보니까 이게 나의 색깔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렇다 보니 저의 색깔과는 다른 미스 포츈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면 정말 재미있어요. 어색한 느낌도 있고 연기를 하면서 '이거 괜찮을까?'라는 걱정도 들지만, 그래도 안 하던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이 즐거워요.



▲ 어린 소녀가 아닌 캐릭터의 연기도 훌륭합니다.
(출처 : 리그 오브 레전드 공식 홈페이지)


Q. '사실 나는'이라는 애니메이션의 '홍빈나(일본명 코우모토 아키라)'도 연기하셨습니다. 평소 연기하던 캐릭터와는 색달랐을 텐데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연기하셨나요?

반전이 있는 캐릭터라 재미있게 연기했던 기억이 나요. 아닌 척 다가왔다가 반전을 드러내는 것에 중점을 두고 연기했죠. 그런데 홍빈나라는 캐릭터의 성격이 매우 강하고 목을 긁어내는 경우가 많아서 연기하는 동안 상당히 힘들었어요. 그래도 반전이 있는 캐릭터 연기는 항상 재미있어요.


Q. 혹시 개인적으로 연기해보고 싶은 캐릭터나 장르가 있으신가요?

예전에 녹음했었던 캐릭터인데 '코라의 전설'이라는 애니메이션에서 '사토 아사미'라는 캐릭터를 담당했어요. 그때 시즌 1만 진행했었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사토 아사미라는 캐릭터를 연기하게 되서 너무 좋았어요.

오디션을 통해 주인공인 '코라'를 연기해보기도 했는데 코라에게는 관심이 없었고 사토 아사미는 정말 연기하고 싶었어요. 사토 아사미가 우아하면서도 섹시하고, 그러면서도 고급스러워 보이는 캐릭터인데 이런 캐릭터가 많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기억에 남네요.



▲ 정혜원 성우가 주인공보다 더 마음에 들었다고 하는 코라의 전설의 사토 아사미
(출처: 코라의 전설 애니메이션 중)


Q. 현재 참여 중인 작품이나 앞으로 예정된 작품이 있으신가요?

투니버스에서 '12살'이라는 애니메이션이 2월부터 방영을 했는데 그중 '윤솔연'이라는 캐릭터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12살 소년 소녀들의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연기하면서도 제 손발까지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어요. 같이 연기하는 성우분들과 매번 오그라드는 손발을 참아내면서 연기했던 것이 재미있었죠.


Q. 아이엠스타!의 라임 성우로도 유명하신데 역할 상 노래를 자주 부르셨어요. 애니메이션의 삽입곡도 다수 부르셨고요. 원래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셨나요?

어릴 때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했어요. 따로 꿈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노래를 부르는 것이 직업이 될 기회도 있었고요. 그런데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의무가 되고 강제성이 작용하게 되니까 갑자기 재미가 없어졌어요. 매번 노래를 강요하는 상황이 오니 노래를 듣기도 싫고 부르기도 싫었어요. 나의 힐링이자 친구였던 노래가 어느 순간부터 싫어진 거죠.

잠깐이지만 뮤지컬 배우가 꿈인 적도 있었어요. 처음으로 뮤지컬을 관람하는데 그 모습이 너무 멋져서 나도 하고 싶다라는 생각이 든거에요. 그런데 뮤지컬 배우가 되기 위해서는 노래도 잘해야 하지만, 연기도 해야하고 춤도 잘 춰야 하니 할 것이 너무 많았어요. 저에게는 그것이 너무 어려워 보여서 바로 포기했어요.

그렇게 노래와는 담을 쌓고 지내다가 투니버스에서 각종 애니메이션 삽입곡을 부를 일이 많아졌어요. 그때부터는 갑자기 후회되더라고요. 그때 노래를 더 열심히 했다면 더 잘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생각이 든 후부터는 개인 레슨도 받고 성악이나 실용 음악을 하는 지인분들에게 틈틈이 배우면서 다시 노래를 익히기 시작했어요. 많은 시간을 들여야 하는데 잠깐씩 하니까 효과가 많이 없는 것 같지만요. 그래도 지금도 열심히 하고 배우고 있어요.


▲ '아이엠스타!'의 다이아몬드 해피, 중앙에 있는 캐릭터가 정혜원 성우가 연기한 '라임'
(출처 : 투니버스 youtube)


Q. 약 8년간 성우로 활동하셨는데 그동안 어떤 일이 가장 힘들었나요?

연기보다는 인간관계나 프리랜서라는 직업 특성상 일의 사이클이 오르락내리락하는데 견디기가 힘들 때도 있었어요. 잘될 때는 일이 너무 힘들어서 지치고, 안될 때는 '내가 이 정도밖에 안 되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자존감이 낮아지면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어요.


Q. 그렇다면 반대로 성우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역할이나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첫 주연이었던 '침략! 오징어 소녀'의 '오징어 소녀'가 기억에 남네요. 처음으로 주연을 맡게 되니까 버겁기도 하고 얼떨떨하면서도 즐거웠던 순간이죠.

'아임엠스타!'의 '라임'이는 오디션을 볼 때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해 집에 돌아가서 우울해 하고 있었는데 그날 전화가 왔어요. 제가 됐다고. 우울한 순간에 연락을 받아서 그런지 기분이 정말 좋았죠.

'스켓 댄스'의 '은공주' 역할도 재미있었어요. 은공주라는 캐릭터가 하고 싶은 말은 참지 않는 그런 캐릭터잖아요. 그래서 은공주를 녹음할 때는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고 제가 하고 말을 그대로 하는 느낌이었어요.

가장 감동적이었던 순간은 맵스(M.A.B.S.)라는 것이 있어요. 팬들이 성우에게 듣고 싶은 스토리, 역할, 대사를 정해 듣고 싶다고 십시일반 해서 돈을 모아 의뢰하는 것을 말하는데 저에게 녹음을 해주실 수 있겠냐고 연락이 왔을 때 너무 고마웠어요.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말 감동했어요. 덕분에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Q. 맵스 외에도 캐릭터 송의 녹음 작업이나 오프라인 행사도 자주 진행되나요?

게임 '방구석에 인어아가씨'가 잘 돼서 게임 관련으로 파생된 일이 상당히 많았어요. 라디오 CD 녹음도 하고, 캐릭터 송도 따로 불렀고요. 나중에는 이게 정말 마지막이라면서 다 같이 라디오 녹음을 했었어요.

어떤 오프라인 행사에서 있었던 일로 기억하는데 '명아연' 목소리로 연기를 부탁드린다는 요청도 해주시더라고요. 한 번 캐릭터가 잘 되면 끝이 없구나라는 생각을 하면서 즐겁게 시연을 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보이스북이라는 업체에서 성우 이벤트를 자주 주최하는데 지금까지는 항상 남자 성우 이벤트만 진행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처음으로 여자 성우 이벤트를 개최했고 어제가 쇼케이스 공연이었어요. 이 오프라인 행사에서 여자 성우가 주인공으로 참여하는 것은 처음이다 보니 영광스러웠어요. 마치 즉석에서 맵스를 진행하는 느낌도 들고요. 본 공연은 4월 1일 대교타워에서 진행할 예정입니다.



▲ 4월 1일 대교타워에서 열리는 보이스북 Her


Q. 본 공연 날짜가 마침 만우절이네요?

네, 그래서 거짓말같은 그녀들이 온다는 소제목이 달려 있었던 것 같아요. 본 제목은 '보이스북 Her'이고, 참여하는 성우가 정유미, 김현지, 김하루, 김도영, 조경이 성우님에 저까지 포함해 총 6명이에요. 그리고 MC로 신용우 성우님도 참여하시니 공연에 많이 찾아와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마지막으로 인벤 유저분들과 팬분들께 인사 부탁드립니다.

만나서 반가웠고, 앞으로도 제가 담당했던 캐릭터 많이 애용해주세요. 좋은 기회가 있으면 온라인이든 오프라인이든 다시 한번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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