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이제 다시 원작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될까? 디아블로3 경매장 폐쇄

게임뉴스 | 정성모 기자 | 댓글: 235개 |
말도 많았고 탈도 많았던 디아블로3의 경매장이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블리자드는 지난 2013년 9월에 예고한 대로 2014년 3월 18일 19시(한국 시각 기준)를 기하여 전세계 모든 서버의 경매장을 폐쇄하였다.

이로써 향후 디아블로3에서의 거래는 함께 몬스터를 처치한 파티원들에 한하여 일정 시간(2시간) 동안만 가능해졌으며, 보석 및 도안 등 모든 물품 거래가 불가능해졌다.

이는 어찌보면 전작인 디아블로2보다도 더 제한된 경제 시스템으로 회귀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왜 블리자드는 10년도 더 지난 게임보다도 '후퇴'하는 시스템으로 돌아가게 된 것일까?








사실 디아블로3의 경매장 시스템은 도입 초기만 해도 전작인 디아블로2와 비교하여 가장 혁신적인 시스템으로 평가받았다.

자유로운 경제 시스템의 구축으로 게임을 이용하는 유저가 자신이 원하는 아이템을 쉽고 빠르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은 디아블로2에서의 주먹구구식 거래 시스템보다 한층 진일보한 것으로 보였으며, 전작의 유저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행해졌던 아이템 거래를 공식적인 부분으로 노출시켜 아이템 거래에서 나올 수 있었던 여러가지 문제들을 억제할 수 있을 것이라 평가받았다.

또, 비록 국내에 도입되진 못했지만, 유럽 및 북미 서버에서는 현금 경매장 시스템을 적용하여 패키지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어찌보면 다른 온라인 게임들보다 더 발달한 거래 시스템을 구축한 것으로 보였다.





▲ 국내에 도입되지 못했던 현금 경매장. 현금 경매장이 도입되었다면, 지금과 달랐을까?



그러나 이 혁신적인 변화는 결과적으로 실패로 돌아갔다.

골드만 있으면 언제든 최고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은 디아블로 시리즈의 주력 콘텐츠라 할 수 있는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크게 반감시켰으며, 반복되는 몬스터 처치의 이유가 퇴색되자 결과적으로 '질리는 게임'이 되어버렸다.

경매장 외에 뚜렷한 출구가 보이지 않는 경제 시스템은 골드의 인플레이션을 불러왔으며, 천만부터 시작하여 억 단위의 아이템이 거래되기 시작하자 현실에서만 볼 수 있을것 같았던 빈부격차 현상이 디아블로3에서도 나타나게 되었다.

특히 화폐 경매장 시스템이 금지된 한국에서는 유저들간의 안정적이지 못한 골드 거래와 아이템 거래 및 해킹 피해 등을 유발하게 되었으며, 이는 결국 디아블로2의 불안정한 경제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되는 모습을 보여주게 되었다.






▲ 상당한 단위의 경매장 아이템들은 디아블로3의 인플레이션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 골드 인플레이션은 골드의 현금 거래와 아이템/골드의 직거래를 자극하게 되었고,
이로 인한 각종 사기 사건은 디아블로 유저들에게 끝없는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2013년의 GDC에 참석한 디아블로3 오리지널의 총괄 프로듀서 제이 윌슨은 경매장 시스템이 게임에 악영향을 주었음을 인정하였고, 이는 그해 9월 경매장 폐쇄 발표로 이어지게 된다.

"아이템을 얻기 위해서는 디아블로를 쓰러트려야 하는데, 돈이면 모든 게 해결되는 게임이 되어버렸습니다. 배트맨이나 아이언맨처럼 말이죠. 경매장 시스템이 아이템을 통한 보상 시스템에 악영향을 준 결과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해결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이 경매장을 원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 제이 윌슨






▲ 2013년 GDC에서 경매장 시스템의 실패를 인정한 전 디아블로3 총괄 프로듀서 제이 윌슨



경매장 폐쇄 발표는 처음 경매장 시스템의 도입만큼이나 디아블로 유저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많은 악영향이 있었던 만큼 이에 찬성하는 유저들도 많았지만, 아이템 확보와 도안/보석 확보와 관련하여 큰 불편이 있을 것을 우려하는 유저들도 많았다. 또한 2.0패치가 적용되면서 유저들 간의 모든 거래가 막히게 되자, 이러한 우려가 더 번져가는듯 했다.

그러나 거래 시스템 제한과 함께 블리자드가 이에 대한 보완 개념으로 내놓은 전리품 2.0 시스템이 적용되면서 이러한 여론은 상당히 긍정적으로 바뀌게 되었다.

거의 모든 드랍 아이템이 자신의 직업에 맞는 속성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제 굳이 경매장에서 혈안이 되어 검색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 전리품 2.0으로 이제 착용할 수 있는 모든 아이템은 자신의 직업에 적합한 스탯을 갖게 되었다.



지금의 전리품 2.0 시스템과 경매장의 폐쇄는 '더 강한 몬스터를 사냥하면서 더 좋은 전리품을 기대하게 하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진정한 즐거움을 다시 돌려주었다.

또한 자신에 맞는 스탯의 아이템이 떨어지고 같은 파티원들끼리 제한된 시간동안 거래할 수 있기에, 향후 파티 플레이에서는 자신의 주속성과 일치하는 파티 구성(야만용사&성전사, 수도사&악마 사냥꾼, 마법사&부두술사)이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이며, 이러한 방식으로 친구/클랜과 함께 플레이하는 재미를 한층 더해주게 되었다.

현재 유저들 사이에서 나타나고 있는 장비의 차이는 이제 눈앞으로 다가온 확장팩이 발매되고 최고 레벨 상한선이 풀리게 된다면 점차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 확장팩이 적용되면 대부분의 아이템을 바꾸면서 아이템 격차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궁극적으로 경매장의 폐쇄는 디아블로 시리즈에서 다소 '엇나가 있던' 디아블로3를 다시 본래의 궤도로 돌려놓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아이템 획득 하나에 기뻐하고 상대가 획득한 아이템에 정말로 경탄하고 축하해주는, 디아블로 시리즈의 전통적인 재미이자 디아블로3의 '새로운' 재미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좋았던, 그렇지 않았던 간에 사라진 경매장은 역사의 한켠에 추억으로 남겨두고, 이제 진짜 '디아블로3'를 즐길 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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