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레이드는 다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데스티니 차일드, 레이드 개발 이야기

게임뉴스 | 지민호 기자 | 댓글: 38개 |
사전적 의미의 '레이드(Raid)'는 습격, 급습을 뜻하는 말이다. 그러나 게임에서 사용되는 레이드는 다수의 인원이 보여 강력한 보스 몬스터 공략하는 방식의 콘텐츠를 말하며, 데스티니 차일드에도 '라그나 브레이크'라는 레이드 콘텐츠가 존재한다.

시프트업의 최주홍 기획팀장은 라그나 브레이크가 어떤 컨셉으로 기획되었고 구현은 어떻게 했는지, 그리고 레이드 콘텐츠에 대한 유저들의 반응을 보면서 모바일 RPG에서의 레이드란 어떤 것인지 같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강단에 섰다. 그는 '레이드는 다 같이 할 수 있고, 초보도 할 수 있고, 캐릭터가 골고루 쓰이도록 기획해야 한다'라고 말하며 강연을 이어갔다.



▲ 시프트업 최주홍 기획팀장



■ 왜 라그나 브레이크인가?

라그나 브레이크는 데스티니 차일드의 정식 서비스 이후 추가된 사실상의 첫 콘텐츠다. 지금까지 3번의 레이드가 등장했는데 잔존율 방어 효과가 가장 뛰어나 이번 강연의 주제로 선정했다.

가장 먼저 시작한 '시즌 0'은 일종의 테스트 개념이었다. 우리가 생각하기엔 라그나 브레이크는 기존 모바일 게임의 레이드와는 다른 시도를 한 것이 많아 불안한 마음이 컸다. 그래서 시즌 0은 파일럿처럼 출발했고 가장 많은 실수가 있었다.





게임이 서비스를 시작하고 콘텐츠 업데이트를 하면서 무엇을 만들지에 대한 순서는 어느 정도 준비되어 있다. 그런데 어떤 타이밍에 들어가야 할지는 사업팀을 통해 지표나 수입 등이 대한 분석도 필요해 콘텐츠에만 집중해서 만들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레이드와 같이 큰 콘텐츠는 뒤로 밀리게 되는 일이 많다.

하지만 사장님은 레이드를 빨리 완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강력히 밀어붙이셨고 기획을 책임지고 있는 기획팀장으로서도 골똘히 생각해보니 레이드가 들어갈 때라고 판단해 본격적으로 레이드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되었다.





아주 강한 적을 다 함께 물리치고 좋은 보상을 받는 것이 레이드 기획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서 3가지 방향성을 설정했다. 첫 번째는 다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는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 세 번째는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해야 한다.

아주 좋은 내용이지만 이 3가지를 아우르기는 어렵다. 우선 다 같이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유저들이 공통의 적을 둬야 한다는 말이다. 구현이나 기획 관련 이슈가 많을 수 있으나 여기까지는 넘어갈 수 있다. 문제는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부분이다.

왜냐하면, 다 같이 할 수 있게 만들려면 공통의 적이 오래 버틸 수 있어야 하는데 그만큼 적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초보가 레이드에 참여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초보도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향성을 잡았으니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하는 것도 어려운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여러 가지 모드로 풀어내고자 했다. 예를 들어 특정 던전에서 유용한 차일드, PvP에서 유용한 차일드 등 차일드마다 역할을 부여하는 것이다. 레이드 역시 차일드를 골고루 쓰게 해야 하는 범위 안에 있었으나 레이드를 처음 개발하다 보니 어떻게 하면 차일드를 다양하게 사용하도록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다.



▲ 레이드 개발의 지표로 설정한 3가지 방향성



■ 아이디어 회의

아이디어 회의에서는 개발팀의 프로그래머와 그래픽 디자이너의 의견이 중요하다. 이들은 한 사람의 게이머이면서 회의를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의견을 놓치지 않고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기획 의도를 모두 주도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팀원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좋은 아이디어를 캐치하는 것이 우선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한 결과 레벨 10마다 보스를 교체해 다양한 차일드를 필요하도록 만들고, 레이드를 통해 얻은 재화로 전용 상점을 이용하며, 참여만 하면 초보라도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주요 결론이었다. 여기에 스토리 모드까지 지원하면 충분할 것으로 생각했다. 문제는 이 내용들이 끝까지 발목을 잡게 된다는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우리는 회의를 하면서 간단하게라도 UI를 미리 그려보는 것을 선호한다. UI를 그릴 수 있다는 것은 해당 콘텐츠 구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점검을 할 수 있다.

처음에 구상한 레이드에는 우선 스토리를 알려주는 레이드 던전, 친구들이 어떤 레이드를 발견하고 어떤 전투를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는 레이드 홈이 있었다. 소환이라는 요소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레이드 전용 소환도 구상했었으나 번잡해져서 이 부분은 제외했다. 이런 개념을 바탕으로 기획을 시작한다.






■ 기획

기획은 크게 구성, 전투, 레벨 디자인, 경제 4가지 요소로 이루어지며, 그 내용은 아래와 같다.

○ 기획의 구성 요소

- 구성 : 레이드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도록 만드는 장치를 만든다.
- 전투 : 레이드 차일드가 사용하는 스킬은 무엇이고 메타가 어떤지를 레벨 디자인과 함께 결정한다.
- 레벨 디자인 : 전투력 기반으로 스테이지의 난이도를 결정한다.
- 경제 : 유저가 레이드를 플레이했을 때 재화를 얼마만큼 얻어서 어떤 보상을 받을 수 있는지를 결정한다.


기획서도 그림을 적극적으로 그려 제공하고 이미 해당 작업자와 이야기를 해둔 상태다. 기획서는 혹시나 빠진 부분이 있나 확인하는 문서다. 현업 종사자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기획서는 작업자들과 항상 이야기하면서 작성해야 진행 속도가 빨라진다.





레이드 시즌 1을 예로 들어보겠다. 우선 전투 컨셉은 시즌 0보다 쉽게 만드는 것이다. 시즌 0의 보스였던 크람푸스는 공략이 어려웠고 특정 차일드의 사용이 요구되다 보니 해당 차일드가 없는 유저들은 플레이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해 이런 부분에 대한 조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두 번째는 시간이 지날수록 보스가 강해지도록 만들어 유저가 한 단계씩 극복할 수 있게 만드는 컨셉이었다. 이에 맞춰 공격력 증가 중첩 버프로 강해지고, 디버프 회피율도 높아지도록 설정했다.

이런 컨셉으로 내부 테스트를 한 결과 암속성 공격형 차일드 중 하나인 프레이가 속성의 상성과 크리티컬 대미지를 이용해 매우 많은 대미지를 누적시킬 수 있었다. 나중에는 프레이가 없는 유저는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성적을 내기 어려웠다.

그리고 공격력이 대폭으로 증가하는 대신 방어력이 대폭 감소하는 '양날의 검' 버프를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 했으나 이 버프를 받은 상태에서 몇 번만 공격받아도 파티가 전멸했다. 원래는 양날의 검 이후에 불사 버프로 보호하는 방식을 기대했으나 유저들은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리자의 드라이브 스킬로 프레이의 공격력을 극대화하고 주피터의 디버프로 보스의 방어력을 감소시켜 대미지를 욱여넣는 방식으로 플레이한 것이다.

내부 테스트에서는 보스의 체력이 800만이라면 약 200만 정도의 대미지를 누적했기 때문에 이 이상은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으나 업데이트를 하고 보니 유저들은 이미 400만을 돌파해 버렸다. 그것을 보고 오히려 우리가 더 배우기도 했고 유저들에게 쫓기는 상황이 되었다.



▲ 레이드 시즌 1의 개발 컨셉과 실제 결과



■ 실개발 시작

기획이 어느 정도 나왔으니 실개발을 시작할 차례다. 기획이 끝나고 나서 할 일은 그래픽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가 작업을 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때부터 매니지먼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이 부분이 아주 힘들다. 기획이 일단락되고 나면 다음 콘텐츠 기획도 준비해야 하는데 먼저 출발시킨 콘텐츠에 대한 매니지먼트에도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시프트업에서는 구글 문서로 작업 리스트를 준비해서 관련자들에게 모두 공유를 한다. 중요한 작업에는 따로 표시해서 작업자들이 우선순위를 설정할 수 있게 만든다. 완료된 작업에는 작업자가 자신의 이름을 적어 두면 책임자인 내가 다시 확인해서 정말 완료된 작업은 회색으로 칠해서 닫아버린다.

이 회색이 일정 이상을 넘기면 다 같이 모여 한 번 더 확인한다. 그래서 어느 정도 돌아간다는 것이 확인하면 디렉터에게 1차 확인을 받는다. 그 이후에는 작업 리스트와 함께 실개발 회의를 통해 정리한다.






■ 업데이트

앞의 과정을 통해 레이드가 무사히 완성되고 나면 업데이트를 진행한다. 업데이트 점검 이후에는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유저들의 반응도 궁금하지만 아무래도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숟가락'과 '주차장'이라는 큰 문제가 발생했다.



▲ 업데이트할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고...


'숟가락'이란 참여만 해도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이용해 힘들게 클리어한 유저에게 묻어가는 행위를 말한다. 순위에 따라 보상이 차등 지급됨에도 불구하고 대미지만 넣어두면 어쨌든 보상은 받을 수 있으니 이런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이때는 이렇게 묻어가도 보상이 짭짤했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주차장'이란 노력 대비 보상 효율이 가장 높은 스테이지에서 멈추고 계속 보상만 받는 행위를 말한다. 자신이 레이드를 발견하더라도 전투를 하지 않고 친구들이 클리어하도록 놔두면 레이드 레벨이 올라가지 않는다는 것과 발견자에는 고정 보상이 주어진다는 것을 이용한 것이다. 시즌 0을 기준으로는 10레벨과 21레벨에 주차장이 형성되었다.








물론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했다. 숟가락 방지를 위해서는 보상을 받기 위한 최소 대미지를 보스 체력의 2%로 설정하고, 주차장 방지를 위해서는 보스 난이도와 보상을 조절한 것이다.

또한, 시즌 2부터는 레이드 오픈 1주일 후부터 참여율이 저조해지는 것을 막고자 2주차 플레이를 유도할 수 있는 슬레이어즈 시스템을 추가하고 최대 레벨도 40레벨로 줄였다. 이런 대책이 마련되니 숟가락과 주차장이 많이 사라지고 많은 유저들이 고레벨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람직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는 앞서 말했던 3가지 방향성을 지킬 수 있었다. 다 같이 플레이하도록 만들고, 비록 숟가락이었지만 초보도 함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유저들이 리자, 티아마트와 같이 낮은 등급의 차일드를 레이드에 활용하는 모습을 보고 개발팀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반대로 잘하지 못했던 것은 처음에 설정했던 3가지 방향성을 세련되지 못하고 단순하게 생각한 결과 숟가락과 주차장이라는 부작용을 만들었다는 것과 과도한 플레이로 인한 피로도를 고려하지 못한 것이다.








이후에 사장님이 지금까지 나온 레이드 쭉 보시고 스케일을 더 크게 하자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 최근에 업데이트된 월드 보스 레이드다. 월드맵에서 발견한 레이드를 클리어해 게이지를 모으고 모든 유저가 공격할 수 있는 월드 보스가 등장하는 콘텐츠다. 무려 20명의 차일드가 참여하는 콘텐츠니 플레이해보길 바란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목, 광, 수속성에 이어 남은 두 속성의 레이드도 계속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셨으면 좋겠다.






■ Q&A

Q. 최근에 떠나는 유저가 늘어났다. 떠난 유저들이 복귀하도록 준비하는 것이 있는가?

- 조만간 신규 유저와 복귀 유저를 위한 큰 이벤트 준비하고 있다. 놓치지 않고 혜택을 받길 바란다.


Q. 개발하면서 참고하는 게임이 있는가?

- 모바일 게임은 모두 참고하고 있다. 해외에 있는 게임 중 전투 시스템이 재밌다고 추천해주는 게임이 있으면 가리지 않고 다 해보려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팀원들에게 게임을 하나씩 맡기고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하기도 한다. 국내에 있는 유명한 게임은 모두 분석했고, 해외에서 인기 있는 게임의 장점도 파악해서 도움이 될만한 것은 공부하고 있다.


Q. 월드 보스 레이드를 업데이트하면서 느낀 문제점과 잘된 점은 무엇인가?

- 20명 전투에 참여한다는 것은 신선할 수는 있으나 빈부 격차가 큰 편이다. 그리고 장비가 장착하지 않으면 힘들다는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보완점을 연구 중이다.


Q. 확률 조작과 일본 일러스트, 언패킹에 대한 문제에 대해 내부적으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가?

- 우선 유저들을 실망시킨 점에서 죄송하다. 확률 조작에 관해서는 이미 밝힌 바가 있으나 순전히 우리가 잘못한 것이고 내부적으로도 크게 반성하고 회의를 굉장히 많이 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는 것에 모두 공감했고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일러스트에서 관해서는 정말 그럴 의도는 없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림에 대한 영감이나 고유의 색을 추구하다 보니 상당히 많은 고민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해당 분야가 아니라 자세한 답변이 어렵다.

그리고 우리가 국내든 해외든 많은 유저들에게 서비스하고 즐거움을 드리고자 하는 마음으로 미리 준비하는 과정에서 언패킹으로 인해 많은 오해를 사게 된 것 같다. 이에 대해서 잘 대처하지 못해 죄송하다.


Q. 온천은 언제 등장하는가?

- 온천은 나와 사장님이 이미 구현을 완료했었다. 그런데 오픈 전에 온천이 이대로 나오면 재미가 없다고 생각해 다시 닫았다. 사장님의 퀄리티 기준이 굉장히 높다. 그래서 우리가 재미없다고 생각하면 절대 내지 않는다. 더 좋은 퀄리티로 완성하려고 계속 준비하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곧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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