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소통인가 '쇼통'인가

칼럼 | 양영석 기자 | 댓글: 81개 |



# 4월 8일 열린 로스트아크의 팝업스토어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입장한 인원도 물품 판매에 대한 안내와 직원들의 대처가 엉망이라 누구는 사고, 누구는 못 사고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좁디 좁은 행사장 안에 동선도 끔찍하게 짜여있다 보니 혼선만 가중되고 대기열만 늘어졌다. 수백의 인파가 몰려 빠르게 정돈하고 안내를 해야 했지만 번호표도 늦게 나와 오픈 시간에 맞춰온 수백의 사람들이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경찰들까지 분주히 움직였지만 민심을 돌릴 정성은 느껴지지 않았다.

# 4월 10일 시작된 던전앤파이터의 진각성 아트북 판매는 예정시간보다 일찍 판매 링크가 열리더니 10분도 채 안되서 판매가 종료됐다. 아니나 다를까 리셀러들의 글들이 이어졌다. 인당 1회 구매가 걸려있지도 않았고, 여유있게 준비했다던 수량도 턱없이 부족했다. 부랴부랴 증쇄 공지가 올라오긴 했지만 이미 성난 민심은 분노를 쏟아낼 준비를 하고 있었다. 두 게임 모두, 이미 몇 차례나 해봤던 일들에서 ‘또’ 똑같은 문제가 나왔다.

이런 일들은 매 년 꾸준히 듣는 느낌이다. 뭔가 행사가 있었고 대성황이라서 아주 현장이 난리가 났다, 굿즈 판매가 뭐 순식간에 끝났다. 몇 차례 기사를 써 본 기억이 있다. 그만큼 인기가 있었다는 이야기니까 솔직히 자랑인 건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때 매번 돌아보면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진짜로 팬들을 위하여 최선을 다했나?"하는 생각말이다.

뭐 그런 행사에 대해 후기, 해명 등에 대해서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이거다. "최대한 많은 분들을 모시고 싶었다", "많은 분들께 드리고 싶었지만 현실적 한계가 있었다"같은 말. 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부분이 있다. 모든 팬들을 아우르고 만족시키는 건 불가능하다.

콜라보레이션, 굿즈 발매는 게임사 입장에서도 정말 많이 한 행사이자 이벤트다. 그만큼 많은 사례와 경험들이 있었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 경험이 휘발성이 된 것 같아 보인다. '성황리', '인산인해', '완판'이라고 인기를 자축하고 끝난다고 할까?

열심히 준비한 콜라보레이션 매장이 인산인해로 제대로 즐기질 못할 상황이 나오면 그게 자축할 일인가? 굿즈는 또 그렇게 금방 동이 났다니, 예상 판매량 책정이 이게 최선이었나? 혹은 판매 방법을 이렇게 정할 수 밖에 없었을까? 언제나처럼 '리셀러'라는 신사들이 모여들 걸 예상하지 못했을까. 대체 그동안 해 온 경험은 어디로 사라졌고, 왜 같은 일이 반복될까.

물론 더 인기가 많아졌으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팬들 입장에서도 '아쉽지만 이정도면 정말 노력했구나'하고 넘어갈 수도 있을만한 것이 아니면 문제가 된다. 게임을 좋아해서 수고를 들인 팬들에게, 정성이 전달이 되지 않고 실망과 분노만 남으면 안하느니만 못하다.

특히나 몇 차례나 진행을 했어도 개선이 없는 건 무어라 해야 할지 모르겠다. 미흡한 동선, 굿즈 수요 예상 실패, 늦어진 준비, 직원의 교육 부족은 언제나 나온다. 판매 시작 시간도 애매한데, 1인당 1개 구매 제한이라는 최소한의 리셀러 대응책도 없던 건 실망을 금치 못했다. 수 년간 운영하고 개선해나가는 게임은 점차 나아지면서, 팬들을 위한 부분은 왜 좀처럼 나아지지 않을까.

결국 이를 프로모션으로만 보고 개선을 논의한 적이 없다는 방증일지도 모른다. 과연 이런 일들이 팬들에게 감사한다는 메시지를 담은 '소통'인지, 성황리와 완판으로 자축하는 프로모션 '쇼통'인지 게임사들 스스로 다시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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