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스티니 차일드'의 일러스트레이터들, 꾸엠 3총사를 만나다

인터뷰 | 이명규 기자 | 댓글: 97개 |



'아, 아름다워요.'

게이머들이 '데스티니 차일드'를 접한 첫 감상이 대부분 비슷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들, UI, 배경, 음악까지 모든게 '멋지고 예쁜' 게임. 사실 이런 느낌은 오랜만이었다. 비록 화려한 그래픽을 내세운 게임들, 이것저것 고퀄리티의 컨셉을 내세운 게임들은 많았지만 '그래픽 쩐다'가 아닌 '아름답다'인 게임은 사실 별로 없었다.

어쩌면 게임의 스타일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그런 '스타일'이 대단한 게임은 정말 오랜만이다. 그리고 어느 것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이 게임의 '스타일'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부분은 바로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이었다. 눈을 깜빡이면서, 자신만만한 미소를 띄고 있는 이 캐릭터들, 굉장하다.

이렇게 생동감있게 움직이면서 매력을 발산하고 있는 캐릭터는 누가 그린 것일까. 범인을 찾아내고자 시프트업을 방문했다. 그렇게 유명 일러스트레이터 '꾸엠' 채지윤 작가를 검거하자, 미녀 삼총사처럼 시프트업 일러스트레이터 3인방이 나타났다. 이건 예상치 못했다. 침착해야 한다.



'꾸엠' 채지윤(左), 박슬아(中), 김윤주(右)

그렇게 1대3이 된 이 인터뷰, 내용상에서는 티가 나지 않도록 많이 노력했지만, 어쩐지 취조가 아닌 만담처럼 흘러갔다. 틀에 박힌 인터뷰가 아닌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나눈 만담같은 대화, 지금부터 하나씩 풀어본다.



Q.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와 함께 현재 시프트업,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맡고 있는 일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려요.

꾸엠 : 게임 원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꾸엠 채지윤입니다.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하게 된지는 이제 9년 째네요. 그동안 다른 게임 프로젝트를 통해서 인사를 드렸어요. 이제는 '데스티니 차일드'에서 게임 원화를 그리고 있고,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부터 참여해왔습니다.

슬아 : 안녕하세요, 시프트업이 첫 직장인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박슬아 입니다. 시프트업에 들어오기 전에는 1년 정도 원화가 일을 해왔어요. 입사 계기는, 본래 인터넷 커뮤니티에 그림을 올리곤 했는데, 그걸 꾸엠님이 보시곤 연락을 주셨어요. 한 번 같이 일해보지 않을래? 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인터넷을 통해서 연락을 하기도 하셨고, 너무 유명한 사람이 연락을 해서 처음엔 이거 사기 아닌가 싶었어요. 몇 번 고민하다가, 면접을 하자 하셔서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왔죠. 처음엔 그냥 유명인을 만나러 간다 하는 정도의 느낌이었는데. 아직까지도 사기 같고 안믿겨서 친구랑 같이 와선, 내가 들어가서 몇시간 이상 안나오면 신고해! 이렇게 일러두기도 했고(웃음). 지금 생각하면 웃긴데 그런 에피소드가 있네요. 아직 첫 직장인 만큼 많이 배우고 있고, 멘토로서 많은 도움을 얻고 있어 좋아요.




윤주 : 이전까지 프리랜서로 외주를 맡고 있다가 입사하게 된 김윤주 입니다. 입사한지는 1년 쯤 되었는데, 그 전에는 데스티니 차일드에 외주 원화가로 작업을 하고 있었어요. 외주를 두달 하다가, 회사 안에서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가 먼저 말을 꺼냈죠.

원화가를 잘 대우해주고, 아티스트에 대한 존중이 많은 회사였어요. 들어가서 뼈를 묻고 싶다! 라는 생각이었달까요. 사실 외주 작업 첫 그림은 그리 마음에 드는게 아니었는데, 그 그림을 많은 디렉팅과 조언을 받아가며 완성했던게 큰 계기였던 것 같아요.

예전에는 다른 회사에서 여성향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에 CG 일러스트 작업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 게임을 만들고 싶다라는 목표가 있어 열심히 했었는데, 결과가 그리 좋지 못해서 팀이 해체되었었어요. 그래서 데스티니 차일드에 참여하면서도 많이 긴장했고, 공과 사를 구분하면서 일로서 즐기려고 했는데, 다들 너무 잘해주셔서 도무지 그럴 수가 없더라고요. 너무 좋았고, 지금은 친구처럼, 즐겁게 일하면서 같이 지내고 있어요.


Q.그렇군요. 다들 미술 관련 전공을 공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게임 원화가를 지망하게 되었나요?

꾸엠 : 사실 제가 게임 일러스트라는 장르를 인지한 것 자체가 형태님 덕분이거든요.

슬아 : 맞아요. 저도 마그나카르타 때 형태님 작품을 처음 보고 꿈을 키웠었어요.

윤주 :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다 그렇지 않을까?

맞아요. 지금 게임 종사자 중 대부분은 그때 마음을 굳혔을 거에요.

꾸엠 : 전 원래 개그 만화가가 하고 싶었거든요. 개인적으로 '멋지다 마사루!' 같은 만화 진짜 좋아해요. 그래서 중학교 때부터 나는 커서 만화가가 될거다, 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그러다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처음 형태님 작품을 봤어요. 그리고 그때 아, 이런 장르가 있구나, 이런 그림이 있구나, 컬러 작업으로도 이렇게 재미있게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자연스럽게 예대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형태님의 화보집을 보면서 어떤 위기감을 느꼈어요.

나는 아직 학생인데, 누군가는 이렇게 벌써 그림을 그려서 모아 내고, 멋진 것들을 만들어내고 있구나 싶었죠. 그리고 그러다 정말 형태님을 만나서 교류를 가지게 됐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게임 일러스트, 원화를 그리게 됐어요. 같이 열심히 그림을 그렸죠(웃음).




윤주 : 전 그냥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걸 워낙 좋아했었던 것 같아요. 그림 그리는 것도 여러가진데, 순수회화도 굉장히 좋아하지만, 어렸을 때는 그런게 있잖아요? 어린애들이 보기 좋고 이쁜, 보기 편한 그림들이 좋았어요. 그래서 그때는 '세일러문' 보면서 세일러 다 줄세워서 그리기도 하고, 마법소녀라면 다 한 번 씩 그려보고 그랬죠.

그러다 2000년대 초에 갑자기 게임 원화들이 매우 아름다워졌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당시에 '악튜러스',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같은 게임들이 나왔었죠. 실제로 그때 '템페스트'에 쓰인 일본 원화가 토니의 화보를 보면사 "아빠, 나 저거 사줘!"해서 게임하고, 화보집 닳도록 보면서 꿈을 키웠죠. 학교에 들고가서 친구들에게 보여주면서 막 자랑하고, 그만큼 좋아했어요.

그만큼 저도 형태님의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형태님을 기점으로 해서 만화와 일러스트레이션이 다르다는걸 확실히 느꼈거든요. 그전엔 저도 만화를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만큼 이런저런 게임을 많이 하면서, 이 게임에 내 그림이 들어가면 어떨까? 이런 생각하면 또 설레기도 하고. 이 거대한 게임 업계에 나도 들어갈 수 있는, 참여할 수 있는 자리가 하나는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력하다보니 이 자리에 온 것 같습니다. 처음 회사 들어왔을 때 원화집을 들고 와서 형태님 싸인을 받고 그랬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도 김형태 하면 생각나는 그 게임


슬아 : 어렸을 때, 중학교 때인가, 마그나카르타가 나왔었을 때 처음 형태님 작업을 접했거든요. 그리고 그때부터 막연히 일러스트레이터가 되어야겠다 생각하다가, 고등학교에 가서 좀 철이 든건지 디자이너로 돈을 벌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도 시각디자인 쪽으로 지원해 가게 됐죠.

그런데 그때 또 게임을 하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밀리언 아서' 였거든요. 거기서 그렇게 그림, 원화가 중심이 된 게임을 처음 플레이 해 본 거였어요. 감사형 춘향 같은 캐릭터를 보면서, 그 자체가 저에겐 너무나 신세계였기 때문에 '나도 이런거 해야겠다!' 라고 마음 먹게 됐죠.

그래서 무작정 관련 포트폴리오를 만들었어요. 학교도 쉬고 그랬는데, 한 게임사에서 그 포트폴리오를 매우 좋게 봐주셨죠. 사실 포트폴리오 자체보다는 사람의 가능성을 많이 봐주신 것 같달까. 아무튼 그렇게 그 회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했고, 그렇게 첫 외주 작업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포트폴리오도 만들어지고, 그런 과정 속에서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된 거 같아요.




Q. 다들 너무 겸손하신데... 그럼 꾸엠님에 대한 질문입니다. 그동안 여러 프로젝트에 참가해오셨는데, 어떻게 '데스티니 차일드'에 참여하게 되셨는지요? 옛말(?)에 '아는 사이엔 사업하지 마라'라는 말도 있잖아요? 친구도 아닌 부부가 같은 일을 하는게 결코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꾸엠 : 사실 결혼하기 전에 그런 주제로 이야기한 적이 있어요. 그런 말처럼 같이 일을 하게 되면 일로서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고, 그렇게 되면 생활에서 안좋은 것들이 이어질 수 있으니 같이 일 하는 건 피하자, 선을 그었었어요. 저도 하기 싫다 그랬죠(웃음). 그때는 우리에게 각각의 영역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랬던 만큼 불안함이 있긴 했는데, 사실 우리가 교제한 기간과 결혼한 이후까지 합치면 근 10년을 함께해 왔어요. 그런데 그 세월동안 싸운적이 한 다섯 번 되나? 싶거든요. 그만큼 성격 차이도 적고, 충돌하는 것도 적으니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했습니다.

일단 결론을 말씀드리면, 정말 좋았어요.

서로 같이 일을 하니까, 오히려 문제가 생기면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해결하고, 또 더 잘 위로하고 상대를 배려해줄 수 있어요. 그런 장점이 더 큰 것 같아요.


Q. 다들 게임 일러스트레이터일 뿐만 아니라 굉장한 게임 팬인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일례로 꾸엠님은 전에 코스프레 활동으로도 유명하셨고요. 그런 개인적인 것부터 해서, 게임과 관련해서 좀 더 해보고 싶은 일들이 있나요?

꾸엠 : 전 사실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광팬이라 할 수 있는데, 요즘 보면 이것저것 많은 시도를 해요. 이를테면 오케스트라 같은 대규모 공연을 한다거나, 관련 전시를 한다거나, 문화예술 쪽으로 말이죠. 일종의 미디어 믹스라고 볼 수도 있겠죠. 저도 그런 식으로 '데스티니 차일드'를 열심히 만들어서, 가치 있는 게임으로 만들어서 그런 문화예술로서 확장을 시도해보고 싶어요.

슬아 : 전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디자인 쪽에서는 게임을 보는 이미지가 좀 달라요. 아무래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저는 게임이라고 하면 시각 디자인의 총집합이라고 생각하거든요. 모든 디자인적 요소가 다 모여있는게 바로 게임이에요. '데스티니 차일드'를 만들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점이, 음악이면 음악, UI하면 UI, 캐릭터 하면 캐릭터, 모든 시청각 디자인이 어디에 내놓아도 부족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 게임을 더 열심히 만들어서, 친구들에게 '게임이란 이런거야!' 하고 내놓고 싶습니다.

요즘 국가에서도 그렇고 게임과 관련해 여러가지 논란이 생기고 있는데, 게임이 얼마나 더 많은 방향성과 발전가능성을 가지고 있는지 보여주고 싶어요.

윤주 : 역시 굿즈, 게임을 활용한 제품 디자인들 아닐까요? 우리 게임이 디자인적으로 정말 매력적인게 많아요. 이걸 피규어로 내도 이쁘고, 간단한 가습기를 만들어도 이쁘고요. 이런 생활에 녹아들 수 있는 디자인들, 모두가 즐기는 디자인으로 어떤 문화 같은게 된다면 다같이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회사에 이런 굿즈를 디자인하는 담당자 분이 계서서 매번 부러운 눈으로 구경하는데, 더더 넓히고 직접 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Q.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원칙, 혹은 자신만의 작업 방식이 있다면?

꾸엠 : 다른 분들은 어떻게 작업하는지를 잘 모르는데, 저는 머리속에서 이것저것 미리 다 해놓는 편이에요. 좀 구체적으로, 머리속에서 대강 캐릭터 디자인, 캐릭터 모델링을 하고, 배경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조명도 바꿔보고 여러가지 시도를 해봅니다. 머리속에 스튜디오가 있달까요. 그리고 여러 포즈를 취해봐서, 가장 마음에 드는걸 스크린샷을 찍어 옮기듯 그리는거죠.



참 쉽죠?

약간... 밥 아저씨의 '참 쉽죠'가 생각나는데요. 네, 다른 분들은요?

윤주 : 항상, 스스로 그림의 표현이 잘 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사람마다 고유의 그림체가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매번 다른 캐릭터를 그려나가는 것 아닌가요. 그래서 항상 그려나가는 캐릭터의 생김세나 포즈 등 특징을 새롭게 그려보려고 노력해요. 그런걸 항상 염두에 두고는 있는데, 이걸 지향점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지금까지 그린 캐릭터는 다 그렇게 됐고, 앞으로도 계속할 거에요. 어려운 목표라서 하면서도 난항을 좀 겪고는 있네요.

슬아 : 아직은 배우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해서, 스스로 작가라고 하기에도 좀 부끄럽고, 저는 작가라기 보다는 원화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저만의 비법, 방법을 터득하기엔 멀었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제가 다른 분들의 것을 흡수해서 성장하는 단계라, 어떻게 한다 만다 라고 하긴 이른 것 같네요.





Q. 아무래도 비전문가로서 가장 궁금한 것 중 하난데, 한가지 화풍으로 맞춰가는 작업이 도무지 쉬운 일이 아닐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작업을 해나가시나요?

꾸엠 : 제각각의 게임마다 아무리 여러명의 작가가 참여한다고 해도, 하나의 그래픽, 풍이 있으면 굉장히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획일적이라기보다는 한가지 멋진 스타일 안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다양한 것들이 나온다고 할까요?

그전까지 형태님 화풍은 캐릭터마다 굉장히 디테일한 장신구도 많이 들어가고, 오브제도 많고 그런 섬세한 부분이 많았어요. 그런데 모바일로 옮겨오면서도 있고, 캐릭터 자체가 한 눈에 들어오는 특징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큼직큼직한 부분, 독특한 색감, 캐릭터의 형태 자체로 특징을 잡게 됐죠.

이게 사실 말로는 쉬운데, 실제로 하면 되게 어려워요. 서로 자주 대화하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하고,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작업을 합니다. 무엇보다 형태님이 지적을, 어드바이스를 정말 잘해주세요. 많은 도움이 되죠.


Q.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혹은 원화가로 앞으로 이뤄내고 싶은 목표, 혹은 지키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요?

꾸엠 : 예전부터 생각하는게 있는데, 간단해요. 제 그림의 목표는 제가 느꼈던 감동을 재현하는 것이에요. 그걸 계속 해나가고 싶어요. 제가 좋은 예술 작품들, 상업 작품들을 보면 그 때문에 감동 받고, 가슴이 뛰고, 눈물이 맺히는 그런 때가 있잖아요? 그런 것을 타인에게 재현토록 하는게 언제나의 꿈이고, 가끔 제 작품으로 큰 감동을 받았다는 말씀을 주시는 분이 있는데 정말 감사합니다. 항상 그럴 수 있는 작가로 성장하고 싶어요.

슬아 : 저는 아직 배우는 길이라, 큰 포부보다는 제 그림을 사람들이 좋아해줬으면 하는 소박한 소망이 있어요. 사람들이 흔하게 2차 창작이라고 하는 작업을 제 그림을 통해 많이 하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만큼 좋아해주면 저도 너무나 좋을거예요. 지금은 그걸로 만족해요. 나중에 제가 더 성장한다면 뭔가 더 생기겠죠?

윤주 : 제가 이전에 CG 일러스트 작업을 했던 게임이 하나 있어요. 아직 한국 시장에서는 굉장히 마이너한, 여성향 게임이었는데, 파이가 작은 탓에 게임을 완성해 서비스하고 오래 못가 팀이 흩어졌어요. 그 게임을 만들기 전에는 막연하게 게임 업계에 들어가면 내가 하고 싶은 게임도 만들고, 계속 다른 데서도 만들어지겠지 정도 생각했는데, 그런 일을 겪고서는 조금 충격을 받았어요. 한국은 이런 특정 취향들 게임은 시장이 너무 작다고 할까요. 제가 그런 게임을 좀 좋아해서, 마이너한 게임들도 파이가 더 커지고 꾸준히 플레이, 개발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이 되었으면 좋겠고, 만들어나가고 싶어요.





Q. 제가 전해 듣기로는 프로젝트 초창기 핵심 기술인 '라이브2D'를 익히고 새로운 작업과정을 세울 때 어려웠던 점이 있다고 들었는데, 어떤식으로 작업을 해나가셨나요?

꾸엠 : 저희가 그림을 그리면 애니메이터 분들이 작업을 거쳐 생동감있게 움직이게 해야하는데, 고생을 최소화하도록 파트를 다 분할해서 그렸어요. 사실 그림을 그릴 때 가려지게 되는 부분들은 당연히 안그리기 마련인데, 이걸 위해서는 캐릭터의 다른 신체 부위나 장식으로 가려지는 부분도 다 파트별로 그려야 했어요. 가려진 이마, 손, 다리 등. 작업량이 매우 많이 늘어났어요. 보통 1.5배에서 2배정도?

윤주 : 캐릭터에 애니메이션이 들어가는 과정을 고려해서, 사실 형태님은 완성된 캐릭터 일러스트레이션이 잘 나오는게 매우 중요하니, 전체 과정을 보고 적절한 타협점을 제시하거든요. 하지만 저는 좀 더 완벽하게, 애니메이터 분들이 작업하기 좋도록 더 꼼꼼하게 많이 그리는걸 나름 즐기고 있어요. 적당적당히 잘랐더니 되려 애니메이팅이 제한될 때가 있거든요. 외주 아티스트를 포함해 모두 이걸 허투루 하질 않고, 모두 즐기고 있는 것 같아요. 다른 게임 일러스트레이션에 비교하면 매우 디테일하죠.

애니메이터 분들도 캐릭터를 딱 보았을 때 생각나고 하고 싶은 애니메이팅이 있는데, 그걸 구현하려고 하니까 어셋이 부족한 경우도 있고 하니, 그런게 없도록 저희가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각각 개발팀끼리 피드백이 매우 잘 돌거든요.

꾸엠 : 도닦는 거. 도닦는 기분으로 해요.

슬아 : 저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서 거기에 맞춰서 디테일하게 그리려고 노력해요. 약간 다른 분들하고 저랑 나누는 기준, 생각하는 나누기가 다른 거 같기도 해요. 한 번은 제가 열심히 다 세분화해서 그렸는데 다 합쳐서 작업하신 것도 있고, 신경쓰지 못한 부분을 나누려 하신 적도 있어서, 그래서 애니메이터 분들의 작업에 지장가지 않도록 피드백을 주고 받으면서 적합한 퀄리티로 그리려고 해요.





Q. '데스티니 차일드' 작업 중 가장 애착이 가는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꾸엠 : 전 두명이 있어요. 하나는 런칭 스펙에 들어갈 '프레이야' 라는 고양이 소녀고, 하나는 지금은 좀 밝히기 어려운 보스 캐릭터 중 하나에요.

프레이야는 원래 착하게 생긴 고양이 캐릭터였는데, 근데 그때 형태님이 작업하시던, 되게 야하게 그린 캐릭터가 있었어요. 그래서 왠지 모르게 경쟁심이 붙어서 저도 막 조금씩 야하게 하다보니...




흠흠... 좋은 현상이군요.

슬아 : 저는 '잔다르크'요. 바주카포를 쏘는 소녀에요. 사실 그게 잘 그린 그림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왜 있잖아요? 만화 같은 눈, 옛날 '슬레이어즈' 같은 만화 보면 나오는 거, 제가 되게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그런 눈을 그렸고, 입사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린 초기 그림이어서 아무래도 많이 기억에 남네요.

윤주 : '헤르모드'요. 이 친구를 그릴 때, 제가 불량아 캐릭터를 좋아하는 편이라 여기서 그런 캐릭터를 그리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리게 되서 매우 신나게 작업했던 기억이 있어요. 이 캐릭터가 지난 만우절 때 형태님이 SNS에 여장을 시킨 헤르모드와 슬아님 캐릭터를 올리시고는 "얘네 여자 아니야?" 하며 장난을 친 적이 있어요. 거기 있던 금발이 헤르모드 입니다. 그걸 보고는 외주 아티스트 한분이 회사 방문하셨을 때 "이 캐릭터 좋아요!" 해주셔서 정말 고마웠어요.



▲ 여기 금발 친구가 바로 헤르모드다





Q. 아무래도 주목도가 높은 게임이다보니 이 프로젝트에 대한 부담감이 매우 클 것 같은데요. 특히 꾸엠님에겐 이 게임, 가업이잖아요?

슬아 : 저 같은 경우는 주변에 제가 이 프로젝트를 하고 있다고 거의 이야기를 안했어요. 사실 주변에 게임에 관심있는 친구들이 없어서... 내가 이걸 만들고 있어! 하면 응 열심히해! 하죠.

대외적인 부담감은 아무래도 있죠. 제가 그동안 안좋은 소리란 소리는 다 들으면서 그림을 배웠기 때문에, 이런저런 커뮤니티에서 그림을 올리다가, 막 욕 댓글 달리면 그림 그만둔다고 울고... 아직도 그때 저에게 맹 비난을 퍼부었던 그 사람들이 밉긴 하지만, 그 덕에 제가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기도 했고, 더 잘그리게 된게 아닐까요. 그래서 부디 그분들이 다시 보고 그걸 알았으면 해요.

게임 자체에 대해선 부담감이 별로 없어요. 형태님도, 다른 개발팀 모두 다 믿음직하고 잘 해주세요. 그래서 우리 게임 출시하면 성공 못하는거 아니야? 하는 걱정은 한 번도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꾸엠 : 많이 떨립니다(엄격, 진지, 근엄). 두렵기도 하고요. 그래도 게임이 나온 결과물을 보면, 너무 자랑스러워요. 작업해주신 분들이요. 이것도 예쁘고, 저것도 예쁘고, 정말 뿌듯하고, 빨리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이 가득하죠. 그러다가도 혹시나 하고 불안감도 살짝 들때도 있고,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개발팀 여러분이 있어서 정말 좋아요.




윤주 : 부모님이 많은 기대를 해주세요. 제가 일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게임 언제 나오니? 하고 습관적으로 물어보세요. 그래서 어쩌다 일정이 밀렸다거나, 작업이 수월하지 않으면 좀 걱정하시지만, 그래도 작업물을 보여드리면 바로 정말 좋아하세요. 이런 게임이 전에도 있었니? 하면서 물어보시기도 하고.

게임에서 제가 작업한 것들은 다 많이 고치고 싶고 부족한게 눈에 띄는데, 다른 분들이 한 작업들이 너무 자랑스럽고 마음에 들어서 뿌듯해요. 그건 우리 게임에서만 나올 수 있는 자부심이라고 생각해요. 전 주변 사람들이 다 한 덕 하시는 분들이라서, 다들 형태님 그림을 보고 자란 세대고, 그만큼 궁금해하고 게임에 대해서 많이 물어봐요. 그래서 이제 공개한다고 하니 다들 좋아했고요. 그만큼 제 작업물에 대한 부담감도 드네요. 막 입사 초기작들은 다 지워버리고 싶어요. 막 데이터베이스에서 빼가서 주말에 다시 그려오면 모르겠지 이런 생각도 해보고요...





Q. 소재가 현대 배경의 악마, 서큐버스에요. 국내 게임에선 아무래도 판타지가 많은데 좀 생소하거나 어렵지는 않았나요?

꾸엠 : 전 이전에 하던 프로젝트 중에 현대물이 많아서 괜찮았어요. 또 오히려 이게 범위가 넓어서, 소재에 제한이 그리 많지 않아서 오히려 좋은 것 같아요.

슬아 : 글쎄요, 전 아직 소재 때문에 어렵다거나 하는 생각은 안해봤어요.

윤주 : 판타지를 좋아하는 편이긴 한데, 제가 그렸을 때는 또 잘 안되더라고요. 판타지 세계의 세계관이나 복장, 디자인 같은게 아무래도 생소하고 어렵고, 제가 좋아하고, 또 평소에 접하는게 현대의 복식이고 디자인이니까요. 그래서 전 오히려 이게 맞고 좋아요. 그런데 저는 판타지의 복식이 어려운데, 반대로 현대의 것을 어려워하는 분도 있고 하죠.

꾸엠 : 사실 나는 판타지가 더 좋은데, 이거 하다보니 재미있어서 이젠 이게 좋아. 아참, 그런데 저 한가지 말하고 싶은게 있는데, 형태님 자랑 좀 해도 되나요?





Q. 네, 꾸엠님. 김형태 작가, 아니 이젠 대표님이죠. 형태님 자랑의 기회를 드릴게요.

꾸엠 : 조금 전에 말씀드렸듯 제 옛날 꿈이 '파이널판타지' 같은 게임을 만드는거였어요. 전 게임 원화가고 일러스트레이터지만, 게임 개발 자체에 욕심이 매우 많아서, 일러스트레이션보다 게임 개발에 더 정신을 쏟고 있었거든요. 비슷한 예로 형태님이 있는데, 회사 일을 정말 열심히 하고, 좋은 게임을 만들어 내길래, 나도 열심히 하면 이런 게임 만들 수 있겠지! 하면서 열심히 했거든요. 다른 작업도 하고. 그런데 나는 열심히 했는데 팀이 없어지고 게임은 안나오고 잘 안돼... 하는 상황이 벌어졌어요.

이번이 형태님과 작업을 같이 하는건 처음이었는데, 이렇게 보니까 제가 생각하는 것보다, 제가 알던 것보다 훨씬 더 열심히 일해요. 아트 디렉터의 꿈도 있었는데, 형태님이 하는걸 보니 "저건 나는 못하겠다" 싶을 정도로 굉장하고 어렵더라구요. 워커홀릭이랄까,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자기 직전까지 작업하고, 일에 몰두하는 남자 너무 멋있잖아요?


Q. 네, 확실히 업계에서 멋진걸로 치면 김형태 대표님 따라갈 사람이 별로 없죠. 그럼 마지막으로, 앞으로 하고 싶은 캐릭터 작업, 또 앞으로의 포부가 있다면요?

윤주 : 저는 꽤 예전부터 방향이 잡힌게, 그림을 딱 봤을 때 캐릭터를 눈에 익히면 정말 강렬하고, 눈에 확 들어오고, 남녀 누가 봐도 멋진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어요. 어쩌면 너무 쎈 캐릭터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그림이 한눈에 들어와 매력이 바로 느껴지는, 빠져들만한 캐릭터 좋지 않나요. 매력이 엄.청.난. 캐릭터! 말이죠.

꾸엠 : 저는 항상 그림을 그릴 때 누가 제 결과물을 본다는걸 생각하면서 그리거든요. 그래서 사람들의 트랜드, 감각, 생각을 고려하면서 작업하고, 그렇게 완성된 그림을 보는게 좋은 경험이었으면 좋겠어요. 의미있는 경험 말이죠. '데스티니 차일드'의 작업도 그렇게 하는데, 다같이 작업을 하다보니 한 번 쯤은 제 마음가는 대로, 눈치 안보는 그림을 그리고 싶어요. 나 마음대로 그리는, 좀 더 정신나간거 하나, 이런 느낌으로? 물론 그 후에는 계속 즐거운 그림을 그릴거에요.

슬아 : 전 일러스트레이션도 좋아하지만, 만화를 굉장히 좋아하거든요. 만화, 거기 나오는 캐릭터들이요. 그래서 만화를 보다보면, 하나하나가 디테일하다고는 생각이 안들지만, 캐릭터 자체가 가지고 있는 특징, 특이함, 매력 같은게 잘 느껴지는 큼직큼직한 디자인을 좋아해요. 그런 캐릭터를 그리고 싶어요.

사실 이게 어쩌면 훨씬 더 어려운 작업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일러스트레이션은 이것저것 특징이 많고 오브제를 많이 넣는데, 그런게 꼭 캐릭터의 특징을 모두 보여주는건 아니기 때문에, 그런게 없어도 확연히 멋진 매력을 가진 큼직큼직한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앞으로 더 많은 멋진 그림 부탁드려요!

: 넵, 기다리고 기대해주시고 좋아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인터뷰 끝나고 지나가던 대표님을 붙잡고 한컷!



신선한 포즈로!



감사합니다!


'데스티니 차일드' 트레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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